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산군은 감사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한편, 서재 안은 소하와 황제만 남았다.소하의 차가운 낯빛을 보고,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마음에 들지 않소? 진산군 관저를 모두 몰살하고 싶은 생각인 것이오?”소하는 서둘러 예의를 차렸다.“송구하옵니다.”황제는 짧게 탄식을 내쉬었다.“임 씨 집안은 개국공신 집안이오. 짐이 만일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었다면, 임 씨 집안도 지금까지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오.”사실상 오왕의 난 후, 임 씨 가문은 없어져야 할 가문이었다.소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황제는 그를 한번 쓱 훑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허나, 단이 낭자의 집안이지 않소. 진정으로 낭자를 생각한다면, 임 씨 가문을 남겨 놓아 할 것이오.”김단, 아니 임단 때문에 피로 얼룩진 원한을 삼으면 아니되지 않는가.소하는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그저 살짝 고개를 끄덕 일뿐이다.“그러하옵니다.”허나 마음은 달랐다.만약 단이라면, 어찌 처리하였을까.아마도 무시했을 것이다.그녀는 더 이상 진산군 집안과 상관이 없지 않은가.집안이 사라져도, 남아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친부모’ 라는 사실에, 복수는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허나, 소하는 다른 생각이었다.단이를 대신하여 정의를 되찾고 싶었다.그 집안이 그녀에게 했던 짓을 되돌려 받아야 하지 않은가.황제는 소하의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그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설득이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허공에 손을 저으며, 그를 자리에서 떠나게 하였다.소하는 예의를 차린 뒤, 발걸음을 옮겼다.진산군 관저와 연관된 일은 그가 나설 일이 아니었다.임 씨의 조상들은 개국공신을 한 탓에, 황제가 쉽게 임 씨 가문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허나, 세습을 물려받을 자격에서 박탈하였기에 거의 끝나가는 집안이다.이후에 단이가 다시 집안으로 돌아간다면, 임학도 더 이상 자신이 도련님이라는 사실로 괴롭힐 수 없을 것이다.임원은..동래로 쫓아낸 것은 너무 약한 처벌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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