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7화

Author: 이제리
온사는 주저없이 뒤돌아서 막수를 끌고 뒷문으로 향했다.

이때, 떠나려는 그녀를 본 온자신이 마차가 서기도 전에 뛰어내려서 막았다.

“둘째 도련님, 부상을 조심하셔야죠!”

하지만 온자신은 그러거나 말거나 다급히 온사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온사야, 가지 마!”

“이거 놓으세요!”

온사는 고개를 돌려 분노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래, 그래. 놓을게. 네가 안 간다고 약속만 하면 오라비가 다신 건들지 않을게.”

온사의 분노한 시선을 마주한 온자신은 다급히 손을 내렸다.

“날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온사가 싸늘하게 말했다.

“저는 수월관 여승이지, 공자께서 말하는 온사가 아닙니다.”

온자신은 목구멍이 꽉 막히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졌다.

“온사야, 그렇게 말하지 마….’

“형님!”

온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뒤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온모와 온자월이었다!

“형님, 아버지께서 했던 말씀 절대 잊지 마.”

온자월은 들어오자마자 온사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온자신은 굳은 표정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온자월에게 말했다.

“셋째야! 쟤 온사야, 우리의 여동생이라고! 친동생한데 꼭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야겠어?”

“이제는 아니지.”

온자신에 비해 온자월의 태도는 매우 냉담했다.

“지금 저 사람은 수월관 여승이지, 국공부의 온사가 아니야. 그러니 우리의 동생도 아니지.”

“셋째 오라버니, 그런 말하지 마세요. 언니가 들으면 얼마나 상심이 크겠어요?”

온모는 정말 걱정하는 척, 온사를 바라봤다.

온자월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심? 그건 자업자득이라고 해.”

순간 온사는 가슴이 찔린 것처럼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표정으로는 아무런 동요 없이 시선을 내릴 뿐이었다.

그랬다.

그녀가 원하는 게 이런 거였다. 그러니 절대 후회는 없을 것이다.

국공부에는 그녀가 미련을 둘만한 것이 이제 없다.

“셋째야!”

온자신은 온자월의 멱살을 잡고 분노해서 말했다.

“그런 말은 나중에 하면 되잖아? 굳이 사람들 앞에서 온사한테 그런 말을 해야겠어?”

충용 후작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88화

    온아려는 피식 웃고는 온사를 바라보며 물었다.“설마 저 계집애랑 관련된 일이니?”온자신과 온자월 두 형제는 여전히 의견이 갈렸다.“형님, 아버지께서 전하라고 하신 말씀이니 언젠가는 꼭 해야 해. 그리고 고모가 남도 아니고, 여기서 얘기하는 게 밖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나을 텐데?”온자월이 담담히 말했다.“온자월, 그 입 다물어!”하지만 온자신은 여전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여기서 말하거나 밖에 사람들 있는 곳에서 말하거나 선택하라는 온자월의 압박이었다.온사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막수가 먼저 나섰다.“나무아미타불, 할 얘기 있으면 바로 하시죠. 더 할 얘기 없으면 저는 제자 데리고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온사를 이끌고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그들이 떠나는 걸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잠깐,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온아려는 일부러 다가가서 두 사람을 막고는 경멸에 찬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온사야, 그래도 한때는 온씨 가문 사람이었는데 네 아버지가 너에게 할 말이 있다잖니. 그걸 안 듣고 가? 넌 옛정이라는 것도 없어?”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온사는 결국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후작 부인께서 옛정 얘기를 꺼내셨으니 저도 묻고 싶은 게 있군요. 전에 부인께서 내 어머니께 애걸복걸해서 겨우 충용 후작가에 시집을 오셨는데 이것도 옛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그 말을 들은 온아려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예전에 진국공부는 지금처럼 큰 힘이 없었으며, 실권도 없는 허울뿐이었다.교활하고 지략이 뛰어난 온권승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천천히 위로 올라가야 성공했다.그래서 온씨 가문은 란씨 가문을 찾아 정략혼인을 제안하고 한배를 타기로 한 것이었다.온권승이 란자군과 혼인하자 란씨 가문은 국공부를 도와 선황의 신임을 얻고 드디어 온권승은 대권을 쥐게 되었다.그때의 온권승은 중년이 되기도 전에 조정에서 발언권이 생겼다.권력의 맛을 본 그는 당연히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었기에 인맥을 넓히기로 했고, 그 중에는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89화

    듣고 있던 사람들도 화들짝 놀랐다.그들은 온사와 분노한 온아려를 번갈아보며 누구 말이 사실인지 궁금해했다.온자신과 온자월 또한 마찬가지였다. 온사의 어머니는 그들에게도 어머니였으니 말이다.란자군이 누구에게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머니께서 한 번도 꺼낸 적 없는 일을 온사가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이 일을 알게 된 건 전생에 그녀가 온모 때문에 집에서 또 서러운 일을 당한 후에 몰라 어머니의 방을 찾았을 때 일기장을 발견하고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온사는 거기서 온씨 가문과 란씨 가문이 어머니를 압박하여 온아려를 위해 중매를 서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인 온권승의 비밀마저 알게 되었다.그 순간 그녀는 왜 아버지가 온모를 집에 데려오고 왜 더 이상 자신을 예뻐하지 않게 된 건지 이유를 알게 됐다.온사는 주먹을 꽉 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부인께서 못 믿으시겠다면 후작 나리를 불러서 물어보면 알 게 아닙니까?”온아려가 진실을 모를 리 없었다.그녀의 표정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어미 죽을 때 같이 죽을 것이지! 이런 사고뭉치가 대체 왜 살아남아서 날 괴롭히는 거야!’“어디서 어른한테 말대답이야? 맞고 싶어?!”앞으로 성큼 다가선 온아려가 온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막수는 바로 온사를 뒤로 잡아당기며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온자신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짝!온아려의 귀뺨은 결국 온자신의 얼굴에 맞았다.온아려는 물론이고 온사마저 흠칫했다.온자신이 자신을 위해 매를 막아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아려는 당황한 듯 이내 손을 내리며 말했다.“자신아, 고모는 널 때리려던 게 아니었는데 왜 막아서고 그래?”얼굴이 뻘겋게 부은 온자신은 이를 갈며 말했다.“고모! 고모가 때리려던 애가 제 동생이잖아요!”온사는 고개를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저는 시주의 동생이 아닙니다.”“들었니? 동생이 아니라잖아!”“동생 맞아요!”온자신은 온아려의 권유에도 집요하게 온사를 바라보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0화

    그녀는 당장 자신의 승리를 선포하고 싶었다.온자신이 온모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렇게 사려 깊은 동생이 또 있을까.’하지만 또 온사만 생각하면 가슴이 쓰려왔다.온자신은 싸늘한 눈을 하고 있는 온사를 바라보고 실망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그러자 온모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언니, 비록 아버지께서 언니의 이름을 족보에서 지웠지만 언니가 전에 너무 실망스러운 일을 많이 해서 앞으로 가문에 해가 되는 일을 또 할까 봐 이번에 우리에게 한마디만 전하라고 했어.”“아버지께서는 앞으로 언니가 더 이상 온씨 가문의 이름으로 일을 행하지 말 것이며, 온씨 성을 쓰지도 말고 다른 성으로 개명하라고 하셨어. 무슨 성을 따르든 신경 안 쓰시겠대.”온사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게 식었다.아버지가 매정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이제 네 뜻대로 됐지?”온아려가 속 시원하다는 얼굴로 말했다.“넌 이제 온사가 아니니 정말 여승이 되었네.”말을 전한 온모도 의기양양한 눈빛을 보였다.‘봐. 넌 이제 끝났어.’“그래요. 제 뜻대로 되었네요.”온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래, 바라던 바야.’전생에는 그 고생을 겪고도 가문에서 쫓겨난 게 다였지만, 이번에는 아예 성까지 빼앗겼으니 말이다. 어차피 연을 끊기로 했으니 그녀도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난 동의 못해!”“저 동의 못합니다.”바로 그때,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한 명은 헐레벌떡 달려온 최소택이었고 한 명은 온사의 옆에 선 막수 사태였다.“진국공의 명을 여승이 무슨 자격으로 간섭해?”온아려는 처음부터 막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감히 끼어들기까지 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막수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씨 가문은 과거 난씨 가문에 한 약속을 완전히 잊고 의리를 저버리려나 보군요.”“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경고하는데 우리 진국공부에서 하는 일은 너랑 아무 상관이 없어. 아무데나 끼어들지 마.”온아려는 눈에 힘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1화

    온모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소택 오라버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 망나니가! 정말 온사 저년에게 측실의 자리를 주려고? 그냥 미친 건가? 저번에 그렇게 당하고도!’분명 자신만 좋아하고 자신 외에 다른 여자를 들이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욕심에 눈이 멀어 다 가지려고 하고 있다니!“그래, 아들.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온모와 혼인하기로 했으면 온사를 집으로 들여선 안 되는 거야. 내가 허락해도 네 외삼촌께서는 절대 허락 안 하실 거야.”온아려도 다가가서 아들을 말렸다. 그런데 손길이 닿자마자 최소택이 신음을 흘렸다.“잠깐, 아들. 너 다리가 왜 그래? 누가 너 때렸어?”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챈 온아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그쳐 물었지만, 최소택은 짜증스럽게 어머니를 밀칠 뿐이었다.“어머니, 상관하지 마시고 일단 비켜요. 아직 온사랑 얘기 안 끝났단 말이에요.”온사는 길게 심호흡했다.더 이상 이 멍청이와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누기 싫었다.“사부, 이제 그만 가시죠.”너무 혼란스러워져 여기 있고 싶지도 않았다.나가서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포기하고 당장 수월관으로 돌아가고 싶었다.온자신에 최소택까지 병든 인간처럼 보였다.온사가 떠나려고 하자 온자신과 최소택이 동시에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온사야, 가지 마!”“가지 마!”온사는 홧김에 추월을 불러 이 둘을 한바탕 패고 싶은 마음이었다.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고개를 돌린 온자신이 분노한 얼굴로 최소택을 노려보며 말했다.“최소택, 내 동생 귀찮게 하지 마. 이미 파혼한 사이에 왜 이렇게 질척거려?”“나와 온사 사이의 일에 끼어들지 마!”최소택은 온자신의 말은 안중에도 없었다.온모는 당장 달려가서 정신 차리라고 한대 치고 싶었지만 지금 최소택의 눈에는 온사밖에 보이지 않았다.“지금 당장 속세로 복귀하면 다른 건 다 상의할 수 있어. 내가 어머니한테 부탁해서 외삼촌을 설득하고 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줄게. 그리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2화

    몸을 숨기고 있던 추월은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당연히 지금 현신할 수는 없었다. 이 상황에 나가면 오히려 주인의 일을 방해하는 셈이 되니 말이다. 온사가 아무리 불러도 아무도 응대하지 않았다.“세자, 보았죠? 저는 추월이라는 자를 정말 모릅니다.”온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막수 사태는 차마 그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계속 보고 있다가는 웃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최소택은 눈을 부릅뜨고 고함을 질렀다.“거짓말하지 마! 내가 그 추월이라는 자에게 맞아서 온몸에 부상을 입었는데! 다리가 부러질 뻔했단 말이다! 그런데 넌 모르는 사람이라고? 차라리 귀신을 속여!”“전신 부상이요? 대체 어딜 다쳤는데요?”온사가 눈썹을 꿈틀하며 되물었다.“세자, 부상을 입으셨습니까?”최소택은 곧바로 말했다.“내 얼굴 좀 봐! 내 몸에 멍자국 좀 보라고! 팔에…”“응…? 흔적이 왜 없지?”그는 팔소매를 걷고 멍자국을 보여주려 했지만 바로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분명 가면을 쓴 자에게 구타를 당해서 삭신이 쑤시고 걸음조차 걷기 힘든데, 아무리 살펴도 멍자국 하나 보이지 않고 깨끗했다.“이럴 수는 없어! 어머니, 한번 봐주세요. 제 몸에 상처 많죠?”“아들, 어디 봐봐. 어디가 아파? 대체 어딜 맞은 거야?”온아려는 다급히 그에게로 다가가서 살폈다.하지만 아무리 옷자락을 들고 살펴봐도 부상은커녕 손자국도 보이지 않았다.온아려는 흔적 하나 보이지 않자 아들에게 물었다.“아들, 그 추월이라는 자가 대체 어딜 때린거야? 아무리 봐도… 흔적 하나 없는데?”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 탓에, 온아려가 지금 아들을 도와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그럴 리 없어요! 어머니가 노안이 드셔서 못 본 게 분명해요!”최소택은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온모야, 네가 한번 봐봐. 난 지금도 온몸이 쑤시고 아프단 말이다!”그는 다급한 마음에 온모의 앞에서 옷섶을 풀려 했다.“악!”온모는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3화

    말을 마친 후에야 최소택은 자신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는 혹시나 온사가 상처를 입진 않았을까,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온사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할 뿐이었다.“충용 후작가는 아주 발칙하군!”막수 사태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그러자 온자신도 분노에 이를 갈았다.온모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온사와 최소택을 번갈아 보았다.‘멍청이가 그래도 누굴 선택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아네.’온자월이 싸늘한 얼굴로 비웃듯 말했다.“이렇게나 사람의 미움을 사는 것도 다 자업자득이지.”“셋째야, 닥쳐.”온자신이 눈을 부릅뜨며 경고했다.하지만 온자월은 그러거나 말거나 오히려 반박하듯 말했다.“내가 뭐 틀린 말 했어? 가문에서 제명당하고 성씨를 박탈당하고 파혼을 당하고 수모까지 당하는 게 다… 쟤가 전에 한 짓이 많아서 그런 거잖아?”“닥치라고 했다!”온자신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온자월의 입을 틀어막았다.하지만 온자월은 그저 입만 다물었을 뿐,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그래서 욕은 다 하셨습니까?”이때 온사가 입을 열었다. 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은 담담한 말투였다.마치 최소택과 온자월의 말에 전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듯했다.그러고는 싸늘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만했으면 이제 사부와 같이 돌아가 봐도 되겠지요?”“온사야….”“잠깐, 방금은 내가….”온자신과 최소택이 동시에 입을 열더니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하지만 온사는 더 이상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그는 온자월을 힐끗 바라보고는 담담히 말했다.“셋째 공자께서 진국공께 말을 전해주세요. 제 성씨를 박탈하려면 전에 란씨 가문에서 받은 모든 걸 토해내라고요. 그때가 되면 저는 자연스럽게 온씨 가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될 겁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걸었다.온자신과 최소택이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막수가 장풍으로 그들을 밀쳤다.“아미타불, 아직도 더 할 얘기가 남았다면 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4화

    온사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온자신을 보고는 눈빛이 잠깐 흔들렸으나 이내 시선을 돌렸다.다른 사람들은 경악한 얼굴로 온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온자월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형님?”“셋째야, 아버지께서 전하라고 하신 말씀 기억하니?”온자신은 한쪽 무릎을 꿇고 단정한 자세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넌 방금 온사에게 온씨 가문의 명의로 일을 행하지 말라고, 다시는 온씨 성을 쓰지 말라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니. 성녀께서 우리의 앞에 서 계시는데 이제 신분을 확실해야 할 사람은 우리 아니겠어?”온자신의 말에 온자월과 온모를 포함해 아무도 반박의 말을 하지 못했다.온자월은 잠시 침묵한 후에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온자월, 성녀를 뵙습니다.”온자신의 표정과는 다르게 온자월은 그 말을 하는 순간에 눈동자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었다.“뭐지? 세 사람이 성녀의 신분에 대해 불만이 있나?”북진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강한 경고의 의미를 담아 셋을 노려보았다.세 사람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부인.”충용 후작은 온아려를 노려보았다.그러자 온아려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난 온사의 고모인데, 내가 대체 왜 저 계집애한테 무릎을 꿇어야 하지?’안타깝게도 온아려는 충용 후작에게 반박할 수 없으니 억지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었다.“소인 성녀 전하를 뵈옵니다.”마지막 남은 사람은 온모와 최소택이었는데, 평소에 가장 사려 깊던 온모가 미동도 하지 않자 온자신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막내야, 고집 피우지 마.”그들이 한때 온사에게 수도 없이 했던 말이 처음으로 온모에게 향했다.온모는 그 순간 사무치는 굴욕감을 느꼈고, 후회도 됐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온사가 집을 뛰쳐나가려 할 때 어떻게든 막았을 것이다.하지만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온모는 하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소녀 온모, 성녀를 뵙습니다.”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피식 웃음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95화

    “성녀 전하, 소신이 평소에 애를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철이 없게 굴었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십시오. 소신이 잘 가르쳐서 더 이상 성녀께 폐를 끼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충용 후작의 말투에는 진지함과 자책이 담겨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처자식이 온사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충용 후작이 먼저 성의를 보여줬으니 온사는 아무리 최소택이 혐오스러워도 더 뭐라고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예전에 충용 후작가에서 그녀에게 가장 잘해줬던 사람이 겉보기엔 인정머리 없게 보여도 사실은 인정도 많고 자상한 후작 어르신이기 때문이다.“후작 나리, 이만 일어나시지요. 타인의 잘못은 나리와 무관합니다. 저는 한 번도 나리를 원망한 적 없으니 너무 죄책감 갖지 마세요. 세자에 관해서는….”온사는 아직도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소택을 바라보고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저는 세자와 소통이 불가하니 후작께서 대신 전해주세요. 앞으로 다시는 측실의 자리를 준다며 저를 욕보이지 말라고요. 다음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시선을 돌려 온자월의 등 뒤에 숨어 있는 온모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몰래 뒤에서 비열한 수작이나 부리며 저에 대해 날조한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도 포함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막수 사태와 함께 충용 후작가를 떠났다.저택을 나온 후에야 막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와 노부인 사이는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온사는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 사부님. 다 저 때문에….”“사과하지 말렴.”막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건 스승인 나의 선택이다.”“막수 사태.”두 사람을 따라 나온 북진연은 부하를 시켜 마차를 끌고 오게 했다.“마차는 이미 준비되었는데, 수월관으로 돌아가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한바퀴 돌고 갈까요?”“귀찮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걸어서 가면 됩니다.”막수는 거절하려 했지만 북진연의 태도는 단호했다.“귀찮을 거 없

Latest chapter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7화

    그는 혹시라도 막수가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해명을 덧붙였다.하지만 그럴수록 막수의 눈에는 더 수상해 보일 뿐이었다.온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그랬군요. 어서 앉으세요. 제가 차를 내오죠.”그녀는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고 북진연과 막수만 정원에 남았다.막수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섭정왕 전하의 마음이 너무 티가 납니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다 보일 정도예요. 무우는 현재 우리 수월관 사람이니 전하께서 이럴수록 무우의 수행을 망치는 것입니다.”북진연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서신을 받은 후,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온 그였다.수월관에 도착하고 막수와 부딪쳤을 때에야 그는 자신의 행위가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밤중에 여인의 처소로 달려오다니, 다른 사람이 봤으면 온사의 명성에 큰 누를 끼칠 것이다.북진연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생각이 짧았군. 사태,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 다음엔 더 주의하겠습니다.”막수는 다음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불만 가득한 눈으로 북진연을 노려보았다.이때, 온사가 뜨거운 차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세 사람은 정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온사는 북진연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넨 뒤, 막수와 아까 나누던 이야기를 계속했다.“사부님, 독사의 사체는 어디에 쓰려고 남기라고 한 건가요?”온사는 혐오스러운 눈으로 구석 쪽을 바라보았다.북진연은 그제야 구석진 곳에 쌓인 피 묻은 보따리를 발견했다.살짝 풀어진 틈새로 독사의 머리가 보였다.비취색의 영롱한 색상을 보고 북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독성이 매우 강한 독사인데다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보따리의 형태로 봐서 적어도 열 마리는 될 것 같았다.이게 모두 온사의 정원에서 나왔고 오늘 온사가 하마터면 독사에게 물릴 뻔했다고 생각하니 북진연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이미 죽은 녀석들이고 좋은 약재로 쓰일 수 있어. 마침 3일 후에 그 사구라는 인간을 만나야 하니 그 전에 이것들로 좋은 선물을 준비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6화

    약속 시간을 잡은 사구는 그 길로 뒤돌아섰다.그렇게 온사의 정원을 지나던 그는 뭔가 발견하고 고개를 돌렸다.그곳에는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는 늙은 여승이 있었다.사구는 그 여승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그가 옷소매를 휘두르자 뱀들이 소매에서 기어나와 여승이 있는 곳을 향해 기어갔다.사구는 그걸 본 여승이 겁에 질려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승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흥미가 사라진 사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그 길로 수월관을 벗어났다.사구가 떠난 후, 추월은 정원 안팎을 꼼꼼히 확인했다.그리고 정원 곳곳에서 십여 마리의 뱀을 잡아냈다.“사구 놈이 다녀간 후로 내 처소가 뱀 소굴이 다 되었네.”독사를 전부 처치한 추월은 굳은 표정으로 뱀의 사체를 한곳에 모아 불사르려 했다.그리고 이때, 막수의 목소리가 대문 밖에서 들려왔다.“잠깐, 그 독사들은 그대로 둬.”고개를 돌린 온사가 물었다.“사부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내가 안 왔으면 네가 나 몰래 이렇게 큰 일을 치르고 있을 줄도 몰랐잖니.”막수는 싸늘한 시선으로 온사를 쏘아보았고 온사는 괜히 찔려서 어깨를 움츠렸다.사부는 밖에서 그녀와 사구의 대화를 다 들은 모양이었다.온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해명했다.“사부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작정하고 숨긴 게 아니라 확실해지면 사부님께 말하려고 했어요!”“정말이니?”막수 사태는 못 믿겠다는 어투로 그녀에게 재차 물었다.온사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저도 출가인입니다, 사부님!”“하, 말은 잘해.”막수는 냉소를 지으며 온사에게 말했다.“일단은 믿어주도록 하마. 허나 삼일 후 나도 너와 같이 가겠다.”“그건 안 돼요, 사부님!”온사는 당황하며 막수를 말렸다.“아주 위험한 상황이란 말이에요. 상대가 몇이나 데리고 나올지도 모르고 그쪽에서 만약 사람이 많이 오면 한바탕 피바다가 될 거예요. 사부님은 출가인인데 어찌 그런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겠어요?”“그럼 넌 출가인이 아니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5화

    미리 대비를 해두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그 독사에게 물릴 뻔했다.“나에 대한 정보를 대체 누가 줬을까?”중년 사내는 위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런 배신자는 빨리 제거해야 해서 말이야.”온사는 당연히 이 시점에 김사도를 배신할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주인이 워낙 겁쟁이라 좀 겁만 줬을 뿐인데 전부 말하더라고. 그걸 꼭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 알아?”“쯧,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군.”사구는 눈썹을 꿈틀하더니 질문을 이어갔다.“그런데 참 궁금하단 말이야. 고결하신 성녀 전하는 대체 우리 아가씨한테 어떤 식으로 겁을 줬을까?”능글맞게 웃는 그의 눈매에서 위협이 느껴졌다.하지만 온사에게는 저런 속임수가 통하지 않았다.“내가 할 줄 아는 게 하도 많아서 말이야. 궁금하면 너도 경험하게 해줄 수 있어.”말을 마친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됐어. 난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고. 성녀 전하의 시련 같은 건 받고 싶지 않아. 그러니 본론부터 얘기하지.”사구는 손을 뻗더니 소매 안에서 고급 소재의 헝겊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성녀 전하, 이게 뭔지는 알고 있지?”온사는 그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그것은 사망하신 어머니께서 입관할 때 입었던 옷이었다.온사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좋아. 어디 네 얘기 한번 들어보지.”그녀는 소매를 만지는 척하며 공간 안에서 뭔가를 꺼내 상 위에 올려놓았다.피 묻은 머리카락이었다. 딱 봐도 억지로 잡아당겨 뽑은 것으로 보였다.사구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내 어머니의 물건으로 날 협박하려 하지 마. 네가 어머니를 완전한 상태로 돌려준다면 너희의 아가씨도 무사할 테니까.”물론 지금 인사불성이 되었다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그래도 사지 멀쩡하고 손발가락 그대로 붙어 있으니 완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사구는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호통쳤다.“이런 식으로 나에게 협박한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없었어!”“그건 예전이고 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4화

    “뭐라고?”온자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온사를 노려보았다.온사는 그런 그를 싸늘히 노려보고는 말했다.“거래 안 한다고. 알아들었어? 내가 다시 말해줘?”“온사, 너!”온자월이 온사의 이름을 부른 그 순간, 검은 인영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놀란 온자월은 품에 간직한 비수를 꺼내려 했다.하지만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추월의 주먹에 맞아 바닥에 떨어졌다. 곧이어 추월은 주먹으로 온자월의 얼굴을 쳤다.퍽!온자월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그가 일어나서 반격하기도 전에 추월은 그의 복부를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너… 넌 누구야? 감히 진국공가의 공자에게 무력을 휘두르다니!”온자월은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하고 신분으로 추월에게 겁을 주려 했다.온사는 그런 그들에게 한발 한발 다가갔다. 추월이 고개를 숙이고 온사의 뒤에 섰을 때에야 온자월은 상황을 눈치챘다.“이 아이는 내 사람이야. 뭐, 불만 있어?”온사는 바닥에 쓰러져서도 소중히 연을 감싸고 있는 온자월을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아들이 원수의 딸을 구한답시고 친히 만들어준 연을 거래 조건으로 들고 나온 걸 어머니가 아시면 참 후회하실 거야.”“원수의 딸이라니! 또 무슨 헛소리야!”온자월은 바닥에 쓰러져 몸도 못 일으키면서도 언성을 높여 말했다.“참, 내 정신 좀 봐. 또 쓸데없는 얘기를 했네.”온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는 생전에 우리를 무척 사랑하셨어. 네가 불효자인 걸 아셨어도 후회는 없으셨을 거야.”말을 마친 온사는 온자월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온자월 너는 후회 안 해?”온자월은 주먹을 꽉 쥐고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뭘 하려는 건지 알아. 넌 나와 막내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어. 하지만 착각하지 마. 혈연을 떠나서 막내는 내 동생이야!”“그래? 진실을 알게 되는 날에도 그 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게.”그 말을 끝으로 온사는 수월관으로 돌아가 버렸다.그녀는 더 이상 온자월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그가 끝까지 정신 못 차리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3화

    온사는 그가 뭐 하러 온 건지 바로 알아차렸다.그녀는 온자월이 대체 뭘 갖고 왔을지 궁금했다.밖으로 나가서 온자월이 들고 있는 연을 보자 그녀는 웃음이 나왔다.“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연까지 가지고 왔네?”온자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 연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면 나도 쓸데없는 말 안 할게. 너 어머니의 물건을 원하잖아? 이 연을 너에게 줄게. 당장 막내를 풀어줘.”온사는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온모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이야. 걔를 위해서 어머니까지 버릴 생각이야?”“어머니를 버린 게 아니야!”그 말을 들은 온자월은 곧바로 반박했다.“네가 막내를 납치하지 않았으면 내가 어머니의 물건을 꺼낼 일도 없었어!”온사는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넌 결국 어머니와 외부인 둘 중에 외부인을 택했다는 거잖아!”“헛소리하지 마!”온자월은 격앙된 목소리로 호통쳤다.“막내는 외부인이 아니야. 외부인은 너지! 잊지 마, 넌 이미 진국공가의 딸이 아니야. 진국공가의 딸은 막내 한 명뿐이야. 걔가 내 동생이라고!”“그래! 양심도 없는 놈. 역시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끼리 잘 어울리네. 원래부터 너희가 일가족이었나 봐!”온사는 눈을 부릅뜨고 온자월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지금 누굴 욕한 거야?”온자월도 눈을 부릅뜨고 온사를 노려보았다.“온사, 내가 너한테 주먹을 못 휘두른다고 함부로 막내 욕하지 마!”온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나한테 주먹을 휘둘러? 참 대단하네. 경성의 사내들 중에 여자한테 주먹을 휘두르는 건 아마 너밖에 없을 거야?”“너!”온자월은 발끈하며 온사에게 다가가려다가 손에 든 연을 놓칠 뻔했다. 그는 뒤늦게 연이 괜찮은지 살펴보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온사는 그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연을 외부인인 나에게 갖고 와서 거래를 하자는 사람이 뭘 그렇게 긴장해?”그녀는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설마 내가 이걸 소중히 보관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중에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2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온자월은 나무상자에서 조심스럽게 연 하나를 꺼냈다.이것은 그가 어릴 적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연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간 이후로 그는 한 번도 이것을 꺼낸 적 없었다.오늘에 와서야 이것을 꺼내보지만 목적은 좀 달랐다.“분명 온사가 막내를 숨겨뒀을 거야. 온사가 막내를 풀어주게 하려면 걔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으로 교환할 수밖에.”온사가 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는 온자월은 잘 알고 있었다.온사는 출가하러 수월관으로 떠날 때도 그들 몰래 어머니의 위패를 가져간 사람이었다.나중에는 온자신을 갖고 그들을 협박하여 어머니의 혼수품까지 모두 챙겨갔다.그래서 이 집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물건은 별로 많지 않았다.이걸 온사에게 내어주기엔 너무 아깝지만 막내가 온사의 손에 있다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었다.게다가 온사는 막내가 어머니의 시신을 훔쳐갔다고 모함하고 있지 않은가! 빨리 막내를 구해내지 않으면 명성이 더럽혀질 것 같았다.“어머니, 죄송합니다. 아들의 불효를 용서하세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막내만 구출하고 어떻게든 이 연은 다시 돌려받을게요.”온자월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그는 연을 들고 말에 올라 남산 쪽을 향해 달려갔다.그가 경성을 나간 후, 진국공부.“국공 어르신, 셋째 공자께서 외출하셨습니다. 성녀를 찾아간 것 같아요.”침상에서 휴양 중이던 온권승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집사가 재빨리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온권승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뭐 하러 가는지는 말이 없었고?”집사가 답했다.“셋째 공자께서는 손에 연 하나를 들고 나가셨습니다. 다른 건 소인도 모릅니다.”“연을 갖고 나가?”온권승은 잠시 기억을 회상하다가 집사에게 물었다.“제비 모양의 연 말이야?”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맞습니다. 크지 않고 자그마한 어린애용 연 같았습니다.”온권승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온자월이 뭐 하러 갔는지 알 것 같았다.“됐어. 갈 테면 가라고 해. 수월관에 침입하지 못하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1화

    그러나 김사도는 사구와 그저 몇번 지나치다 본 사이라고만 했다.말투나 표정을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온사는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옥패 공간으로 돌아간 온사는 사구가 찾아올 것을 미리 대비해 두기로 했다.그 시각, 경성 진국공부.“그럴 리 없어요. 막내가 그런 짓을 했을 기 없잖아요! 분명 온사 그 계집애가 막내를 모함하는 걸 거예요!”그날 집으로 돌아온 후 아버지에게 완전히 실망한 온장온은 어머니의 무덤이 도굴당한 일을 두 동생에게 알렸다.두 사람의 반응은 무척 격했다. 하지만 온장온이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었다.“지금 그게 중요해? 먼저 어머니의 시신부터 찾아야 하는 게 아니야?”“당연히 알죠. 하지만 형님, 온사가 막내를 모함하는데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온자월은 격분해서 온장온에게 언성까지 높였다.온장온의 표정도 순간 차갑게 변했다.“온사가 이런 일로 장난칠 애로 보여? 잊지 마! 걔도 우리처럼 어머니의 자식이야!”“형님!”온자월은 실망한 눈으로 온장온을 바라보며 따져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막내는 우리와 같은 배에서 나온 자식이 아니라서 마음대로 의심해도 된다는 거예요?””내가 언제 그렇다고 했어? 셋째야, 내 말을 왜곡하지 마!”“제가 왜곡을 했다고요?”온자월은 냉소를 짓고는 온옥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그럼 넷째에게 물어보세요. 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형제는 아까부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온옥지에게 고개를 돌렸다.온옥지는 담담히 말했다.“큰 형님, 어머니의 시신이 사라져서 많이 놀라고 초조한 마음 이해요. 하지만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돌아온 막내가 그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얼마나 속상하겠냐고요?”온자월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온장온은 한숨이 나왔다.그는 이 둘과는 말이 안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어쩌면 매번 막내와 연관된 일에 한해서는 그랬던 것 같았다.예전의 그 역시 막내의 편에 섰기에 그게 틀렸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0화

    “최근에 그놈을 만났어?”온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놈이 나한테 정말 소중한 것을 훔쳐갔어. 그래서 놈을 찾고 있어.”김사도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온모가 시킨 거겠지. 그 인간 평소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해. 나도 몇 번 마주친 게 다라고. 사구의 다른 무리는 본 적도 없어.”“그렇게 은밀히 행동해?”온사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김사도가 말했다.“놈들을 찾자면 쉽지 않을 거야. 하지만 사구는 곧 나타날걸.”온사가 흠칫하며 물었다.“온모가 내 손에 있기 때문에?”“맞아. 놈들은 온모가 변을 당하는 걸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 그러니 조심해. 내 해독제를 만들어내기 전에 죽지 말라고.”말은 그렇게 해도 김사도는 꽤 신이 난 표정이었다.온사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너도 조심해야겠지.”“내가 왜 조심해? 난 어차피 온모에게 조종당하던 허수아비일 뿐이야. 지금은 온사가 너에게 잡혀가고 내 통제권이 너한테 넘어간 것일뿐. 한낱 허수아비일 뿐인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김사도는 어깨를 으쓱하며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온모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 넌 이미 내 허수아비가 되었으니 사실을 말해주지. 온모의 몸에서 수색한 처방전을 보고 감히 확신하건대, 이 대명왕조에서 나를 제외하고 너희들의 해독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어.”김사도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혹시 처방전을 훼손한 거야?”“그거도 그거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자세한 원인은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너희는 영원히 해독제를 못 구할 거라는 것만 명심해.”“정말 너무하네.”김사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도 이제 동맹이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친구한테 그런 것도 얘기 못해줘?”“미안하지만 나한테 동맹과 친구는 달라. 동맹은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지만 친구는 아니거든. 그러니 넌 내 친구가 아니야.”온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김사도는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나 상처 받았어.”“그래. 그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69화

    “쿨럭… 처리하기도 전에 납치를 당해서… 시신은 사구한테 있어.”온사가 온모를 납치하던 날에 온모가 사구를 시켜 무덤을 도굴하게 했다는 얘기였다.온사는 만약 추월이 그날 온사를 납치해서 끌고 오지 않았더라면 어머니의 시신은 진작에 온모의 손에 훼손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사구는 누구야?”“모… 몰라. 난 태어날 때부터 그 사람들과 함께 있었어.”‘그 사람들? 온모의 배후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건가?’온사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환각제를 먹고도 상대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다면 김사도 무리처럼 온모의 어미 백초유가 미처 온모한테 알려주지 못하고 남기고 간 사람들일 것이다.‘아니면 온모의 배후에 비밀의 존재가 있거나.’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온사는 어머니의 시신을 되찾은 후에 바로 온모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놈은 어디 있어? 너희는 어떻게 연락해?”“나도 걔가 어디 있는지 몰라. 그저 내가 필요할 때 알아서… 나타났어.”말을 마친 온모는 갑자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환각제의 약효가 끝난 것이다.온사는 싸늘한 눈으로 온모를 내려다보았다.“네가 필요할 때 알아서 나타난다라….”‘그렇다면….’방법을 떠올린 온사는 온모를 끌고 가서 다시 철장에 가두었다.그러고는 김사도에게 서신을 보내 속히 수월관으로 오라고 했다.다음 날, 김사도는 저녁 무렵에 온사의 처소 앞에 나타났다.“무슨 일인데 이리도 급하게 사람을 불렀어? 고귀하신 성녀 전하께서 내가 그리웠나?”그는 늘 이렇게 시정잡배처럼 굴었다.온사는 한심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아, 알았어. 내가 안 보고 싶었나 보네. 그럼 내 해독제 연구에 진전이라도 있는 건가?”김사도는 온사의 옆으로 다가가서 싱글거리며 질문을 던졌다.“진전은 있어. 온모의 몸에서 네가 말한 해독제 처방을 찾았거든.”김사도는 순간 고개를 번쩍 들더니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성녀가 보기에 그 처방 어땠어? 만들어낼 수 있어?”그의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물론 온사는 그에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