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영훈이랑 사귄다고, 결혼할 거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얼굴이야?” 강주희는 온몸을 떨며 눈물 몇 방울을 짜내더니, 고개를 살짝 들어 애처로운 표정으로 고영훈을 올려다보았다. “오빠, 내가 잘못한 거 알아요. 그래서 사과도 했잖아요. 내가 오빠를 넘보는 거 잘못된 거 아는데, 그래도 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 아니지 않아요?” 고영훈은 강주희를 뒤로 감싸며 나를 향해 가득한 혐오감을 담은 눈빛을 보냈다. “저랑 주희 사이 문제는 임하나 씨가 끼어들 일이 아니에요. 우리 일에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나는 코웃음을 치며 두 번 혀를 차고, 눈에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고 대표님, 정말 버릇이 없으시네. 방금 전까지도 나한테 ‘작은어머니’라고 불렀는데, 이제 이름을 막 부르다니, 그게 고씨 가문의 교육인가?” 고영훈의 입에서 고시환의 행방을 알아내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저 두 사람의 짓궂은 짓거리들을 보며 더 있다간 눈이라도 버릴까 싶어 나는 서둘러 돌아서려 했다. 그때 고영훈이 나를 불러 세웠다. “작은어머니, 혹시 우리 작은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뭐야, 조카, 이제 와서 양심에 찔려서 말해줄 생각이야?” “아니면 일부러 뜸 들이면서 뭔가를 받아내려고 하는 건가?” 내 말이 아픈 곳을 찔렀는지, 고영훈의 얼굴이 잠깐 굳었다. “우리 작은아버지... 능력도 없고 자기가 잘난 줄만 알아서 위기에 빠진 거죠. 그걸 누굴 탓하겠어요?” 고영훈의 그런 태도를 보자, 내 마음이 서늘해졌다. H 시에선 고시환이 세력이 없다고 해도, 고영훈은 늘 자기 친척인 고시환을 늘 경계해왔다. 그런데 지금 저렇게 오만하게 이름을 대놓고 부르며, 말 속에 존중이라곤 없는 걸 보니, 내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내 굳어버린 얼굴을 보고 고영훈은 더욱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작은아버지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으면 Y 시로 가보시는 게 어때요? 작은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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