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신혼 밤의 참극: 내 시신을 해부한 남편: Chapter 61 - Chapter 70

100 Chapters

제61화

고시환은 손으로 내 일기장을 애틋하게 쓰다듬으며, 뒷부분에 적힌 고영훈에 대한 기록을 읽었다. 남자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분노와 냉정함이 서려 있었다. “이 바보야, 내가 한 일을 왜 그놈이 한 걸로 착각한 거야.” “뭐라고?” 나는 고시환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무슨 말인지 묻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고시환은 일기장이 과거의 기억을 건드린 듯, 내 얼굴을 보며 천천히 그가 어릴 적 나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점점 멍해졌다. 내가 다시 강씨 집안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처음 본 고영훈을 한눈에 알아보고, 고영훈이 내게 따뜻함을 준 소년이라 확신하며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이제야 이해됐다. 그때 내가 고영훈을 착각했던 것은 단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나를 데려다 키우던 집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기가 심한 병에 걸려 부모가 한밤중에 급히 병원으로 가야 했다. 그날 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고, 나는 홀로 남겨졌다. 당시 네 살이었던 나는 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 비를 맞으며 소리쳐 울었다. “아빠! 엄마!” 하지만 비에 미끄러져 넘어졌고, 나는 그저 빗속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울고만 있었다. 그때,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소년은 우산을 내게 씌워주며, 가족이 돌아올 때까지 내 곁을 지켜주었다. 당시의 나는 너무 어리고 혼란스러워 그 소년의 손을 붙잡고 놓아주기 싫었다. 그 소년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소년의 이름을 물었지만, 그때 이미 머리가 어지러워져 소년이 대답하는 입모양만 보았을 뿐,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그 소년이 말한 이름은 고시환인지 고영훈인지 몰랐다.결국 내가 강씨 집안으로 돌아왔을 때, 처음 들은 이름이 ‘고영훈’이었다. 그 순간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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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강주희의 말을 듣고, 내 마음속에서 커다란 충격이 일었다. ‘강주희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정말로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임하나가 어렸을 때 내가 살던 그 마을에 간 적이 있다고?’ 그 마을은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시골이었다. 황량하고 작디작은 마을에는 겨우 열 가구 정도가 살고 있었고, 동쪽에서 서쪽까지 걸어 다니며 한 시간 만에 마을 사람 모두의 얼굴을 익힐 수 있는 곳이었다. 외지에서 누군가 찾아온다면, 그 자체로도 마을에 큰 소식이었고, 임하나 같은 대도시의 상류층 아가씨가 그 마을에 온다는 건 더더욱 큰 사건이었을 텐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나는 아무 기억이 없는 걸까? 강주희는 내 표정에서 드러난 의문을 읽은 듯,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그때 우리 언니가 아마 여덟 살이었을 거예요. 이미 제법 철이 들어서, 만약 언니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하나 씨를 기억할지도 모르죠.” “그리고... 하나 씨랑 우리 언니, 정말 얼굴이 똑같더라고요.” 강주희의 눈에서 스쳐가는 미묘한 증오를 포착한 내 마음속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 증오는 임하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강민아’를 향한 것이 분명했다. “사실 말하자면, 하나 씨랑 우리 언니는 동갑이고, 이렇게 닮았으니 쌍둥이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겠죠.”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며칠 전 그 일이 없었더라면, 우리 부모님이 하나 씨한테 사과하고 화해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면, 전 오늘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주희 씨 하는 말투, 누구를 비꼬는 건데요? 당신 같은 강씨 집안의 양딸이 감히 나한테?” 강주희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며, 불쾌함이 스쳐 갔다. 양딸... 강주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었다. 강주희는 어릴 때부터 강씨 집안에서 살았고, 우리 부모님의 사랑을 친딸처럼 받아왔지만, 사람들은 늘 그녀를 ‘강씨 집안의 양딸’이라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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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강주희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서 정말 궁금하네요. 무슨 근거로 내가 언니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는 언니를 진심으로 아꼈고, 언니와 사이좋게 지냈어. 내가 가장 사랑했던 영훈 오빠까지도 언니에게 양보했는데, 왜 내가 언니를 해치려 했다고 의심해?” 나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강주희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강주희의 이 공격은 나를 완전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나는 자신이 아무리 신분을 바꿔도 그녀를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설마, 하늘이 내게 준 두 번째 기회에서도 내가 또다시 강주희에게 져야 하는 걸까?’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 갑자기 룸의 문이 열리며 고시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왔다. “내가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아? 오늘 중요한 만찬에 참석하기로 했잖아. 근데 너는 여기서 남의 시간 낭비하며 차를 마시고 있어?” 고시환의 꾸짖음에 나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미안해.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어.” 고시환은 옆에 앉아 있는 강주희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마. 쓸데없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했잖아.” 그 말만 남기고 그는 내 팔을 붙잡아 나를 룸 밖으로 끌고 나갔다. 남겨진 강주희는 씩씩거리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룸 밖으로 나온 뒤, 나는 크게 숨을 내쉬며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고시환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알고 왔어?” 그는 약간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내가 너한테 도청기 심어놨던 거 잊었어?” 그제야 나는 오늘의 만남에 대해 고시환이 알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내가 위험할까 봐 그는 미리 도청기를 설치하자고 했고, 다행히도 나는 고시환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내가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강주희를 너무 과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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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고정한은 겉치레로 고시환에게 몇 마디 훈계한 뒤, 우리 둘을 얼른 내보냈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정한을 쳐다보았다. 우리 눈이 마주친 순간, 고정한은 당황한 듯 내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어색하게 돌렸다.고정한의 이런 태도를 보며 나는 더욱 의심이 들었다. ‘예전의 임하나와 고정한 사이에 무언가 있었던 게 분명해.’ 약혼식 초대장이 발송되자, 많은 사람들이 고씨 가문의 체면과 고시환의 인맥을 생각하며 약혼식에 참석했다. 그날 밤, 나는 화려하게 차려 입고 참석한 손님들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내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부모님은 환한 미소로 강주희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강주희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가슴 한편이 저릿해졌다. ‘내가 살아있을 때는, 나를 사람들 앞에 절대 내세우지 않으려 했던 두 분이... 이제는 강주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모든 사람들에게 양딸의 존재를 알리고 있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들어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내 부모님 앞에 다가갔다. 부모님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커지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민아, 네가 여긴 웬일이야?” 어머니는 곧바로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그 옷은 뭐야?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빨리 나가!” 아버지는 내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 “오늘은 고씨 가문 아들의 약혼식이야. 여기서 말썽부리지 말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기 전에 빨리 집에 돌아가!” 내 친부모님의 경멸과 창피해하는 태도를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흠, 이게 바로 내 부모님의 본심이지. 나는 부모님에게 있어서 절대 자랑할 수 없는 부끄러운 존재일 뿐이야.’ ‘내가 지금 이렇게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타나도,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변함이 없어.’친부모님도 심지어 내가 이미 고영훈과 결혼한 사실조차 잊은 듯, 내가 부모님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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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나는 강주희의 은근한 말투를 듣고, 멀리 서 있던 고영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카, 여기 잠깐 와볼래요?” 내 미소와 표정은 마치 예전의 나와 똑같았다. 고영훈은 무의식적으로 내 쪽으로 걸어왔다. “무슨 일이세요? 민... 아니, 작은어머니?” 나는 고영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 나와 너희 작은아버지의 약혼식이잖아. 오늘 참석할 손님 중에 가장 기대되는 사람은 네 아내인데, 우리 조카며느리 지금 어디 있어?” 내 질문에 고영훈의 얼굴이 굳어졌고, 뭔가 말하려다가 내 부모님이 옆에 있는 걸 의식하며 입을 닫았다. “오늘 민아는 일이 있어서 못 왔어요.” “그래?”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셋 모두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연극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참, 얼마나 가식적인 상황인가...’ 나는 이들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다음에는 꼭 데리고 와. 나도 조카며느리가 나랑 얼마나 닮았는지 정말 궁금하니까.” 나는 뒤돌아 걸어갔고, 뒤에서 내 부모님이 고영훈에게 나를 단속하라는 말을 하는 게 희미하게 들렸다. “임하나를 너무 봐주지 마. 아무렇게나 행동하게 내버려두지 말고, 정신 좀 차리게 해.” 그런 말은 나에게도 참 익숙했다. 부모님은 항상 나를,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구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취급했다. ‘내 사랑하는 부모님, 내가 죽은 뒤에는 과연 나를 위해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 ...약혼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무대 위에 서서 고시환이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에는 깊은 애정이 서려 있었고, 나를 향한 듯한 깊은 사랑의 고백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 마음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고시환의 눈이 보고 있는 건 ‘임하나의 얼굴’이었고, 그가 떠올리는 사람은 바로 ‘강민아’였다. 이 기묘한 상황이 나를 끝없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고시환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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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아야!”어머니는 내가 갑자기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자,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지르더니 화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여사님 머리 위에 벌레가 있길래 떼어드린 거예요.” 어머니는 내 말을 들으며 내 얼굴을 잠시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콧방귀를 뀌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머리카락을 보며, 재빨리 지퍼백에 넣었다. 약혼식이 끝날 무렵, 손님들을 모두 배웅한 뒤, 나는 고시환을 끌고 바로 경찰서로 향했다. 이때 고영훈은 여전히 약혼식장에서 휴식 중이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김재국이 고시환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 대표님, 갑자기 이곳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고시환은 봉투에 담긴 머리카락을 꺼내 김재국에게 건넸다. “이 머리카락, 그 토막 난 시신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어서요.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감식을 부탁드립니다.” 김재국은 머리카락을 받아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를 물어보려는 듯했지만, 고시환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눌려 말을 삼켰다. “알겠습니다. 감식 결과는 빨라도 내일쯤 나올 겁니다.” 그때 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여기서 기다릴 겁니다. 감식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거예요!” 지난번 어떤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번만큼은 내가 직접 전 과정을 확인하고, 어떤 오류도 없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재국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합니다. 감식 과정은 민감한 부분이 많아서 외부인의 참관은...”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시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제 아내가 친구 한 명을 잃어버렸는데, 그 친구와 관련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토막 난 시신 사건이 혹시라도 그 친구와 관련이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김 팀장님, 조금만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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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분명히 그 시신은 내 거고, 머리카락도 내 친어머니의 건데, 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나오는 거지?’ 나는 순간 머릿속이 번뜩였지만, 갑자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말이야... 그 시신이 민아 거라고 가정했을 때, 민아 어머니와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거라면, 그럴 수도 있을까?” 고시환은 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민아’는 분명 시골에서 찾은 강씨 집안의 친딸로 알려져 있었고, 당시에도 친자확인검사를 통해 ‘강민아’의 정체가 확인된 뒤 강씨 집안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혈연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니, 누구도 납득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만약 내가 정말로 강씨 집안의 어머니와 혈연관계가 없다면? 그리고 만약...’ 그 가능성이 떠오르자 나는 고시환의 팔을 꽉 붙잡았다. “다시 검사해봐! 이번엔 민아 아버지로!” “민아 아버지 것은 이미 했어.” 고시환은 냉랭한 표정으로 차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것은 내 아버지와의 친자확인검사 결과였다. 나는 그 문서를 받아들고, 그것이 경찰서에서 작성된 공식 감식 결과라는 것을 확인했다. 내 눈앞의 상황이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강주희가 설령 아무리 머리를 써도, 경찰까지 매수할 능력은 없을 텐데?’ 나도 김재국을 몇 번 접촉한 적이 있었기에, 이분의 정직하고 공정한 성품을 익히 알고 있었다. 김재국은 뇌물을 받고 거짓된 감식 결과를 만들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결과가 사실이라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 ‘설마 내가 진짜 강씨 집안의 친딸이 아니고, 강주희가 강씨 집안의 친딸인 건가?’ 생각이 그 지점에 이르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강씨 집안이 이렇게 복잡한 일을 벌여 가짜 딸을 입양했을 가능성은 낮아.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야?’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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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강주희는 내가 보낸 문자를 받을 당시, 고영훈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는 내가 보낸 영상과 찍힌 사진을 보는 순간, 악에 받친 표정으로 몸을 벌떡 일으키며 얼굴이 창백해지며 속으로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휘몰아쳤다. 곁에서 잠들어 있던 고영훈은 그녀의 움직임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이마를 손으로 누르며 약간 찌푸린 얼굴로 강주희의 드러난 등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젯밤의 충동적인 행동이 떠올라 고영훈도 얼른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미안해. 어젯밤 또 술에 취해서...” 강주희는 이미 표정을 정리한 뒤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빠, 괜찮아요. 오빠 탓 아니에요.” 고영훈은 그녀의 몸에 남아 있는 붉은 자국을 보고, 어젯밤의 행동이 떠오르며 잠시 멍해졌다. 그 순간, 자신은 강주희의 얼굴이 강민아와 겹쳐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스스로에게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 답답한 마음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행동을 부정할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강주희는 고영훈의 마음속 혼란을 눈치챘는지, 가볍게 잠옷을 걸치고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빠, 자책하지 마세요.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예요.”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잖아요. 나는 오빠가 요즘 언니를 찾느라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마음속에 내가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언니는 이미 오빠를 마음속에서 지웠어요. 그런 언니를 계속 붙들고 있는 오빠 모습이 안타까워요.” 고영훈은 강주희의 말에 화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민아는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어. 민아는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한 거라고.” 강주희는 쓸쓸하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냉소가 스며 있었다. “오빠, 이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나도 그 CCTV 영상 봤어요. 그건 오빠를 단념하게 하려고 일부러 연출한 거잖아요.” 미간을 깊게 찌푸린 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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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여자손님은 내 말을 듣자마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지금 내가 일부러 트집 잡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나는 사장님이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내가 내 몸을 가지고 장난이라도 친다는 말이에요?” 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전에 사장님 평판이 안 좋다는 얘기 들었는데, 그거 다 거짓말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이런 쓰레기 같은 원단으로 옷을 만들 줄 몰랐네요.” “내가 꼭 이걸 인터넷에 올려서 사장님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세상에 알릴 거예요!” “임씨 가문의 딸이라고 해서 내가 사장님 무서울 줄 알았어요?” 나는 상대방의 휴대폰 카메라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손님, 제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 쪽에서 문제가 있다면 분명히 처리하겠지만, 근거 없는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여자손님은 화난 얼굴로 매장을 떠났다. 나는 이 사건이 여기서 끝날 줄 알았고, 설령 그녀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다 해도 별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뒤에서 이 일을 부추기고 있는 듯했다. 그 여자손님은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빠르게 화제가 되었고,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댓글에는 내가 만든 옷을 주문했던 사람들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옷을 입고 병이 났다거나, 심지어 장기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는 허위 근거까지 쏟아냈다. 장연희는 이런 댓글들을 보며 화가 나 이를 갈았다. “사장님, 이 사람들이 하는 말 너무 심하지 않아요?” “우리 옷 재질이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뻔히 아는데, 이건 전부 거짓말이에요! 그냥 아무 말이나 막 지어내고 있는 거라고요!” 나는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논란이 퍼져나가면서 이미 몇몇 사람들이 매장으로 찾아와 욕설을 퍼붓고, 채소와 달걀을 던지며 난동을 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사태가 더 커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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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고시환은 내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가 휴대폰 화면에 집중하는 걸 보고는 한마디 없이 내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았다. “이런 댓글들 볼 필요 없어. 전부 거짓말이야.”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고시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머릿속에는 여전히 방금 봤던 댓글의 내용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고시환은 내가 이런 악성 댓글들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오해한 것 같았다. 그는 나의 팔을 잡아 끌며 말했다. “가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자.” 나는 남자의 손을 보며 멈춰 섰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내가 예전에 언니를 버린 적이 정말 있어?” 고시환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너는 외동딸 아니었어?” “그래?” 나는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강민아이고, ‘임하나’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임하나’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나조차도 인터넷에서 본 정보 수준으로만 알고 있을 뿐,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고시환의 손을 천천히 뿌리치며 말했다. “미안해. 지금 우리 부모님 댁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나는 고시환에게 더 이상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임하나의 친정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임씨 저택의 대문이 눈앞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몇 가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원래 임하나가 임씨 저택에서 살던 시절의 조각난 기억이었다. 임하나의 몸으로 환혼하면서 나는 항상 ‘임하나’에 대한 뭔가를 종종 희미하게 떠올렸던 것 같다. ‘왜 임하나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지?’ ‘나와 임하나는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걸까?’ ‘왜 임하나는 나와 이렇게 똑같이 생겼지? 단순히 우연일까?’ ‘그리고, 왜 나는 강씨 집안에 있는 내 부모님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거지?’ 임씨 저택 대문 앞에 서 있는 동안, 내 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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