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265 챕터

제81화

“미안하다, 온사야. 내가 미안해. 오라비가 몹쓸 짓을 했어! 흑….”온자신은 계속해서 사과를 하다가, 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통곡을 터뜨렸다.그를 둘러싼 사태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눈치를 살폈다.상대가 눈물까지 보일 줄은 그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사태들은 분분히 고개를 돌려 막수 사태를 바라보았다.막수가 담담히 눈짓하자 사태들은 방망이를 내려놓고 막수 사태의 등 뒤로 가서 섰다.“사과는 들었으니 제가 무우에게 전하겠습니다.”온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구슬피 울고 있지만 막수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그는 싸늘하게 말을 마친 후에 사람을 시켜 문을 닫게 했다. 홀로 남은 온자신은 그 자리에서 계속 울었다.온자월은 그런 둘째 형이 너무 창피해서 다가가 온자신을 걷어찼다.“형님, 이렇게까지 울 일은 아니지 않아?”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며 다시 물었다.“그렇게 온사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지만 온자신은 계속 울기만 할 뿐, 온자월의 말엔 대답도 하지 않았다.옆에서 지켜보는 온모는 분노에 이가 갈렸다.‘이 멍청이가 진심이었어? 그냥 미친 건가?’자신이 온사에게 무력을 행사해 다치게 만들고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후회한다는 꼴이라니.온모는 자신이 온사라도 이런 멍청이는 용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길게 심호흡하고는 혐오스러움을 감추며 다가가서 온자신을 달랬다.“둘째 오라버니, 그만 울어요. 지금 여기서 울고 있어도 아무 소용없잖아요. 제가 보기에 언니는 오라버니가 온 줄도 모를 수 있어요. 언니의 마음을 돌리고 싶으면 돌아가서 다시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가장 중요한 건 그가 여기서 울고 있으니 창피해 죽겠다는 것이었다.순진하고 선량한 여동생의 형상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진작에 이 멍청이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막내 하는 말 들었지? 사과를 마쳤으면 빨리 돌아가자. 할 얘기 있으면 나중에 하고. 지금 아버지랑 큰 형님 그리고 넷째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동안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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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되었다. 네가 그렇게 싫다면 앞으로는 얘기 안 하마.”막수는 온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숙제 검사까지 마친 후에 말했다.“참. 근래 나랑 하산해야 할 일이 있다.”“예?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기운 없던 온사는 그 말을 듣자 눈을 반짝 빛냈다.“당연하지.”막수 사태는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산 아래에 내 환자가 한 명 있는데 하산해서 치료를 해주어야 해.”잠시 머뭇거리던 막수가 말을 이었다.“그런데 상대의 신분이 너한테 좀 곤란할 수도 있겠구나.”“누구인데요?”온사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충용 후작가의 노부인이시다.”그 말을 들은 온사는 왜 막수가 머뭇거렸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충용 후작가의 노부인이면 그녀의 전 약혼자 최소택의 할머니였다.하지만 온사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분이셨군요. 괜찮아요, 사부님. 저와 충용 후작가는 이미 혼약을 해지했고 최소택을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니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어요.”“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안심이구나.”안 그래도 이 일로 걱정이 많았던 막수였다.전에 알아본 바로 온사와 최소택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우애가 아주 깊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최소택은 온사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충용 후작가의 노부인이 오래 전에 막수에게 은혜를 베푼 일이 있지 않았다면 그 요청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온사는 안도하는 스승의 모습에 웃으며 말했다.“설마 이 일로 오래 고민하신 건 아니지요?”“오래 고민했지.”그러자 막수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것 봐.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안색도 안 좋아졌어.”오늘 하루 종일 시무룩해 있는 온사를 위해 기분전환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면 이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온사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사부.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인걸요.”“그리고 사부께서 그리 가르치셨잖아요. 출가인은 욕망을 끊어야 한다고요. 연정도 그 중 하나에 속하지요.”온사는 두 손을 합장하고 아미타불을 외웠다.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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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온사는 후작 부인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원래부터 그녀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던 고모이기도 했다.전에는 원래 그런 성격이려니 했는데 온모가 가문에 들어온 후로부터는 온아려가 극진히 챙기는 모습을 보고 고모는 단순히 자신을 안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온아려가 자신을 불렀음에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온아려는 요지부동으로 가만히 있는 그녀를 보고 불쾌한 표정으로 다가갔다.“이 계집애가 뭘 멍 때리고 있어? 고모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여전히 예의가 없구나.”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뻗어 온사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당장 일어나. 웃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도리 몰라?”“시주.”막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길을 내치고 싸늘하게 말했다.“제 제자에게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온아려 막수를 그저 나이 든 여승으로만 생각했다.“온사야, 출가해서 드디어 의지할 사람을 찾았니? 늙은 여승이나 데리고 와서 의기양양한 꼴이라니. 설마 너 성녀가 됐다고 우리가 널 두려워할 거라 생각하는 거 아니지?”“우리 소택이는 절대 너 같은 애와 혼인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출가인이든 성녀든 앞으로 우리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고 소택이한테서 멀리 떨어져!”“후작 부인!”막수의 얼굴에 짙은 분노가 피어났다. 그녀는 온사를 뒤에 감추고 싸늘한 눈빛으로 온아려를 노려보며 말했다.“말은 똑바로 해야죠. 저희는 노부인의 초대를 받고 진료를 보러 온 것입니다. 그러니 이상한 망상에 젖어 무례한 발언하지 마십시오.”온아려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진료를 봐? 여자 땡중들이 무슨 진료를 본다고. 너희들….”“에미야, 당장 그 입 안 다물어?”온아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침상에 누운 노부인이 입을 열었다.노인은 굳은 얼굴로 온아려에게 호통치고는 말했다.“막수 사태와 이 어린 승려분은 내 손님이다. 계속 내 손님들에게 무례를 범한다면 아무리 너라도 용서 못해.”“어머님, 저 사람들은….”“당장 안 나가?”더 이상 그녀의 말이 듣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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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지난번 명절 때 한번 뵙고 몇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노부인은 원래는 손주며느리였어야 할 아이를 다시 마주하니 마음이 착잡했다.온사는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다.그래서 밖에서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막수에게 말했다.막수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바로 돌아와서 나를 찾거라.”그 말인 즉 후작가에서 온사를 괴롭히기라도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미였다.온사는 노부인의 오색한 표정을 힐끗 보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그녀 역시 어색한 상황이기에 어디 멀리 나갈 생각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입구에 서서 멍하니 정원 풍경을 바라보았다.그녀가 그렇게 잠시 따분함을 느끼고 있을 때, 온아려는 분을 참지 못하고 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그녀의 목적은 온사와 마주치지 않게 오늘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오지 말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온사가 집에 왔다는 소리를 들은 최소택은 사람을 보내 국공부에 서신을 전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노부인의 처소에 들자 밖에서 멍 때리고 있는 온사가 보였다.출가한 후 법복을 입은 온사의 모습은 그 역시 처음이었다.그는 청색의 법복을 입은 소녀를 보고 순간 멈칫하고 걸음을 멈추었다.자신의 전 약혼녀가 아름다운 용모를 가졌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여자복이 넘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했지만 그는 외모만 따지는 속물이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여인은 온모처럼 마음이 선량한 여인이었다.그는 내적 아름다움만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여겼고, 그런 여자만이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온사처럼 겉모습만 화려하고 속은 시커먼 여인은 자신을 진심으로 연모하는 마음도 없었더라면 절대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최소택은 그런 생각을 하며 가볍게 기침을 했다. 그러자 온사가 화들짝 놀란 것을 보고는 느긋하게 다가갔다.“네가 왜 여기 있어? 일부러 나 보려고 온 거니?”최소택은 고고하게 턱을 치켜들고 온사에게 물었다.온사는 그를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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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그 순간 최소택의 표정이 굳어졌다.“온사,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못 알아듣겠어?!”온사가 짜증스럽게 말했다.“나한테서 멀리 꺼지라는 소리야. 자꾸 귀찮게 하지 말라고.”그러자 자존심이 상한 최소택이 이를 갈았다.“지금 나한테 꺼지라고 했어? 온사야, 지금 나랑 밀고 당기기를 시전하는 거니?”“누가 너한테 그런 짓을 한대?”그녀는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최소택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게 아니면 뭐야? 전에는 그렇게 나한테 매달리더니 지금 나한테 꺼지라고? 그런 걸 밀고 당기기라고 하는 거야.”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냉소를 지으며 네 속을 내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온사를 바라보았다.“다른 사내들한테는 그런 수법이 통할지 몰라도 나한테는 안 통해. 정실의 자리는 온모여야만 해. 그러니 앞으로 그딴 역겨운 수작 나한테 부리지 마. 안 그럼 첩실의 자리도 안 남겨줄 테니까!”“역겨운 건 너야.”최소택은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인간이었다.게다가 자기애가 과한 듯했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최소택은 그녀가 자신을 유혹한다고 해석했다.그래서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뒤돌아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최소택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잠깐, 어딜 가려고?”온사는 힘껏 그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최소택은 손아귀에 힘을 더욱 꽉 주었다.분노가 치민 그녀가 말했다.“사부한테 가는데 그것도 막으려고?”“안 돼.”최소택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내가 그랬지. 내 첩실이 되려면 먼저 속세로 돌아오라고. 그러니 그 사부라는 사람한테 갈 필요 없어.”온사는 눈을 감고 길게 심호흡한 뒤에 차갑게 말했다.“나도 그랬지. 첩실이든 정실이든 네 사람이 되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이만 나 좀 놔주면 안 될까?”그녀는 충분히 입장을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최소택은 말을 듣지 않았다.“홧김에 하는 말인 거 알아. 가자. 국공부 사람들이 너 데리러 오고 있어. 나랑 같이 집에 돌아가자.”온사의 얼굴이 급변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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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퍽!이번에 온사는 귀뺨이 아닌 주먹을 날리고는, 최소택의 멱살을 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다시 정실이며 첩실 소리를 내 앞에서 꺼내면 네 뒤에 있는 사람 시켜서 거세해 버리겠어!”최소택은 순간 아랫도리가 싸늘해졌다.그는 경악한 표정을 하고 온사를 노려보았다.그러자 온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추월, 이자를 끌고 가서 한바탕 패줘. 머리가 정상이 될 때까지 패!”그녀는 자기애가 강한 최소택 같은 인간이 언제까지 버틸지 궁금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최소택은 더욱 완강했다.추월은 그의 입을 틀어막고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가서 그를 실컷 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온사,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니야! 정도껏 해!”혹독한 매를 맞은 최소택은 입을 열자마자 불평을 늘어놓았다.“내가 너한테 관대하다고 감히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해? 측실의 자리는 꿈도 꾸지 마! 너 같이 악랄한 여자는 첩으로 들여도….”짝!온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걸레를 최소택의 입에 물리고 싸늘하게 말했다.“더 패야겠네.”추월은 곧바로 그를 끌고 나갔다.충용 후작가의 세자가 자신의 저택 구석에서 맞고 있는데도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렇게 최소택이 결국 고통에 눈물까지 흘리고 나서야 온사는 추월을 멈추게 했다.그녀는 한심하다는 듯이 시선을 거두고 추월에게 말했다.“기절시켜서 아무데나 버려.”그녀는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더 이상 이 멍청이를 상대하고 싶지 않으니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게 최선이었다.추월이 최소택을 해결한 후, 온사는 노부인의 방으로 돌아갔다.들어가 봤더니 노부인은 잠들어 있었고 곁을 지키는 어멈도 졸고 있었고, 막수 사태만 옆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소리를 들은 막수는 담담한 어조로 온사에게 물었다.“해결했어?”온사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사부님, 이 사람들은….”막수가 담담히 말했다.“앞으로 사람을 때릴 땐 소리를 좀 줄여. 남이 들으면 어쩌려고.”온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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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온사는 주저없이 뒤돌아서 막수를 끌고 뒷문으로 향했다.이때, 떠나려는 그녀를 본 온자신이 마차가 서기도 전에 뛰어내려서 막았다.“둘째 도련님, 부상을 조심하셔야죠!”하지만 온자신은 그러거나 말거나 다급히 온사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온사야, 가지 마!”“이거 놓으세요!”온사는 고개를 돌려 분노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그래, 그래. 놓을게. 네가 안 간다고 약속만 하면 오라비가 다신 건들지 않을게.”온사의 분노한 시선을 마주한 온자신은 다급히 손을 내렸다.“날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온사가 싸늘하게 말했다.“저는 수월관 여승이지, 공자께서 말하는 온사가 아닙니다.”온자신은 목구멍이 꽉 막히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졌다.“온사야, 그렇게 말하지 마….’“형님!”온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뒤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바로 온모와 온자월이었다!“형님, 아버지께서 했던 말씀 절대 잊지 마.”온자월은 들어오자마자 온사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온자신은 굳은 표정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온자월에게 말했다.“셋째야! 쟤 온사야, 우리의 여동생이라고! 친동생한데 꼭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야겠어?”“이제는 아니지.”온자신에 비해 온자월의 태도는 매우 냉담했다.“지금 저 사람은 수월관 여승이지, 국공부의 온사가 아니야. 그러니 우리의 동생도 아니지.”“셋째 오라버니, 그런 말하지 마세요. 언니가 들으면 얼마나 상심이 크겠어요?”온모는 정말 걱정하는 척, 온사를 바라봤다.온자월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상심? 그건 자업자득이라고 해.”순간 온사는 가슴이 찔린 것처럼 통증이 느껴졌다.하지만 표정으로는 아무런 동요 없이 시선을 내릴 뿐이었다.그랬다.그녀가 원하는 게 이런 거였다. 그러니 절대 후회는 없을 것이다. 국공부에는 그녀가 미련을 둘만한 것이 이제 없다.“셋째야!”온자신은 온자월의 멱살을 잡고 분노해서 말했다.“그런 말은 나중에 하면 되잖아? 굳이 사람들 앞에서 온사한테 그런 말을 해야겠어?”충용 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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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온아려는 피식 웃고는 온사를 바라보며 물었다.“설마 저 계집애랑 관련된 일이니?”온자신과 온자월 두 형제는 여전히 의견이 갈렸다.“형님, 아버지께서 전하라고 하신 말씀이니 언젠가는 꼭 해야 해. 그리고 고모가 남도 아니고, 여기서 얘기하는 게 밖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나을 텐데?”온자월이 담담히 말했다.“온자월, 그 입 다물어!”하지만 온자신은 여전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여기서 말하거나 밖에 사람들 있는 곳에서 말하거나 선택하라는 온자월의 압박이었다.온사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막수가 먼저 나섰다.“나무아미타불, 할 얘기 있으면 바로 하시죠. 더 할 얘기 없으면 저는 제자 데리고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온사를 이끌고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그들이 떠나는 걸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잠깐,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온아려는 일부러 다가가서 두 사람을 막고는 경멸에 찬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온사야, 그래도 한때는 온씨 가문 사람이었는데 네 아버지가 너에게 할 말이 있다잖니. 그걸 안 듣고 가? 넌 옛정이라는 것도 없어?”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온사는 결국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후작 부인께서 옛정 얘기를 꺼내셨으니 저도 묻고 싶은 게 있군요. 전에 부인께서 내 어머니께 애걸복걸해서 겨우 충용 후작가에 시집을 오셨는데 이것도 옛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그 말을 들은 온아려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예전에 진국공부는 지금처럼 큰 힘이 없었으며, 실권도 없는 허울뿐이었다.교활하고 지략이 뛰어난 온권승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천천히 위로 올라가야 성공했다.그래서 온씨 가문은 란씨 가문을 찾아 정략혼인을 제안하고 한배를 타기로 한 것이었다.온권승이 란자군과 혼인하자 란씨 가문은 국공부를 도와 선황의 신임을 얻고 드디어 온권승은 대권을 쥐게 되었다.그때의 온권승은 중년이 되기도 전에 조정에서 발언권이 생겼다.권력의 맛을 본 그는 당연히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었기에 인맥을 넓히기로 했고, 그 중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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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듣고 있던 사람들도 화들짝 놀랐다.그들은 온사와 분노한 온아려를 번갈아보며 누구 말이 사실인지 궁금해했다.온자신과 온자월 또한 마찬가지였다. 온사의 어머니는 그들에게도 어머니였으니 말이다.란자군이 누구에게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머니께서 한 번도 꺼낸 적 없는 일을 온사가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이 일을 알게 된 건 전생에 그녀가 온모 때문에 집에서 또 서러운 일을 당한 후에 몰라 어머니의 방을 찾았을 때 일기장을 발견하고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온사는 거기서 온씨 가문과 란씨 가문이 어머니를 압박하여 온아려를 위해 중매를 서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인 온권승의 비밀마저 알게 되었다.그 순간 그녀는 왜 아버지가 온모를 집에 데려오고 왜 더 이상 자신을 예뻐하지 않게 된 건지 이유를 알게 됐다.온사는 주먹을 꽉 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부인께서 못 믿으시겠다면 후작 나리를 불러서 물어보면 알 게 아닙니까?”온아려가 진실을 모를 리 없었다.그녀의 표정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어미 죽을 때 같이 죽을 것이지! 이런 사고뭉치가 대체 왜 살아남아서 날 괴롭히는 거야!’“어디서 어른한테 말대답이야? 맞고 싶어?!”앞으로 성큼 다가선 온아려가 온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막수는 바로 온사를 뒤로 잡아당기며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온자신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짝!온아려의 귀뺨은 결국 온자신의 얼굴에 맞았다.온아려는 물론이고 온사마저 흠칫했다.온자신이 자신을 위해 매를 막아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아려는 당황한 듯 이내 손을 내리며 말했다.“자신아, 고모는 널 때리려던 게 아니었는데 왜 막아서고 그래?”얼굴이 뻘겋게 부은 온자신은 이를 갈며 말했다.“고모! 고모가 때리려던 애가 제 동생이잖아요!”온사는 고개를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저는 시주의 동생이 아닙니다.”“들었니? 동생이 아니라잖아!”“동생 맞아요!”온자신은 온아려의 권유에도 집요하게 온사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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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그녀는 당장 자신의 승리를 선포하고 싶었다.온자신이 온모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렇게 사려 깊은 동생이 또 있을까.’하지만 또 온사만 생각하면 가슴이 쓰려왔다.온자신은 싸늘한 눈을 하고 있는 온사를 바라보고 실망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그러자 온모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언니, 비록 아버지께서 언니의 이름을 족보에서 지웠지만 언니가 전에 너무 실망스러운 일을 많이 해서 앞으로 가문에 해가 되는 일을 또 할까 봐 이번에 우리에게 한마디만 전하라고 했어.”“아버지께서는 앞으로 언니가 더 이상 온씨 가문의 이름으로 일을 행하지 말 것이며, 온씨 성을 쓰지도 말고 다른 성으로 개명하라고 하셨어. 무슨 성을 따르든 신경 안 쓰시겠대.”온사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게 식었다.아버지가 매정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이제 네 뜻대로 됐지?”온아려가 속 시원하다는 얼굴로 말했다.“넌 이제 온사가 아니니 정말 여승이 되었네.”말을 전한 온모도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였다.‘봐. 넌 이제 끝났어.’“그래요. 제 뜻대로 되었네요.”온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래, 바라던 바야.’전생에는 그 고생을 겪고도 가문에서 쫓겨난 게 다였지만, 이번에는 아예 성까지 빼앗겼으니 말이다. 어차피 연을 끊기로 했으니 그녀도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난 동의 못해!”“저 동의 못합니다.”바로 그때,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한 명은 헐레벌떡 달려온 최소택이었고 한 명은 온사의 옆에 선 막수 사태였다.“진국공의 명을 여승이 무슨 자격으로 간섭해?”온아려는 처음부터 막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감히 끼어들기까지 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막수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씨 가문은 과거 난씨 가문에 한 약속을 완전히 잊고 의리를 저버리려나 보군요.”“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경고하는데 우리 진국공부에서 하는 일은 너랑 아무 상관이 없어. 아무데나 끼어들지 마.”온아려는 눈에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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