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 놀리는 거야?” 여전히 협상 중이라는 걸 깨닫고, 나는 웃음을 억누르며 다시 고시환을 쳐다봤다. “오빠, 이번에 H시로 돌아온 이유, 결국 강민아 찾으려고 온 거잖아.”“오빠 쪽 사람도, 고영훈 쪽에서도 다 강민아를 못 찾았잖아. 해코지를 당했다는 것만 알지, 지금은 생사조차 모르고.” 내 말에 고시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제야 심각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봤다. “강민아가 어디 있는지는 지금 오빠에게 말할 수 없어.”“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오빠가 나와 결혼하는 거야.” ‘나는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어. 임하나와 고시환의 힘을 잘 이용하면, 상대가 눈치채기 전에 모든 걸 마무리할 수 있을 거야.’ 고시환은 내 말을 한참 동안 곱씹는 듯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래. 우리 잘해보자.” 나도 고시환의 손을 잡고 미소 지었다. “잘해보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심한 어지러움이 몰려왔으며, 몸이 그대로 뒤로 기울었다. ‘고시환이 나를 잡아준 건가?’ 예상했던 바닥의 충격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견딜 수 없는 피로가 몰려오자 나는 눈을 감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침대 주위에는 낯선 사람들이 서 있었고, 그들 뒤쪽에는 고시환이 보였다. “딸!! 드디어 깨어났어!!! 엄마는 네가 정말 걱정돼서 혼이 나갈 뻔했어!!!” 눈앞에 서 있는 우아한 중년 여성을 보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름다운 사모님, 바로 임하나의 어머니, 장해선이었다. ‘눈이 빨갛게 부어 있고, 얼굴 가득한 걱정과 안타까움... 진짜 걱정하는 표정이네.’ 내 가슴 한구석이 순간에 따뜻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 나는 늘 재벌가에는 가족 간의 정 같은 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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