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의 말을 듣고, 내 마음속에서 커다란 충격이 일었다. ‘강주희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정말로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임하나가 어렸을 때 내가 살던 그 마을에 간 적이 있다고?’ 그 마을은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시골이었다. 황량하고 작디작은 마을에는 겨우 열 가구 정도가 살고 있었고, 동쪽에서 서쪽까지 걸어 다니며 한 시간 만에 마을 사람 모두의 얼굴을 익힐 수 있는 곳이었다. 외지에서 누군가 찾아온다면, 그 자체로도 마을에 큰 소식이었고, 임하나 같은 대도시의 상류층 아가씨가 그 마을에 온다는 건 더더욱 큰 사건이었을 텐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나는 아무 기억이 없는 걸까? 강주희는 내 표정에서 드러난 의문을 읽은 듯,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그때 우리 언니가 아마 여덟 살이었을 거예요. 이미 제법 철이 들어서, 만약 언니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하나 씨를 기억할지도 모르죠.” “그리고... 하나 씨랑 우리 언니, 정말 얼굴이 똑같더라고요.” 강주희의 눈에서 스쳐가는 미묘한 증오를 포착한 내 마음속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 증오는 임하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강민아’를 향한 것이 분명했다. “사실 말하자면, 하나 씨랑 우리 언니는 동갑이고, 이렇게 닮았으니 쌍둥이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겠죠.”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며칠 전 그 일이 없었더라면, 우리 부모님이 하나 씨한테 사과하고 화해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면, 전 오늘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주희 씨 하는 말투, 누구를 비꼬는 건데요? 당신 같은 강씨 집안의 양딸이 감히 나한테?” 강주희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며, 불쾌함이 스쳐 갔다. 양딸... 강주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었다. 강주희는 어릴 때부터 강씨 집안에서 살았고, 우리 부모님의 사랑을 친딸처럼 받아왔지만, 사람들은 늘 그녀를 ‘강씨 집안의 양딸’이라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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