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457 챕터

제441화

[윤 대표님, 내일 오후에 뵙죠.]윤하경은 무심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전화번호는 낯선 번호였지만 마치 명령하듯 딱딱한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녀는 별생각 없이 전화를 끊으려 했는데 그때 오건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잠깐 망설인 뒤 전화를 받자 익숙한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윤 대표님, 설마 계약 하나 체결했다고 저를 잊으신 건가요?”“무슨 말씀이세요. 요즘 일정이 좀 빠듯했을 뿐입니다.”갑인 입장에서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대가 갑이면 결국 공손하게 모셔야 했다.오건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오늘 오후 시간 어떠세요? 마침 저도 여유가 좀 생겨서요.”윤하경도 남은 계약 조항들을 마무리해야 하루라도 빨리 편해질 테니까 굳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오후에 귀사로 찾아뵙겠습니다.”점심 식사를 마치고 윤하경은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팀원들과 함께 오건우의 회사로 향했고 대략 다섯, 여섯 명 정도 되는 규모였다.회사를 나서기 전 유리로 된 이사실 벽 너머로 윤수철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는 무표정하게 윤하경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입술을 다물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아무리 부녀 사이라 해도 지금의 눈빛은 그저 적대 그 자체였다.오건우의 회사 회의실.윤하경이 도착하자 오건우는 이미 회의실에 앉아 있었고 그녀를 보며 눈썹을 들어 올렸다.“윤 대표님, 정말 바쁘신가 봅니다. 제가 갑인데 이렇게 직접 재촉한 건 처음이네요.”차가운 말투였지만 어딘가 농담처럼도 들렸다. 오건우의 눈매는 매서우면서도 어딘가 매력적이었고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그녀를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러자 윤하경은 조금 민망해졌다.“요즘 일이 많다 보니 죄송합니다.”그녀는 준비해 온 자료를 오건우 앞에 건넸다.“여기 검토 부탁드립니다. 혹시 더 필요하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오건우는 손을 뻗어 자료를 받아 들고 하나씩 훑어 내려갔다. 문서를 보던 중 그는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고 이어서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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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그 말에 윤하경은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었고 창밖을 힐끔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우슬기가 눈치를 살폈는지 조용히 그녀 곁으로 다가와 속삭였다.“윤 대표님, 그냥 같이 가죠? 방금 계약도 마무리됐고 지금 빠지면 괜히 오 대표님 기분 상할 수도 있어요.”윤하경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냉랭하게 웃었다.“그러면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신 거 감사히 따를게요.”식사 자리에서 마무리하려 했던 자리가 오건우 쪽에서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 나누자며 2차를 제안했다.윤하경은 그 말이 탐탁지 않았지만 오건우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간 걸 보고는 어쩐지 거절하지 못했다.‘그냥 직장인들 회식일 뿐이야.’자꾸만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건우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애썼다.“오 대표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안 갈 수 없죠.”오건우는 씩 웃으며 차 문을 열어주었다.“그럼 타시죠.”윤하경은 다 나은 건 아니지만 걸을 수는 있어도 아직 불편한 발목 때문에 차를 직접 몰지 않았고 잠깐 망설이다 차에 올랐다.다행히 이동 중 오건우는 별말 없이 핸드폰으로 뭔가를 처리하느라 조용했다.그 짧은 평화는 도착한 클럽에서 깨졌다.자리를 막 잡고 앉았을 무렵 윤하경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짐 빼갔네.]윤하경은 화면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침에 보낸 메시지는 이미 무시당한 지 오래고 이제야 답장을 보내온 강현우였다‘고맙다는 말 하나 없이... 딱 저런 말만 하는 거야? 그래, 원래 저런 사람이었지.’윤하경은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네, 그동안 신세 졌어요. 고마워요.]한편, 클럽 한쪽.강현우는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술을 들이켰다. 옆에 있던 배지훈이 슬쩍 그의 핸드폰 화면을 엿보다 말고 웃으며 물었다.“누구야? 연락 기다리는 여자라도 있어?”강현우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저 술잔만 비웠다.배지훈은 그런 강현우를 보며 조용히 술잔을 채웠다.“야, 너 요즘 유럽에 사람까지 보내서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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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강현우가 비웃듯 배지훈을 흘겨봤고 눈빛에선 대놓고 웃기고 있네라는 말이 들릴 정도였다.배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레 말했다.“아, 맞다. 너 이제 윤하경 있잖아. 딴 여잔 눈에도 안 들어오겠지?”강현우는 대답 대신 다시 술잔을 들이켰다. 평소에도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빠른 페이스였다.몇 잔이 순식간에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가자, 평소 차가운 이목구비에 붉은 기운이 은근히 스며들었다.그때, 옆에 앉아 있던 배지훈이 갑자기 소리쳤다.“야, 이게 무슨 타이밍이냐. 딱 얘기만 하면 등장하네?”그는 시선을 한쪽으로 돌리며 말했다.“야, 저기 봐봐. 저 여자, 윤하경 아니야?”‘윤하경’이라는 이름에 강현우의 시선도 무의식적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곧, 반대편 VIP석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하지만 그녀 옆에 앉아 있는 오건우도 함께 보였다. 그 장면에 강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더니 전화를 걸었다.윤하경은 막 클럽 소파에 앉은 참이었고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잠깐 고민하다 핸드폰을 들고 조용한 곳을 찾아 나섰다.결국 도착한 곳은 화장실이었고 전화를 받자마자, 그 특유의 낮고 약간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어디야?”윤하경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이 사람, 술 마신 건가? 목소리가 왜 이래...’한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입에서 자동으로 거짓말이 튀어나왔다.“방금 세수하고 이제 자려고요.”그가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이미 겪어본 터였다. 예전에 회식 자리에서 그녀를 데려갔던 일도 있었고 지금 클럽에 있다는 걸 말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너무 잘 알았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강현우는 짧게 흥미로운 듯 되물었다.“그래?”그 말투에 윤하경은 괜히 심장이 쿵 내려앉았지만 이미 거짓말은 해버린 상황이라 지금 와서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네.”윤하경의 목소리까지 괜히 더 작아졌다. 그러자 강현우는 아주 쿨하게 말했다.“그래, 그럼 푹 자.”그리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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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그 말을 끝내자마자, 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들어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그런데 술이 다 넘어가기 전에, 손이 움찔, 살짝 떨렸다. 순간 손에서 미끄러진 잔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며 ‘탕’ 소리를 냈고 그녀의 시선은 멍하니 앞쪽을 향했다.그 자리, 소파 건너편엔 강현우가 서 있었다.윤하경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엔 희미한 웃음기까지 섞여 있었다.‘망했다!’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고 뭔가 어이없다는 듯, 하지만 묘하게 흥미로워하는 눈빛이었다.윤하경이 잔뜩 얼어붙은 걸 보며 강현우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왜 나 보니까 기분 안 좋은가 봐?”말투는 가벼웠지만 그 말끝엔 의도적으로 그녀와의 거리감이 묻어 있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하경은 시선을 내려다봤고 흰색 H라인 스커트 위로 술이 흥건하게 젖어 있는 걸 보곤 더더욱 난감해졌다.그녀는 당황해 얼른 티슈를 찾았지만 옆에 앉아 있던 오건우가 이미 먼저 티슈를 내밀었다.“일단 닦아요. 이따 옷 갈아입는 게 좋겠네요.”윤하경은 별생각 없이 티슈를 받아 다리에 묻은 술을 닦았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강현우의 눈빛이 이전보다 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그 시선을 마주한 그녀는 얼떨결에 손에 든 티슈를 버리고 벌떡 일어섰다.“하하... 강 대표님, 여기서 뵙다니 정말 우연이네요.”‘아 진짜, 방금 전 그 말도 안 되는 거짓말한 내 입을 확 꿰매고 싶다...’그녀는 속으로 이를 갈았고 그에 비해 오건우는 여전히 여유로웠다.“강 대표님, 마침 뵌 김에 자리 같이하시죠. 한잔하시고 가시죠.”제발 거절하라고 제발 가라고... 윤하경은 속으로 기도했다.“좋죠.”하지만 강현우는 부드럽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 웃음은 보기엔 느긋했지만 윤하경 눈엔 그냥 무서워 보였다.강현우가 자리를 잡자마자, 배지훈도 언제 왔는지 그녀 옆에 앉았다. 그는 슬쩍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끝났어, 넌.”윤하경은 그를 째려봤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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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윤하경은 클럽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큰길가에 서서 한참이나 택시를 잡으려 애썼다.이 동네는 사람은 많고 차는 적어, 택시 하나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그녀는 택시를 기다리는 내내 클럽 입구 쪽을 힐끔힐끔 돌아봤다. 혹시 강현우가 쫓아 나오는 건 아닐까, 긴장에 뒷목까지 서늘했다.다행히도, 한 대의 택시가 그녀 앞에 멈췄고 강현우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윤하경은 얼른 차에 올라탔고 주소를 말한 뒤, 긴 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그런데 차가 얼마 가지 않았을 때였다. 운전기사가 룸미러로 슬쩍 뒤를 살피며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좁은 골목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던 기억이 떠올라, 윤하경은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왜 그러시죠?”그녀는 무심한 척 물으며 슬그머니 가방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 안에는 언제든 꺼낼 수 있는 호신용 전기충격기와 페퍼 스프레이가 들어 있었다.운전기사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걱정하지 마요. 난 아가씨를 쳐다본 게 아니고요, 뒤에 이상한 차가 계속 붙어서 말이에요.”“뒤에요?” 윤하경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익숙한 검은색 차량이 일정한 거리로 따라오고 있었고 그 차는 강현우의 차였다. 수없이 타봤던 그 차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아저씨, 좀 빨리 가주세요.” 도망가야 한다는 본능적인 위기감이 그녀를 덮쳤다.운전기사는 놀란 듯 거울로 그녀를 다시 쳐다봤다. 그의 머릿속에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졌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페달을 밟았다.“혹시 저 사람... 스토커예요?”“음, 비슷해요.” 윤하경은 애매하게 대답하며 시선을 피했다.운전기사는 금세 정의감으로 가득 찬 얼굴이 되어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내가 그 자식 확 따돌려 줄게요.”그러더니 잠시 뒤,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경찰서로 갈까요?”윤하경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려던 순간, 강현우의 차가 속도를 올려 그녀의 차 옆으로 바짝 붙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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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네가 그렇게 말한 거야?”강현우의 물음에 윤하경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그러면서 서둘러 기사에게 말했다.“신고하지 마세요. 저희, 아는 사이예요.”하지만 윤하경의 설명은 너무나 미약했고 운전기사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도 그럴 것이, 강현우의 기세는 아무리 봐도 얌전히 여자 친구를 데리러 온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결국, 운전기사는 그대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그 광경을 본 민진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손에 쥐어진 휴대폰을 낚아채 바닥에 던져버렸다.“당신... 이 사람 미쳤...”기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진혁은 차로 돌아가 두툼한 돈다발 두 묶음을 들고 다시 나왔다.“이건 휴대폰값이랑, 아까 차 긁힌 수리비입니다. 더는 상관하지 마세요.”그렇게 말하며 돈을 건넸고 기사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것을 받았다.강현우는 아직도 차 안에 앉아 있는 윤하경을 노려보다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뭐야, 아직도 내가 직접 데리러 가야 해?”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조심스레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내려서 땅을 딛는 순간,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강현우는 말없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그대로 자신의 차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운전기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말리려 했다.“아, 이봐요! 이건 좀...”민진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저씨, 가만히 계시죠. 더 떠들면 차도 못 몰고 다닐 줄 아세요. 연인끼리 다툼인데 남이 왜 끼어들어요?”기사의 얼굴은 잔뜩 굳었지만 민진혁의 인상도 험했고 두둑한 돈다발을 다시 쳐다보자 결국 입을 다물었다.차 안, 세 사람의 공간은 숨 막힐 듯한 정적이 감돌았다.윤하경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찬바람이 차 안으로 파고들었으며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며 그녀의 뺨을 스치고 있었다.쌀쌀한 기운에 외투를 여미고 슬쩍 강현우의 눈치를 봤지만 그의 얼굴은 차가운 옆모습만 보일 뿐, 감정이 느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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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강현우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가리켰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윤하경은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조용히 그의 쪽으로 다가갔다.하지만 바로 그다음 순간 강현우의 잘생기고 길쭉한 손이 그녀의 하얗고 여린 목덜미를 감싸안았다.그녀는 체구가 작고 피부도 얇아 목이 손에 다 들어올 만큼 가늘었기에 강현우가 조금만 힘을 줘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컥...”윤하경은 숨을 헐떡이며 가늘게 기침했고 눈썹이 잔뜩 찌푸려지고 작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거 봐. 또 말 안 듣고.”강현우는 마치 지금 이 상황이 장난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극히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윤하경은 이 남자가 화가 나도 절대 표정에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오히려 진짜 분노했을 때 더 조용하고 더 무서웠다.그의 거친 손끝이 그녀의 목선을 따라 천천히 문질렀고 깊고 차가운 눈동자는 윤하경의 입술에 고정돼 있었다.“전에 나한테 거짓말하고 속인 사람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윤하경은 고개를 저었고 얼굴은 이미 숨 막힘에 진홍빛으로 물들었지만 그녀는 비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강현우는 살짝 웃었다.“이 하나씩 뽑고 입술은 바늘로 꿰맸지. 다시는 말 못 하게. 어때? 너도 한번 해볼래?”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농담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강현우는 아니었다.윤하경은 그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는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순간 구지호와 그에게서 자신을 납치했던 자들의 처참한 말로가 떠올랐다.그날의 잔인한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며 그녀는 본능적으로 온몸이 얼어붙었다.강현우는 그녀 얼굴에 스치는 두려움의 빛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다른 손으로 담배를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이윽고 하얗고 묵직한 연기를 윤하경 얼굴에 그대로 뿜자 담배와 술이 뒤섞인 냄새가 미약하게 그녀 코끝을 스쳤다.그리 불쾌하진 않았지만 이 남자가 얼마나 마셨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고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아주 악의적으로 웃었다.“싫다고?”“싫어.”윤하경은 거의 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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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윤하경이 누군가 들어온 걸 깨달았을 땐 그 사람은 이미 그녀와 같은 물안개 속에 서 있었다.깜짝 놀란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눈이 마주친 건 다름 아닌 강현우의 장난기 어린 눈빛이었다.“언제 들어왔어요…?”그녀는 억지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며 물었다.비록 강현우와는 이미 수없이 많은 밤을 함께 보냈지만 밝은 욕실 조명 아래에서 이렇게 적나라하게 마주 선 건 아직 익숙지 않았다.그래서 무의식중에 가슴을 가리며 몸을 움츠렸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유혹적으로 보였다.강현우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녀를 바라봤다.물안개 속 그의 눈빛은 알 수 없이 흐릿하고 묘하게 위험한 빛이 섞여 있었다.“무서워?”그가 묻자 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아뇨... 그냥 깜짝 놀라서요.”강현우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고 그의 눈 속에 번진 탐욕스러운 기운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고 그걸 본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그게... 의사, 의사가 아직 발목이 다 나은 건 아니라고... 좀 쉬어야 한다고 했는데...”“응?”그가 낮게 웃으며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걱정하지 마. 발목은 안 써도 돼.”“...”그녀는 대답할 틈도 없이 강현우의 입술이 술 냄새와 함께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얼마나 마셨는지 그의 키스는 평소보다 훨씬 더 취한 듯 달콤하고 천천히 내려왔고 차 안에서처럼 거칠진 않았지만 더 위험했다.키스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그는 곧 윤하경을 안아 욕실을 나왔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실 소파 위엔 서로 뒤엉킨 두 사람의 실루엣이 비쳤다.윤하경은 점점 숨을 잃어갔고 강현우는 문득 그녀의 입술을 놓고 그녀의 몸을 뒤집었다.그다음 순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완전히 차지했다.창밖에선 언제 비가 내렸는지도 모를 빗소리가 들려왔고 귀 가까이에선 강현우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메웠다.이런 순간 윤하경은 늘 수동적이었고 오늘 밤의 강현우는 분명히 화가 난 상태였다.그녀를 몇 번이고 뒤집고 안고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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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윤하경은 말없이 폰 화면을 바라봤다.‘오건우, 이 사람 참 질긴 성격이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조심스럽게 답장을 보냈다.[오 대표님, 그 사람... 제게도 꽤 중요한 사람이에요. 위치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하지만 메시지를 보낸 뒤, 오건우는 한참이나 답이 없었다. 윤하경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아예 전화를 걸까 망설이고 있었다.그 순간, 문이 열리고 강현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등 뒤로 숨겼다. 마치 딱 걸린 도둑처럼, 그 모습은 강현우에게 한눈에 들켰다.강현우는 가볍게 웃으며 다가오다가 윤하경을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또 뭐 숨기고 있어?”“아, 아니요. 아무것도 없어요.”윤하경은 고개를 저었지만 목소리에 자신이 없었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하경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라는 걸 깨닫고는 당황해 이불을 끌어 몸을 감쌌다 전날 밤, 소파에서 침대까지 휘몰아친 격렬한 흔적이 그녀의 온몸에 남아 있었다.몸을 겨우 일으키려던 순간, 강현우가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침대 위로 끌어당겼고 허술하게 감싸고 있던 타월은 순식간에 흘러내리고 하얀 살결이 그대로 드러났다.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아슬아슬한 모습이 더 자극적이었다.그녀가 급히 타월을 잡아 올리려 하자, 강현우는 그녀의 손을 위로 들어 올려 단숨에 제압했다.윤하경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지, 지금은 낮이잖아요.”강현우의 시선은 그녀의 목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다가 잠시 후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웃었다.“마침 오늘은 쉴 날이네. 시간 많아.”그 말과 함께 다시금 몸을 숙이려는 순간, 윤하경은 속으로 절규했다.‘진짜 사람 맞나... 왜 점점 이 남자, 늑대처럼 느껴지지...?’이미 몸이 욱신거리는 데다, 전날 밤의 격렬함을 생각하면 더는 여력이 없었다.그녀의 그런 표정을 본 강현우는 오히려 더 흥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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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윤하경은 침대 머리맡에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저장되지 않은 번호. 하지만 어딘가 익숙했다.받으려던 찰나, 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었고 윤하경은 눈썹을 찌푸렸다.귀찮은 광고 전화인가 싶어 내려놓으려던 순간,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하경 씨, 오늘 오후 두 시까지 안 오시면 제가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겠네요.]그제야 떠올랐다. 지난번,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해 왔던 바로 그 번호, 그때처럼 정체도 밝히지 않고 수상쩍은 말투를 이어가는 그 사람 말이다.윤하경은 입꼬리를 비틀며 속으로 비웃었다.진짜 중요한 사람이면 앞에 당당히 나와야지, 꼭 저렇게 구린 구석이 있는 사람들만 뒤에서 연락 질이다.최근 적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대놓고 협박하는 사람은 한정돼 있었다.딱히 상대해 줄 마음도 들지 않아, 그대로 핸드폰을 꺼버렸다.이상한 연락에 기분이 상한 그녀는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샤워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강현우가 불러둔 가사도우미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배는 고프고 냉장고엔 아무것도 없어 결국 외출해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이 늦어졌지만 막 앉자마자, 어딘가 수상한 기운이 스멀스멀 다가왔다.그녀가 자리 잡고 앉자마자, 어디선가 우르르 몰려든 남자들이 식당을 장악했다.다들 키가 크고 덩치도 좋았으며 검정 슈트를 입고 있었고 등장만으로도 레스토랑 안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윤하경이 있는 테이블은 순식간에 포위됐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남자들을 하나하나 훑었다.“여기 앉을 생각이세요?”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덧붙였다.“제가 먼저 앉았거든요. 자리는 다른 데 많으니까 딴 데 가시죠.”그중 제일 앞에 선 남자가 입을 열었다.“하경 씨, 우리 사모님께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사모님?”윤하경은 입술을 다물고 눈매를 날카롭게 세웠다.“누구죠?”“직접 오시면 아실 겁니다.”그의 말투는 예의 바른 듯하면서도 전혀 협상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윤하경은 머릿속을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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