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541 - Chapter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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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대체 어떤 신분의 여인인 것인가.…소하가 금군에서 돌아오고 나서, 자신의 서재로 들어갔다.서재의 문을 열자 안에 있던 소한과 눈이 마주쳤다.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리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다가가 물었다.“왜 이곳에 있는 것이냐, 장양강에 가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야?”“사람을 시켜 감시하라 일러 두었나이다.”소한이 담담하게 대답했다.허나 매의 눈처럼 소하를 바라보았다.소하의 시선이 탁상으로 비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소한이 코웃음을 쳤다.그는 서찰을 손가락에 끼워 보였다.“형님께서는 이것을 찾으시는가 봅니다.”소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장양강의 지류에 보낸 사람의 서찰이었다.모두 찾지 못하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소한은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저를 뒤로하고 서찰을 받으시는 연고가 무엇이옵니까? 혹여 단이를 찾게 되면 같이 도망갈 계획이셨습니까?”그의 모습은 마치 간통한 두 남녀를 잡는 것 같았다.소하는 웃음을 터뜨렸다.“소한, 단이는 내 처야. 이후에 단이와 내가 어딜 가든, 너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야.”“처?”소한이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었다.그의 웃음기가 점점 사라졌다.“이혼하지 않으셨나이까.”화리서를 건넨 사람은 소 씨 부인이었지만, 안에는 소하의 손이 찍혀 있었다.혼미하여 깨지 못하던 이십 시진 동안, 소하는 김단과 아무런 인연도 없게 되었다.이 사실은 소하의 상처였다.뒷짐을 지고 있던 그의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소하는 차갑게 말했다.“그렇다고 하여도, 네가 단이를 감금하여서는 아니 되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단이가 장양강에 몸을 던지지도 않았을 터. 더하여 지금까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도 못하지 않느냐!”이때, 소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단이는 내 사람이옵니다! 김단은 진산군의 친 딸, 본디 저와 혼인을 해야 하는 여인이옵니다. 형님께서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저는 정정당당하게 혼인을 올렸을 것입니다!”소한이 소리쳤다.말투에는 분노가 섞여 있다. “내가 단이를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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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소한의 주먹은 그대로 소하의 얼굴을 가격했다.그 탓에 소하는 몸 전체가 뒤로 쓰러졌다.소하의 뒤에 서 있던 소 씨 부인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소하!”그녀는 서둘러 소하를 부축하였다.눈물이 고인 채로 소한을 노려 보았다.“한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어찌 네 형과 주먹다짐을 한단 말이냐?!”소한은 소 씨 부인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사실 소하는 공격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허나, 그가 공격을 피했다면 소 씨 부인이 맞았을 것이다.이러한 생각에 소한은 미간을 찌푸렸다.동시에 타오른 분노가 점점 사라지고, 진정을 되찾았다.소하는 소한의 주먹에 맞아 입가에 피가 터졌다.소 씨 부인은 그를 일으켰다.걱정하는 눈빛으로 소하를 바라보았다.“괜찮느냐.”소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는 소한을 한번 바라보았다.소한은 여전히 씩씩거렸다.허나 방금 전 주먹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다.만일 힘을 실었다면 이빨이 뽑혔을 지도 모른다.소 씨 부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소한을 바라보았다.“어서 네 형에게 사과하지 못하느냐!”소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하를 힐끗 바라보았다.그리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분명 잘못을 한 자는 형이다, 어찌 자신이 먼저 사과를 한단 말 인가.그의 모습에 소 씨 부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리고 소한을 쫓아가며 “이 놈이!” 라며 말했다.허나 그의 발걸음이 빠른 탓에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했다.이때, 소하가 소 씨 부인을 안심 시켰다.“어머니, 성을 내지 마시옵소서.”“어찌 성을 내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 저 자식의 행실을 보거라!”그녀는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허나 그녀는 소한이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단이가 장양강에 빠지고부터 생사를 알기 위해 매일 장양강에 찾아간다.허나, 어찌 찾을 수 있겠는 가.이미 살과 뼈가 으스러지고,.물고기의 사료가 되었을 것이다!십중팔구 모두 단이가 죽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허나, 두 형제는 귀를 닫고 있다.잠시 생각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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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소 씨 부인의 마음 한켠에는 죄책감이 자리를 잡았다.허나, 아무리 많은 눈물을 흘려도 돌이킬 수 없었다.소한은 소하의 마당에서 나와서 관저의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뛰어오는 임학이 보였다.소한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다가갔다.“단이의 소식이 있는 것이오?”예상과는 달리 임학은 그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원이는 어디 있소?”소한이 눈살을 찌푸렸다.임학의 손을 뿌리치고는 인상을 쓰며 답했다.“폐하께 여쭤보시오!”임원은 동래로 추방되었다.황제가 내린 명이었기에 소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임학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원이가 실종 되었단 말이오! 원이를 데려 간 관차가 어젯밤에 납치 당하였다고 하였소, 진정 자네가 한 짓이 아니란 말이오?!”소한은 임학을 밀어냈다.“내가 어찌 임원 낭자를 납치 한단 말이오?”“자네가 아니면 대체 누구란 말이오!원이가 단이를 다치게 하였으니, 단이를 대신하여 복수를 하고 싶었겠지!소한, 원이도 무고하오... 그 계집도 산녀 한테 깜빡 속은 것이오!”그의 말에 소한은 방금 전 다 쏟아내지 못한 분노가 다시 끌어 올랐다.주먹을 쥐어 그대로 임학을 향해 가격했다.“단이가 그 계집한테 그렇게 당했는 데, 아직도 그 계집의 편을 드는 것이오? 내가 보아하니, 자네는 미친 것이오! 똑똑히 알려주겠소, 나는 그 여인을 납치한 적이 없소이다! 만일 내가 어디선가 마주친다면, 당장이라도 칼로 두 동강을 낼 것이오!”임학은 주먹을 맞았는데도 전혀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자네가 알긴 하오?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이미 딸을 하나 잃었소. 어찌 두 딸을 모두 잃을 수 있겠소?”진산군 관저는 임원을 미워했다.만일 임원이 관저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단이도 이러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허나 그들은 침착함을 되찾고, 임원의 말을 들어 보았다.일리가 있는 말이었다.아무것도 몰랐고, 산녀가 모든 것을 감추었다는 사실이었다.임원은 아무런 잘못이 없지 않은가.여러 해를 지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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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임학은 비틀거리며 관저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진산군과 마주쳤다.임학이 돌아오자, 진산군이 다가갔다.“어찌 되었어? 소 장군께서는 뭐라고 하시더냐?”임학의 두 눈에 핏줄이 보였다.“아버지께서 임원을 납치하였다 했습니다.”진산군은 소한이 한번에 알아맞힐 줄 몰랐다.그 바람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그 말을 믿는 것이야?”허나, 당황하는 진산군의 모습을 임학이 모를리가 없었다.그는 작게 중얼거렸다.“아버지,이 어찌 된 일이옵니까. 주상 전하께서 아시기라도 하면, 온 집안이 화를 면하지 못할 것이옵니다!”임학은 소한이 계획한 일 인줄 알고 있었다.자신의 아버지가 그럴 줄은 전혀 몰랐던 눈치다.“조용히 하지 못할까!”진산군도 작게 으름장을 놓았다.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어찌 할 도리가 있겠느냐. 원이가 동래로 추방되고 나서, 네 어머니는 눈물로 밤을 지내셨다. 단이는 이미 사고가 났고, 만약 원이라도..”“그렇다고 하질 언정, 온 집안의 목숨을 가지고 농을 할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임학이 작게 꾸짖었다.“하물며 단이의 일은 원이 때문입니다! 원이가 한 마디만 해주었더라면, 단이가 오랜 시간 동안 그 많은 수모를 당하지도 않았을 터. 동래에 추방된 것은 오히려 원이에게 잘된 일이 아니옵니까?”“네가 어찌 이리 말할 수 있느냐!”진산군이 낮게 꾸짖었다.“원이는 네 누이로 삼 년을 지냈다. 이 삼 년은 네게 아무것도 아니더냐.”“단이야말로 제 누이이옵니다!”임학이 소리를 높였다.“생사조차도 모르옵니다. 지금 제가 해야 할 것은 서둘러 단이를 찾는 일 이옵니다! 시체가 되어도 집으로 데려갈 것입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희 집안 전체가 단이에게 죄를 지었나이다! 이제 그 일로 찾지 마시 옵소서. 임원이 명일 동래에 나타나지 않으면, 윗분들께 알린다고 소한이 일러 두었나이다. 황천길 떠나도 단이를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시옵니까?”“허나..허나 임원도 무고하지 않느냐! 그 산녀가 이 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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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임원이 처벌을 받는 것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곤욕을 겪고 차마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임원도 산녀에게 속았기 때문에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허나..단이도 무고하기는 마찬가지다.그가 제일 보상해야 줘야 사람은 임원이 아니라 단이 이지 않은가.단이야말로 마음속의 1위 여야 했다.잠깐 생각하고는 임학은 걸음을 멈추었다.그리고 품에서 작은 보따리를 꺼냈다.보따리는 그의 체온에 따라 따뜻했다.그는 손으로 어루만졌다.동시에 마음의 상처가 점점 퍼져 나갔다.단아, 네 오라버니가 꼭 찾을 것이다, 네가 죽든 살든 다시 집으로 데려올 것이야.…김단은 날이 밝고 나서야 알았다.어젯밤, 최지습에게 맞은 사람이 춘 숙모의 아들인 칠복이었다.춘 숙모는 남편과 사별하여, 혼자서 아이를 키우셨다.사내처럼 밭일을 하고, 집안일도 하는 바람에 아이를 교육할 시간이 없었다.심지어 칠복이 허튼짓을 하는 것도 몰랐다.들켰을 즈음에는, 온갖 농간을 익힌 뒤였다.다행인 것은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질러도, 집 안으로 끌어들인 적은 없었다.최지습이 시내로 곰을 팔았다는 소식이 그의 심보를 건드렸던 것이다.다른 촌의 도둑들과 손을 잡아, 최지습의 집에 몰래 들어온 것이다.이전이면 감히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마당에서 잠을 청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결국 방 안에는 촌으로 도망쳐 온 여인만 있다는 점을 알고, 대담하게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하필, 달빛에 비친 김단의 용모에 욕망이 생겨나고 말았다.그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 듬었던 것이다.그때 김단이 눈을 뜬 것이었다.춘 숙모는 맞아 얻어터진 칠복의 얼굴을 보며, 눈물이 멈출 줄 몰랐다.“내가 미안하오.” 춘 숙모는 훌쩍 거리며, 자신에게 있던 은을 모두 꺼냈다.“이거라도 받아서 진정하시오.”최지습은 받지 않았다.“잃어버린 것은 없나이다.”김단이 서둘러 대답했다.“저도 괜찮사옵니다.”그들의 말에 칠복은 김단을 한번 보았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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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춘 숙모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최지습은 어찌 해결을 해야 할지 몰랐다.덩치가 큰 사내가 어찌할 줄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다행히도 김단이 춘 숙모를 달래 주었다.그제야 그녀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시간이 이미 늦었기에 더 이상 머물지 않았다.최지습은 숙모를 보내고 나서, 마당의 서쪽으로 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이곳에서 비를 피할 수 있는 움막을 세울 준비를 하였다.만일 비가 온다면 더 이상 잘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바쁘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을 보며,김단은 입을 열었다.“백도령께서는 진정 칠복이 빚을 갚으려 하는 것을 믿으십니까.”사실은 김단은 지적할 자격이 없었다.허나, 자신의 은인이 속임수를 당하는 것을 지켜볼 순 없었다.최지습은 몸을 계속 움직였다.그는 작게 대답했다.“또 다시 노름을 하러 간 것이오.”그의 말에 김단이 깜짝 놀랐다.“어찌 다 알고 계신 데도 은을 주신 것이옵니까?”“조금 있으면 다 알게 될 것이오.”최지습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어딘가 수상 쩍었다.늦은 밤이 돼서야 칠복이 다시 돌아왔다.허나 이번에는 여러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그의 뒤에 서있었다그들은 칠복을 밀치고, 욕을 하면서 최지습의 마당으로 들어왔다.최지습을 보자마자 칠복은 털썩거리며 무릎을 꿇었다.“백도령 제발 살려 주시 옵소서. 이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합니다.”마당의 인기척에 춘 숙모가 서둘러 달려왔다.그녀는 칠복의 모습에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최지습은 칠복을 힐긋 보았다.“어찌 내가 은을 주지 않았느냐, 부족한 것이냐.”“백도령, 제가 잘못했나이다.”칠복은 무릎을 꿇고, 최지습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다리를 껴안으며 울부짖었다.“노름에서 이겨서 백도령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나이다. 허나 질 줄은 전혀 생각 못했사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시 옵소서.”허나 최지습은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이번에는 얼마나 빚을 진 것이야.”칠복은 쭈뼛쭈뼛 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백 이십..”춘 숙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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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곧이어 칠복의 뒤에 있던 무리들에게 말했다.“여기에 도끼도 있고,칼도 있소이다. 그러니 그대들이 알아서 하시오.”뒤에 있던 사내들이 칠복을 잡았다.칠복은 깜짝 놀라 계속 울부짖었다허나 그들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한 손으로 칠복의 손을 잡고 그대로 바닥으로 눌렀다.도끼를 높게 들은 탓에 번쩍 빛이 났다.그리고 아래로 내려쳤다.“아!”칠복이 소리쳤다.그는 바지에 그만 지리고 말았다.그리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허나 그의 손은 멀쩡했다.이때, 무리 중 한 명이 말했다.“이후에는 절대로 봐주지 않을 것이오.”또 한 명의 사내가 품 안에서 돈 주머니를 꺼냈다.그리고 최지습에게 건네었다.“형님,여기 있사옵니다.”“수고했네.”최지습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같이 밥이라도 먹자꾸나."“예, 알겠사옵니다. 셋째가 술안주를 사올 것이 옵니다.”사실 그들은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곧이어 사내들이 부엌으로 들어가, 음식 준비를 하였다.춘 숙모는 그제야 제정신을 차렸다.서둘러 칠복을 향해 기어갔다.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은 칠복을 때리고 꾸짖기 시작했다.“정신 안 차릴래!”칠복도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듯했다.저 사내들이 최지습의 무리 인 것인가.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있었다.최지수가 입을 열었다.“운이 좋은 걸로 하자구나, 다음에는 다른 사람의 손에 손이나 발이 팔려 나갈 것이야.”그리고 칠복을 향해 돈주머니를 던졌다.“빌려주는 걸로 하자, 명일부터 나와 함께 사냥을 하자구나.”칠복은 어쩔 줄 몰라 했다.심지어 돈 주머니를 건네받아도 손이 떨렸다.“백도령, 고맙소이다.”춘 숙모는 칠복을 부추겨서 일으켰다.한 사내가 삽을 들고 칠복이 지린 곳을 흙으로 덮었다.몇몇은 부엌에서 바삐 움직였다.나머지는 최지습을 도와 움막을 세웠다.작은 마당이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뜨거운 날씨에 사내들의 땀냄새를 김단은 적응하지 못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김단이 안으로 들어가자 사내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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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최지습이 처음 전쟁에 나갔을 때는 고작 열여섯이었다.비록 왕자의 신분이어도 든든한 배경이 없는 탓에, 그의 형제들을 이길 수 없었다. 만일 계속 한양에 남아 있었다가는,남의 손아귀에 놀아났을 것이다.그리하여 그는 자진하여 상장군의 휘하에서 좌군 선봉을 맡게 되었다.그 해에 북방의 오랑캐들이 잇달아 침노하자, 여러 백성들이 힘든 생활을 했었다.그는 전쟁으로 들어가 검을 휘날리며 적의 몸을 베었다.동시에 뼈가 갈리는 소리마저도 들렸다.뜨거운 피가 눈에 들어가서 마치 세상이 붉게 물든 것 같았다.그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고, 이것이 공포인지 아니면 흥분인지 알 수가 없었다.서로 죽고 물어뜯는 전쟁에서, 그는 늙은 백성을 죽이고, 열 몇 살의 소년도 죽였다.험악한 눈빛을 보기도 하였고, 전장에 내몰려 공포에 질린 낯빛도 본 적이 있다.전쟁을 하면 할수록 그의 마음은 피로 가득 차서 굳어졌다.왕위의 자리다툼에 그는 참여하지 않았다.그저 끝까지 나라를 지키기만 하였다.허나 그가 한양으로 돌아오고 나서 들은 것은, 자신이 다섯 명의 형들과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는 영원히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두려움 또는 미련에 가득 찬 형들의 얼굴이다.창 끝이 살을 꿰뚫는 순간, 유년 시절 함께 했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마치 악마가 되어 그의 온몸을 찢는 것 같았다.또한 팔 황자가 숨을 거두 기 전, 피를 토하면서도 웃어 보였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원군, 내가 밑에서 기다릴게.”그는 그제야 알아차렸다.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 또한 삶을 마쳐야 함을.오왕의 난이 있고 나서, 결국 왕의 위협으로 남게 될 것이다.살육이 뒤따르고 죄가 씻을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면, 죽음이 그에게는 일종의 해방이었을 지도 모른다.허나 그의 뒤로는 그의 피를 나눈 것 같은 형제들이 있었다.그는 그들이 자신과 같이 죽는 것이 두려웠다.그래서 도망쳤다.전쟁을 피하고, 조정을 떠나고, 이전에 모든 전쟁에서 도망쳐서,삼 백리 멀어 있는 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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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촌부’,두 글자로 그들의 모습을 형상할 수 있다.김단은 그들의 모습에 얼이 빠졌다.한편, 최지습은 김단을 등을 지고 있었기에 알지 못했다.이때, 그의 반대편에 앉은 사내가 최지습을 향해 턱을 끄덕거렸다.최지습은 그제야 몸을 돌렸다.미소 짓고 있는 김단을 향해 무엇인가를 알아차린 듯, 주위 사람들을 밀쳤다.“조용히 마시 자구나.”그들도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듯했다.이곳에 여인이 한명 있다는 것을 깜빡 잊은 모양이었다.서둘러 그녀에게 사과를 건넸다.“미안하오, 이게 우리 습관이라서 그랬소.”“그냥 농으로 생각 해주시오.”“네 농이 제일 재미가 없다는 건 알고 있소?”“입 다물지 못해!”순간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김단은 그들을 바라보았다.거칠긴 해도 이러한 화목한 분위기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소인은 아랑곳하지 마시고, 마음껏 즐기시옵소서.”그녀의 다정한 말투의 그들은 멈칫했다.자리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최지습은 김단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이때, 옆에 있던 삼수리가 그를 살짝 밀쳤다.그리고 목소리를 낮추어 그에게 말했다.“살면서 저런 다정한 목소리는 처음 듣사 옵니다. 만일 위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면, 받는 것이 어떠 신지요.”최지습이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을 하는 것이야.”“저희는 모두 가족이 있으나, 형님은 없지 않습니까?”최지습의 옆에 있던 이현이 작게 속삭였다.“설마 노총각으로 사실 생각이시옵니까?”옆에 있던 육진수도 말을 더 했다.“분명히 마음이 있으실 거야, 그렇지 않고서 여인을 이렇게 오랫동안 묵게 할 순 없지 않느냐. 깨면 바로 내쫓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거늘”최지습은 육진수를 노려 보았다.그는 목소리를 깔고 입을 열었다.“저 여인의 목에는 정암의 평안 고리가 걸려 있네.”그 이야기를 듣고 사내들은 깜짝 놀랐다.혹여 김단에게 들킬까 봐 고개를 돌지도 못 했다.정암에 대해서 그들은 알고 있었다.최지습과 함께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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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김단은 아무런 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마당을 나오고 나서, 왼쪽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몇 걸음 가지 않아 크게 외쳤다.“춘 숙모! 춘 숙모!”그녀는 자신이 입을 열기 전까지 전혀 몰랐었다.하얀 목에 가까워지는 검의 인기척을 말이다.김단이 춘 숙모를 부르자, 삼수리는 검을 집어넣고 서둘러 마당으로 돌아갔다.이때, 춘 숙모의 방의 불이 켜졌다.“왜 그러는 것이오? 무슨 일 생겼소?”김단은 송구스러운 얼굴로 춘 숙모를 바라보았다.“백도령과 백도령 동료들이 술에 취해, 마당에서 잠을 자고 있사옵니다.혹여 상한에 걸릴까 봐 걱정이 되어서 그러한데, 도와주실 수 있나이까?”한편, 사내들은 그녀의 말에 서로를 쳐다보며 자신들을 꾸짖었다.“알겠소!”춘 숙모는 잠시 뒤, 문을 열고 나왔다.그녀의 뒤로는 칠복도 따라 나왔다. 허나 전혀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아마도 춘 숙모가 억지로 데려온 모양이다.허나 사내들이 무거운 탓에 두 여인의 힘으로는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김단이 마당을 나온 것을 보고, 서둘러 부축해주었다.“다리가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이리 움직이면 안 되지 않소?”“괜찮사옵니다. 그래도 저 자들이 걱정이 되었나이다.”부드러운 말투였다.한편, 사내들은 또 다시 자신들을 꾸짖었다.춘 숙모는 김단을 부축하여 천천히 마당으로 돌아갔다.허나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사내들이 하나둘씩 술에서 깬 뒤였다.춘 숙모가 서둘러 말했다.“앉으시오, 나는 해장국을 하겠소.”이때, 사내 하나가 웃음을 지었다.“해,해장에 국은 필요 없소!”그는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찬 물을 퍼서는 다른 이들에게 부었다.간단한 방식으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최지습도 눈을 뜬 채로,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욱, 이제 돌아가겠나이다!”한 사람이 나가자 뒤로 여러 사람이 나갔다.춘 숙모는 걱정이 되었다.“늦었는데, 밤 길 위험 할텐데..”촌에는 강이 하나 있었기에 혹여 그들이 강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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