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은 클럽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큰길가에 서서 한참이나 택시를 잡으려 애썼다.이 동네는 사람은 많고 차는 적어, 택시 하나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그녀는 택시를 기다리는 내내 클럽 입구 쪽을 힐끔힐끔 돌아봤다. 혹시 강현우가 쫓아 나오는 건 아닐까, 긴장에 뒷목까지 서늘했다.다행히도, 한 대의 택시가 그녀 앞에 멈췄고 강현우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윤하경은 얼른 차에 올라탔고 주소를 말한 뒤, 긴 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그런데 차가 얼마 가지 않았을 때였다. 운전기사가 룸미러로 슬쩍 뒤를 살피며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좁은 골목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던 기억이 떠올라, 윤하경은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왜 그러시죠?”그녀는 무심한 척 물으며 슬그머니 가방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 안에는 언제든 꺼낼 수 있는 호신용 전기충격기와 페퍼 스프레이가 들어 있었다.운전기사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걱정하지 마요. 난 아가씨를 쳐다본 게 아니고요, 뒤에 이상한 차가 계속 붙어서 말이에요.”“뒤에요?” 윤하경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익숙한 검은색 차량이 일정한 거리로 따라오고 있었고 그 차는 강현우의 차였다. 수없이 타봤던 그 차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아저씨, 좀 빨리 가주세요.” 도망가야 한다는 본능적인 위기감이 그녀를 덮쳤다.운전기사는 놀란 듯 거울로 그녀를 다시 쳐다봤다. 그의 머릿속에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졌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페달을 밟았다.“혹시 저 사람... 스토커예요?”“음, 비슷해요.” 윤하경은 애매하게 대답하며 시선을 피했다.운전기사는 금세 정의감으로 가득 찬 얼굴이 되어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내가 그 자식 확 따돌려 줄게요.”그러더니 잠시 뒤,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경찰서로 갈까요?”윤하경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려던 순간, 강현우의 차가 속도를 올려 그녀의 차 옆으로 바짝 붙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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