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신혼 밤의 참극: 내 시신을 해부한 남편: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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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고시환은 어색한 듯 코를 만지며 말했다. “그게... 실수로 놓쳤어. 하지만 걱정 마.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잡을 거야.” 그때 김재국이 앞으로 나섰다. “고 대표님, 범인을 잡는 일은 우리 경찰에게 맡기시는 게 좋겠습니다.” 고시환이 무사한 걸 확인한 나는 한결 마음이 놓였고, 자연스럽게 경찰들이 수집한 증거물로 시선을 돌렸다. “팀장님, 혹시 새로운 단서가 나오면 제게도 바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 뼈, 그리고 국과수로 보내진 토막 난 시신이 제 언니일 가능성이 높아요.” 김재국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뼈에 대해선 알겠는데, 사람 얼굴이라니, 그건 무슨 말이죠?”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설마... 그 ‘비밀의 방’에서 사람 얼굴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거야?' “혹시 철제 건물 안에서 사람 피부로 된 얼굴 하나 못 찾았나요?” 김재국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임하나 씨 말은 뼈 외에도 그 방에 사람 피부로 된 얼굴이 있었다는 뜻인가요?” 그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은 태도에 내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강주희가 떠나면서 그 얼굴을 챙겨갔다니.’ ‘뼈는 이미 가방에 담겨 있었는데, 왜 훨씬 번거롭고 큰 유리관에 든 얼굴을 가져갔을까?’ 나는 김재국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인 뒤, 결국 작게 내뱉었다. “아마도 제가 잘못 봤을지도 몰라요. 너무 긴장해서요.” 김재국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단서가 나오면 가장 먼저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고시환의 차에 올라타고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강주희가 내 얼굴을 가져간 이유는 대체 뭘까?’ ‘그 얼굴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거야?’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즈음, 휴대폰의 알림 소리가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메시지는 낯선 번호에서 온 것이었다. 메시지를 열어보는 순간, 내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온몸이 긴장했다. 나는 분노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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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나는 강주희의 노골적인 살기를 담은 눈빛을 똑바로 마주 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강주희는 당황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왜 웃는 거야? 설마 너, 겁나지 않아?” 나는 의자에 살짝 기대어 여유롭게 창밖을 바라보며 더 크게 웃음이 나왔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 같아?” “넌 내 신분을 잊은 거야? 강씨 집안의 양딸 주제에 감히 내 머리 위에 올라설 생각을 해?” “아니면 혹시 내가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줄 서서 무릎 꿇고 사과하던 일은 못 들었나?” 강주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너야말로 운 좋게 좋은 집에서 태어난 것뿐이잖아.”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 난 좋은 집에서 태어났지. 하지만 너는?” 그 순간 나는 그녀를 차갑게 쳐다봤다. 내 눈에는 뻔한 경멸이 가득했다. “너는 남의 둥지를 빼앗고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이잖아.” 강주희는 분노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눈엔 나를 향한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지금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다 보여.”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그녀를 바라봤다. “혹시 그 남자를 찾아내서 나도 강민아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 아닌가? 내 피부를 벗기고 뼈를 뽑아 향초를 만들고, 불상을 만들어 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겠다는 거?” 그녀의 눈동자가 커지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변을 살피던 그녀가 소리쳤다. “너...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나는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모를 리가 있겠어?”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미소 짓는 내가 강주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죽였는데, 내가 그걸 몰라야 할 이유라도 있어?” 강주희는 긴장한 나머지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도 모르게 의자를 뒤로 빼며 물러섰다. “너... 너 헛소리로 날 속이려 하지 마!” “내가 네 정체를 모를 것 같아?” 나는 다리를 꼬며 그녀를 비스듬히 바라봤다. “내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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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제 말은, 강민아 씨의 DNA를 꺼내 그 시신과 대조해 보라는 거예요.” 김재국은 순간 멈칫하더니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의 뒤에 있던 고영훈이 갑자기 앞으로 다가와 날 질타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고영훈의 추궁하는 듯한 표정을 보니, 강주희와 그가 얽혀 있던 더러운 장면들이 떠올라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말 그대로야.' 내 차가운 표정을 본 고영훈은 쏟아낼 듯했던 말을 억지로 삼켰다. “작은어머니가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어머니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이미 경찰 쪽에서도 다 해봤습니다. 그 시신은 민아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나는 비웃으며 말했다. “혈연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대조했으니 당연히 결과가 안 나오지.” 내 말에 김재국과 고영훈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나는 천천히 덧붙였다. “강씨 집안과 강민아 씨가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건 몰랐어요?” 내가 일부러 머리를 두드리며 비꼬았다. “아, 미안. 당신들은 이 사실을 모르겠구나. 어차피 제대로 조사도 안 해봤으니까.” 김재국은 뒷걸음질 치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사실 그는 고영훈이 제공한 정보에 대해 한때 의문을 품었지만, 고영훈의 확신에 찬 태도 때문에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고작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고영훈이 강하게 부정하자 나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시선을 김재국에게로 돌렸다. “팀장님, 이 일은 다시 한번 감정을 의뢰해 주시죠. 강민아 씨의 DNA를 사용해서요. 결과는 금방 나올 거라고 확신해요.” 내 확신에 찬 태도에 김재국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사람들에게 다시 감정을 요청했다. 이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DNA였기에 결과는 금방 나왔다. 김재국은 두 손으로 감정서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이건 사실이에요!” 고영훈은 다가와 감정서를 확인했고, 그곳에 적힌 99.99%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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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나는 경찰서를 나서며 앞에 서 있는 고시환을 발견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가벼운 걸음으로 고시환의 옆으로 다가갔다.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고시환은 태연하게 말했다. “당연히 너를 보호하라고 붙여둔 사람이 알려줬지.”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보호하라고 사람을 붙인 거야, 아니면 나를 미행한 거야?” 그는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그게 정답이야.” 나는 고시환의 차에 올라타며 웃음을 참지 못했고, 차창 밖을 바라보니, 고영훈도 경찰서에서 급히 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시선을 거두었다. 고영훈은 나에게 강민아에 대해 뭔가를 물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모든 게 너무 늦어버렸다. 그가 강주희와 껴안고 뒹굴 때, 내 안에 있던 그에 대한 마지막 연민도 사라졌다. 예전에 고영훈은 실수를 했을지라도, 내가 그의 배신을 직접 보지 못했을 때는 거짓말로라도 핑계를 댈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이후로, 나도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예전의 강민아가 아니었다. 내 두 번째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앞으로는 과거처럼 남을 위해 살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야!’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고시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 대표님, 결혼한 이후로 매일 내 옆에 붙어 있는 걸 보니, 재벌 대표님 일은 아예 안 하는 거야?” 그는 늘 그렇듯 여유롭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미 재벌인데, 더 이상 무슨 일을 해?” 남자의 거만한 태도에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충고 하나 할게. 너무 태평하게 살지 마. 당신이 고정한 회장과의 관계를 완전히 틀어버렸잖아.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고시환은 일부러 턱을 만지며 생각하는 척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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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아빠, 엄마, 드릴 말씀이 있어요.” 임승후와 장해선은 무언가 준비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를 찾았어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장해선은 참았던 눈물이 터지며 임승후의 품에 안겨 몸을 떨었다. 임승후 역시 눈가가 붉어지며 장해선의 등을 다독였고,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떨구며 내 친부모님의 시선을 피했다. ‘미안해요. 더 빨리 찾았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찾았을 땐 이미 늦었어요. 언니는 두 달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겨우 말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절망에 찬 눈물을 감히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나는 단지 주먹을 꽉 쥔 채, 눈물이 차오르는 걸 억지로 참았다. 내 코끝이 시큰했지만, 꾹 참고 고개를 들었다.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나는 그대로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빠 엄마, 나를 때리셔도, 욕하셔도,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이건 임하나가 사라지기 전에 내게 부탁했던 일이었다. 자신의 과거 잘못에 대해 부모님께 제대로 사과하고 싶다며, 그녀가 남긴 마지막 바람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하나를 정말 사랑했으니까... 그래도 하나를 벌하지 않겠지.’ 나도 임하나가 겪은 고통을 알게 된 후에는 그녀가 나를 버렸던 일을 쉽게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장해선은 붉어진 눈으로 나를 붙잡아 일으켜 세우며 나를 꼭 껴안았다. “이 바보 같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네 잘못이 아니야! 다 엄마 잘못이야!” “내가 너희 자매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장해선은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너희 언니는 그렇게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으니 분명 우리를 용서해줄 거야. 물론, 네 언니에게는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장해선은 다시 고개를 떨구고 오열했다. 나는 진짜 친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등을 다독이며 위로했다. 장해선은 겨우 진정하며 내게 물었다. “너희 언니는 지금 어디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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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나는 내 친부모님을 따라 강씨 저택으로 갔다. 같은 시각, 김재국도 결과를 들고 강씨 저택으로 향했으며, 그와 함께 온 사람 중에는 고영훈도 있었다. ‘저 사람, 나한테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건가?’ 고영훈의 머뭇거리는 표정을 보며 나는 비웃듯 콧방귀를 뀌고, 부모님을 데리고 강씨 저택으로 들어섰다. 강리호 부부는 우리 두 무리를 번갈아 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요?” 하경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고영훈을 향해 물었다. “영훈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고영훈은 나를 한 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대신 김재국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강리호 부부 앞에 DNA 감정서를 내밀며 입을 열었다. “사모님, 사실은 두 달 전에 일부 훼손된 시신을 발견했는데, 두 달간의 조사 끝에 이 시신이 따님 강민아 씨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뭐라고요?” 하경자는 충격을 받은 듯 감정서를 바라보며 손을 떨었다. ‘믿을 수 없어... 이게 무슨 소리야...’ 그녀는 감정서를 손에 쥐었지만, 종이가 흔들릴 만큼 손이 떨려 제대로 들지도 못했다. “제 딸이라고요? 말도 안 돼요!” “그 애는 영훈이 집에 있는 거 아니었나요? 어떻게 두 달 전에 죽을 수가 있죠? 무슨 농담을 하시는 거예요?” 하경자는 고영훈을 향해 울부짖듯 물었다. “영훈아, 뭐라고 좀 말해봐! 민아는 분명 공부한다고 했잖아. 얼마 전에는 데리고 오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죽었다는 거니?” “그것도 두 달 전이라니? 이거 혹시 몰래카메라 아니야?” 고영훈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엔 깊은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민아는 사실 두 달 전에 살해당했습니다. 지금껏 이 사실을 말씀드리지 못한 건,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아 걱정 끼쳐드릴까 봐서였습니다.” 하경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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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내가 미처 반박할 틈도 없이, 장해선이 먼저 나섰다. 내 친어머니는 내 앞을 막아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리 딸을 두고 감히 독하다고?” “그리고, 친어머니인 나도 아직 제대로 울지도 않았는데, 그쪽은 뭘 그렇게 울어?” “민아가 살아 있을 때 당신들이 내 딸을 얼마나 함부로 대했는데, 이제 와서 울고불고하는 거? 그거 다 가식 아니야?” 장해선은 허리에 손을 얹고, 이제 막 정신을 차린 하경자를 향해 쏟아냈다. “당신이 평소에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때는 남의 집안일이라 내가 참은 거지만!” “이제 민아가 우리 딸이라는 걸 알았으니, 오늘은 이 억울함을 반드시 풀고 넘어갈 거야!!” ‘내 앞에서 이렇게 나서주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내 편이 되어주는 친어머니를 보며, 가슴 속에 따뜻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예전엔 언제나 혼자였고, 누구 하나 나서서 나를 도와주거나 대신 싸워주는 사람이 없었다. 막 깨어난 하경자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들려오는 충격적인 말에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뭐... 뭐라고? 민아가 그쪽 딸이라고?” 그녀는 벌떡 일어나며 손을 내저었다. “말도 안 돼! 우리는 그 애랑 친자확인 검사도 했었다고!! 민아는 틀림없이 내 딸이야!! 당신이 대체 뭔데 지금 나타나서 가족 행세야?” 그 순간, 옆에 있던 임승후가 조용히 친자확인 결과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 “이건 민아와 우리 사이의 친자확인 결과입니다 직접 보시죠.” 하경자는 떨리는 손으로 그 서류를 집어 들었다. 결과를 확인한 하경자는 곧바로 강리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예전에 민아랑 검사했을 땐, 분명 내 딸이 맞다고 나왔잖아!” 강리호는 친자확인 결과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대신 임승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혹시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죠?” 그는 자신이 했던 일처리가 완벽하다고 믿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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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강리호의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 “우리 집안일에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나는 강리호의 화난 모습을 보며 조소를 지었다. ‘저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뭔가 찔리는 게 있나 보네.’ “그냥 한마디 해본 건데, 뭐 그렇게 화를 내세요? 아니면... 강주희가 당신 딸은 맞는데, 두 분 사이의 딸은 아닌 건가요?” 내 시선은 강리호와 하경자를 번갈아 가며 훑었다. 또한 일부러 하경자의 얼굴에 시선을 멈추며 혀를 차는 소리를 냈다. “설마... 남편이 딴짓해서 낳은 애를 키우고 있었는데, 사모님만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겠죠?” 소파에 주저앉아 있던 하경자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강리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강리호! 지금 당장 말해! 주희가 도대체 당신 딸 맞아?” 그때 2층에 있던 강주희가 서둘러 내려와, 강리호 앞에 서며 하경자를 막았다. “엄마, 화내지 마세요. 제가...” “엄마라고 부르지 마!” 하경자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강리호! 지금 당장 이 애 데리고 친자확인 검사하러 가! 너희 사이에 혈연이 있는지 없는지 분명히 밝혀야겠어!” 나는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참, 마치 서커스 구경하는 것 같네. 저 셋이 연극이라도 하는 건가?’ 이런 상황이 우스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강주희는 내 쪽으로 매서운 눈길을 던졌다. 하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쯤 됐으면 숨길 이유도 없지 않아요?” 사실 나는 강주희와 사이가 틀어진 이후 그녀가 내 뒤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가게를 망치려고 물밑에서 음해하고, 소문을 퍼뜨리고, 심지어는 허위 사실까지 유포했었지.’ 하지만 나는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것에 집중하느라, 당분간 강주희의 일을 미뤄두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계속 참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얼마 전 가짜 의류 재료 문제로 논란이 된 사건 역시, 강주희가 뒤에서 조작한 일이었다. ‘이 모든 게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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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하경자가 쏟아내는 말을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강리호는 결국 집안 돈에 기댄 남자였구나.’ ‘그래, 기댈 거면 제대로라도 기대야지, 왜 하필 이렇게 추잡하게 구는 걸까.’ 나는 강리호 부부의 희극 같은 모습을 흘낏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거뒀다. “팀장님, 이제 상황은 다 파악하셨죠? 언니의 시신을 정리해주세요. 저희 집안에서 데려가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진실에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김재국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임하나 씨, 걱정 마세요. 준비하겠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아서...” “범인을 찾았든 못 찾았든 상관없어요. 지금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건 언니를 집으로 데려오는 거예요.” 내 단호한 말에, 김재국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며 관련 절차를 진행하러 갔다. 나는 한쪽에서 멍하니 서 있는 고영훈을 바라보며, 그에게 다가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조카, 내연녀의 딸과 잠자리를 하는 기분은 어땠어요?” 고영훈은 내 말을 듣고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를 향해 가볍게 웃고 손을 흔들며 강씨 저택을 떠났다. 그러나 고영훈은 나를 뒤쫓아 빠르게 따라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손목을 툭 뿌리치며, 고영훈이 손댄 곳을 싫은 듯 티슈로 닦아냈다. “사람이 뭘 하든, 숨기려면 완벽해야죠.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들키게 되어 있어요.’” 나는 고영훈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이어갔다. “민아가 죽기 전에 나와 마지막으로 만난 적이 있어. 그때 민아가 말했죠. 평생 후회한 일이 있다면, 당신을 만난 것이라고. 그리고 당신과 결혼한 것.” “민아는 당신이 인생의 동반자일 거라고 믿었지만, 결국 당신은 민아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만을 남겼지.” “당신의 무관심, 갑작스러운 차가움, 그리고 결혼식 날 민아를 버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게 만든 것까지.” 나는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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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임승후 부부는 내 시신을 가지고 돌아가,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나는 내 이름이 새겨진 묘비를 바라보며, 결국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제야 내 몸이 편히 쉴 수 있게 되었구나. 비록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더 이상 차가운 국과수에 홀로 남겨지지 않아도 돼.’ 그리고 우리가 그날 강씨 저택을 떠난 이후, 강주희와 강리호 부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강주희가 그 뒤로 나를 찾지 않은 건, 도무지 강주희답지 않아. 강주희라면 분명 뭔가 일을 꾸몄을 텐데, 너무 조용하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의아했던 건, 장례식 때 초대한 고시환이 참석을 거절했다는 점이었다. ‘고시환은 왜 오지 않았을까? 어릴 적 나를 얼마나 아끼고 소중히 여겼는지 똑똑히 봐왔는데, 게다가 내 시신을 찾기 위해 함께 애썼던 사람인데.’ ‘진실이 다 밝혀졌는데, 고시환은 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걸까?’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나는 고시환의 집으로 달려갔다. 나도 며칠 동안 고시환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의 반응은 냉담하고 무성의했다. 그런 고시환의 태도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고영훈이 경찰서의 자문직을 사임하고 KM그룹으로 복귀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내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고시환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쌓인 먼지가 고시환은 며칠째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심지어 집안일을 관리하는 가정부조차 없었다. ‘왜 이럴까... 이건 정말 불길한데.’ 나는 고시환의 전화번호를 반복해서 눌렀지만, 끝끝내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연락처 외에 고시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가 Y 시의 최고 부자라는 사실은 알지만, 지금 그는 H 시에 있다. ‘고시환의 주변 사람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어. 만약 연락이 끊기면, 나는 그를 찾을 방법이 없어지는 거야.’ 그 깨달음은 나를 깊은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내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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