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밤의 참극: 내 시신을 해부한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80

100 챕터

제71화

나는 온몸에 힘이 빠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진짜였군요.” 장해선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으며 코끝을 훌쩍이며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일부러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야.” “그때 네가 악몽을 자주 꿔서 엄마가 절에 데리고 갔었어. 그 뒤로 너는 이 일을 잊어버렸고, 우리도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어.” 나는 얼굴에 흐르는 이유 모를 눈물을 닦아냈다. “그럼 언니는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장해선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 그때 너희 아빠랑 나랑 사람들을 보내서 찾으려 했는데, 끝내 못 찾았어.” 나는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이 모든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었다. ‘이건 임하나의 일이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내 일처럼 가슴이 아플까?’ “엄마, 한 가지만 더 물을게요. 나 정말 엄마 친딸 맞아요?” 장해선의 눈물샘이 터져버린 듯하며 나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 엄마가 약속할게. 너는 엄마의 친딸이야! 너랑 언니는 쌍둥이야. 둘 다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 엄마가 거짓말할 리가 없잖아!” “쌍둥이요?” “그래.” 장해선은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처음에 엄마가 낳은 건 쌍둥이였어. 너희 둘은 정말 똑같이 생겼었어. 어릴 때는 아빠랑 나도 너희를 자주 헷갈렸지.”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장해선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장해선, 그 시절의 임씨 가문의 모든 사람은 아마도 행복했겠지. ‘만약 그 뒤의 일들이 없었다면, 계속 행복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왜 언니를 잃어버린 거야?” 장해선의 눈빛이 내 마음까지 잠시 흔들렸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듯 보였다. “그건 우리도 몰라. 그때 너한테 물어봤는데 네가 말해주지 않더라고.” 나는 장해선을 위로할 틈도 없이 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엄마, 머리카락 한 가닥만 줘요.” 나는 장해선의 머리카락을 한 가닥 뽑아 밀봉된 봉투에 넣고는 그대로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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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긴장으로 굳어 있던 내 몸이 이 순간 더욱 굳어졌다. 나는 재빨리 앞으로 나가 김재국의 흥분된 모습을 보았다. “연관성을 찾았어요! 두 사람은 관계가 있어요!” 김재국은 흥분한 표정으로 우리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두 달 동안 조사했지만, 끝내 대조할 정보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임하나 씨, 정말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고영훈도 흥분한 채로 다가와 김재국의 손에서 결과지를 가져갔다. 99.99%의 혈연관계라는 결과를 확인한 고영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다시금 격하게 기뻐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어요! 너무 잘됐네요!” 현장에 있는 세 사람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쏠렸는데, 특히 김재국은 눈에 띄게 흥분한 모습이었다. “임하나 씨, 정말 큰 도움을 주셨어요. 그런데 이 머리카락이 누구의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이미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고, 어찌할 바를 몰라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그냥 막연한 생각으로 감정을 맡겼을 뿐인데, 이 결과라니...’ 나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강씨 집안의 딸이 아니라고? 내가 사실 임씨 집안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강씨 집안이 그때 왜 나를 데려가려고 했던 걸까?’‘만약 정말 친자확인을 했다면, 그 결과는 대체 뭐였던 거지?’ ‘혹시 누군가가 친자확인 결과에 손을 썼을까?’ 머릿속이 수많은 의문으로 뒤엉켰지만, 누구도 내 질문에 답해줄 수 없었다. 세 사람은 내가 답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김재국은 내 망설임을 알아챘는지 내 손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임하나 씨, 이건 이번 사건 해결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단서입니다. 경찰청에서도 이 사건의 원인을 신속히 규명하라고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습니다.”“임하나 씨가 이렇게 놀라고 충격받은 걸 보니, 이 사람이랑 어떤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어요. 조금만 더 알려주실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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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수많은 의문이 마음속에 쌓여 나를 짓눌렀지만, 마음 놓고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고시환은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내 옆에 조용히 있어 주었다. 내가 울다 지쳐 잠들 때까지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눈을 다시 떴을 때, 나는 사방이 온통 새하얀 공간 속에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하얀색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저 앞쪽에 누군가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저게 뭐지...?’ 의아한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자, 안개 같은 것이 걷히면서 그 사람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졌다. 그리고 눈앞에 선 사람을 확인한 순간, 나는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너... 너 임하나야?” “맞아.” 임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뒤섞여 있었다. “언니가 내 몸을 차지했지. 나는 내가 사라진 이 시간 동안 언니가 나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여기에서 다 보고 있었어.” 그녀의 말에 나는 더 당황했다. “그럼... 너 아직 죽은 게 아니야? 환생이라도 안 한 거야?” “아니.” 임하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여기에 갇혀 있어. 떠날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어.” 나는 고개를 숙여 내 몸을 바라봤다. “그럼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왜 너랑 마주하게 된 거야?” “그건 나도 몰라.” 임하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마도 우리가 한 번은 만나야 하는 운명이었거나, 아니면 하늘이 내게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준 걸지도 몰라.” 그녀가 자기 잘못을 언급하자, 내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떠올랐다. “그럼 너도 내가 네 언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 임하나는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쌍둥이였어. 어렸을 때는 분명 겉모습은 똑같이 생겼는데, 사람들은 늘 너만 칭찬했어.” 임하나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사람들은 내가 거칠고 이기적이라고 했지. 반면 언니는 양보할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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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임하나는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언니, 나 그런 못된 짓은 한 적 없어.” “다들 나를 괴롭혔어. 내가 단지 성격이 좀 못된 것뿐이야.” 그 이야기를 꺼내자 임하나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를 잃어버리고 나서부터 난 매일 악몽을 꿨어.” “엄마랑 아빠가 나 때문에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 몰라. 부모님은 나 때문에 자책하시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이 일을 잊은 척했어. 하지만 사실은 두 분 다 기억하고 있었어.”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충격을 금치 못했다. ‘다섯 살이었던 임하나가 그 모든 악몽을 견디며 어떻게 버텼을까...’ “내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 정말로 잘못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날 괴롭혀도 되는 이유가 될 순 없잖아.” 임하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과거의 괴롭힘을 떠올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내가 언니를 버린 걸 알고 나서부터 어떻게든 날 괴롭히려고 했어. 뒷말을 하고, 나를 모욕하는 말로 날 짓눌렀어.” “처음엔 그냥 참았어. 그런데 나중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폭발해 버렸지.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애들이 나를 두려워하기 시작했어. 혹시 내가 자신들을 언니처럼 버릴까 봐 겁먹고 날 피했어.” 나는 임하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 그녀가 괴롭힘을 당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 생각에 내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흘러내렸다. 나는 임하나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이제 괜찮아. 다 지나간 일이야. 그 고통스러운 시간들은 이제 다 끝났어.” 임하나는 내 품에 안긴 채 울음을 쏟아냈다. 한참 동안 울고 나서야 그녀는 빨갛게 부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나 돌아갈 수도 없다는 거 알아. 그리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제발 부탁이야, 나를 괴롭힌 그 사람들, 언니가 복수해줘. 그 사람들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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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임하나는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고정한 회장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지. 네가 정말로 고시환이랑 결혼했으니까.” “그때 고정한 회장은 날 단지 이용하려 했어. 고시환을 화나게 하고, 결국 임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게 목적이었지.” 임하나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사업 세계의 치열한 이면을 깨닫게 되었다. ‘고정한 회장... 정말 목적을 위해 가족이고 뭐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어.’ 실은 고정한의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당시 고시환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결국 실수로 임하나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임하나는 내 손을 꽉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언니, 고정한을 꼭 조심해. 그 늙은이는 겉으로는 사람 좋아 보여도, 속으로는 정말 악랄해.” “그 늙은이는 우리 집안의 서쪽 땅을 노리고 있었어. 하지만 아빠가 절대 넘겨주지 않으셨지. 그래서 뒤에서 온갖 짓을 꾸몄던 거야.” “이번에 고시환의 손을 빌려 우리 집안을 무너뜨리려던 계획이 실패했으니, 분명 또 다른 수를 쓸 거야. 언니, 꼭 조심해야 해. 아빠한테도 이 사실을 꼭 알려드려야 해.” 임하나는 다시 눈가가 붉어지며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난 이제 없지만, 언니, 꼭 내가 못 산 삶을 대신 살아줘. 엄마, 아빠도 잘 보살펴야 해!” “복수는 안 해도 좋아. 하지만 언니는 꼭 자신을 지켜. 약속해줘.” 나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임하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저려왔다.내 눈에서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고, 임하나를 붙잡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 순간, 나는 목이 메어 울음을 터뜨렸다. “하나야! 가지 마! 돌아와 줘!” 나는 온몸이 눈물로 젖은 채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앞에는 낯익은 내 침실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꿈... 이었나?’ 하지만 내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 깊은 슬픔은 그 모든 게 단순한 꿈만은 아니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막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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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고시환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는 완전히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고, 머릿속이 순식간에 하얘졌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뭐... 뭐라고?" 고시환은 무언가 떠오른 듯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또 농담하는 거지, 그렇지?” “아니야.”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번에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 보면 내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는 걸 믿어야 할 거야.” “그 토막 난 시체는 민아야. 내 언니라고.” “민아는 강씨 집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 왜 그런지는 아직 조사가 더 필요해.” 처음엔 충격으로 인해 무너졌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강씨 집안이 나처럼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을 딸로 받아들인 거지?’ ‘그리고 강주희는 정말 강씨 집안의 진짜 딸일까?’ ‘만약 그렇다면 왜 입양된 딸이라고 외부에 알려졌을까? 강주희가 괜히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수많은 의문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이제 나의 행보는 단순히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었다. “우리 집안의 위치는 고씨 가문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야. 그러니 이 일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당신 도움이 필요해.” 고시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리에 앉아 그가 모든 퍼즐을 맞춰보고 마침내 모두 받아들이기를 기다렸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고시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 말이 진실임을 장담할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나...” 그가 끝내 말을 삼키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왔다. “아니, 그렇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난 이미 당신과 결혼했어. 이제 와서 나한테 뭘 어쩌겠다는 거야?” 고시환은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려 했지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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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설마... 전에 생각도 못 했네. 그 집에 고 회장 쪽의 사람도 있다니. 그럼 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것도 다 들은 거 아니야?’ “무슨 눈과 귀 같은 소리야? 그저 너희 신혼부부를 챙기려 보낸 사람일 뿐이다. 다 너희를 걱정해서 그런 거야.” 고정한의 말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쏠리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정말 미안한데, 제가 아직까지 신혼부부 걱정해 준다는 핑계로 사람 보내는 시아버지는 본 적이 없어서요. 혹시 마음속에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에요?” “너!” 고정한의 얼굴이 굳어지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사람은 너무 건방지게 굴지 않는 게 좋아. 나중에 어떻게 발목 잡힐지 모른다고!” “네!” 나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고정한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근데 저는 이미 한 번 크게 발목 잡혀 본 적이 있거든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눈에 약간의 분노를 담고 말했다. “그때 아버님은 저를 시켜 시환 씨에게 약을 먹이게 한 속셈, 제가 모를 줄 아세요?” “그때는 제가 약점이 잡혀서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걸 알아냈고, 더 이상 아버님이 두렵지 않아요.”고정한은 나를 노려보다가 곧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너 같은 꼬맹이가 이제는 배짱이 두둑하군.” 그는 고시환을 흘긋 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누가 뒤에서 널 밀어주니 아주 기세가 등등하구나. 옛날처럼 소심하고 겁먹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나는 웃으며 고시환 앞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껴안으며 얼굴엔 달콤한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그야 물론이죠. 시환 씨가 지금 저를 보물처럼 여겨 주거든요.” “이 사람이 제 곁에 있는 한, 저는 절대 억울한 일 안 당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무슨 일이 있든 다 제 사랑스러운 남편한테 얘기하거든요.” 내가 껴안고 있던 고시환의 팔이 갑자기 뻣뻣해진 게 느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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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나는 다시 강씨 저택에 몰래 들어가 내 출생과 관련된 물건을 가져와 그 토막 난 시체와 대조해볼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그때, 내 옷가게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 사람들의 얼굴에는 거만하고 뻔뻔한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곧바로 가게의 직원 두 명에게 뒤로 숨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이 사람들이 또 뭘 하려는 거지?’ “뭐야, 너희들? 뭘 하려고 여길 찾아온 거야?” 그중 파란 머리를 한 여자가 대뜸 앞으로 나와 내 머리채를 잡아채더니, 나를 힘껏 옆으로 내던졌다. 머리카락이 마구 잡아당겨지는 통증에 숨이 턱 막히며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 이 미친 여자?’ “너 뭐 하는 거야? 폭행이 뭔지는 알아? 사람 때리는 게 범죄라는 건 알고는 있냐고?” 파란 머리 여자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범죄? 그럼 신고라도 해보시지? 내가 너 처음 때린 게 아니잖아?”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임하나’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그녀 뒤에 서 있는 다른 무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그러자 그 파란 머리 여자는 미친 듯이 웃더니 내 앞에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치켜들었다. 나는 재빨리 손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내가 조금 전에는 방심했지만, 이번엔 안 돼!’ “좀 전에는 내가 준비가 안 돼서 당했지만, 두 번은 안 당해!” 파란 머리 여자는 화가 나서 있는 힘껏 팔을 비틀며 내 손을 뿌리쳤다. “임하나, 이제는 나한테까지 손을 대려고 해?” 그녀 뒤에 서 있던 다른 여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리, 내가 뭐랬어? 이 여자 요즘 돈 많은 남자라도 만났는지 우리를 무시하잖아.” 나는 다른 여자의 말을 듣고 앞에 있는 여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하리? 설마... 네가 오하리?’ “하리?” 나는 앞에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설마... 너 오하리야?” 오하리는 얼굴에 분노를 띠며 손을 들어 또다시 나를 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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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그날 내가 오하리를 혼내는 장면이, 어떤 ‘친절한' 누리꾼의 손에 의해 촬영되어 인터넷에 올라갔다. 이미 내 옷가게의 소재 논란으로 인한 파장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일로 또다시 논쟁에 불이 붙었다. 나를 미워하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마음속 분노를 터뜨리려는 듯, 가게로 몰려와 썩은 달걀을 던졌다. 결국 나는 일단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고시환은 집에 돌아와 내 우울한 모습을 보더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도와줄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이런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처음부터 내가 바로 문제를 수습하지 않은 건, 강주희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강주희에게 영상을 보내고 나서 지금까지,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 고용한 사설 탐정의 보고에 따르면, 강주희는 요즘 강씨 집안과 고영훈 집을 오가며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평소의 강주희답지 않은 태도였다. 나는 그녀가 내 메시지를 읽고 반드시 반응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익명의 메시지를 한 번 더 보냈다. [‘비밀의 방’에 숨겨둔 물건, 어떻게 할 생각이야?][그 얼굴을 증오한다면서 왜 그 얼굴을 간직하고 있지?]강주희가 내 메시지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그 남자에게 연락하거나, 아니면 직접 ‘비밀의 방’으로 가서 물건을 옮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내 예측은 정확했다. 내가 문자를 보낸 그날 밤, 사설 탐정은 강주희가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싸고 강씨 저택을 떠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전해왔다.시계를 보니 새벽 1시였다.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운동복을 걸치고 사설 탐정이 말한 방향으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내가 멀리 바라보니, 외딴 교외에 덩그러니 서 있는 철제 건물이 보였다. 저곳이 바로 ‘비밀의 방’일 것이다. 그 안에 내 뼈와 사람 가죽 얼굴이 숨겨져 있다는 그 방.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지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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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나는 고시환에게 바짝 붙어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며, 귀를 기울여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더 크게 쿵쾅거리며 요동쳤다. 고시환은 인상을 찌푸리며 주위를 살펴본 뒤 말했다. “내가 저 녀석을 유인할게. 그때 넌 반대 방향으로 뛰어.” 내 실력으로는 고시환과 함께 있어 봤자 그의 발목만 잡을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당신도 무사해야 해.” 내 말에 고시환은 미소를 지으며 마스크를 쓴 뒤, 나무 뒤에서 벗어나 뛰어나갔다. 남자는 고시환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자, 나는 고시환의 말대로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철제 건물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며, 그 안에 있을 내 얼굴과 뼈가 떠올라 잠시 망설임이 들었다. 그러나 고시환이 위험을 무릅쓰고 적을 유인했는데, 내가 어리석게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기회를 놓쳤지만, 다음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열심히 뛰는 내 귀에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점점 가까워지는 경찰차와 그 안에 있는 김재국과 고영훈의 모습을 보았다. 순간적으로 고시환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민할 겨를도 없이 철제 건물 쪽으로 방향을 틀며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가속 페달 밟으세요! 철제 건물로 직진하세요!” 멈추려던 김재국 일행은 내 외침을 듣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속력을 올려 나를 앞질렀다. 숨을 헐떡이며 철제 건물에 도착했을 때, 경찰들은 이미 현장을 봉쇄하고 있었다. 김재국은 나를 보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을 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부하들을 데리고 남서쪽으로 가세요. 시환 씨가 그쪽으로 갔어요. 누군가 남편을 쫓고 있어요.”김재국은 심각한 얼굴로 사람들을 데리고 고시환이 간 방향으로 급히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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