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31 - Chapter 140

265 Chapters

제131화

소식을 들은 온사는 어이가 없어져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건 또 무슨 경우일까요?”온아려의 성격을 가장 잘 아는 온사는 그녀가 진심으로 사과하러 올 거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온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사저에게 물었다.“사저, 충용 후작 부인과 동행하는 사람이 있나요?”“있어. 관복을 입은 중년 사내와 젊은 사내가 있었어.”관복을 입고 온아려와 함께 이곳으로 온 사람이라면 온권승 아니면 충용 후작이 틀림없었다.지난번에 온권승이 와서 기분 안 좋게 돌아갔으니 아마 당분간은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충용 후작이고, 젊은 사내라면 의심할 여지없이 최소택일 것이 분명했다. 온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경서를 내려놓았다.“나가봐야겠군요.”“사매야, 겁낼 거 없다. 내가 같이 갈게.”온사가 나간다는 소리에 최근에 그녀와 부쩍 친해진 무고 사저가 말했다.“걱정하실 것 없어요. 아마 별일은 아닐 거예요.”온사가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안 돼. 그 인간들 올 때마다 널 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데 혼자 보낼 수는 없지. 충용 후작 부인은 지난번에도 와서 널 모함하고 없는 죄까지 뒤집어씌우지 않았니.”“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바로 사람 부르게!”열정적인 무고 사저의 말에 온사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알았어요.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사저.”그렇게 두 사람은 수월관 대문 앞으로 갔다.역시나 온사가 예상했던 것처럼 충용 후작가 일가족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어쩐 일인지 최소택은 충용 후작에 의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옆에는 성인 팔뚝만한 몽둥이가 놓여 있었다.온아려는 안쓰러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녀는 밖으로 나온 온사를 보고 눈을 반짝 빛냈다.“온사야, 드디어 나왔구나. 고모랑 고모부가 얼마나 기다렸다고!”온아려는 다급히 다가가서 온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예전에 온사를 대할 때랑은 완전히 다른 말투와 행동이었다.온사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Read more

제132화

충용 후작은 고개를 들어 온사를 바라봤다가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고 마음이 착잡해졌다.“미안하구나, 온사야… 예전에 혼약을 파기한 일도 그렇고 옥여설화고도 그렇고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너무 많이 있었던 같다.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해서 너에게 상처를 주었구나.”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온사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그러자 온사는 순간 당황했다.충용 후작이 같이 온다고 했을 때부터 오늘 어떻게든 온아려에게서 사과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가장 먼저 고개를 숙인 사람이 충용 후작 본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그녀는 잠깐 동요하는 듯하다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후작의 사과를 저는 받지 않겠습니다.”“뭐라고? 온사, 너 정도껏 해! 아버지께서 이렇게까지….”최소택은 온사가 주제를 모르고 건방지게 군다고 생각해서 분노에 휩싸였다.이 나라의 충용 후작이 한낱 여승에게 사과를 하는데 저리도 건방을 떨다니!“당장 안 닥쳐?”충용 후작은 눈을 부릅뜨고 아들에게 경고를 주고는 온사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온사야….”“후작, 소인은 이미 진국공부의 딸이 아닙니다. 충용 후작가와는 진작에 혼약을 파기했지요. 그날 성인식에서 소인은 앞으로 충용 후작가와는 연을 끊겠다고 명백히 말씀드렸습니다.”충용 후작이 떨떠름하게 그녀를 쳐다보는 사이,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관계를 정리하면서 정도 끊어냈는데, 호칭부터 바꾸셔야지요.”온사의 매정함에 충용 후작마저 당황했다.‘이 아이는 진심으로 우리들과 연을 끊을 생각이야.’충용 후작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는 간곡하게 부탁하듯 말했다.“그렇게까지 할 건 없지 않니. 나와 네 어미는 소싯적부터 친구였는데….”“어머니는 이제 없잖아요.”온사는 매몰차게 충용 후작의 입을 틀어막았다.전혀 흔들림 없는 그녀의 눈빛에 충용 후작은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온사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Read more

제133화

온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온아려를 바라보았다.온아려가 제 발로 사과하러 찾아온 것마저 놀라웠기에, 그녀에게 용서를 바라는 게 더 의아했다.이때 온사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그녀는 눈앞의 삼인방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용서해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그녀는 자신이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저들의 표정이 궁금했다.아니나 다를까, 온아려는 바로 화가 폭발하더니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사과도 했고 우리 아들이 네 앞에 무릎 꿇고 사과도 했잖니! 대체 뭘 더 바래?”온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버럭버럭 화를 내는 온아려를 바라보며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확신했다.‘어디서 협박을 받고 왔구나.’그게 아니라면 평소에 줄곧 그녀를 적대하고 무시하던 사람이 갑자기 찾아와서 고개를 조아릴 이유가 없었다.누구의 협박인지는 굳이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이 대명왕조에 충용 후작 일가 사람들의 머리를 숙이게 만들 인물은 많지 않았다.온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사과는 받지 않겠다고요.”“온사, 적당히 해! 너무하잖아, 이건!”분노한 최소택이 소리쳤다.“내가 너무해?”그러자 온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반박했다.“내가 아무리 너무해도 당신들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거야. 한 사람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찾아와서 나를 모함하고 한 사람은 건방지게 내 결백을 더럽히는 말들을 남발하고 다니는데. 당신들 모자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지.”“너!”“그리고 피해자인 척하지 마. 모함을 당한 건 네가 아니잖아. 그리고 당신들은 딱 봐도 진심에서 사과하러 온 것도 아닐 텐데 나에게도 용서를 거부할 권리가 있지 않나?”말문이 막힌 최소택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온사는 온아려의 푸르뎅뎅한 표정을 보며 만약에 충용 후작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바로 달려들어 예전처럼 자신을 물어뜯지 않을까 생각했다.“성녀님 말씀이 맞습니다.”이때, 충용 후작이 입을 열었다.“성녀님이 피해자이시니 억울한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니 지금 용서를
Read more

제134화

“넷째 오라버니께서도 뭔가 눈치채신 거죠?”온옥지의 처소로 찾아온 온모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온옥지에게 걱정을 털어놓았다.“온사 언니가 출가한 이후 큰 오라버니랑 둘째 오라버니가 점점 변해가고 있어요.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너무 걱정돼요.”그날 온사의 생일 때문에 수월관에 다녀온 이후로 온자신은 줄곧 사당에서 나오기를 거부하고 있었다.나중에 장남 온장온이 온사의 선물은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한 덕분에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그날 이후로 온장온과 온자신은 수시로 외출했다.온모는 몇번이나 그들에게 애교를 부리며 같이 나가자고 했지만 두 형제 모두 그 요구를 거절했다.온모의 위기감은 점점 막중해지고 있었다.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온옥지를 찾아갔다.온가의 사형제 중에 가장 머리가 잘 굴러가는 사람은 장남인 온장온이 아니라 줄곧 몸이 안 좋아 바깥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온옥지였다.물론 온모는 속으로 그런 그를 무시하고 비웃었다.예전의 그녀에게 필요한 건 너무 똑똑한 꼭두각시보다 기가 세고 강한 꼭두각시가 더 필요했다.그런데 지금 보니 진국공부 사형제는 전부 멍청한 존재가 맞았다.온옥지는 그나마 이용할 가치가 있지만 아주 조금일 뿐이었다.진국공부가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게 됐을 때, 그들은 그저 그녀에게 짐이 될 뿐이었기에, 그때가 되면 더 강한 지원군을 찾아 기생할 것이다.그리고 그녀에게는 이미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말이다.지난번의 실패를 겪은 후, 온모는 진국공부에서의 자신의 입지부터 다지기로 했다. 속으로는 이런 음침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순진무구한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넷째 오라버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큰 오라버니와 둘째 오라버니는 온사 언니가 집에 안 돌아오려고 하니까 이상하게 변한 것 같아요. 더 이상 오라버니들이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요. 오라버니가 나서서 좀 설득해
Read more

제135화

온옥지가 부탁을 수락하자 온모는 어떻게 할지 그에게 계획을 캐물었다.어쨌거나 그녀는 진심으로 온사가 돌아오길 바라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구슬려도 온옥지는 그저 웃기만 할 뿐,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는 않았다.자신의 계획을 온모에게 알려줄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해보였다.그는 온모의 생각을 훤히 꿰뚫어본 것처럼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막내야, 걱정 마. 내가 어떻게든 온사 걔가 네 입지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할게.”뜬금없는 말에 온모는 가슴이 철렁했다.그 순간 그녀는 온옥지가 진작에 자신의 온갖 술수들을 눈치채고 본모습을 들킨 줄 알았다.온옥지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줘고 나서야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해소가 된 듯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온모는 온옥지의 계획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온모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온옥지는 처음부터 자신이 나서서 뭔가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어쨌거나 지금 그는 거동이 몹시 불편한 상황이었기에, 사형제 중에 그와 똑같이 온사를 혐오하는 온자월을 찾았다.“셋째 형님, 돌아오셨어요?”다음 날 아침, 시종에게서 넷째가 자신을 보자고 한다는 소식을 접한 온자월은 곧바로 온옥지의 처소로 향했다.“안색이 왜 이렇게 창백해? 몸이 좋지 않으면 좀 가만히 쉬어.”온자월은 그저 걱정해서 한 말이었지만 예민한 온옥지에게는 이 말이 가족들이 자신을 폐인 취급하는 것처럼 느꼈다.온옥지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기온이 차서 몸살이 온 것 같습니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이 화제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바로 화제를 돌리고 본론으로 들어갔다.“아침 일찍 형님을 부른 건 형님께 부탁할 일이 있어서예요.”“응? 무슨 부탁? 네가 나한테 뭘 부탁할 때도 다 있네?”온옥지는 그동안 형제들의 도움을 늘 피해왔었기에 온자월은 부탁이라는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큰 형님과 둘째 형님 때문에 그렇습니다.”“형님들이 왜?”온옥지는 어제 온모
Read more

제136화

온자월이 재빠르게 온사의 방문 앞으로 접근했을 때, 순간 목덜미가 서늘하면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그는 서둘러 몸을 피하고는 후방으로 주먹을 날렸다.쾅!두 주먹이 맞닿은 순간 온자월은 뒤에서 자신에게 다가온 자와 마주했다.밤중이고 상대는 야행복을 입고 있어서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넌 누구지?”온자월이 날 선 목소리로 묻자, 추월은 식지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조용히 해. 안에 있는 분을 깨우긴 싫으니까.”말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손에서 검을 빼들어 온자월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온자월은 순간 분노가 폭발했다.“내 말에 대답 안 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그는 소매에서 단도를 꺼내 추월의 장검을 막아냈다.둘은 온사의 정원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다음 날, 잠에서 깬 온사는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풍경에 놀라서 표정이 싹 굳었다.“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하룻밤 사이에 그녀의 처소는 맹수가 헤집고 간 것처럼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아끼던 약초 밭도 다 뭉개져서 볼품없이 되었다.“죄송해요, 무우 사태. 어젯밤에 바로 이놈을 제압했어야 했는데 좀 늦어서 마당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네요.”온사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온몸이 밧줄에 묶인 온자월과 그를 단단히 제압하고 있는 추월이 보였다.온사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어젯밤 내 처소에 몰래 들어와서 뭘 하려고 했던 거지?”온자월은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추월은 그녀에게 무언가를 건넸다.“이자의 몸을 수색하다 찾은 겁니다.”그것은 바로 단도 하나와 약병 하나였다.온사는 단도를 힐끗 바라보고는, 딱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약병으로 시선을 옮겼다.그녀는 바로 열어보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온자월을 쏘아보고는 추월에게 말했다.“괜찮아, 죄책감 가질 거 없어.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겠구나. 어젯밤 너 아니었으면 난 무슨 일을 당했을지도 몰라.”“일단 여기서 이자를
Read more

제137화

“독살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 건 용서받아도 되는 짓이야?”온사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온자월을 노려보며 물었다.“정말 궁금하네. 날 독살하려던 게 아니면 대체 뭘 하려고 했었지? 말해!”“나한테 이 약을 먹이고 나를 진국공부로 끌고 가려고 했었어? 그리고 날 거기 가두고 네가 그렇게도 아끼는 막냇동생의 손에 피 말려 죽일 생각이었어? 아니면 내 배라도 가르려고?!”온사는 점점 감정을 통제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오랜 시간 가슴에 맺혀 있던 분노가 완전히 폭발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이후에 경악한 세 사람의 눈빛을 보고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깨닫고 눈을 감았다.“사부님, 저 좀 나가서 진정 좀 하고 싶으니… 이자는 사부님께서 대신 심문해 주세요.”온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치고는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쾅 하고 방 문을 잠갔다.그녀가 남기고 떠난 말은 남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경악을 가져다주었다.막수와 추월은 굳게 닫힌 방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온자월은 잠깐의 놀람 후에 분노가 폭발했다.“우리 막내 그런 사람 아니거든? 그리고 무슨 배를 갈라? 내가 언제 그런 짓을 했다고! 날 모함하려면 그럴싸한 이유라도 댔어야지!”“넌 닥쳐!”막수 사태가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나중에 확인하면 알겠지. 어쨌거나 그 약은 잘 가져왔어.”막수가 추월에게 눈빛을 보내자 추월은 곧바로 온자월을 제압했다.막수 사태는 약병을 열고 물도 없이 그대로 온자월의 입을 열고 약가루를 그의 입에 반절 털어넣었다.“쿨럭, 쿨럭!”온자월은 사레가 들려서 연신 거세게 기침을 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든 약가루를 토해내려고 헛구역질을 해야만 했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막수 사태가 많은 양을 먹였기에 얼마 안 지나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점차 두 눈에 초점을 잃어가는 온자월을 바라보며 막수 사태는 가장 궁금했던
Read more

제138화

막수 사태는 순간 당황했다.온자월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끼익!등 뒤에 있던 문이 열리자, 온사가 문밖에 서 있었다.“무우야….”막수 사태의 걱정스런 눈빛에 온사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사부님. 저 이미 진정했어요.”그런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런 답을 들을 줄은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온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온자월의 앞으로 다가가 싸늘하게 물었다.“내가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다고?”“그래, 너가!”온자월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지만 감정은 매우 격한 상태였다.“어머니가 널 낳지 않았다면 난산으로 몸이 상해 심각한 병에 걸리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그렇게 일찍 돌아가시지도 않았겠지!”그러자 온자월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멍한 눈빛에 가득 찬 증오심은 아마 온사를 향한 것일 것이다.하지만 온사는 피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듣고만 있었다.“어머니는 우리랑 약속하셨단 말이야. 우리의 성장을 항상 뒤에서 지켜봐 주신다고.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셨어. 딸이 좋다면서, 우리에게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낳아주고 싶다면서 너를 낳으셨어. 그런데 그 여동생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거야!”온자월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끊이지 않고 흘러 내렸다.“그래서 난 온사가 싫어. 걘 어머니를 죽인 살인범이니까! 걔만 아니었으면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것이고, 나와 형님들도 어머니를 잃지 않았을 거라고!”막수 사태는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온자월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온사가 이내 그녀를 막았다.그녀는 온자월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싶었다.이건 전생의 그녀가 죽을 때까지 알지 못했던 진실이었다.너무 허무하고 우스워서 헛웃음만 나왔다.온사는 싸늘한 눈으로 온자월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가 참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너와 다른 형제들이 다 그것 때문에 나를 싫어한다면 너희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인간들이야.”상처입은 온사를 위로하려던 막수는 뜻밖에 온사의 말에
Read more

제139화

막수 사태는 앞으로 다가가 온사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그래, 착하지. 걱정 마. 자군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이니까 널 이해해 줄 거야.”‘그렇지만 네가 겪은 서러움과 고통을 보게 된다면 속상하고 슬퍼하겠지…’막수 사태는 이런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미안해, 자군아. 내가 네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어. 그래도 온사는 너처럼 강한 아이라서 참 다행이야. 이 아이는 역경 앞에 무너지지 않았어.’하지만 강한 아이는 그만큼 힘든 시련을 겪게 되기 마련이다.막수 사태는 안쓰러운 얼굴로 온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실컷 울 때까지 조용히 바라봐 주었다.한참을 울고 난 후에야 온사는 겨우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그녀는 약간 쑥스러워하는 얼굴로 푹 젖은 사부의 어깨를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사부님. 요즘따라 울보가 된 것 같네요.”사실 온사는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어릴 때부터 진국공부에서 곱게 떠받들리며 자란 귀족 아가씨였다.그래서 전생의 그녀는 너무도 쉽게 온모에게 짓밟혔다.이번 생에는 그나마 나았지만 그래도 약한 모습이 갑자기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누군가의 사주가 없었더라면 저 인간이 직접 수월관까지 찾아와 제게 약을 먹이려 했을 리가 없어요.”본인 입으로 온사를 혐오한다고 한 사람이 스스로 원해서 이런 비열한 수까지 써가며 그녀를 진국공부로 끌고 가려 했을 리가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범인은 온모가 맞는데 온모가 평소 자주 하던 행세와는 뭔가 다른 구석이 있었다.‘날 진국공부에 끌고 가서 괴롭히려고 한 것일까?’온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온자월을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시켜서 온 것이지?”여기산 온자월의 대답은 온사의 추측과 거의 맞아떨어졌다.“넷째가...”“온옥지가?!”막수 사태는 싸늘해진 어투로 그에게 물었다.“이 약을 그럼 그 놈에게서 받은 것이야?”“맞아.”확답을 들은 막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역시나 일가족이 역겨운 쥐새끼들이네.”“이렇게까지 해서 날 데려
Read more

제140화

온자월이 수월관으로 간지 벌써 이틀이나 지났다.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온옥지는 혹시나 온자월이 들킨 게 아닐까 걱정했다.만약에 들켰다면 이렇게 조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온옥지가 수월관으로 사람을 보내야 하나 고민할 무렵, 드디어 온자월이 돌아왔다.그가 돌아왔을 무렵에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라 온옥지는 잠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시종이 바깥에 대고 물었다.“누구십니까?”“나야.”침상에 누우려던 온옥지는 바로 동작을 멈추고 시종을 시켜 문을 열게 했다.“셋째 공자.”방 안으로 들어온 온자월이 시종에게 말했다.“넷째랑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넌 이만 나가보거라.”시종은 온옥지의 눈치를 살피다가 주인이 고개를 끄덕여서야 조심스럽게 방을 나갔다.“형님, 왜 이제야 돌아오셨습니까? 온사는요? 걔 데리고 안 왔어요?”침상에 걸터앉은 온옥지가 물었다.‘온옥지가 너에게 묻거든 이렇게만 대답해.’온자월의 눈이 잠시 초점이 나갔다가 곧이어 정상으로 돌아와서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대답했다.“그날 저녁에 수월관으로 갔더니 야행복을 입은 자랑 마주쳤어. 그자랑 싸우게 됐는데 놈이 도망가더라고. 그래서 쫓아갔는데 결국 놓쳐버렸어.”“야행복을 입은 자요? 원래 온사의 처소에 있던 자인가요? 아니면 형님처럼 온사에게 뭔가 하려고 찾아간 자일까요?”온옥지는 온자월의 수상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온자월이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나랑 같은 목적일 거야. 그런데 그 자가 온사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는 나도 몰라.”온옥지가 담담히 말했다.“온사 걔가 쌓은 업보가 워낙 많으니까요.”온자월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이상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그의 반응에 온옥지는 이상한 눈으로 그를 한번 쳐다보다가 말했다.“참, 형님. 아직 손을 쓴 게 아니라면 내가 준 약은 그대로 가져오셨겠죠?”온자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약병을 온옥지에게 건넸다.약병을 받은 온옥지가 말했다.“오늘은 시간도
Read more
PREV
1
...
1213141516
...
2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