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신혼 밤의 참극: 내 시신을 해부한 남편: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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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여전히 협상 중이라는 걸 깨닫고, 나는 웃음을 억누르며 다시 고시환을 쳐다봤다. “오빠, 이번에 H시로 돌아온 이유, 결국 강민아 찾으려고 온 거잖아.”“오빠 쪽 사람도, 고영훈 쪽에서도 다 강민아를 못 찾았잖아. 해코지를 당했다는 것만 알지, 지금은 생사조차 모르고.” 내 말에 고시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제야 심각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봤다. “강민아가 어디 있는지는 지금 오빠에게 말할 수 없어.”“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오빠가 나와 결혼하는 거야.” ‘나는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어. 임하나와 고시환의 힘을 잘 이용하면, 상대가 눈치채기 전에 모든 걸 마무리할 수 있을 거야.’ 고시환은 내 말을 한참 동안 곱씹는 듯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래. 우리 잘해보자.” 나도 고시환의 손을 잡고 미소 지었다. “잘해보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심한 어지러움이 몰려왔으며, 몸이 그대로 뒤로 기울었다. ‘고시환이 나를 잡아준 건가?’ 예상했던 바닥의 충격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견딜 수 없는 피로가 몰려오자 나는 눈을 감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침대 주위에는 낯선 사람들이 서 있었고, 그들 뒤쪽에는 고시환이 보였다. “딸!! 드디어 깨어났어!!! 엄마는 네가 정말 걱정돼서 혼이 나갈 뻔했어!!!” 눈앞에 서 있는 우아한 중년 여성을 보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름다운 사모님, 바로 임하나의 어머니, 장해선이었다. ‘눈이 빨갛게 부어 있고, 얼굴 가득한 걱정과 안타까움... 진짜 걱정하는 표정이네.’ 내 가슴 한구석이 순간에 따뜻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 나는 늘 재벌가에는 가족 간의 정 같은 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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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당신도 잘 봐. 정말 우리 딸 이렇게 만들고 싶었어?”“딸, 네가 정말 싫다면 아빠도 강요하지 않아.” 임승후가 그렇게 말하며 미안한 표정으로 고시환을 한 번 힐끗 보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 집안이 아무리 고씨 가문만 못해도, 혼사를 거절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단다.” “내 소중한 딸을 억지로 내주면서까지 체면을 차릴 필요는 없으니까.” 임승후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눈가가 붉어졌다. 나는 이제야 임하나가 왜 이토록 도도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부모님이 있고, 또 재벌가 배경 속에서 자라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임승후는 내 눈가가 붉어진 것을 보고 무언가 마음속에 담아두고 말하지 못하는 억울함이 있다고 착각하는 듯했다. 그는 곧장 고시환에게 혼사를 없던 일로 하겠다고 말할 참이었다. ‘이러다 정말 파혼되겠는데?’ 나는 서둘러 입을 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손가락으로 고시환을 가리켰다. “아빠!! 안 돼요!! 나 시환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 “이번 생은 시환 오빠 말고는 아무도 안 돼요!” 내 눈에 서린 단호함에 모든 사람이 놀란 듯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던 고시환조차 예상 못 한 반응에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이며, 갑자기 웃음을 지으며 두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하나 씨가 저한테 첫눈에 반해서 평생 저만 바라보겠다니, 참 영광이네요.” “이렇게 절대적으로 절 원하다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봐라, 저 건방진 태도 좀. 진짜 얄밉기 짝이 없네.’ 고시환의 그 태도에 내 속으로 이를 갈았다. ‘대놓고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는지 보겠다는 심보가 훤하네.’ ‘고시환... 아마 처음부터 내가 다친 걸 핑계로 이 지경까지 가게 놔둔 것도 이런 상황을 노린 거겠지.’ 나는 최대한 억울하면서도 애틋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네, 나 시환 오빠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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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나는 딱 하루만 병원에 더 있다가 퇴원하겠다고 성화를 부렸다. 임승후는 ‘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나를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생각해보니 임하나처럼 성격이 뻔뻔하고 당당한 것도 나쁘진 않네. 하기 싫은 일 있을 땐 이렇게 써먹을 수 있잖아.’ ...나는 임하나 방에 들어서자마자 온통 핑크색으로 꾸며진 공주풍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고, 순간 숨이 턱 막혔다.‘이 나이에 핑크 공주 방? 너무 유치하잖아.’ 나는 침대에 반쯤 누운 채로 지금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은 고시환이 H 시로 막 돌아온 시점이고, 강주희에 대해 내가 아는 건... 단지 이 사람이 날 해치려 했다는 사실뿐...’ ‘내 두개골 상태나 날 죽이려 했던 증거들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생각하니 나도 괜히 한숨이 나왔다. ‘진작에 알았으면 조금만 더 늦게 다시 살아나는 건데.’‘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살아났다면, 내 손으로 직접 복수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의 일은 완전히 오리무중이야. 그야말로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지.’‘하지만 다행인 건, 지금 임하나의 위치가 어느 정도 되니까 나는 더 이상 강씨 집안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게다가 임하나의 이런 성격 덕분에 굳이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으니까...’‘이제 누구한테도 굳이 친절할 필요가 없겠네.’그렇게 생각하니 내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 살아난 것도 꽤 괜찮은데?’긴장이 풀려서인지 나는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울린 벨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몸을 일으키고 낯선 방 안을 둘러보며 잠시 멍하니 있었는데, 한참 지나서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아, 그래. 난 이제 다른 사람의 몸으로 다시 살아났지...’나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책상 아래 떨어져 있던 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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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나는 예상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구청 입구에 도착했다. ‘흠, 내가 이렇게 일찍 도착했으니 고시환이 오면 한마디 할 수 있겠네. 혼인신고에도 늦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런데 내가 도착했을 때, 고시환은 이미 입구에 서 있었다. ‘나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고?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임하나, 보아하니 너도 시간 약속은 잘 안 지키는 편인가 보네.” “아니면 정말 나한테 첫눈에 반해서 빨리 결혼하고 싶은 건가...” “닥쳐!” 나는 고시환의 얼굴에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주변에서 혼인신고를 하러 온 사람들이 우리를 힐끔거렸다. 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이를 악다물며 말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라. 안 그러면 이번 판 당장 다 엎어버릴 수 있어!!” “그래?” 고시환은 웃으며 내 손을 덥석 잡고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 “한 번 내 배에 올라탔으면, 함부로 내릴 수는 없지.”...혼인신고 하는 내내 정신이 멍했던 나는 도장이 찍히는 순간에야 손이 떨리며 실감이 났다. 그리고 문을 나서면서 내 손에 들린 혼인관계증명서를 내려다보았지만 묘하게 실감이 안 났다. ‘내가 진짜 고시환의 아내가 된 거야?’ “왜? 벌써 후회돼?” “후회?” 나는 고시환을 바라보며, 어릴 적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의 얼굴을 보다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웃었다. “뚱보, 이제 내 배에 탔으니까 쉽게 내릴 생각은 하지 마!” 나는 시원하게 웃고 돌아서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집에서 기다려. 내가 곧 이사 들어갈게.” 뒤돌아 걸어가는 나를 고시환은 멍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남자의 눈빛은 마치 내 등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아마 지금 고시환은 도저히 상상도 못 하겠지. 이 몸 안에 어릴 적부터 자신과 붙어 다니던 그 바보 같은 여자애가 있다는 걸...’고시환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손에 든 혼인관계증명서를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임하나, 진짜 재밌는 사람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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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장모님, 죄송합니다. 하나 씨랑 갑작스럽게 혼인신고를 해서 놀라셨을 것 같아요. 용서해주십시오.” “이건 제가 첫 방문 인사로 가져온 작은 선물입니다. 추후에 약혼식과 결혼식도 성의껏 준비할 예정이니 하나 씨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고시환이 바로 따라 들어와 살짝 기분이 상했다. “여기까지 왜 따라왔어?” 고시환은 마치 진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잊었어? 당신이 나랑 같이 살겠다고 했잖아. 혹시 당신 짐이 많을까 봐 같이 짐 옮겨주려고 온 거야.” 장해선은 눈이 동그래지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하나야, 너... 이사부터 하겠다고?” 얼마 전 내가 내뱉었던 말이 떠올라서, 이제 와서 부정할 수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이미 혼인신고도 했으니까 이제 같이 살아야죠.” 장해선은 나를 보내기 싫어하는 눈빛이었다. 사실 나도 이 따뜻한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계속 머물게 되면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일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결국 이 집 사람들이 내가 ‘임하나’가 아니라는 걸 눈치챌 위험도 있었다.나는 고시환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며 장해선의 귀에 살짝 대고 말했다. “엄마, 날 잘 알잖아요. 내가 시환 오빠를 다른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뺏기게 둘 수 없어요.” 장해선도 결국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정했으니, 엄마가 더 이상 말하지 않으마.” “우리 엄마가 최고야!” 나는 장해선을 꽉 안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지만, 마음속으로 잠시 감회에 젖었다. ‘임하나가 늘 가족과 반대 방향으로 가려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해가 안 됐는데...’ ‘이렇게 따뜻하고 자신을 아껴주는 부모님과 좋은 가정 분위기를 왜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까?’ 장해선과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눈 뒤, 나는 고시환과 함께 임하나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 안에 가득한 핑크색 인테리어가 다시 눈에 들어오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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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나는 고시환과 함께 차에 탔지만, 차가 이동하는 경로는 아무리 봐도 쇼핑몰로 향하는 길이 아니었다. ‘어? 아닌데? 이거 쇼핑몰 가는 길 아니잖아?’ 내가 살짝 의문스러운 눈길로 고시환을 바라봤다. “고 대표님, 약속 안 지키는 거야?”뭔가 깊이 생각에 잠겨 있던 고시환은 내 말에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돌렸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먼저 본가에 들러야 해.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고정한 회장인가? 고시환은 나랑 이제 막 혼인신고를 했는데 벌써 얼굴을 보자고 하시다니.’ ‘혹시 이미 누군가 시켜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던 걸까? 동시에, 나를 떠보려는 생각도 있을 테지.’ 나도 조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거기서 고 회장을 만날 때 임하나의 성격으로 갈까? 아니면 지금 내 원래 성격대로 갈까?’ 내 속마음을 들킨 듯 고시환이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근데 한 가지, 아버지가 연세가 있으셔서 심장이 좀 약해. 그러니까 네 불같은 성질은 좀 참아줄 수 있겠어?”그가 슬쩍 운전석 쪽을 바라보길래 나도 자연스럽게 그쪽을 따라 봤는데, 곧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는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코웃음을 쳤다. “고 회장님께서 나한테 좋게 대해 주시면 나도 좋은 얼굴로 대해 드릴 거고.” “근데 만약 나를 무시하거나 비꼬고 빈정대면, 나도 봐주지 않을 거야.”“나도 우리집에서 우리 부모님한테 금쪽같은 귀한 딸로 자랐거든!” 고시환은 가볍게 웃더니 별다른 말 없이 눈을 감고 잠깐 눈을 붙였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옛날에 임금 옆에 있는 건 호랑이랑 같이 있는 거나 다름없다더니, 이 말이 딱이네.’ ‘방금 내가 눈치 못 챘으면 완전 들킬 뻔했잖아.’ ‘앞으로 고시환 곁에 있으려면 분위기 잘 파악하고 눈치도 빨라야겠어.’ ‘안 그러면 어느 날 갑자기 고시환 아내 자리에서 잘릴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다시 고씨 댁 본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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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나는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아버님, 저랑 시환 씨 이미 혼인신고까지 했는데요. 그런데 아직도 저를 ‘하나 양’이라고 부르시더니,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요?”“아버님께서 저한테 불만이 있으시다면, 저는 시환 씨와 당장 이혼 준비할 수도 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고씨 가문에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온 건 아니고요.”내 갑작스러운 말에 고정한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야, 새아가. 네가 오해한 거야. 이렇게 좋은 며느리를 얻어서 너무 기뻐서 잠시 말문이 막혔던 거야. 나도 적응할 시간이 조금 필요해서 그런 거지, 절대 그런 뜻이 아니야.”나이가 들어서 체면을 중시하는 고정한이 직접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이제 적당히 넘어가도 되겠다 싶어 나는 더 이상 투정부리지 않기로 했다. 고시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벌이는 이 소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내 장난 같은 소동이 끝나자 더 이상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지 않고,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너희 둘이 이미 혼인신고 했어 결혼식은 언제 올릴 생각이냐?”나는 이미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고 준비한 대로 대응했다.그리고 옆에 있던 고시환을 힐끔 쳐다봤지만, 그는 모든 걸 나한테 맡긴 듯한 태도로 말없이 가만히 있기만 했다. 고시환의 모습이 못마땅했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며 대답했다. “결혼식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혼인신고도 갑자기 했는데 결혼식까지 그렇게 급하게 할 순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함부로 아무렇게나 결혼식을 치를 수는 없잖아요. 저도 임씨 가문의 외동딸로서, 반드시 성대하게 해야 해요. 모든 사람들이 알게끔 말이에요.”여기까지 말한 나는 잠시 멈칫하며 망설이듯 말을 끊었다. ‘이 말을 꺼내도 될까, 말까...’ 고정한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 가족이니까 뭐든 편하게 말해.” 나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솔직하게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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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나는 차 안에 앉아 며칠 전에 강주희가 한 말을 떠올리며 운전석에 앉은 고시환을 바라봤다. 고개를 살짝 들자마자 고시환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 그의 팔을 툭툭 쳤다. “운전이나 제대로 하세요. 나만 보지 말고!” ‘막 환혼했는데 이렇게 죽을 순 없잖아!’ 고시환은 시선을 도로로 돌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조용히 있어서 겁먹은 줄 알았지.” “헉.” 나는 비웃으며 답했다. “내가 그렇게 쉽게 겁먹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당신이랑 결혼할 마음도 안 먹었어.” 고시환은 마치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맞지. 어차피 너도 앞뒤가 다른 이중인격이니까.” 남자의 비꼼에 신경 쓰지 않고 나는 곧바로 말했다. “BS백화점으로 가.” 고시환은 이유를 묻지 않고 바로 BS백화점으로 차를 몰았다. 도착하자, 그가 나와 함께 내리려고 하자 나는 남자의 앞을 막아섰다. “고 기사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고요. 이제 필요 없으니까 돌아가요.” 고시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임하나, 진짜 사람을 쓰고 버리는 거 잘하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내 눈빛이 무슨 뜻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든 보기만 하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둘 사이에 묘한 정적이 흘렀고,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내가 먼저 못 참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오빠... 아니, 이제 우리 이미 결혼한 사이니까, 말 실수하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당신’이라고 부를게. 당신도 잊지 마. 우리 관계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일 뿐이라는 거.” 고시환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랐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나는 고시환이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 천천히 몸을 돌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며칠 전, 나는 고영훈 옆에 있다가 우연히 강주희가 툭 내뱉은 말을 들었다. 이번 주에 강주희가 갖고 싶어 하던 한정판 아이템이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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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강주희, 나를 보고 놀란 거야?’ ‘네가 보기엔 내가 여기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인가 보지?’ ‘한밤중에 악몽은 꾸고 있니?’ ‘그렇게 잔인하게 날 죽였는데 양심은 괜찮은 거야?’ 나는 몸이 토막 나서 아무렇게나 버려진 그 처참한 순간이 떠오르자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눈이 붉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씩 매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 맴돌았다. ‘죽여. 강주희를 죽여. 내 복수를 위해...’ “옷 사러 간 거 아니었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고시환이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옷은 어디 있어?” “이 표정은 뭐야? 내가 나타나서 네 기분 망쳤어?”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고시환을 바라보다가, 다시 매장 안에 있는 강주희와 고영훈을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말 없이 고시환의 손을 잡고 백화점을 나섰다. 차 안에 타자마자 고시환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내 옆에서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 궁금한 거 있어?” 고시환은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말했잖아. 우리 관계는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네가 말하고 싶으면 말하는 거고, 말하기 싫으면 강요하지 않아. 하지만...” 남자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아둬. 지금 넌 나랑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든 나한테 미리 말하고 움직여. 멋대로 행동하지 말고.” “알았어.”나는 아무 말 없이 무겁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는 아까 왜 그렇게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을까?’ 만약 오늘 고시환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강주희의 눈에 띄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주희를 제거하려 들었을 거다.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주먹을 꽉 쥐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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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내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죽고 난 후, 영혼이 되어 내가 직접 꾸민 그 신혼집을 떠돌면서 깨달았다. 이미 내가 애정을 담아 꾸몄던 신혼집은 따뜻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싸늘한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어쩌면 그때 내가 미리 이상한 낌새를 채고 떠났더라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임하나, 정신 차려!”내가 생각에 잠긴 걸 눈치챈 고시환이 내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 말을 걸었다. “지금 넌 내 아내야. 마음속에 다른 남자 생각하면 안 되지. 그러면 내가 질투하거든.” 나는 남자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고 대표님, 걱정 마. 나, 그런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히 자신 있어. 난 한 번 정하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거든.” “당신과 결혼했으니 이제 당신을 내 편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지.” “고마운 말이네.” 고시환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 편인 너에게 하나 물어보지. 너, 강민아랑 무슨 사이였어?” “그리고 왜 나한테 ‘뚱보’라고 불렀던 거지? 너 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거야?” 고시환이 한 걸음씩 다가오며 압박해 오자 나는 점점 뒤로 물러났고, 결국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고개를 들고 고시환의 눈을 마주치니 그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 순간, 내 눈엔 나도 모르게 두려움이 비쳤다. ‘이제 와서 하나하나 따져보겠다는 거잖아.’ 고시환의 태도는 명확했다. 그는 뭔가 알아냈고, 이제 본격적으로 확인하려는 것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속으로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독립형 전원주택은, 소리친다고 해도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고립된 공간이다. 설령 여기서 고시환이 나를 죽인다 해도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던 그 끔찍한 순간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려서, 나는 본능적으로 남자의 시선을 피했다. 고시환이 다가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전에 네가 그랬지. 결혼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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