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밤의 참극: 내 시신을 해부한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100 챕터

제51화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의 익숙한 환경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순간 놀라 멍해졌다. ‘여긴... 고영훈 집?’ 미처 상황을 판단할 여유조차 없이,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나를 본능적으로 그쪽으로 이끌었다. 거실로 들어가자, 강주희가 우울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고영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요즘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한 것 같던데, 내가 오빠를 위해 특별히 닭곰탕 끓였어요. 좀 먹어봐요.” 강주희의 이런 가식적인 행동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지만, 또다시 내 눈으로 보게 되니 여전히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강주희는 살짝 몸을 옮겨 고영훈 옆에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다정하게 남자의 어깨를 주물렀다. “오빠가 언니 행방을 찾으려고 애쓰는 건 알지만, 몸이 먼저예요. 언니가 꼭 무슨 사고를 당한 건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나는 낮에는 고영훈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그가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는 대강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요 며칠간 거의 경찰서와 현장을 오가며 지내며, 어떤 시신이나 피해자 소식이 들리면, 무조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재 경찰서 전체가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고영훈이 나타나기만 하면 모두들 신경을 곤두세운다. ‘혹시라도 이 KM그룹의 후계자가 미쳐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고영훈은 피곤한 듯 손으로 이마를 짚고 말없이 한숨만 내쉬며, 강주희가 건넨 닭곰탕도 몇 입 떠먹지 못하고는 곧바로 내려놓았다. “자꾸 그런 느낌이 들어. 민아가 내 옆에 있는 것 같아.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참을 수 없이 화가 치밀었다. ‘그야 그렇지. 네가 매일 밤 내 뼛가루로 만든 향초를 피우면서 자니까, 내가 네 곁에 항상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고영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전에 민아가 내 곁에 있을 땐, 맨날 내 귀에 대고 재잘거려서 귀찮다고만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그 활발하고 밝았던 성격이 떠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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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고영훈은 몸이 순간 굳어졌고, 자신에게 달라붙은 강주희를 내려다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주희야, 너...” “오빠, 제발 나를 밀어내지 말아요. 나도 사람인데, 오빠한테 이렇게 계속 거절당하면 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지 생각해 봤어요?” 강주희는 점점 더 울먹이며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여자의 손은 부드럽게 고영훈의 넥타이를 잡더니, 천천히 아래로 끌어내렸다. “오빠, 우리 이제 더 이상 서로를 속이지 말자. 언니는... 이미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간 거잖아요.” 강주희는 고개를 살짝 들어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고영훈을 바라보았다. “제발, 한 번만 나를 봐줘요. 나에게도 시선을 줄 순 없어요?” “우린 어렸을 때부터 서로를 알았는데, 왜 오빠는 항상 언니만 보면서 나를 외면해요? 단 한 번이라도, 나에게 시선을 나눠줄 수는 없어요?” 고영훈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앞에 서 있는 강주희는 마치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연약해 보였다. 고영훈은 무심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안하다, 주희야... 나...” 그러나 남자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주희는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미안하다는 말은 이제 듣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고영훈의 무릎 위에 앉으며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오빠, 이제 제발 나를 동생으로만 보지 말아주세요. 나도 여자인데...” 고영훈이 대답할 틈도 없이, 강주희는 고개를 숙이며 그의 입술을 덮쳤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가슴 한구석에 스치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이미 고영훈을 잊기로 했잖아. 그 사람... 절대 내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그가 이렇게 내 눈앞에서 진정한 배신을 보여주니,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고영훈, 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었지? 절대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네 말을 진심으로 믿은 내가 정말 우습다.’ 두 사람이 눈앞에서 얽히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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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나는 강주희의 화사한 모습을 보며, 어젯밤 그 두 사람이 보여준 역겨운 장면이 떠올랐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주희 씨, 의뢰하신 옷이 아직 디자인 단계인데, 무슨 일로 왔을까요?” 강주희는 웃으며 손을 살짝 흔들었다. “옷은 급하지 않아요. 그냥 하나 씨가 마음에 들어서 친해지고 싶어서 왔어요.” “어제는 너무 급하게 가느라 연락처를 못 남겼더라고요.” ‘빈손으로 절에 오진 않지. 이 말투로 봐선 뭔가 꿍꿍이가 있네.’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네요, 잊어버렸어요. 나중에 옷 관련해서 연락도 드려야 하니, 연락처를 주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 순간, 나는 강주희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바로 고영훈과 손을 꼭 잡고 찍은 사진이었다. 강주희는 가게 안을 한 번 둘러보더니, 다시 나를 보며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하나 씨, 보면 볼수록 저랑 진짜 잘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언니요?” ‘내가 너 같은 사람의 언니 노릇을 한다고? 말도 안 돼!’ 나는 속으로 역겨움을 억누르며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주희 씨가 저보다 두 살이나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언니’라고 부르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주희 씨는 강씨 집안의 양딸이고, 저는 우리 집안의 진짜 외동딸이잖아요. 만약 우리가 자매처럼 지내면, 사람들이 주희 씨가 저를 아부하려고 따라다닌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제가 주희 씨를 부리듯 대하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도 있고요.” 강주희의 얼굴에 살짝 불쾌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 표정을 보고, 나는 그녀가 속으로 나를 어떻게 욕하고 있을지 금방 알아챘다. 강주희는 내가 던진 말에 당황한 듯, 더 이상 나와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대충 몇 마디 건넨 뒤, 급하게 가게를 나섰다.막 고용한 직원인 장연희는 강주희가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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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나는 레스토랑의 룸으로 들어섰다. 고영훈과 강주희는 이미 와 있었고, 두 사람은 마치 연인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속이 울렁거려, 어젯밤 먹은 음식이 도로 올라올 뻔했다. ‘이제 둘이 진짜로 물리적 거리까지 좁혔구나. 분위기가 전과는 다르네. 곧 서로 한몸이라도 되겠어.’ 그 순간 고영훈이 나를 발견하고 멈칫하며 얼어붙으면서 무의식적으로 강주희를 밀쳐내더니 벌떡 일어섰다. “너... 너 어떻게 여기...” “아니... 아니, 민아 너 돌아왔어? 죽지 않았다고?” 나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렇게도 내가 죽길 바랐어?” 고영훈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니야! 오해하지 마. 나... 나 CCTV 영상 봤어...” 고영훈의 눈에 눈물이 맺혔고, 목소리가 떨렸다. “미안해. 그때 네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서... 네가 살아있다니 정말 다행이야!” 그는 갑자기 나를 껴안았고, 너무 강하게 껴안는 바람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남자의 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강주희의 표정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야, 넌 거기서 눈만 부릅뜨고 뭐 하는데? 와서 네가 좀 떼어놓으라고! 나 지금 이러다 진짜 숨 막혀 죽겠거든?’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나를 고영훈의 품에서 끌어냈다. 뒤를 돌아보니 고시환이 서 있었다. 나는 고시환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어!’ 평소라면 당장 고영훈에게 욕이라도 퍼부었겠지만, 상황을 눈치챈 나는 고시환의 어깨를 끌어안고 그의 품에 몸을 기대고,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당신 조카 왜 저래? 나 진짜로 죽을 뻔했잖아!” ‘자기’라는 내 다소 과장된 애교 섞인 말에 고시환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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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고시환은 나를 단숨에 품에 안으며, 눈에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표정으로 내 귀 옆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넘겼다. “나는 다른 남자들처럼 딴 여자들에게 눈 돌리거나 하지 않아. 내 눈에는 당신밖에 안 보여. 난 평생 당신만 사랑할 거야. 우리 와이프 하나면 충분해.” 고시환의 잘생긴 얼굴과 진심 어린 듯한 고백... 다른 여자라면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가 평소 얼마나 독설을 잘 하는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단지 내 반응을 보고 비웃으려는 속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를 놀려먹으려고 연극하는 거지? 그거야 누군들 못 하겠어?’ 나는 일부러 감동한 척 고시환의 가슴에 기대며 손가락으로 그의 목젖을 장난스럽게 스쳤다. “자기야, 알았어! 역시 자기가 최고야. 자기도 걱정하지 마. 나도 평생 자기만 사랑할게. 자기만큼 잘생긴 사람이 어디 있다고!” 나와 고시환의 이런 과한 연기에 결국 고영훈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고영훈의 시선은 계속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아니, 조카. 나 좀 그만 쳐다보면 안 되겠어?” “우리 남편이 화나면 나중에 달래기도 힘들다고.” 고영훈은 시선을 돌리며 고시환의 굳어진 표정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죄송해요, 작은아버지. 그런데 정말로... 작은어머니 얼굴이 민아랑 너무 똑같아서요.”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음식을 먹으며 태연하게 물었다. “참, 내가 우리 남편한테 이 자리 마련하라고 한 건 조카며느리랑 잘 지내고 싶어서였는데, 조카며느리는 왜 안 왔어?”고영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 와이프가 다른 일로 바빠서요.” “그래요? 근데 아까 보니까 네 말투가 꼭 자기 와이프가 없는 것처럼 말하던데?” 나는 고시환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자기야, 당신 조카며느리가 죽었거나 실종됐으면 경찰에 신고해서 제대로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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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눈앞에 있는 내 얼굴을 닮은 불상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는 듯한 느낌에 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시환의 팔을 꽉 잡으며 그의 품에 쓰러지듯 기대하면서 눈을 꼭 감았다. 몸이 멈추지 않고 떨리는 것을 억누르기 위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했다. 고시환은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 불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옆에 있는 천으로 불상을 덮더니, 봉투 안으로 던져 멀리 치워버렸다. “난 불교 따위 믿지 않아. 이런 건 보는 것만으로도 재수 없어.” 그는 내 등을 부드럽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네가 어릴 때부터 불상을 무서워하는 거 내가 잘 알아. 그거 치웠으니까 이제 아무것도 없어. 신경 쓰지 마.” 나는 고시환의 품에 기대어 한참 동안 숨을 고르며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 드디어 몸이 진정되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아 강주희를 노려보았다. “이게 무슨 뜻이야? 다들 내가 불상을 가장 무서워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는데, 네가 하필 나한테 불상을 준다고?” “게다가 그걸 내 얼굴처럼 조각해서? 이건 분명히 의도된 짓거리야!” 내 갑작스러운 분노에 강주희는 당황한 얼굴로 두 손을 휘저으며 변명했다. “하나 씨, 정말 미안해요. 저는 몰랐어요. 불상을 무서워하시는 줄은 정말로...” “몰랐다고?” 나는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망설임 없이 손을 올려 강주희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내가 힘껏 때린 탓에 그녀의 뺨에는 선명하게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 “내가 불상 무서워서 난리 친 거, 예전에 핫이슈로 다뤄진 적도 있었는데 네가 몰랐다고? 그 정도는 검색만 해도 다 나오는 이야기야. 네가 개였다면 주인을 기쁘게 하려고 발버둥쳤을지는 모르겠네.” 분이 풀리지 않은 나는 강주희의 다리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재수 없어. 강씨 집안 친딸도 아니고 양딸 주제에 네가 어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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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당신 지금 뭐 하려고 하는 거야? 말해두는데, 우리 그냥 파트너일 뿐이야!!” 남자의 얇은 입술이 내게 가까워지는 걸 보자, 나는 겁에 질려 눈을 꼭 감았다. 예상했던 키스는 오지 않고, 대신 고시환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겁먹었네? 아까는 그렇게 용감하더니.” 그는 내 귀 옆에서 속삭이듯 말하며, 남자의 숨결이 내 목에 닿았다. 나는 그 순간 오싹한 느낌에 몸을 떨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때? 한 번 더 ‘자기’라고 불러볼래?” 고시환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자 나는 화가 나서 그를 세게 밀치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꿈 깨! 그런 일 절대 없거든!” 고시환은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의 눈빛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해. 이런 거 하지 말고. 어렸을 땐 그래도 좀 귀여웠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야.” 남자의 미소가 점차 사라지더니,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내가 어릴 때 어땠는지 어떻게 알아?” “임씨 가문의 귀한 딸로 태어나서 뭐든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었을 텐데.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수 있을 정도였을 네가, 내 어린 시절을 안다고?” 고시환의 말에 나는 속으로 경고등이 켜지는 것을 느꼈다. ‘큰일 났다. 너무 흥분해서 내가 지금 누구인지를 잊어버렸네!’ “나는... 당연히 알지!” 나는 말을 더듬으며, 겁먹은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잊지 마. 나랑 민아는 엄청 친한 친구였다고. 민아가 당신에 대해 다 얘기해줬어! 당신 어릴 때 개한테 쫓기다가 바지가 내려간 일도 다 알고 있는데?” 고시환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남자의 눈빛에는 뭔가를 탐색하려는 기색이 엿보였고, 나는 그 순간 그 시선을 피하려고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급하게 방으로 뛰어 들어가 문을 잠갔다. ‘고시환 같은 사람이랑 같이 살고 있는 건, 진짜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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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나는 불상 안에 갇힌 채, ‘임하나’의 몸이 뒤로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순간, 고시환이 재빠르게 움직여 그녀를 부축했다. “임하나?” 고시환은 ‘임하나’를 조심스럽게 소파에 눕히고, 즉시 사람을 불러 의사를 오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소파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애틋한 눈빛으로 ‘임하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임하나’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고시환의 손과 눈에는 깊은 애정이 가득했다. 바닥에 떨어진 불상 안에 갇혀 있는 나는, 누운 상태로 남자의 표정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이 사람, 원래부터 임하나를 좋아했던 건가?’ ‘그렇지 않다면, 왜 이런 표정을 짓는 걸까?’ 과거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자, 나는 마치 머리 속에 그동안 이해되지 않은 것들이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을 깨달았다. ‘고시환 정도의 권력을 가졌다면, 애초에 이 결혼을 거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데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인 걸 보면, 사실 그녀를 좋아했던 게 아닐까?’ ‘만약 그날 밤 약에 취해 실수로 임하나를 밀어버린 일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쯤 이 둘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더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건 이 불상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것뿐이었다. ...곧 의사가 서둘러 도착했고, ‘임하나’의 몸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고 대표님, 아내분의 몸에는 큰 이상이 없습니다. 어떤 자극을 받아 일시적으로 기절한 것 같으니, 충분히 쉬고 나면 곧 깨어날 겁니다.” 고시환은 자연스럽게 불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의 눈에 서린 분노를 보고, 나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고시환, 지금 뭐 하려고 하는 거야?’ 그는 말없이 불상을 집어 들더니, 분노에 차서 그것을 바닥에 세게 내던졌다. 쾅!이 소리와 함께 불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다시 한번 의식이 혼미해졌다. ‘큰일 났다. 이번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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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물었다. “뭐래? 뭔가 나왔어? 그 뼈에서 뭐가 확인됐어?” 고시환은 즉시 대답하지 않고,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너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태연한 척 고시환의 말을 반박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의심하는 거야? 잊지 마. 나 지금 당신 편에서 같이 움직이고 있잖아.” 고시환은 말없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처음부터 너는 민아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고 장담했어. 그리고 네가 고영훈 집에서 훔쳐온 향초도 함께 감식하라고도 했지.” 그가 점점 내 쪽으로 다가오며 날 몰아붙이자, 나는 침대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고시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지금 중요한 건 그 뼈의 정체가 뭔지 아는 거야. 그게 사람 뼈야, 아니야?” 남자의 의심 어린 눈빛이 날 꿰뚫는 듯했다. “왜 그게 사람 뼈라고 생각하는데?” 이 질문에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사람 뼈가 아니라고? 그럼 그게 뭐야?” ‘그럴 리가 없어. 내가 확실히 그 불상에서 강하게 끌려가는 걸 느꼈는데, 어떻게 사람 뼈가 아닐 수 있지?’ 고시환은 짧게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개 뼈였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여전히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뼈에서 민아의 지문이 나왔어.” “뭐라고?” 나는 그 말에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뼈가 내 것이 아니라고? 그런데 내 지문이 거기서 나왔다고?’ 내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며 혼란스러워졌다. ‘강주희는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이런 짓을 벌인 이유가 뭐야? 설마 내 정체를 의심하고 있는 건가?’그럴 가능성을 떠올리자, 나는 속으로 비웃음이 나왔다. ‘임씨 가문의 딸이라는 내 신분은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데, 누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서 내가 죽은 강민아라고 의심할 수 있지?’ 이런 일이 내게 직접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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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고시환의 눈이 커지며 충격에 한 걸음 물러섰다. 남자의 시선은 내게 고정된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너 진짜 강민아야?” 고시환의 충격적인 표정을 보자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며, 배를 잡고 허리를 숙이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하하하... 하하하...!” “고 대표님, Y 시에서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를 만큼 똑똑한 머리로, 이런 말을 믿는다고?” 나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제발! 난 임하나야, 임씨 가문의 외동딸이라고! 어떻게 내가 민아일 수 있겠어?” “당신이 직접 조사해 보면 알 수 있잖아. 그냥 내 얼굴이 민아랑 조금 닮았다고 해서 나를 민아로 착각한 거야?” 웃음을 멈춘 나는 천천히 고시환에게 다가가 그를 한 손으로 잡아당겼다. “아니면, 진짜로 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거야?” 고시환은 내가 그를 놀린 걸 깨닫고, 화가 나서 내 팔을 강하게 뿌리쳤다. “임하나, 이런 농담 정말 재미없어! 죽은...” 그는 말을 멈추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얼굴이 굳어졌다. “그 누구에게도 네가 이런 식으로 농담하면 안 되지!” 나는 두 팔을 엇갈리게 팔짱을 끼며 얼굴에 냉소를 띠었다. “방금 뭐라고 말하려고 했어? 죽은 사람을 가지고 농담한다고 하려고 했지?” “당신도 속으론 이미 민아가 죽었다고 인정한 거잖아. 그런데 왜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 나는 고시환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내가 당신을 협박해서 결혼하고 혼인신고를 한 그 순간부터, 당신은 내 얼굴을 보면서 민아를 떠올렸던 거지?” 내 영혼은 내가 맞지만, 지금 이 몸은 임하나의 것이다. 고시환은 임하나의 얼굴을 보며 나를 그리워했던 것이다. 그 사실이 떠오르자, 내가 이 상황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나를 강민아의 대체품으로 여기면서,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날 의심하는 거야?” 나는 고시환에게 손가락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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