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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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외삼촌,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온모야, 오래 기다렸어.”고개를 돌리자 언제 온 건지, 최소택이 안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최소택은 빠른 걸음으로 온모에게 다가가더니 물었다.“어딜 다녀오는 거야? 오후에 왜 집이 텅 비어 있었어?”그 말을 들은 온장온 일행은 순간 멈칫했다.그들 말고도 온사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전 약혼자까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까맣게 잊어 버렸던 것이었다.온자신은 점점 무기력함을 느꼈다.하지만 유독 온모만 생글생글 웃으며 질문에 답했다.“오후에 수월관에 언니 보러 갔었어요. 오늘 언니 생일이잖아요.”온사 얘기가 나오자 최소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걔 생일을 왜 챙겨줘?”“우리만 간 게 아니라 섭정왕 전하까지 가셨는걸요.”온모는 일부러 북진연 얘기를 꺼냈다.그러자 그녀의 예상대로 최소택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고함을 질렀다.“뭐? 그 사람은 할 일이 그렇게도 없대?! 이 나라의 귀하신 섭정왕 전하께서 왜 맨날 여승들 사는 수월관에 달려가?”그는 항상 온사의 곁을 맴도는 북진연이 불쾌했다.‘설마 성녀라고 특별히 보살피는 건가?’“닥쳐.”온권승이 싸늘한 눈초리로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그렇게 맞았는데 이제 정신을 차릴 때도 되지 않았나?”그는 최소택을 두고 하는 말이었지만 옆에 있던 온자월은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올랐다.또 외삼촌에게 욕을 먹은 최소택은 차마 반박은 못하고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알았어요, 외삼촌. 걱정 마세요. 여긴 우리밖에 없잖아요.”온권승은 상종하기도 싫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더니 얘기 다했으면 꺼지라는 말만 남기고 서재로 들어갔다.최소택은 잔뜩 화가 나 있는 온권승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 오늘 누가 외삼촌 심기를 건드렸어?”온장온은 당연히 아니라고 답했다.가족끼리는 괜찮지만 최소택에게 말할 수 없는 게 있었다.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그가 진국공부의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눈치 빠른 최소택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그쳐 물었다.“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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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허튼소리 하지마!”온자신이 격하게 반응했다. 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최소택을 노려보며 호통쳤다.“아무리 그래도 온사가 한때는 네 약혼녀였는데 아무리 파혼했다지만 그래도 네 사촌 여동생이야.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수 있어?!”“왜 그렇게 격하게 반응해?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아니면 됐지.”최소택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는 온장온의 표정도 싸늘하게 굳었다.“최소택, 해서는 안 될 말이 있어. 너 그런 말하는 거 온사의 명성에 누가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그래요, 소택 오라버니. 그런 말하지 마세요. 섭정왕 전하 같은 분이 어떻게 언니를 눈에 차하겠어요.”온모도 굳은 표정으로 그를 말리며 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머리에 물이 들어찼나!’한낱 여승에 불과한 온사가 무슨 자격으로 섭정왕의 총애를 받는단 말인가!온자신은 그녀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온모의 말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비록 섭정왕이 존귀한 신분이긴 했지만 온사도 어디 못난 곳이 없었는데 말이다.출가하기 전에 온사는 진국공부 적녀였고 출가한 후에는 황제가 친히 책봉한 성녀였다.신분으로 쳐도 섭정왕과 비교해서 뒤처지지는 않았다.하물며 온사는 경성에서도 손꼽히는 미인이었다.경성 제일 미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온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의 동생이 뭘하든 예뻐보였다. 그래서 예전이었다면 온모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뭔가 다르게 느껴진 것이었다.물론 그는 여기서 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어쨌거나 그들에게 온모 역시 순수하고 착한 여동생이었기에, 마음에 없는 실수였을 것이 분명했다. 온모가 그렇게 나쁜 마음을 품었을 리 없지 않은가!최소택은 온모의 말을 듣고 바로 수긍했다.“온모 말이 맞아. 섭정왕 전하의 눈에 들만큼 온사가 대단한 애는 아니지.”그래서 그는 온사가 아직도 수월관에 처박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섭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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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억! 온자신, 너! 진짜 죽여버릴 거야!”맞아서 이성을 잃은 최소택은 재빨리 몸을 피한 후에 반격을 시작했다.다 큰 사내들이 진국공부 대문 앞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말았다.온장온은 아무리 말리려고 해도 이미 이성을 잃은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결국에는 시위들을 불러서야 겨우 둘을 떼어놓을 수 있었다.두 사람은 여전히 씩씩거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온장온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한명은 진국공부 둘째 공자에 다른 하나는 충용 후작가 세자가 싸움이 붙다니! 이 무슨 창피란 말인가!“여봐라, 당장 세자를 데리고 나가거라!”시위들이 최소택을 끌고 가기 전, 온장온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고모랑 고모부가 무슨 일이냐고 묻거든 섭정왕 전하에 관한 일이라고만 대답하거라. 그래도 계속 캐물으신다면 나중에 아버지한테 와서 이유를 들으라고 해.”“예.”최소택을 보낸 후, 온장온은 씩씩거리는 동생을 노려보다가 차갑게 말했다.“둘째 공자를 사당에 가두고 아버지의 명 없이는 아무도 풀어주지 마!”“예.”“아니, 형님! 최소택이 잘못한 건데 난 왜 가둡니까?”온자신은 아직도 화가 덜 풀렸다.아쉽게도 장본인이 집으로 끌려갔으니 뭘 할 수가 없는데다가 이제는 사당에 갇히게 된 꼴이라니!온자신은 얼굴에 묻은 피를 쓱 닦고는 억울한 표정으로 큰형을 노려보았다.“그래, 네 말이 맞아! 최소택 그 놈은 그 입이 방정이야. 나도 얄미워! 그런데 애 이빨까지 부러뜨렸으면 됐지, 뭘 더 어쩌려고 그러니?”온장온은 바닥에 떨어진 피묻은 이빨을 가리키며 버럭 화를 냈다.“하, 고작 이빨 두대 가지고!”그는 할 수 있다면 최소택의 이빨을 전부 뽑아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온장온은 그의 사정을 배려해 주지 않았다.그렇게 온자신은 멍투성이가 된 얼굴로 사당 안에 갇히게 되었다.“안에서 반성 좀 해.”온장온이 떠난 후, 온자신은 홧김에 문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하지만 밖으로 잠겨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사당 안을 둘러보다가 순간 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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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그날 밤 이후로 온자신은 사당에서 꼬박 10일을 지냈다.그 동안 온모, 온장온, 그리고 아버지인 온권승까지 그를 데리러 왔지만 그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온장온은 자신의 책벌이 너무 심해서 동생이 자존심이 상한 줄 알고 물어봤으나 온자신은 그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형님, 그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제가 그냥 좀 혼자 조용하게 지내고 싶어서요.”그후로 일가족은 더 이상 찾아가서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셋째 날, 온자신에게 기뻐할만한 소식이 전해졌다.최소택이 또 맞았다는 소식이었다.게다가 충용 후작가 저택 안에서 누군가에 의해 머리에 가마니를 쓰고 두들겨 맞았다고 했다. 그리고 발견되었을 때, 최소택은 거의 시체처럼 온몸에 부상을 입고 복도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더 웃긴 건 그 강도가 일부러 그런 건지는 몰라도 최소택의 이빨을 거의 다 부러뜨려서 지금 말할 때마다 발음이 샌다고 했다.충용 후작과 온아려는 사실을 알고 하마터면 온자신을 의심할 뻔했다.그가 최소택의 이빨 두대를 부러뜨린 후에 발생한 사건이니 의심할만도 했다.온권승이 직접 나서서 온자신은 그날 저녁에 사당에 감금당했고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고 말해서야 부부는 반신반의하며 웃음을 거두었다.물론 그 시각 진짜 범인은 섭정왕부에서 부하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탁, 탁, 탁…북진연은 무심한듯 책상을 두드리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정말 웃기지 않아? 충용 후작가에서 물건이 없어졌는데 그걸로 그 어린 것을 모함하다니 말이야.”고요는 전에 온아려가 옥여설화고가 없어졌다고 수월관으로 찾아가 난동을 부리고 온사를 모욕한 사실을 보고하고 있었다.“그러니까요. 저희가 들었을 때도 충용 후작 부인이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고요도 잔뜩 화가 나서 말했다.“성녀 전하께서는 사부와 함께 후작가에 다녀온 것뿐인데 그걸 핑계로 사람을 잡지 뭡니까. 그 사람들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에요.”온사가 북진연에게 귀한 약초를 준 이후로 섭정왕부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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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충용 후작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다급히 말했다.“솜씨랄 것까진 없지요. 며칠 전에 괜찮은 찻잎을 얻어서 맛이 좋을 뿐입니다. 전하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사람을 시켜 댁으로 찻잎을 보내드리겠습니다.”차를 보내줄 테니 제발 오지 말라는 의미였다.충용 후작은 섭정왕과 자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진국공부와 북진연은 워낙 사이가 별로 안 좋았기에, 섭정왕이 매번 찾아올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긴 적이 없었다.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아니나다를까,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그건 별로 좋은 제안이 아닌 것 같군.”북진연은 찻잔을 내려다보며 무심한듯 말했다.“그랬다가 만약에 자네의 부인이 섭정왕부에 찾아와서 내가 자네의 찻잎을 훔쳤다고 난리를 치면 오해가 커지지 않겠나.”말속에 어떠한 뜻이 있다는 것을 직감한 충용 후작의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전하께선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설마 제 부인에게 뭔가 오해를 갖고 계신 게 아닌지요?”“후작, 장난이 심하군. 나와 후작의 부인 사이에 무슨 오해가 생길 수 있겠나?”‘그럼 대체 왜 이러냔 말입니다!’충용 후작은 점점 초조해졌다. 북진연은 바로 본론을 말하지 않고 무심하게 한마디 했다.“설마 후작가에서 벌어진 일을 후작이 모른단 말인가?”충용 후작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시종을 불렀다.“가서 부인을 불러오너라.”“예.”잠시 후, 온아려가 급하게 대전으로 들어왔다.그러고는 들어오자마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나리, 무슨 일인데 저를 이리도 급하게 부르신 건가요? 저 지금 소택이에게 약을 발라주던 중이었는데요.”요 며칠 사이 여러 차례나 혹독한 매를 맞은 최소택은 지금 혼자서는 침대를 내릴 수도 없게 되었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기에 매일 약을 발라주고 시중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온아려는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어서 들어오자마자 욕설부터 퍼부었다.“대체 어떤 간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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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충용 후작이 자신의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 리 없었다.다른 사람에게는 그나마 괜찮은데 유일하게 조카에게는 과할 정도로 각박했다.충용 후작도 그것 때문에 골치 아프던 참이었다.전에는 두 아이가 혼약이 있어서 어쨌거나 가족이 될 테니 아내를 말리기도 했었다.하지만 훗날 성인식에서 혼약이 파기되면서 충용 후작도 이 일에서 손을 뗐다.그런데 잠시 눈을 뗀 사이에 누군가가 부인을 응징하겠다고 나설 줄이야.게다가 상대는 북진연이었다.정말 문제가 있지 않았다면 공사 다망한 섭정왕 전하께서 친히 여기까지 걸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충용 후작은 긴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일단 조용이 좀 해. 옥여설화고를 성녀 전하가 가져갔다는 증거는 있고?”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못한 온아려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그날 걔랑 그 늙은… 아니 걔 사부가 집에 다녀간 뒤로 사라졌는데 걔가 훔친 게 아니면 뭐겠어요?”충용 후작이 경고의 눈빛을 보내서야 온아려는 막수에 대한 호칭을 고쳤다.충용 후작은 어이가 없었다.“성녀께서 집에 한번 다녀갔다고 도둑으로 몰아?”“그게 아니면 뭐 하러 왔겠어요?”온아려는 여전히 자신의 의심에는 일리가 있다고 확신했다.“그 사태는 어머니 병을 고쳐주려고 오신 걸 몰라?”충용 후작도 아는 일을 매일 집에만 있는 온아려가 모를 리 없었다.“저도 알죠. 하…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 그 사태가 진짜 의술에 능통한 사람인지도 모르고 정말 병 치료 때문에 왔다고 해도 그게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순 없죠.”충용 후작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당당한 온아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는 무기력함을 느꼈다.“충용 후작 부인은 그 옥여설화고를 성녀가 훔쳤다고 확신하는군.”“분명 걔 맞아요!”온아려는 주저 없이 답했다.“걔 사부는 몰라도 개는 예전부터 고모인 날 공경하지도 않았어요. 어쩌면 나한테 보복하려고 물건을 훔쳤을 수도 있죠.”“좀 닥쳐!”북진연에게서 풍기는 냉랭한 기운에 등골이 오싹해진 충용 후작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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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그 말을 들은 충용 후작은 절망적인 얼굴로 눈을 감았다.성녀는 공주와 동급이었다.성녀를 모함한다는 건 이 나라의 공주를 모함한 것과 같다는 의미였다.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이번에는 못 빠져나갈 것을 직감했다.북진연은 바로 행동에 착수했다.그가 대동하고 온 흑기군이 충용 후작가 저택을 포위했다.북진연이 이렇게 대놓고 움직일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온아려는 그제야 당황하며 소리쳤다.“이게 뭐 하시는 거죠? 여기 충용 후작가입니다. 아무리 섭정왕 전하라고 해도 나라의 충신을 이런 식으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충용 후작가만 억울하게 만들면 안 되지. 공정을 위해 부인의 오라버니인 진국공도 불러오겠나?”북진연이 싸늘한 눈으로 온아려를 바라보며 말했다.온아려는 그 눈빛에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불러오면 되죠. 지금 당장 오라버니를 불러오겠습니다!”충용 후작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충용 후작가가 이대로 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진국공만 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충용 후작은 북진연의 사람들이 저택 안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그리고 북진연의 일 처리 속도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랐다.일각도 지나지 않아 진짜 범인이 밝혀졌다.과정도 아주 간단했다.북진연은 먼저 모든 충용 후작가 하인들을 심문했고 그 과정에서 옥여설화고가 사라진 날 누가 창고를 지키고 있었는지 확인했다.그리고 그 하인들을 모두 끌어다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부터 들었다.이유는 간단했다.근무에 태만한 자들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그렇게 후작가 하인들은 죽을 고비에 서게 되었다.정원에 온통 피가 튕겼고 맞고 있는 하인들은 물론이고 옆에서 지켜보던 하인들도 겁에 질려 온몸을 떨었다.수많은 살육을 해온 섭정왕 전하라 그들이 느끼는 공포는 더욱 컸다.결국 더는 버틸 수 없게 된 하인이 사실을 털어놓았다.“와… 왕야,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저희가 근무에 태만했던 것이 아니라… 세자께서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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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한 병도 아니고 무려 세 병이었다.아무리 온모에게 잘보이려고 가져갔다고 해도 어머니를 위해 한병은 남겼어야 했다.온아려는 그 많은 옥여설화고를 자신은 써보지도 못하고 아들이 남한테 갖다줬다고 생각하니 아까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아들이 온모를 무척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혼인도 하지 않은 처자한테 어미인 자신의 물건을 훔쳐서 몰래 갖다줬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착잡했다.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이었다.“그 녀석이 범인이었을 줄은 몰랐네요. 섭정왕 전하 덕분에 사건이 빨리 해결되었어요. 결과가 나왔으니 남은 건 저희에게 맡기세요. 제가 그 녀석 제대로 혼낼게요.”북진연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온아려를 힐끗 보고는 물었다.“부인이 혼을 낸다고? 어떻게 혼낼 생각이지?”아들을 아끼는 온아려는 당연히 엄벌을 원하지 않았다.“사당에 무릎 꿇리고 반성하라고 할까요?”“좋지.”예상밖으로 북진연은 흔쾌히 동의했다.온아려의 입가에도 다시 미소가 피어났다.‘아무리 섭정왕이라고 해도 충용 후작가의 체면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지!’하물며 그녀의 뒤에는 진국공도 있었다.온아려가 속으로 의기양양해하고 있을 때, 충용 후작은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이대로 쉽게 넘어갈 거였으면 북진연이 흑기군까지 데리고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역시나 북진연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럼 반달 정도 꿇리면 되겠군. 아마 그 정도면 세자도 반성할 것 같아.”“반달이요?”온아려는 순식간에 언성이 높아졌다.그녀는 분노한 눈으로 북진연을 노려보며 반박했다.“어떻게 그렇게 오래 꿇고 있게 하나요?”반달이면 최소택의 무릎이 나갈 수도 있었다.“싫어?”북진연의 아름다운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는 온아려의 말을 못 알아들은 사람처럼 계속해서 말했다.“후작 부인은 처벌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그럼 반달 더 추가하지. 세자는 충용 후작가 사장에서 한달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할 것이다.”“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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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오라버니, 드디어 오셨네요!”온아려는 온권승을 보자마자 억울함에 눈물을 흘렸다.“조금만 늦게 오셨더라면 저와 소택이 둘 다 최양봉 저 망할 놈한테 팔려갈 뻔했어요!”“무슨 헛소리야?”온권승은 온아려에게 호통쳤다.“부군한테 망할 놈이 뭐야? 충용 후작 부인으로 산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 성깔을 못 고쳤어?”“오라버니, 저 도와주러 오신 거 아니에요?”온권승이 담담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자, 온아려는 순간 긴장해서 어깨를 움츠렸다.“널 도와주러 온 건 맞다만 그렇다고 예의 없이 구는 건 용납못해.”말을 마친 온권승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충용 후작에게 말했다.“처남, 내 동생이 어릴 때부터 진국공부에서 곱게만 자라 철이 없어. 자네도 혼인한지 오래되었고 그동안 잘 받아주더니 왜 오늘은 못 참고 폭발한 거야? 게다가 충용 후작 부인더러 남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하다니.”충용 후작은 냉소를 지었다.평소였다면 진국공의 체면을 봐줬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남이요? 형님 동생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이 여편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말입니다!”온권승은 인상을 찌푸리며 온아려에게 시선을 돌렸다.온아려는 어깨를 움츠리며 변명하듯 말했다.“별로 큰일은 아니에요. 그냥… 온사 그 계집애를 좀 오해해서 생긴 일인데 섭정왕이 찾아오시더니, 고모인 나한테 그 계집애 찾아가서 사과하라지 뭐예요….”“그래요, 외삼촌! 섭정왕은 대체 왜 그런대요? 왜 그렇게까지 온사 편만 드냐고요!”속박이 풀린 최소택은 재빨리 일어나서 맞장구를 쳤다.“이 불효자식이 그 입 다물지 못해!”충용 후작은 힘주어 아들을 노려보며 호통쳤다.“네가 몰래 네 어미의 옥여설화구를 훔쳐서 온모에게 갖다주지 않았으면 이 사단이 났겠어?”“아직도 제 잘못을 모르다니,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충용 후작은 실망스럽다는 표정으로 아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온권승은 온모까지 엮였다는 얘기에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온아려를 싸늘히 노려보며 재촉했다.“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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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온권승은 불쾌한 표정으로 충용 후작을 노려보았다.충용 후작은 지금 온사가 안타까울 뿐이었다.“만약에 형님께서 평소에 방관하지 않았더라면 온사가 지금 이 지경이 됐겠어요?”“걔 형님 친딸입니다. 하지만 형님은 언제 그 아이를 친딸처럼 품어줬나요? 한낱 양녀에 불과한 애가 적녀보다 더 총애를 받는데, 참으로 편애가 심하십니다. 혹시 우리에게 말못할 사정이라도 있나요?”“아버지!”“최양봉!”온아려와 최소택 모자는 후작이 이렇게까지 온권승의 앞에서 대놓고 반발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평소였다면 충용 후작도 진국공부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반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온아려는 오라버니가 와서 자신을 도와주길 바랐지만 그렇다고 부군과 오라버니 사이가 틀어지는 건 원치 않았다.그녀는 다급히 후작을 말렸다.“부군, 그만하세요. 다 제 잘못이에요. 오라버니는 한 번도 누굴 편애하지 않았어요. 제가 온사를 싫어해서 그런 거니 오라버니한테 뭐라하지 마세요!”“온아려, 나도 눈 있어.”충용 후작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을 바보로 알지 마. 다른 사람은 온사 생일을 몰라도 시아버지가 될 뻔한 나는 잘 알아.”충용 후작의 말에 온권승은 순간 당황했다.“그 아이의 생일은 아마 며칠 전이었을 거야. 그런데 진국공부는 굳이 그 아이의 생일과 성인식을 두 달 앞당기고 양녀의 생일에 맞춰서 둘이 같은 날 성인식을 치르게 했지. 형님, 온사보다 두 달이나 먼저 태어난 딸을 온사의 동생으로 만들다니. 대체 뭘 숨기고 계신 겁니까?”“최양봉!”이번에는 온권승이 소리를 질렀다.그는 섬뜩한 표정을 하고 최양봉을 노려보며 되물었다.“지금 날 의심한는 건가?”“그렇다면 어쩌실 겁니까?”충용 후작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 아이가 진국공부를 떠났다고 해서 아무도 그 아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예요. 걔 혼자가 아닙니다. 걔의 등 뒤에는 란씨 가문이 있어요.”란씨 가문은 과거 경성의 귀족 가문이었다.조상 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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