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에 서 있던 남자는 윤하경이 순순히 따라오는 걸 보고 의외라는 듯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윤하경은 말없이 그들을 따라 대문을 지나고 여러 번 좌회전과 우회전을 거쳐 결국 별장 안의 작은 건물 앞에 도착했다.그 순간 그녀는 앞 정원에서 물을 주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눈에 익은 얼굴, 다름 아닌 강씨 가문의 안주인 한선아였다.하지만 한선아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이 정도 소란이라면 누구든 눈치챌 만한데 그녀는 한참을 꽃에 물을 주다 말고서야 고개를 들었다.“꽤 침착하네. 어쩐지, 우리 현우가 관심 가질 만하지.”그녀는 손짓으로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을 물렸다.“다들 나가봐. 단둘이 얘기 좀 해야겠어.”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뜨자, 정원의 작은 테이블엔 한선아와 윤하경, 두 사람만 남았다.한선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손짓했다.“앉아요.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해요.”그 말투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긋했다.윤하경은 이 자리가 왜 마련되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겨 자리에 앉았다.윤씨 가문이야 상류층이라기엔 부족할지 몰라도, 이쪽 세계에서 얼굴을 비춘 적은 몇 번 있었다.한선아도 그녀를 본 기억이 있는지, 의외라는 듯 눈빛을 스쳤다.“난 윤하경 씨가 나를 좀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윤하경은 가볍게 웃었다.“저도 사람인데요. 사자도 아니고 무서울 이유는 없잖아요.”한선아도 피식 웃으며 찻잔에 차를 따랐다.“현우가 조만간 약혼할 거, 알고 있겠죠? 요즘 둘이 붙어 다니는 거, 안 봐도 알겠네요. 하지만 말이죠. 우리 강씨 집안에는, 윤씨 가문의 딸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요.”말은 부드러웠지만 속뜻은 분명했다.윤하경은 조용히 찻잔을 들어 올리며 시선을 내렸다.솔직히 말해서 처음부터 ‘사모님’ 소리 들으며 그 집안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무시당하는 느낌은 묘하게 거슬렸다.“그럼 미리 축하드려요.”윤하경은 다시 고개를 들고 평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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