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자가 쏟아내는 말을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강리호는 결국 집안 돈에 기댄 남자였구나.’ ‘그래, 기댈 거면 제대로라도 기대야지, 왜 하필 이렇게 추잡하게 구는 걸까.’ 나는 강리호 부부의 희극 같은 모습을 흘낏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거뒀다. “팀장님, 이제 상황은 다 파악하셨죠? 언니의 시신을 정리해주세요. 저희 집안에서 데려가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진실에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김재국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임하나 씨, 걱정 마세요. 준비하겠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아서...” “범인을 찾았든 못 찾았든 상관없어요. 지금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건 언니를 집으로 데려오는 거예요.” 내 단호한 말에, 김재국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며 관련 절차를 진행하러 갔다. 나는 한쪽에서 멍하니 서 있는 고영훈을 바라보며, 그에게 다가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조카, 내연녀의 딸과 잠자리를 하는 기분은 어땠어요?” 고영훈은 내 말을 듣고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를 향해 가볍게 웃고 손을 흔들며 강씨 저택을 떠났다. 그러나 고영훈은 나를 뒤쫓아 빠르게 따라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손목을 툭 뿌리치며, 고영훈이 손댄 곳을 싫은 듯 티슈로 닦아냈다. “사람이 뭘 하든, 숨기려면 완벽해야죠.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들키게 되어 있어요.’” 나는 고영훈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이어갔다. “민아가 죽기 전에 나와 마지막으로 만난 적이 있어. 그때 민아가 말했죠. 평생 후회한 일이 있다면, 당신을 만난 것이라고. 그리고 당신과 결혼한 것.” “민아는 당신이 인생의 동반자일 거라고 믿었지만, 결국 당신은 민아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만을 남겼지.” “당신의 무관심, 갑작스러운 차가움, 그리고 결혼식 날 민아를 버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게 만든 것까지.” 나는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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