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531 - Chapter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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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소한은 임학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다.피하는 대신 그도 재빠르게 주먹을 날렸다.“그럼 넌? 넌 버린 게 아니야?”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날, 단이가 세답방으로 끌려갈 때 왜 임원만 감싸고 단이는 외면했던 건데?”임학은 강하게 한 방 맞고 뒷걸음질 쳤다.그러나 곧바로 다시 달려들었다.“그럼 넌?”그의 눈이 이글거렸다.“정말로 단이를 좋아했다면 왜 지켜주지 않았어? 무심했던 주제에 이제 와서 감금까지 하면서 욕심을 부려? 결국 네가 죽인 거야!”“닥쳐!”소한은 분노로 이성을 잃고 임학과 뒤엉켰다.두 사람 모두 검을 뽑지 않았고 제대로 된 검술조차 사용하지 않았다.그저 어린아이처럼 한 대 치면 한 대 받고 그러다가 다시 반격하기를 반복했다.얼마나 오래 싸웠을까.결국 두 사람은 나란히 땅바닥에 쓰러졌다.얼굴은 멍투성이였고 코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임학은 무기력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오직 단이 생각만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소한의 말이 옳았다.그는 오라버니가 돼서 어찌 자신의 친 누이도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어째서 그토록 중요한 사람도 몰라봤던 것일까?그가 무슨 자격으로 그녀의 오라버니가 될 수 있단 말인가!한편, 소한 또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러나 그의 눈빛은 점점 증오로 물들어갔다.정녕 하늘이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일까?원래 그의 것이었는데.그것을 잔인하게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이제 와서 확인사살 시켜주는 모습이라니.비웃고 싶은 거였나?자신이 후회하길 바라는 걸까?아니면 기어코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일까?아니.그렇게는 안되지.원래 내 것이었다면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단이가 살아있든 죽었든 상관없다.어떻게든 그녀를 찾아낼 것이다.그녀가 살아 있다면 다시는 놓지 않을 것이고 그녀가 죽었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갈 것이다.신이시여부디 이것 하나만 기억하길 바랍니다.감히 제 것을 빼앗아갈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그 시각소하는 직접 그 여인의 시신이 묻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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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삼백 리 밖, 하만촌.그곳에서 김단은 여전히 산산조각 난 옥팔찌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었다.그러나 옥팔찌가 부서진 순간 그녀의 가슴에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허망함이 밀려왔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생각을 바꾸었다.한양에서 이곳까지 떠밀려왔음에도 살아남았다.이게 과연 단순히 행운이 따라서 생긴 결과일까?혹시 정씨 부인이 선물해 준 이 옥팔찌가 그녀의 재앙을 막아준 것은 아니었을까?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더 아려왔지만 한편으로는 또 따뜻한 감정이 밀려왔다.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정암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최지습은 장작더미 앞에 앉아 있었다.그는 손에 쥔 도끼를 높이 들어 장작 위에 정확히 내려쳤다.‘쾅!’나무가 깨끗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집 안쪽을 바라보았다.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그 틈으로 옥팔찌를 손에 쥔 그녀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최지습은 오래전부터 정암에게 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아주 오래전.그와 정암이 산속 협곡에서 포위되었던 날 최지습은 그에게 가족의 유무에 대해 물었고 그때 정암이 얘기해주었다.“저에게는 누이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아이가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제 유일한 소원입니다.”그때 정암의 눈빛은 단단하고도 맑았다.그런데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몸을 보았을 때 직감했다.정암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정암이 살아 있었다면 절대로 자신의 여동생을 이토록 처참한 모습으로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최지습의 가슴 한구석이 쓰라렸다.그는 다시 도끼를 높이 들었다.그리고 한 번 더.‘쾅!’장작이 또 한 번 두 동강이 나며 양옆으로 굴러떨어졌다.전쟁터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최지습은 오랫동안 병사를 이끌었다.그의 손아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하지만 그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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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그 순간 집 안에서 갑작스럽게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쨍그랑!”최지습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도끼를 내려놓았다.그리고 이내 묵직한 걸음을 내디디며 방문 앞으로 다가섰다.그가 문 앞에 서는 순간 집 밖에서 들어오던 희미한 빛마저 다 가려졌다.그로 인해 실내는 한층 더 어두워졌다.김단은 고개를 들어 최지습을 바라보았다.미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올려보며 얘기했다.“죄송해요. 그저 물을 마시려 했을 뿐인데 찻잔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그만 손에서 찻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바닥에는 깨진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최지습의 짙은 눈동자가 그녀 발치의 깨진 컵 조각을 스쳐 지나갔다.이윽고 그는 말없이 걸음을 옮기며 걷어 올렸던 소매를 다시 내렸다.“앉아 있소. 내가 치울 테니.”그녀는 왼쪽 다리를 땅에 디딜 수 없었다.그리고 오른발 주위에는 깨진 유리 조각이 가득했다.만약 발을 헛디뎠다가는 큰일 날 것이 뻔했다.그렇기에 김단도 굳이 고집부리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에게 내민 그의 팔을 잡았다.마치 쇳덩이처럼 단단한 촉감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놀랐다.그는 그저 산에서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일 뿐인데 어째서 부대에서 단련된 장병들보다 더 단단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그러나 그녀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천천히 몸을 움직여 침대로 돌아가 묵묵히 빗자루로 깨진 조각들을 쓸어 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는 조각을 모두 쓸어 담은 뒤 조용히 집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잠시 후 그가 다시 돌아왔다.이번엔 손에 따뜻한 물 한 잔이 들려 있었다.김단은 양손으로 그 잔을 받아 천천히 한 모금 들이켠 뒤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맙습니다, 백우님.”그러나 그녀는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급히 말을 덧붙였다.“돈 금방 갚을게요.”치료비, 약 값, 춘 숙모에게 준 다섯 냥의 은화, 그리고 방금 부숴버린 그 컵까지 최지습은 그녀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었다.그녀를 죽음의 문턱에서 건져 올린 사람.그것만으로도 평생 감사해야 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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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한양의 궐 안.이번에는 전하가 직접 소하를 불러오라는 지시를 내렸다.금빛 찬란한 대전, 그 안에 문무백관들이 좌우로 나란히 늘어섰다.그러나 그 중앙을 가로질러 들어오는 자는 한낱 평복을 입은 남자였다.그의 발걸음은 거침없었고 묵직했다.그는 마침내 대전의 중앙에 섰다.그리고 조용히 옷자락을 정리한 후 한쪽 무릎을 꿇었다.“평민 소하, 전하를 뵙습니다.”그와 함께 또 다른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손헌.소하를 보자마자 손헌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그의 가슴속은 이미 분노로 들끓고 있었으나 전하 앞이라 감히 소하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그리고 그 순간전하의 날카롭고도 냉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손헌,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므로 즉시 관직을 박탈한다!”“금군 총령은 오늘부터 소하가 맡는다.”그 말을 들은 소하는 조용히 예를 갖추었다.“명을 받들겠습니다.”그러나 손헌은 결코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제 아침 조정에서는 구태부를 필두로 한 수십 건의 탄핵 상소가 올라왔다.그가 김단을 찾고도 외면한 사실은 전하를 격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백성을 위해야 할 자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그는 오직 손가의 안위만을 걱정했을 뿐이었다.전하가 그를 죽이지 않는다면 누가 그를 죽이겠는가?그나마 덕빈과 명정 대군의 이름을 내세워 전하의 침전 앞에서 하룻밤 내내 무릎을 꿇었던 덕에 그는 죽음을 면하고 단순히 면직 처분만을 받은 것이었다.하지만 그가 김단을 보고도 못 본 척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소가의 두 형제뿐이었다.소한이 일러바쳤을 리는 없다.애초에 그가 이렇게 행동한 것은 모두 소한을 위해서였으니까.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오직 소하뿐인데...손헌은 분노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결국 그는 억울한 감정을 삭히려 이를 악물고 예를 올렸다“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전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손헌을 흘끗 바라보았다.그리고 무심하게 손을 흔들자 즉시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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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소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하는 천천히 몸을 돌려 어서재로 향했다.방안에는 소하뿐만 아니라 진산군도 와있었다.시간이 꽤 흘렀건만 진산군의 모습은 한층 더 초췌해져 있었다.원래는 귀밑머리에 흰머리가 몇 가닥 섞여 있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온통 백발이 되어버렸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전하 역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가슴이 답답해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말해보라. 도대체 어찌 된 일인 게야?”그러나 진산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소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예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전하, 삼 년 전 진산군께서 가문의 적녀를 사칭한 여인을 친딸로 여기고 정작 자신의 친딸을 양녀로 삼으셨습니다. 그로 인해 진정한 진산군의 적녀가 억울한 세월을 보냈으며 지금은 생사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이에 수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감히 임금을 속여!”분노에 찬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자 진산군은 그 자리에서 풀썩 무릎을 꿇었다.그는 변명 한 마디 하지 않았다.오히려 전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직이 물었다.“그러니까 임원이 가짜이고 김단이 진짜라는 말인가?”진산군의 초점 없는 눈에 눈물이 서렸다.그는 떨리는 손을 맞잡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 사람아! 어찌하여 이토록 어리석은 게야! 어찌 제 친딸도 알아보지 못한단 말인가!”전하의 질책이 쏟아지자 진산군는 더욱 비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 아이가 제 부인과 너무 닮아 그만…”끝내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제가 저지른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제발 죽기 전 단 한 번이라도 단이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김단이 장양강에 빠졌다는 소식은 전하도 이미 알고 있었다.눈앞의 진산군을 보자 전하는 문득 자신이 명왕 대군을 잃었을 때가 떠올랐다.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참담한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깊은 한숨을 내쉰 전하는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 아이가 임씨 부인을 빼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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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진산군은 감사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한편, 서재 안은 소하와 황제만 남았다.소하의 차가운 낯빛을 보고,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마음에 들지 않소? 진산군 관저를 모두 몰살하고 싶은 생각인 것이오?”소하는 서둘러 예의를 차렸다.“송구하옵니다.”황제는 짧게 탄식을 내쉬었다.“임 씨 집안은 개국공신 집안이오. 짐이 만일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었다면, 임 씨 집안도 지금까지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오.”사실상 오왕의 난 후, 임 씨 가문은 없어져야 할 가문이었다.소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황제는 그를 한번 쓱 훑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허나, 단이 낭자의 집안이지 않소. 진정으로 낭자를 생각한다면, 임 씨 가문을 남겨 놓아 할 것이오.”김단, 아니 임단 때문에 피로 얼룩진 원한을 삼으면 아니되지 않는가.소하는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그저 살짝 고개를 끄덕 일뿐이다.“그러하옵니다.”허나 마음은 달랐다.만약 단이라면, 어찌 처리하였을까.아마도 무시했을 것이다.그녀는 더 이상 진산군 집안과 상관이 없지 않은가.집안이 사라져도, 남아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친부모’ 라는 사실에, 복수는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허나, 소하는 다른 생각이었다.단이를 대신하여 정의를 되찾고 싶었다.그 집안이 그녀에게 했던 짓을 되돌려 받아야 하지 않은가.황제는 소하의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그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설득이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허공에 손을 저으며, 그를 자리에서 떠나게 하였다.소하는 예의를 차린 뒤, 발걸음을 옮겼다.진산군 관저와 연관된 일은 그가 나설 일이 아니었다.임 씨의 조상들은 개국공신을 한 탓에, 황제가 쉽게 임 씨 가문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허나, 세습을 물려받을 자격에서 박탈하였기에 거의 끝나가는 집안이다.이후에 단이가 다시 집안으로 돌아간다면, 임학도 더 이상 자신이 도련님이라는 사실로 괴롭힐 수 없을 것이다.임원은..동래로 쫓아낸 것은 너무 약한 처벌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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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이전에 소하는 군을 이끌었기에 손헌의 계략을 알 수 있었다.그의 말을 들은 소하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허나, 내가 장군을 도왔다는 점은 잊지 마시오. 자네가 장양강에 사람을 찾기 위해, 내가 사람을 빌려준 사실을 말이오.”“그 일에 대해 말입니다..”소하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그리고 손헌을 바라보는 눈빛에 냉기가 서렸다.“만일 손 장군께서 온곳에 소문을 내지 않았다면, 단이도 산적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겠지요. 그리고 강에 빠지지도 않았을 겁니다.”그의 말에 손헌이 깜짝 놀랐다.소하가 자신의 뒤통수를 친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표정이다.그는 소리를 꽥 질렀다.“이봐 소 씨! 분명 자네가 나에게 말을 전하라고 하지 않았소? 나는 그저 도움을 주었을 뿐 이오. 더하여 내가 소식을 알리기도 전에, 그 산적이 미리 알고 있을 수도 있지 않는가.”그럴 수도 있다.그는 김단의 계획을 알아채고 이각에게 명을 내렸었다.동시에 손헌이 일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결국 장양강에 몸을 뛰어든 일도, 손헌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그를 한양에 가만히 남겨두는 것은,소하에게 있어서는 미친 짓이 아닌가.코웃음을 치고는 입을 열었다.“여봐라.”궁 문 옆에 서있는 호위들이 다가왔다.“예.”“백성 손헌이 감히 궁 문 옆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 끌어가서 곤장 삼십대를 때려라.”“예!”호위들이 서둘러 손헌을 붙잡았다.손헌이 크게 외쳤다.“감히!”그는 수년간 금군 총령이었다.궁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허나, 오늘날 그는 더 이상 금군 총령이 아니기에 호위들도 그의 부하가 아니지 않은가.소리를 아무리 질러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곤장이 그의 살에 맞닿을 때마다, 손헌은 크게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소하는 그를 한번 보고는 몸을 돌렸다.단이를 괴롭힌 사람들은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은가.오늘이 그 첫걸음일 뿐이다...김단은 자신이 눈을 뜬 날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았다.적어도 닷새는 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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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김단이 움찔거렸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춘 숙모가 서둘러 대답했다.“동꽃 숙모 말 듣지 마시오. 백도령은 이 근처에서 사냥하는 놈들이랑 두,세 달에 한 번씩 산속으로 들어가곤 하오. 산속에 있는 것이 밖에 있는 것보다 좋지 않겠소?”밖에 있는 것은 닭이나 토끼를 의미한다.허나, 산속에 있는 것은 다르다.깊은 산속에는 멧돼지, 곰 그리고 호랑이도 나타난다.저번연도에 백우는 사냥꾼들과 함께 짐승을 잡은 적이 있다.그리고 시내로 나가 은을 몇 푼 나누곤 했다.그 이후로, 백우는 다시 산속으로 들어간 적이 없다.동꽃 숙모는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내가 틀린 말 했소? 백도령이 산속에서 나온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또다시 들어가지 않았는 가?”한 달에 두 번이나 산속에 들어갔다는 것은 은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닌가.춘 숙모는 김단이 안 좋은 생각을 할까 봐, 동꽃 숙모를 한번 노려 보았다.“말 적게 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소?”동꽃 숙모는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듯했다.그리고 김단을 보고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이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백도령은 아무 일도 없을 것이오! 그리 재빠른 사내가 어디 있다고!”김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허나, 퍼져가는 걱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그녀는 백우와 어떠한 관계도 아니다.생명의 은인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을지 우왕좌왕하고 있는 도중에, 자신 때문에 백도령이 깊은 산속에 들어가고 말았다.위험천만한 깊은 산 속에서, 백도령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이때, 김단이 눈살을 찌푸렸다.뇌리에는 ‘천살고성’ 이라는 네 글자만 맴돌았다.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녀는 억지로라도 진정을 찾으려 애썼다.‘괜찮을 거야.’백우와 하루에 두 마디도 하지 않기에, 친하다고는 할 수 없다.자신이 아무리 천살고성의 팔자라고 하여도, 백우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숙모들은 몇 마디를 나누고는 돌아갔다.때가 늦었기에 돌아가 밥을 차릴 준비를 했다.한편, 김단은 여전히 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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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그는 그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곰을 사냥하였습니다. 숨이 붙어 있을 때, 읍내로 데리고 갔소이다.”곧이어 그는 품에서 작은 인삼을 꺼냈다.“명일에 인삼 삼계탕을 끓여 주셨으면 합니다.”촌에는 내올만한 음식이 없었기에, 삼계탕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죽었다가 살았기에 영양을 보충해야 하지 않겠는 가.그리고는 은냥을 꺼내 춘 숙모에게 건넸다.그녀는 거절의 의사를 건넸다.“됐습니다. 이전에도 은 다섯 냥을 주지 않으셨습니까?”“이전은 이전이지 않습니까.”춘 숙모는 최지습의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은을 받았다.“밥 좀 가지고 오겠나이다!”그리고는 서둘러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최지습은 그제야 부엌으로 들어갔다.물독 안에서 바가지로 찬물을 퍼서 들이켰다.김단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물을 마시고 있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의 몸에 커다란 혈흔이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방금 전에 춘 숙모와 그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곰을 잡았다면, 위험했을 터인데.최지습은 물을 다 마시고 몸을 돌렸다. 마침 자신을 보고 있던 김단과 눈이 마주쳤다.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숙여 몸에 있는 혈흔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부엌에서 나와 그녀에게 말했다.“내 것이 아니오.”사실 오늘 사냥은 위험천만했다.무리 중 두 사람이나 다치지 않았는 가. 다행히도 작은 외상이라 한숨 돌릴 수 있었다.김단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최지습이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곧이어 그는 집 뒤쪽으로 가서, 목욕을 하러 갔다.김단을 데리고 오고 나서는 정원이 아닌 뒤뜰에서 목욕을 하곤 했다.그 탓에 방음이 잘되지 않았다.김단은 침상 옆에 앉아서 첨벙첨벙 거리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최지습이 안으로 들어오자, 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방 문 앞에 서 있었다.왼발은 허공에 떠있고, 몸은 반쯤 문에 기대었다.물에 젖어있는 최지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몸이 한결 나아졌나이다. 다리만 나으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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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그녀는 최지습을 위아래로 훑었다.거친 삼베를 입고 있어도, 몸의 근육이 어렴풋이 보였다.눈빛은 독수리처럼 예리하고, 얼굴의 상처는 그의 준수한 외모에 흉악함을 더했다.곰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김단은 순식간에 사라질지도 모른다.허나, 동시에 백우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높게 평가했다.심지어 다들 그를 좋은 사람이라, 칭하기도 했다.김단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백도령, 소녀는 혼인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여 은냥은 받지 않겠나이다.”“…”최지습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김단을 바라보았다.방 안은 촛불 몇 개가 켜져 있었다.그는 김단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허나, 반짝이는 두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은 똑똑히 보였다.자신의 말이 오해를 샀다는 것을 깨닫고, 최지습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하만촌이 정이 많다고 하여도, 쥐새끼처럼 간악한 자들이 없으리라고는 보장하지 못하오. 돈주머니를 침대 밑에 두면 안전할 것이오.”오십 냥이다.작은 돈이 아니었다.일반 백성이 몇 해 동안 먹고 살기 충분한 금액이다.김단은 멈칫했다.오해를 한 것인가.그녀의 양볼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상대는 호의를 베풀어 자신을 구해 주었는데, 목적이 있다는 생각에 주제를 넘고 말았다.강렬한 수치심에 김단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소녀, 소녀가 잘못 생각..”허나 최지습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내가 말이 적은 탓이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오.”그리고는 벽에 기대어 놓았던 나무판을 내려놓았다.옷을 입은 채로 그대로 위에 드러누웠다.김단을 구해주고 난 후로, 마당에서 잠을 청하는 사내가 어찌 그녀에게 마음이 있을 수 있겠는 가.김단은 속으로 자신을 꾸짖기 바빴다.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돈 주머니를 침상 밑으로 숨겼다.늦은 밤, 백우가 말한 ‘쥐 새끼’ 가 나타났다.김단은 꿈에서 누군가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순간 눈을 번쩍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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