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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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온권승은 그녀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 온자월을 불렀다.그러자 온자월이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는데, 그가 방밖을 나가기도 전에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큰일 났어요!”온권승 일가족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온옥지의 시중을 들던 시종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리, 큰 공자, 빨리 넷째 공자의 처소에 가보세요. 큰일 났어요!”식탁에 마주앉았던 가족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무슨 일이야? 넷째가 정말 아프기라도 한 거야?”“그게 아니라….”시종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넷째 공자께서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하세요!”“뭐라고?”한참 후, 온씨 일가족은 온옥지의 침상 앞으로 달려가서 긴장한 얼굴로 의원의 진단을 기다렸다.진맥을 마친 의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뒤돌아섰다.“어제나 오늘 넷째 공자께서 뭐 이상한 거 드신 적은 없나요?”온장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넷째는 안 그래도 몸이 좋지 않아서 약을 많이 먹다 보니 식욕이 떨어져서 얼마 먹지도 못해. 세끼 식사 외에는 아무것도 안 먹었어.”“그럼 이상한 걸 접촉한 적은요?”의원이 또 물었다.“그건 넷째 본인만 알겠지.”하지만 온옥지는 말을 할 수도 없고 온몸에 힘이 빠져 붓대도 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온장온이 물었다.“의원, 대체 우리 넷째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요?”“제 판단이 맞다면 아마 중독인 것 같습니다.”“중독?”온권승 일행은 이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어떤 간덩이 부은 자가 진국공부 저택에서 독을 푼단 말인가!“혹시 해결 방법은 없어?”의원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저도 해독제를 드리고 싶지만 워낙 복잡한 독이라 해독약이 없다면 해결이 힘들 겁니다. 그러니 더 실력 있는 의원을 찾아보시지요.”온권승은 순간 미간을 확 찌푸렸다.이 의원의 의술은 경성에서도 손꼽힐 정도였다.이런 사람도 해독약을 만들 수 없다면 절대 평범한 독은 아닐 것이었다.온권승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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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시종들이 온옥지의 방에서 밀실을 수색해낸 순간, 온권승은 이 일이 단순한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그래서 일단은 안을 수색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눈치 빠른 이 태의는 그저 아무것도 못 들은 척을 하며 약가루의 연구에만 집중했다.그렇게 한 시진이 지나간 뒤, 이 태의는 굳은 표정으로 온권승에게 말했다.“진국공 나리, 이건 저도 어쩔 방법이 없네요.”이 태의마저 방법이 없다는 말에 온권승은 인상을 찌푸렸다.“대체 무슨 독이기에 이 태의마저 그런 말을 한단 말이오? 이게 그렇게 독한 약이었소?”“해독이 어려운 이유는 안에 들어 있는 약의 성분이 복잡한데다가 흔히 볼 수 없는 사린이라는 희귀 독초가 들어가 있습니다.”“이것 때문에 저도 해독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희귀 약초인 청사화가 들어가야만 해독할 수 있지만 경성에서 유일하게 하나 있던 청사화는 이미 일년 전에 사용되었죠. 지금 그걸 구하려면 힘들 겁니다.”이 태의의 한숨소리에 온권승 일가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이 태의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실 건 없어요. 독성이 강한 독이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거든요. 공자에게 독을 먹인 자는 아마 목숨을 취할 생각이 없었나 봅니다.”온권승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이 독으로 넷째 공자는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힘이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지만 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말입니다.”해독하지 않아도 온옥지가 죽진 않을 거란 뜻이었다.기껏해야 말을 할 수 없고 침상에서 내릴 수 없을 뿐이었다.약간 의식을 회복한 온옥지는 눈을 뜨자마자 그 말을 들었다.그는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하지만 아무리 입을 열고 말을 하려고 해도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결국 감정이 격해진 그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넷째야!”다행히 이 태의가 돌아가지 않았기에 침술로 다시 의식을 깨울 수 있었다.이 태의는 자신의 말을 듣고 충격 받아 기절했다고 생각해서 다급히 온옥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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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아까는 네 독이 맞다면서 고개는 왜 흔드는 것이냐?”온장온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하지만 온옥지 역시 억울하고 갑갑한 마음뿐이었다.최면제는 그가 만든 것이었지만 이런 효과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그의 최면제에는 중독자가 말을 못하고 온몸에 기력을 잃게 만드는 효과는 절대 포함되지 않았다. 그 약을 가져다준 온자월을 떠올리자 온옥지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빨리 말해봐요! 형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거죠?’설마 그의 약을 누가 바꿔치기 한 것일까?‘온사? 아니면 그 야행복을 입은 자..?’온옥지는 스스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기에, 그저 온자월의 대답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애원의 눈빛에 온자월은 아무런 반응도 해주지 않았다.온옥지는 점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마침 그때, 둘 사이의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넷째 오라버니, 왜 계속 셋째 오라버니를 보고 계세요? 셋째 오라버니가 뭐 아는 거라도 있나요?”온모의 목소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온자월에게 향한 탓에, 아무도 온모의 눈빛에 비친 혐오감을 보지 못했다.‘멍청한 것들!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는… 이러니 평생 약골로 살지.’온모는 비참한 온옥지의 모습을 보자마자 온사의 작품임을 직감했다.‘그렇게 자신 있어하더니 이게 뭐야? 데려오라는 애는 안 데려오고 자기가 당하는 꼴이라니!’온모는 화가 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저런 것들에게 기댄 내가 잘못이지.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겠어.’“셋째 오라버니, 아는 게 있으면 말씀 좀 해보세요. 넷째 오라버니가 너무 안쓰럽잖아요.”온모는 안타까운 얼굴로 온자월을 다그쳤다.그녀는 온자월이 자신에게 불리한 답을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사형제 중에 가장 그녀의 말을 잘 듣는 개가 온자월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평소의 온자월과는 완전히 달랐다.온장온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막내 말이 맞아. 셋째야, 아는 게 있으면 어서 말해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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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온자월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온자신은 참고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퍽!온자신의 주먹에 온자월은 그대로 바닥에 나가떨어졌다.그리고 곧이어 분노에 사무친 주먹질이 시작되었다.“너희들 왜 그랬어! 어떻게 동생한테 그럴 수가 있어! 온사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었어도 걔 너희들한테 뭐 잘못한 적도 없잖아! 너희가 뭔데 걔한테 그런 짓을 해? 너희가 뭔데!”온자신은 그 약이 개조된 거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자신의 두 남동생이 짜고 여동생에게 독을 먹이려 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피를 나눈 남매인데 그렇게 화목하게 지냈는데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만해! 그러다 애 죽겠어!”온권승이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바닥에 쓰러진 온자월은 반격도 하지 않고 그저 온자신의 매를 그대로 맞고만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온자신의 귀에 아버지의 호령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분노한 목소리로 온권승을 향해 소리쳤다.“아니, 아직 부족해요!”그는 고통과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든 것에는 아버지의 잘못도 있고 저의 잘못도 있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에요. 하지만 온사가 뭘 잘못했죠? 걔가 왜 우리한테 이런 짓을 당해야만 하는 거냐고요!”아버지는 틀렸다. 그는 온사를 집에서 내쫓지 말았어야 했다.큰 형님도 틀렸다. 그는 온사의 말을 믿어줬어야 했다.그리고 그 역시 잘못했다. 온사에게 욕을 퍼붓고 매를 들지 말았어야 했다.셋째, 넷째, 그리고 막내까지!온자신은 처음으로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온모를 노려보았다.“왜 저들에게 온사를 찾아가라고 했니? 너 쟤네들이 온사를 안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으면서 왜 굳이 쟤네들에게 그런 일을 시켰어?”온모는 온자신의 사나운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곧이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이 멍청이가 지금 나한테 화를 내? 감히 나한테?’온모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상황에 같이 화를 내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그녀는 분노를 억지로 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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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하지만 그때의 온모는 독에 당한 것이 온옥지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온장온은 온옥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푹 쉬라고 당부한 뒤, 온권승과 함께 서재로 향했다. “아버지, 넷째는 어떻게 할까요? 사람을 보내 해독초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그래야지. 하지만 저애들이 말하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구나.”자리에 앉은 온권승이 담담히 말했다.온장온은 의아한 얼굴로 차를 따르고는 자리에 앉았다.“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독약을 넷째가 만들어낸 거라면 그 정도로 대비를 안 해뒀을 리가 없어.”온권승은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말을 이었다.“전에 소택이도 독에 당한 적 있었는데 그 독도 보통의 의원들은 방법이 없다고 해서 이 태의가 나서서 해결했지. 그 일이 있기 전에 충용 후작가에 다녀온 사람이 둘 있었어.”온장온이 긴장한 얼굴로 온권승에게 물었다.“온사와 막수 사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온권승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그러자 온장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버지의 의심은 이해하겠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온사는 어릴 때부터 독초와 접촉한 적도 없고, 사람에게 독을 먹이는 짓은 절대 못할 애예요.”온권승은 장남을 힐끗 바라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걔는 아니라 할지라도 걔 사부라면 얘기가 다르지.”“설마 막수 사태 말씀이에요?”온장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아무리 봐도 평범한 승려로만 보이던데요.”“그 여승이 온사랑 충용 후작가에 왜 갔는 줄 아니? 그 사람 그 댁 노부인의 병치료를 위해 간 거야.”온권승은 담담히 말했다.“의술을 행하는 자라면 독도 만들 수 있지.”그는 막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가 아는 사실은 단지 상대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는데 란씨 가문과도 연관이 있고 황실 사람들과도 왕래가 잦았다는 것이다.그게 아니라면 어린 황제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일을 수월관에 맡겼을 리 없기에, 그는 넷째의 독은 어쩌면 막수의 짓이라고 의심했다.그녀가 직접 나선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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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저 사람 예전 진국공부 적녀 온사 아가씨 아니야?”“맞아. 그런데 지금은 온사 아가씨가 아니라 폐하께서 친히 책봉하신 성녀이지.”“성녀는 무슨. 그냥 여승이지 뭐!”“조용히 해. 아무리 여승이라도 우리가 건들면 안 되는 존재이셔.”“폐하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몰라. 어찌 저런 악하고 비열한 인간을 성녀로 만들었을까.”“난 괜찮은 것 같은데. 전에 기도의식에서 봤는데 그럴싸하더라고.”“그럴싸하긴 무슨, 얼굴만 좀 예뻤지 마음씨 착한 거로 치면 온사는 여동생에 비해 한참 멀었지.”“저런 인간이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니 재수없어. 안 그래, 제성아?”한 놈은 아예 마차에서 머리를 내밀고 온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혐오의 감정을 드러냈다.그런데 이때 그의 옆에 서 있던 제씨 가문 마차에서 갑자기 커다란 손이 튀어나오더니 턱 하고 그자의 정수리를 후려쳤다.제성은 성난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말했다.“혓바닥이 왜 이리 더러워? 아침에 양치도 안 하고 왔어? 그러다가 태후마마 눈밖에 나면 어쩌려고!”말을 마친 그는 콧방귀를 뀌고는 다시 가림막을 내렸다.그러자 제성에게 맞은 사내는 그가 있는 쪽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이상한 놈일세.”제성 본인도 자신이 요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당나귀차에 앉은 어린 여승을 보고 있자니 분명 촌스러운데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제성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손으로 꾹 눌렀다.머릿속에는 그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절을 하며 남산을 오르던 온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너무 인상 깊은 기억이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잊혀지지 않았다.그는 그날 돌아온 이후로 틈만 나면 온사의 소식을 알아보았고, 자신이 그녀를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온사가 참배를 하며 산을 오른 것은 최소택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최소택을 찾아가서 이 일을 얘기했더니, 그로 인해 온사가 사람들이 다 있는 곳에서 최소택의 수모를 당한 것이었다.지금 생각해도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는 온사를 직접 만나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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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누군데?”제성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갑자기 무엇이라도 떠오른듯 눈을 부릅떴다.“설마 최소택이 한 짓이야?!”“맞아. 그 녀석이 훔친 거래. 처음에 인정했으면 될 것을 온사한테 뒤집어씌웠다나 봐.”사내는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었다.“처음엔 나도 안 믿었는데 지금 보니까 소문이 사실인 것 같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맞은편 마차에서 욕설이 들려왔다.“최소택 이 망할 자식이!”제성은 한때 최소택과 꽤 친하게 지냈어서 그의 성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지난번 진국공부에서 최소택의 황당한 말을 들은 후로 그는 최소택에 대해 점점 실망했다. 그래도 점잖은 집안인 충용 후작가의 세자가 전 약혼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짓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아무리 약혼을 파기했어도 온사와 그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인데 어찌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을까!제성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마차가 황궁으로 들어간 후, 그는 곧바로 최소택을 찾아갔다.한편, 북진연은 친히 온사와 막수 사태를 호위하여 입궁한 후, 그들을 조용한 편전으로 안내했다.“폐하께서 마차를 보내려고 했는데 말이지.”그러자 북진연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폐하의 그런 호의를 막수는 단박에 거절해버리고 말았다.“폐하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출가인이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법이지요.”무고 사저도 그 말에 동의했다.비록 당나귀차를 타고 왔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편안했다.수월관은 본디 마음을 정화하고 수련을 하기 위한 곳이기에, 화려함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니 당나귀차가 제격이었다.온사도 이미 수월관 생활에 적응했기에 사부와 사저들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그래서 당나귀차가 황궁 대문 앞에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막수와 사저들은 가장 여린 온사를 당나귀에 태웠다.처음에는 온사도 약간 쑥스러웠지만 천천히 길을 걷는 당나귀 등에 타고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것도 괜찮은 경험이었다.그래서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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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온권승의 방문은 온사가 예상했던 바이긴 했지만, 항상 진중하고 냉철하던 아버지가 이렇게 급하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황궁에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찾아올 줄이야.막수 사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온사에게 물었다.“내가 같이 나갈까?”“왜 오셨는지는 아니까 그러실 필요 없어요.”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막수에게 말했다.“그래. 내가 했던 말만 명심하면 돼.”온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궁녀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온권승은 편전에서 멀지 않은 구석진 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온사가 나오는 걸 보고서도 그는 움직이지 않고 그녀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온사는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그가 있는 곳을 힐끗 바라본 후에 편전 대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그러고는 온권승을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진국공 어르신께서 나를 먼저 보자고 하셨으면서 왜 다가오질 않으시는 거죠?”온권승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불과 두 달 사이에 딸이 자신을 이 정도로 경계할 줄은 몰랐다.잠깐 머뭇거리던 그는 등 뒤에 있는 이에게 손짓을 한 후에 온사에게 다가갔다.온사는 온권승의 어깨너머로 이쪽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누군가를 보았다. 비록 너무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온권승이 데려온 그림자 호위 정도로 보였다.온사가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것에 있었다.부녀는 거리를 두고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았고, 결국 먼저 입을 연 쪽은 온권승이었다.“해독약이 너한테 있어, 아니면 네 사부에게 있어?”온사는 담담한 미소로 답했다.“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 성녀인 제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온권승을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그를 분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권위로 누르는 거였다.특히나 항상 무시하고 심지어 혐오하던 딸에게 갑자기 권위로 밟히게 되었으니 속이 꽤나 쓰릴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들은 온권승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온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제 시치미를 뗄 줄도 알고… 참 많이 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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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원하는 건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법이었다.온권승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노려보다가 뒤돌아서 그곳을 떠났는데, 아까 있던 곳으로 돌아가자 숨어 있던 그림자 호위가 모습을 드러냈다.“나리.”그러자 온권승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여기서 지키지 말고 지금 바로 수월관으로 가. 온사와 막수의 방을 뒤져서라도 어떻게든 해독제를 찾아내거라.”“예.”그림자 호위가 떠난 후, 온권승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자군아, 네 딸은 역시 널 닮아서 참으로 매정하구나. 하지만 난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거야.”하물며 상대는 그가 가장 혐오하는 불효녀였다.온권승은 침착한 표정을 하고 그곳을 떠났고, 그가 떠나자마자 추월은 방금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온사에게 전했다.온사는 냉소를 지었다.“역시나, 처음부터 나랑 협상이나 하려고 찾아온 건 아니었어.”방금 정말 온권승의 곁으로 다가갔더라면 아마 그 그림자 호위가 바로 움직였을 것이다.협박이 가능하니, 그녀와 협상할 이유도 없었다.온권승의 의도를 알아챈 온사는 역겨워서 금방이라도 토해버릴 것만 같았다.“이 나라의 진국공이라는 사람이 자기 딸에게 이런 비열한 수를 쓰려고 했다니.”어쩌면 온옥지는 온권승을 가장 닮은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떻게 할까요? 제가 돌아가볼까요?”“아니. 해독제는 수월관에 없어.”온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해독제는 옥패 공간 안에 있었기에, 온권승이 수월관 전체를 다 뒤져도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그러므로 그녀는 오늘의 연극이 점점 기대되기 시작되었다.잠시 후, 연회가 시작되었다.온사는 예부의 안배에 따라 먼저 태후를 위해 경을 읊고 축원을 올렸다.축원이 끝난 후, 각 가문에서 선물을 내놓을 시간이었다.온사는 이제 온씨 가문 사람이 아니기에 진국공부를 대표해서 선물을 선보일 임무는 자연스럽게 온모에게 돌아갔다.온모는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이 기회를 당연히 놓치지 않았고 아니나 다를까 태후의 치하도 받았다.자리로 돌아간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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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온모가 입을 열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온사에게로 쏠렸다.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고,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본 것처럼 보는 사람도 있었다.어쨌거나 경성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온사였다.온모는 술잔들 들고 온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언니가 집을 떠난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네. 집이 많이 그립지?”온사는 담담히 대꾸했다.“안타깝지만 그건 아니야.”그러자 온모는 입술을 오므리며 웃더니 일부러 온사의 옆으로 다가와서 앉고는, 소리를 낮춰 온사를 비아냥거렸다.“괜찮은 척하지 마. 집을 떠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가문 전체가 완전히 내 것이 되었네? 이제 아버지에게 딸은 내가 유일하고 오라버니들에게도 내가 유일한 여동생이야.”“내가 전에 네가 빨리 집을 나가라고 얼마나 바란 줄 아니? 예전에는 그리도 눈치가 없었는데, 두 달 전부터 갑자기 똑똑해졌어.”온모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고 온사의 어깨를 짓누르며 물었다.“그러니까 누가 가르쳐줬는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온사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온모는 그 동안 그녀의 변화를 누가 뒤에서 가르쳤다고 믿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온모의 머리로는 절대 온사가 두 번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물론 알았다고 해도 그땐 이미 늦었다.“나한테 굳이 다가와서 떠보지 말고 네 걱정이나 해.”온사는 시선을 아래에 두고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온모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말 안 해도 돼. 어차피 조만간 알아낼 거니까.”말을 마친 온모는 손에 든 술잔을 온사의 찻잔과 부딪치고는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그럼 약속한 거다? 다음 내 생일 때 집으로 와. 내가 어떻게든 아버지를 설득해 볼게. 그냥 와서 날 위해 기도경 좀 읊어주면 돼. 어때? 언니도 좋지?”“아니, 싫어.”가증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온사는 단박에 거절했다.그러자 온모가 울적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싫어? 언니는 여전히 내가 그렇게 싫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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