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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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사태,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북진연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막수 사태는 두 손을 합장한 후, 아미타불을 읊은 뒤에 답했다.“섭정왕 전하께선 제 말의 의미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월관은 불가의 구역이지요. 이곳에 와서 출가한 아이들은 속세의 인연을 끊어버리고 내면을 깨끗이 비워야 하는 법입니다. 무우 또한 예외는 아니지요.”북진연이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사태의 말씀은 내가 무우의 수행을 방해한다는 말씀인지요?”막수 사태는 아무 대답 없이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무거운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를 감돌았다.그렇게 한참 뒤에 북진연이 말했다.“줄곧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의문이 있었지요. 아마 막수 사태께서도 아실 겁니다. 마침 사태께서도 계시니, 부디 제 의문을 풀어주시길 바랍니다.”막수 사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말씀해 보시지요, 전하.” “예전에 책에서 읽은 바로는 부처께선 인연이 닿은 자에게 깨달음을 주신다 하였습니다. 그럼 저 같은 사람도 부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북진연은 상시 검을 잡고 있었던 탓에 상처투성이가 된 손을 막수에게 내보였다.옷으로 가려진 몸의 상처처럼 그의 손도 흉하기 그지없었다.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그에게서 날카로운 분위기가 흘러나왔다.“사태께서는 불가에서 수련하려면 속세의 연을 끊고 내면을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고 하셨는데, 전 2년 저부터 귀에서 잡소리가 들려오며 밤마다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꿈 속은 피바다로 뒤덮인 지옥이이었어요. 전 한시도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없었어요. 제게 이런 고통을 주는 건 부처께서 저를 구원하고 깨우침을 주기를 거부한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제 업보인가요?”막수 사태가 눈을 살포시 감으며 말했다.“나무아미타불, 전하께선 나라를 위하여 전장에 나가 적군의 침략을 막는 과정에서 손에 피를 잔뜩 묻히셨지만, 수많은 백성을 살리고 그들에게 평화를 찾아주셨습니다. 대명 왕조의 태평성세 또한 이루셨죠. 선악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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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수월관에서의 수행은 매우 고된 일이었기에, 이런 좋은 과자는 평소에 먹어보지도 못하는 게 여승들이었다.막수 사태가 동의하자, 온사는 과자 봉지를 들고 사저들을 찾아갔다.그리고 그녀가 다시 돌아왔을 때 품에 반 봉지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온사는 잔뜩 들뜬 얼굴로 달려오다가 북진연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전하 몫을 남기는 걸 깜빡했네.’그녀의 생각을 읽은 북진연은 괜찮으니 어서 먹으라고 말을 하려다가 생각을 바꿔 묘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농을 걸었다.“이를 어쩌나. 얼마 안 남았군. 난 아직 한 조각도 못 먹었는데...”그 말을 들은 온사는 더욱 미안해졌다.섭정왕 전하께서 사온 과자를 너무 기뻐서 사저들에게만 나눠주고 보니, 정작 과자를 사다준 장본인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온사는 잔뜩 미안한 얼굴로 남은 반 봉지를 그에게 건네며 물었다.“조금 남았는데 이거라도 드실래요?”“당연한 거 아니오.”북진연은 살짝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과자 한조각을 꺼냈다.“난 단 걸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남은 건 사태가 다 드시오.”온사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북진연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장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웃으며 북진연에게 감사인사를 한 뒤,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어제 약재 종자를 좀 구하면서 재배 방법도 알아보았소. 사태의 정원이 하도 작으니, 심고 싶다면 뒷산에 심어도 되오. 이미 사람을 시켜 뒷산에다 약재를 재배할만한 곳을 확보하라고 했소. 냇가랑 가까워서 물을 주기에도 편하다 하오.”온사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제가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왜 사셨나요?”“그냥 나간 김에 산 거요.”북진연이 담담히 말했다.나간 김에 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뒷산에 약재를 심을 밭마저 갈아주었지만 말이다.온사가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해도 북진연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귀한 섭정왕 전하께서 하루가 멀다 하게 그녀를 위해 물건을 가져다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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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전에도 보답을 하겠다며 염불을 외워달라더니.’상황을 이해한 온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섭정왕 전하께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시며 위대한 전공을 세운 분이지요. 그런 분께서 지금 고통받고 계시니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온사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제가 경 읽는 소리가 전하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다면 그것도 저의 영광이지 않겠습니까.”대명 왕조가 지금의 태평성세가 있기까지 전신 섭정왕의 공로가 가장 컸다. 그런 공신이 도움을 원하는데 거절할 이유는 당연히 없었다.하물며 쉽게 들어줄 수 있는 요구 아닌가!그녀가 흔쾌히 응하자 북진연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앞으로 힘드시면 언제든 저를 찾아오세요. 절 위해 뭘 안 사오셔도 됩니다.”온사는 북진연이 전에 자신을 위해 자꾸 선물을 가져다준 것이 자신을 매수하려 한다고 생각했다.이제 진실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북진연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건 나중에 얘기하지.”정당한 이유가 생겼으니 북진연은 더 부지런하게 수월관을 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본디 사내가 함부로 침입하면 안 되는 곳이기에 혹시라도 자주 찾아가서 다른 사태들을 방해할까 봐 온사와는 매일 뒷산의 냇가에서 보기로 약속했다.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온사는 열심이 경문을 읊으며 약초를 심었고 북진연은 옆에서 그녀를 거들었다.막수 사태는 몇 번이나 찾아가서 확인해 본 후, 드디어 안심이 되었는지 더 이상 둘을 찾지 않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해꾼이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충용 후작 부인? 저 사람이 또 왜 왔을까요?”소식을 들은 온사는 미간을 찌푸렸다.항상 그녀를 싫어하고 배척하던 온아려였는데 그런 사람이 수월관까지 왜 찾아왔을까 싶었다. 좋은 일로 찾아온 건 아닐 것 같았다. 상대하기도 귀찮았기에 그녀는 사저에게 부탁해서 말을 전하게 했다.“무우는 최근 폐관 수행 중이라고 못 만난다고 전해주세요.”말을 마친 온사는 눈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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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하! 우리가 널 괴롭혔다고?”온아려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온사에게 비아냥거렸다.“온사, 억울한 척하지 마. 너 내 물건을 얼마나 훔쳐갔는지 네가 더 잘 알겠지. 굳이 내 입으로 다 까발려야겠어?”“두리뭉실하게 넘어가려 하지 마세요.”온사도 지지 않고 맞섰다.“제가 충용 후작가에서 물건을 훔쳤다고 생각되시면 사실적인 근거를 대시면 되잖습니까!”“좋아! 그래도 오라버니를 봐서 네 체면을 어느 정도는 살려주려고 했는데, 네가 수치를 모른다고 하니, 나도 더 이상 배려할 이유가 없지.”온아려는 신변의 시종에게 눈짓했다.그러자 시종이 앞으로 나서더니 온사와 사저들을 향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수월관의 주지 사태인 막수 사태께서 며칠 전 복명 성녀와 함께 충용 후작가로 와서 노부인을 뵈었지요. 그리고 두 분이 돌아가신 후로 부인의 창고에서 옥여설화고 세 병이 사라졌습니다.”온아려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날 너희를 제외하고 아무도 우리 충용 후작가에 들르지 않았어. 너희가 훔친 게 아니면 뭔데?”“옥여설화고? 그게 뭘까? 일반 설화고가 아닌가?”백성 중 한명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옆에 있던 사람이 바로 대답해 주었다.“옥여설화고는 황실에서만 쓰이는 약이야. 미용에 좋기도 하지만 상처 치료에도 아주 탁월하다니. 흉터 제거에도 기묘한 효과를 발휘하고!”“그렇게 좋다고? 우린 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지?”“당연히 좋겠지. 한 병에 금화 천냥이나 하는데!”“그리고 황실 전용이라고 했잖아. 우리 같은 백성들은 물론이고 권력 있고 돈 있는 가문이라고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폐하와 마마들이 하사해야 구경이라도 할 수 있다고.”“그럼 충용 후작 부인이 잃어버린 옥여설화고는 궁에서 하사한 거겠네?”“그러니 기세등등하게 찾아와서 따지겠지.”“하지만 복명 성녀님께선 이제 공주와 동급인데… 굳이 훔치실 필요가 있을까?”대부분 사람들은 온아려의 말을 믿은 반면, 일부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의문을 제기했다.하지만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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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분명 피를 나눈 고모인데도 이유 없이 자신을 싫어하는 모습에 온사는 치가 떨렸다.온씨 가문은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상처를 가장 크게 주는지 아는 것만 같았다.“넌 원래 악독하고 질투심에 눈이 멀은 속 좁은 애잖아!”온아려는 삿대질까지 해가며 욕설을 퍼부었다.“웃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오라버니들한테 무례를 저지르며, 더러운 수작으로 네 동생 온모까지 괴롭혔어. 너처럼 어미 없이 자라 교양 없는 계집애가 잘못된 길을 가는 게 뭐 그리 이상하다고!”“말 다했나요?”온사는 분노에 사무친듯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제가 어미 없이 자라서 교양이 없다고요?!”그녀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상대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그래요. 저 어미 없이 자라 교양 없어요. 그런데 어린 후배에게 그렇게 상처 후벼파는 말을 하는 충용 후작 부인 당신은 교양이 있는 사람인가요?”“닥쳐! 어디서 말대답이야!”벌떡 일어난 온아려는 또 온사의 신분을 잊고 곧바로 달려들어 온사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짝!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손은 온사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온사에게 팔목이 잡혔다. 곧이어 온사가 손을 들어 그녀의 귀뺨을 후려치고 말았다.짝!또 한번의 아찔한 소리와 함께 볼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에 온아려는 순간 당황했다.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악에 받쳐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온사! 이 막돼먹은 년! 감히 날 쳤어? 나 네 고모야!““아니요. 당신이 틀렸어요.”지금의 온사는 전처럼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어떤 욕이든 다 받아주던 나약한 아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온아려의 말을 끊었다.“난 당신의 조카딸이 아니에요! 당신이 함부로 욕하고 삿대질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그러고는 힘껏 온아려의 팔목을 비틀며 차갑게 경고했다.“충용 후작 부인, 신분을 똑바로 인지하세요. 여기가 어딘가요? 수월관은 충용 후작가가 아닙니다. 다시 성녀인 나에게 무례를 저지르고 폭력을 시도한다면 다음에는 귀뺨에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너!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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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온사에게 밀려난 온아려는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그래, 너 두고 봐! 네가 오늘 나한테 한 짓, 절대 이대로 안 넘어갈 테니까!”그렇게 기세등등하게 찾아왔던 온아려는 결국 너덜너덜해져서 돌아갔다.온사는 뒤돌아서 수월관으로 향했다.그러자 남은 관중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래서 복명 성녀가 충용 후작 부인의 옥여설화고를 훔친 게 맞아?”“그걸 몰라서 물어?! 너무 뻔하지 않아?”“충용 후작 부인은 그저 의심일 뿐이고 증거가 없잖아. 성녀께서도 당당해보여서 훔치신 것 같지는 않아.”“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충용 후작 부인의 의심도 일리는 있다고 봐. 성녀는 출가 전에 워낙 명성이 안 좋았잖아. 충용 후작 부인에게 보복하려고 그런 일을 했을 수도 있지!”“바보야? 성녀가 정말 훔쳤다면 폐하께 고발하겠다는 말까지 하겠어?”“그래서 고발을 안 했잖아. 일부러 허세 부리는 건지 누가 알겠어? 어쨌든 난 온사의 인품을 믿지 않아.”그렇게 수월관에서 돌아간 사람들의 입소문은 퍼지고 퍼져서 온 경성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었다.소식을 전해들은 온모는 웃음을 터뜨렸다.최소택이 선물한 옥여설화고 세 병이 이런 혼란을 야기했을 줄은 그녀도 전혀 몰랐다.그녀는 설화고를 손에 문지르며 비웃듯 중얼거렸다.“거봐, 진국공부에서의 호의호식을 거절하고 굳이 여승이 되겠다고 뛰쳐나가더니. 점점 우스운 꼴이 돼가고 있잖아.”고작 설화고를 훔쳤다고 이 야단이 나다니.‘소문이 진짜인지는 몰라도 이런 일을 만든 온사가 어리석은 거지.’그러자 옆에서 시중을 들던 시종이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역시 우리 막내 아가씨가 지혜롭다니까요. 온사 아가씨는 너무 어리석어서 아가씨랑 비교가 안 돼요.”온모는 기분 좋게 입꼬리를 올리며 시종에게 나무라듯 말했다.“아가씨는 무슨. 이제 진국공부에 온사 아가씨는 없어.”시종은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예, 아가씨 말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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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그 말로 인해 방 안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온모의 표정 또한 살짝 굳어졌다.그녀는 식탁 밑에서 안 보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굳이 이 좋은 분위기에서 온사 얘기를 꺼낸 온자신이 얄미워 죽을 것 같았다.분명 지난번에 온사 때문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오히려 그 사건 이후로 온자신은 더욱 더 온사를 신경 쓰는 것 같았다.‘저 자식은 바보인가? 굳이 싫다는 사람한테 왜 저렇게 집착해?’온자신의 옆에 있던 온장온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오늘이 1일이니까 온사 생일이 맞네요.”그러자 온장온은 속으로 죄책감이 몰려왔다.온자신이 갑자기 얘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온자월이 불쾌한듯 인상을 쓰며 말했다.“걔 얘기는 대체 왜 꺼내? 걔는 이제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야. 생일이든 아니든 우리랑 무슨 상관이라고.”온옥지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찻잔을 들었다.온장온은 싸늘하던 온사의 얼굴을 떠올리고 온권승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아버지, 비록 온사가 이제 우리 집안 사람은 아니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피를 나눠가진 동생인데 수월관으로 찾아가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그는 지난번 성인식 때 막내를 위해 생신연을 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러니 친동생인 온사에게도 무엇인가 성의 표시는 해줘야 할 것 같았다.온권승은 무표정한 얼굴로 장남을 바라보았다.기대에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장남과 차남을 보자 그는 거절의 말이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아무리 그래도 온사와 같은 배에서 나온 친남매이기에, 너무 매정하게 굴면 앞으로 아들들이 아버지인 자신에게 불만을 품을 수도 있었다.온권승은 인상을 찌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다. 내 궁에 들어가서 폐하께 청을 올려보마.”지난번 온자신이 수월관에 침입해서 사고를 친 이후로 진국공부 사람들은 온모까지 포함해서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그래서 오늘 온사를 보러 가려고 해도 황제의 동의가 무조건 필요했다.온장온과 온자신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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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그는 큰 형님과 둘째 형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요즘따라 두 사람은 온사를 유난히 신경 쓰고 있었다.분명 전에는 온사에 대해 관심도 없었던 큰 형님이고 둘째 형인 온자신은 온사에게 무력까지 행사했던 사람들이었는데, 대체 왜 갑자기 변한 것일까?‘온사가 무슨 수를 쓴 게 분명해. 그래서 형님들이 걔가 전에 얼마나 악랄한 애였는지 잊은 거야!’“셋째 오라버니, 그런 말하지 마세요. 온사 언니가 그 말을 들으면 속상하겠어요.”같이 밖으로 나온 온모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온자월이 아직 그녀의 손아귀 안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겉보기에 음침하고 변덕스러운 소년이기도 하면서, 형제들 중에 가장 고집이 센 사람이기도 했다.그는 온사가 악랄하고 야비한 인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권유가 통하지 않았다.그래서 온자월을 이용해 온사를 공격하기가 가장 쉬웠다.“걔가 지금 내 말을 들을 수도 없지만 내 앞에 있다고 해도 난 그렇게 말했을 거야.”온자월이 무표정한 얼굴로 짜증스럽게 말했다.“이 모든 건 걔가 자초한 거니까.”온모가 씩씩거리며 떠나는 온자월의 뒷모습을 감상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온옥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막내야, 넌 진심으로 아버지와 형님들이 수월관으로 가서 온사의 생일을 축하해 주길 바라니?”온모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그녀가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온옥지가 말을 이었다.“네가 가기 싫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온모는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겉으로는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 마세요, 넷째 오라버니. 저 괜찮아요. 큰 오라버니와 둘째 오라버니를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저는 아무래도 괜찮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온옥지는 온모가 참으로 순수하지만 강한 아이라고 착각하며 한숨을 쉬고 말했다.“네가 정말 힘들면 언제든 나한테 말해. 오라버니가 다 해결해 줄게.”온모는 빨갛게 달아오른 눈동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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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뭐라고요?”북진연은 불쾌한듯 인상을 찌푸렸다.“전에 진국공가 성인식이 무우 사태의 생일 아니었던가요?”“삼촌도 황당하죠?”어린 황제가 착잡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짐도 복명 성녀의 생일이 오늘이었다는 걸 방금 알았습니다. 아마 진국공도 오늘에야 떠올랐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오후가 돼서야 짐에게 허락을 구하러 왔었던 게지요.”란 고모가 돌아간 후로 진국공가의 상황은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진국공가는 대외적으로 온모를 은인의 딸로 공표하고 양녀로 들였지만 황제가 그 진실을 캐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어린 황제와 그의 측근들은 온모가 온권승의 사생아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그것만 해도 황당한데 진국공이 사생아를 위해 더 황당한 일을 저지르고 다닐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진국공가의 적녀가 자신의 생일에 성인식을 치르지 못하고 사생아의 들러리가 되어야만 하는 이런 황당한 경우가 대체 어디 있을까.북진연이 물었다.“무슨 허락을 받으러 왔답니까?”어린 황제가 답했다.“비록 연을 끊긴 했지만 아들들이 여동생을 그리워해, 수월관으로 가서 복명 성녀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다고 하더군요.”그러자 북진연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전에 무우 사태를 대하던 태도를 보면 진심으로 축하해 줄 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어린 황제는 어깨를 으쓱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어쨌거나 그쪽에서 혈연의 정을 내세워서 말하는데 불허할 수도 없었습니다.”북진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수월관에 가봐야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정리를 마친 상소문을 어린 황제에게 건넸다.어린 황제는 그의 유별난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다.“아무 일 없지 않을까요?”“온씨 가문 인간들 중에 제대로 된 인간이 없습니다. 전에 수월관에 가서 무우 사태를 때려 중상을 입혔는데 이번에는 그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릅니다.”몸싸움이 없더라도 말로 온사를 모욕할 것이 분명했다.이미 다급해진 북진연은 서둘러 예를 취하고 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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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온사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았던 온자월은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어, 얼굴이 음침하게 변했다.“뭐야, 출가하고 여승이 되더니 이제는 벙어리가 된 거야?!”“셋째야.”온장온이 낮게 온자월을 나무라며 경고를 주었다.온자신은 약초 밭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온사를 멍하지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온사의 냉랭한 반응에 분노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셋째가 옛날의 그처럼 변하고 있었다.온자신은 잠깐의 침묵 후에 물통을 하나 들고 온사에게 다가갔다.“내가 도와줄게.”“필요 없습니다.”드디어 처음으로 입을 연 온사였지만, 거절의 말이 흘러나왔다.힘들게 몸을 일으킨 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온씨 일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소인의 처소는 좁고 더러우니 귀하신 분들을 대접할 공간이 없습니다.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주시지요.”하지만 온자신은 거절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집요하게 물통을 들고 온사가 했던 것처럼 약초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온사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녀가 온자신에게 뭐라고 하려던 순간, 옆에 있던 온장온이 입을 열었다.“온사야, 이러지 마. 우린 네 생일을 축하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너 혹시 오늘이 생일인 것도 잊고 있었던 거야?!”온장온은 제딴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온사에게 말했다.“언니, 우린 정말 언니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 온 거야. 아버지께서 일부러 폐하를 알현하고 허락을 구하셨어. 그래서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수월관으로 올 수 있었던 거야.”온모는 일부러 우리 가족이라는 말에 더욱 힘을 주었다.“가족?”온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온장온이 다급히 말했다.“그런 게 아니야. 막내의 말은 그게 아니라….”“아니요. 쟤 말이 맞습니다.”온사는 주저없이 그의 말을 끊고 싸늘하게 말했다.“여러분이 가족인 건 사실이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묻고 싶은 건 왜 굳이 일가족이 타인인 저의 생일을 챙겨준다고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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