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신혼 밤의 참극: 내 시신을 해부한 남편: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네가 나한테 다가온 이유가 뭐든지 간에, 나를 선택한 이상 내가 듣기 싫어할 말은 하지 마.” 방금 전까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나는,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를 힘으로 고시환의 뺨을 내리쳤다. 짝! 거실 전체에 울려 퍼진 맑은 뺨 소리. 나는 고시환의 싸늘한 표정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듣기 싫다고?” “당신이야말로 현실을 외면하는 거 아니야?” “강민아는 이미 죽었어!” “만약 민아가 죽지 않았다면, 당신의 실력으로나, 고영훈의 실력으로 왜 민아를 못 찾았겠어?” 여기까지 말하고 나는 미친 듯이 웃어댔다. “모르겠지?” “민아는 단순히 죽은 게 아니야. 다른 사람에게 몸을 절단당하고 살해당했어. 그리고 민아의 유골로 누군가 향초를 만들었다고!” 다시 살아난 이후부터 억눌려 있던 내 분노가 한순간에 모두 터져 나왔다. 나는 붉게 물든 눈시울로 고시환을 똑바로 노려봤다. 그저 마음속 불만과 분노를 쏟아내려는 것만이 아니었다. 눈앞의 고시환은 어린 시절부터 나와 함께 자라며 나에게 온기를 전해준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나를 쓰레기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모두에게 외면받는 더러운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그 시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반쯤 무릎을 꿇은 채 두 팔로 다리를 감싸고 웅크려 앉아 오열하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으면,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좋아. 하지만 나라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 같아?” “내가... 민아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는지 알아?” “누가 나를 챙겨줬는데? 누가 나를 신경 써줬냐고?” “당신이 듣기 싫다는 이유로 왜 나를 짓눌러야 하지? 내가 당신 장난감이야?” 고시환은 내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모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내 상황을 바라보며 잠시 멈칫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참을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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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주변을 둘러보자, 한눈에 여기가 내 부모님 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 나는 이미 환혼한 몸인데, 왜 이번엔 영혼의 형태로 나타난 거지?’ ‘더군다나 여기는 강주희의 방이잖아?’ 내 머릿속이 복잡해 이유를 생각해보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강주희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들어오더니, 침대 위의 드레스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말도 안 돼! 이건 내가 잘못 본 거야!” “그 사람 이미 죽었어! 절대로 다시 나타날 리가 없어!” 나는 강주희가 옆에 있는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는 상자를 열어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상자 안에는 온통 향초가 들어 있었다. 이를 악물며 분노로 치를 떨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설마... 내 유골이 전부 향초로 만들어진 건가?’ 강주희는 얼굴에 음산한 웃음을 띤 채 그 향초를 손에 들고 비웃으며 말했다. “강민아, 너는 이미 죽었어. 네가 귀신이 돼서 내 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난 두렵지 않아.” “오히려 귀신으로 나타나는 게 좋겠어. 내가 너희 집안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 “너희 부모가 개처럼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꼴도 말이야!” “나는 너희 집안 사람들 모두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나는 강주희의 얼굴에 가득한 증오를 보며, 마음속 깊이 충격을 받았다. ‘강주희는 나를 미워하는 것만이 아니라, 강씨 집안 전체를 증오하고 있어.’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렇게까지 강씨 집안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거야?’ 나는 강주희 앞으로 달려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향초에 내 뼛가루가 섞여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향초가 내 영혼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겁에 질린 나는 온 힘을 다해 뒤로 물러났다. ‘안 돼! 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안 돼!” 나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비명을 질렀다. 눈앞의 익숙한 풍경과 내 앞에 앉아 있는 잘생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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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우리 사이에 사랑이라는 게 있었나?” 고시환이 나를 흘깃 쳐다보고는, 대답도 없이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또 무슨 태도야?’ 화가 난 나는 씩씩거리며 그의 뒤를 쫓았다. “사랑이 없다고 쳐도, 비즈니스 파트너한테 이런 태도는 아니지 않아?” “그래서 앞으로 뭘 할 생각인데?” 고시환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나는 그와 부딪힐 뻔했다. 순간 당황한 나는 두 발짝 뒤로 물러서며 급히 계단 난간을 붙잡았다. 간신히 중심을 잡은 덕에 굴러떨어지는 건 면했지만, 심장이 쿵쾅거리며 한참 동안 진정되지 않았다.“야! 갑자기 멈추면서 뭐라고 말이라도 하던가!” “내가 여기서 굴러떨어져서 목숨이라도 잃으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생에 다시 살아난 것도 기적 같은데, 하나밖에 없는 목숨 잘 지켜야지.’ ‘다시 죽으면 이번엔 정말로 환혼해서 복수고 나발이고 다 끝나버릴지도 모르잖아.’ 고시환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던졌다. “내 질문에 대답해봐.” ‘진짜 예의 없네.’ 나는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원래 이렇게 매너가 없냐?” 그러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내가 뭘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지?’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르겠어.”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덧붙였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당신 같은 Y 시의 최고 갑부랑 결혼했으니, 집에서 먹고 놀면서 내 마음대로 사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고시환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너, 민아를 위해 복수하려고 한 거 아니었어?”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내 복수 계획에는 아무런 지장 없거든.” 고시환은 두 팔을 교차하여 팔짱을 끼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럼 네 복수 계획이라는 게 뭔지 한번 말해봐.”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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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고영훈의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둘러 서랍을 열어 그 안에 놓인 향초를 확인했다. ‘이 안에 든 건 내 뼛가루로 만든 향초야. 혹시 이걸로 DNA 검사가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내 죽음의 진실이 곧 밝혀질 거야.’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향초를 주머니에 집어넣었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큰일 났다! 고영훈이 돌아왔어!’ 지금 나가면 고영훈과 마주칠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핑계를 대도 상황이 난처해질 게 뻔했다. ‘안 돼, 지금 나갔다가 잡히면 끝장이야.’ 나는 방 안을 재빨리 둘러보며 숨을 곳을 찾았다. 그리고 옷장을 발견하자 망설임 없이 안으로 몸을 숨기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옷장만은 열지 마라. 제발!’ 밖에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곧 고영훈이 피곤한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옷장의 틈새로 그가 침대 옆에 앉는 모습을 지켜봤다. 고영훈의 눈은 허공을 향해 멍하니 떠 있었고,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아 진짜... 울고 싶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왜 저렇게 안 씻고 앉아 있는 거야? 평소 같으면 벌써 욕실로 들어가서 비극의 남주 연기를 시작했을 텐데.’ ‘오늘은 대체 무슨 ‘특별 편성’이라도 있는 거야? 이러다 ‘시청자’한테 욕먹겠네!’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숨소리를 죽이며 상황을 지켜봤다. 내 간절한 기도가 통했던 걸까? 고영훈은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휴... 살았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자, 조심스럽게 옷장 문을 열었는데, 내가 한 발을 겨우 옷장 밖으로 내딛으려던 순간, 욕실 문이 다시 열렸다. 나는 깜짝 놀라 재빨리 옷장 안으로 몸을 숨겼다. ‘뭐야? 오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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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나는 뛰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돌아가서 고시환에게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고시환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내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다리를 꼬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정말 여유롭네?” “내가 여유롭지 않을 이유가 있나?” 나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왜?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밤에 산책도 다녀오고 말이야.” 고시환은 미소를 띠고 내 앞에 섰다. 남자의 온화한 웃음이 점점 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손을 들며 항복을 선언했다. “알겠어, 알겠어! 말할게!” 나는 주머니에서 그 향초를 꺼내 그의 앞에 내밀었다. “확실한 정보에 따르면, 이 향초는 민아의 유골로 만들어진 거야. 그런데 이걸로 DNA 검사가 가능할지 모르겠어.” 나는 고시환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당신이 좀 도와줬으면 해...” “뭐라고 했어?” 고시환은 충격을 받은 듯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향초를 들어 올려 자세히 살펴봤다. “그냥 평범한 향초 아니야? 네가 지금 말한 게...” 그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웃던 그 소녀가 지금은 이 하찮은 향초로 남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듯했다. ‘그럴 만도 하지.’ 나는 고시환의 표정을 보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네가 믿기 힘든 거 알아. 하지만 일단 검사해 보면 되잖아?” “설령 가짜라 하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가능성을 지우면 진실에 더 가까이 가게 된 셈이잖아.” 고시환은 내 말에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고, 결국 향초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전문가를 찾아서 확인해볼게. 하지만 네가 만약...” “만약이고 뭐고 그만해.” 나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단호히 말했다. “가짜라 해도 내가 너를 속였다는 증거는 되지 않아. 단지 내가 얻은 정보가 틀렸다는 것뿐이야. 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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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나는 혼자 계속 떠들면서 임하나인 척 연기하며, 고시환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마치 나를 통째로 투과해,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건 내가 중얼거리던 말을 멈춘 뒤였다. 고시환의 멍한 모습을 보며 의아하게 물었다. “왜 그래? 나를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건데? 내 유창한 언변에 감동이라도 했어?” “그래.” 고시환은 뜻밖에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네 태도랑 변명하는 모습이, 강민아랑 너무 닮아서.” 순간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큰일 났다! 내 본모습을 들켜버린 건가?’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나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야 당연하지!”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할게, 나랑 민아는 쌍둥이처럼 닮은 사이야. 걔가 평소에 무슨 색 속옷 입는지도 내가 다 알 정도라고.” “그러니까 내가 민아랑 조금 닮아 보이고, 행동도 비슷한 건 이상할 게 없어. 근데 너무 나한테 빠지진 마. 큰일 날 테니까!” 나는 고시환이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계단으로 뛰어올라갔다. ‘더 말하면 말할수록 실수할 가능성이 커지니까, 여기서 끝내야 해.’ ‘고시환 저 사람의 머리 회전 속도를 생각하면, 언젠가 내 정체가 들킬 날이 올지도 몰라.’ 그 생각에 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급히 방으로 뛰어들어간 뒤에야 문득 생각이 스쳤다. ‘잠깐만... 아까 그 사람한테 내가 고영훈 집에 간 걸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는 걸 깜빡했잖아!’ ‘설마... 내 몸에 위치 추적 장치를 단 거 아니야?’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황급히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옷을 이리저리 만지며 꼼꼼히 살폈지만,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어디에도 이상한 건 없는데... 설마 내가 괜히 의심한 건가?’ 한밤중까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며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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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내 뼛가루로 향초를 만들더니, 이제는 내 뼈까지 가져가고, 심지어 내 피부까지...!’ ‘강주희,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저 사람들은 대체 뭘 하려고 나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왜 나를 이렇게까지 만든 거야?’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내 마음은 폭발 직전이었다. ‘대체 왜! 왜냐고!!!’ 나는 비명을 지르듯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온몸이 벌떡 일어나며 깨어났다. 내 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숨은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희미한 어둠 속에서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나는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고시환의 집이야.’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겁게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고시환이 방으로 들어오며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악몽이라도 꾼 거야?” 나는 마음속 깊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목이 잠긴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응.” 그리고는 무릎 위에 얼굴을 묻으며 힘없이 덧붙였다. “미안해. 내가 당신 깨웠지.” 고시환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나는 남자의 품에 기대어 잠시나마 그 온기를 느끼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한참 후, 조금씩 평온을 되찾은 나는 고시환을 바라보며 문득 한마디를 던졌다. “혹시 나를 민아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고시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내 어깨에서 손을 거두고는 익숙한 그 방탕한 태도로 돌아갔다. “너무 자의식 과잉하지 마, 임하나 씨.” 그는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냥 인간적으로 너를 위로해 준 것뿐이야. 자신감 넘치는 건 좋은데, 과하면 좀 피곤하거든.” 남자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나는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묵직했던 내 마음도 점차 가벼워졌고, 꿈속의 공포도 서서히 사라져 갔다. 잠시 후, 나는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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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진짜야? 너 들었어? 임씨 가문 그 대단한 딸이 옷가게를 연대!” “그 얘기 벌써 다 퍼졌어. 게다가 직접 재단사로 일한다던데, 웃겨 죽겠어.” “맨날 허리에 손 얹고 사람들 혼내는 손으로 옷을 만든다고? 우리 한 번 가서 구경이나 해보자!” 상류층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내 귀에도 들려왔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차근차근 준비를 진행했다. 충분한 자금 덕분에 나는 금방 마음에 드는 가게를 인수할 수 있었다. ‘여긴 내가 상상하던 가게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이 매장의 내부 인테리어와 분위기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이 가게는 원래 개량한복 전문 가게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류층 아가씨들이 화려하고 럭셔리한 스타일만 찾다 보니, 이런 동양미가 담긴 의상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이 개량한복 가게를 인수하며 전 주인에게 약속했다.“걱정 마세요. 이곳에서 개량한복의 아름다움을 반드시 되살리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릴 겁니다.”‘개량한복은 나와 딱 맞는 분야야. 이 정도는 자신 있어.’나는 자신감을 느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도 어렸을 때 강제로 섬유 공장에서 일했던 그 시간이 지금 돌아보니 도움이 되는구나.’ 그곳에서 나는 함께 일하던 많은 이모들과 언니들의 손재주를 가까이에서 보며 배운 것이 많았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나는 이런 자신감도 얻었다. ‘만약 그때 내가 강씨 집안으로 돌아오지 못했더라도, 이 기술 하나로 충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 거야.’ 그러나 나도 순간 가슴 한켠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게 오래 살지 못했잖아. 내 젊은 시간의 삶은 저승길에서 허무하게 끝나버렸으니까.’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가게 입구 쪽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딱 봐도 날 비웃으러 온 게 뻔하잖아.’ 나는 일부러 환하게 웃으며 가게 문을 활짝 열었다. “어머, 여기까지 오셨으면 그냥 가지 말고 들어와서 구경 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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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이게... 정말 수지 맞아?” “아니, 옷만 바꿨는데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어?” “얼굴은 똑같은데, 사람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어! 단아하고 우아해 보여!” 명문가 아가씨들의 감탄을 들으면서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옷, 방금까지 개에게도 안 입힌다고 하신 거 맞죠?” 내 말에 그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더니 슬쩍 가게 안의 다른 개량한복들을 바라보며 뭔가 관심이 생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손뼉을 가볍게 쳤다. “모두들 서두르지 마세요. 가게의 옷들이 여기 계신 모든 분께 어울리는 건 아닐 수도 있어요.” 명문가 아가씨들이 다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 말을 기다리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옛말에 ‘옷이 날개다’라고 하죠. 지금 여러분은 수백만 원, 아니 수천만 원짜리 옷을 입고 있기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여러분께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아닐 수 있어요.” 나는 그 아가씨들에게 개량한복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각자의 스타일에 맞춘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개량한복뿐만 아니라 여러분만의 분위기와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해드릴 수 있어요.” 그 말에 명문가 아가씨들은 처음의 가벼운 태도와는 달리 내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키운 호기심은 순식간에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원래부터 잘 보살펴지고 귀하게 키워진 아가씨들은 내가 한 말을 친구들에게 전했고, 자연스럽게 내 가게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몇몇 아가씨들이 내 가게를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그들의 영향력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이끌려 가게를 찾아오기 시작했다.가게는 점점 바빠졌고,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했기에 정신없이 일했다.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는 가게 안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리는 뻐근하고, 다리는 무거웠다. ‘마치 다시 방직 공장에서 일하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네.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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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나는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시환과 강주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머, 이 사람이 진짜 손님의 삼촌이었어요?” “그렇다면 이제 손님은 저에게 작은어머니라고 불러야겠네요?” 강주희는 단 한 순간에 나와 고시환의 관계를 눈치채고, 얼굴에 억지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영훈 오빠한테서 삼촌이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임씨 가문의 임하나 씨일 줄은 몰랐네요.” 말은 고시환에게 하는 것 같았지만, 강주희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얼굴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이런 태도에도 나는 변함없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손님이 우리 신랑이랑 이런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어쨌든 손님도 여기 처음 온 거니까 오늘은 서비스로 해줄게요.” 나는 줄자를 꺼내며 강주희를 향해 손짓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강주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내게 다가왔다. “그런데 전에 임하나 씨가 재단 같은 것도 하는지 몰랐네요?” 나는 거울 속 강주희의 얼굴을 스쳐보며 잔잔히 웃었다. “조금 아는 정도지요. 진짜 옷은 공장에 계신 선생님들이 만들어줘야 제대로 나오죠.” 강주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치수를 다 재고 나서야, 간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서둘러 가게를 나섰다. 나는 강주희가 가게 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에 띄게 혐오감을 드러냈다. “왜? 저 여자랑 원래 뭐 있던 사이야?” 옆에서 장난스럽게 묻는 고시환을 돌아보며 나는 말없이 미소 지었다. “뭘 있긴. 그냥 보기 싫은 거지.” “뭐가?” “원래 입양해서 들어온 주제에 진짜 강씨 집안 딸처럼 행동하잖아. 도도한 척, 잘난 척 하는 게 꼴 보기 싫어서.” 고시환은 잠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물었다. “그럼, 네가 의심하는 그 살인 사건... 민아를 죽인 게 강주희라고 생각해?” 나는 그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물건을 정리하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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