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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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소하는 이각에게 사람을 시켜 소문을 잠재우라고 하였다.어쨌든 그의 마음속에는 김단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그가 자신의 명성을 위해 김단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하지만 이각이 소문을 잠재우려 하자 손헌이 다시 사람을 보내 여기저기 소문을 퍼뜨렸고, 결국 한양에는 퍼진 소문은 점점 더 이야기를 더해갔다.이각은 화가 나 말했다. “도련님, 손 장군은 부인 마님의 목숨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당우리의 산적들은 흉악한 자들이었다. 자신들의 두목이 죽었는데도 감히 한양에 와 소씨 집안과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을 보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만약 부인이 그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떤 고초를 겪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소하는 얼굴을 찌푸렸다.손헌이 자신을 찾아온 뒤로 소하는 그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곧장 물었다. “아우 쪽 상황은 지금 어떠하느냐?”“둘째 도련님께서는 어제부터 군에 가지도 않으시고 하루 종일 별장에 계십니다. 아마도 산적들의 복수 대상이 부인 마님이라는 것을 짐작하신 것 같습니다!”이각은 사실대로 대답하며 말을 덧붙였다. “저희 쪽 사람들도 교대로 밖을 지키고 있으니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시지요.”그 말을 들은 소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소한이 직접 지키고 있으니 적어도 김단은 안전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그가 소한의 눈을 피해 그녀를 구출할 수 있을까?한편, 한양 외각 별장에 있던 김단도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소한은 이틀 연속 군대에 가지 않았고, 심지어 조정에도 나가지 않았다.저택 안의 경비병도 많이 늘었다. 순찰병만 해도 이전보다 두 배나 많았다.김단은 자신의 계획이 절반가량은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때 초아가 다가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부인, 부엌에서 꿀물을 만들었는데 장군님께 가져다 드릴까요?”초아는 김단에게 기회를 만들어줌으로써 그녀가 소한의 맘에 들게 하여 두 사람의 사이를 이어주려고 했다.혜인은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단은 소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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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하지만 지금의 미소는 억지웃음에 가까웠다.김단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안 소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원이가 실종되었소.”“뭐라고요?!”김단은 깜짝 놀랐고, 순간 강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정원 낭자가 실종되었다고요? 언제 일어난 일입니까?”“30분 전이오.”“그럼 왜 정원 낭자를 찾으러 가지 않고 여기 계시는 겁니까!” 김단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만약 낭자가 산적들의 손에 들어간 거면 어떡합니까!”그 말을 들은 소한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흔들린 마음을 숨긴 채 말했다. “낭자는 산적들의 소행이란 걸 어찌 안 것이오?”“도련님이 전에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당우리의 산적들이 한양에 출몰했다고.” 김단은 심호흡을 한 뒤 말을 이었다. “지금은 제가 어찌 알고 있는지 따질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만약 정원 낭자가 정말로 산적들에게 잡힌 것이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빨리 낭자를 찾으러 가시지요!”소한의 마음이 흔들렸다.소정원은 그의 친여동생이었으니, 그가 그녀를 걱정하지 않을 리 없었다.그 산적들은 과거 돈을 빼앗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몰살하고 심지어 갓난아이까지 죽였었다. 그런 자들이 그에게 앙금을 품은 지금, 소정원에게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이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낭자가...”“저는 제 스스로 지킬 수 있습니다.” 김단은 소한의 말을 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산적을 죽인 적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지요. 게다가 도련님께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두어 저를 보호하고 계시니 저는 괜찮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소한은 끝내 결심을 굳혔다.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김단에게 건넸다. “낭자의 비녀보다 쓸모 있을 것이오.”김단은 순간 멈칫하며 소한을 바라보았고, 이내 단검을 받아 들었다.그녀가 단검을 받는 순간 소한은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가 애써 가져온 꿀물은 결국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드넓은 서재에 김단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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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초아가 돌아왔을 때 혜인은 문 밖에 서 있었다.김단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초아는 이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부인께서는?”혜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부인께서 조금 피곤하다고 하시며 일찍 잠에 드셨어.”그 말을 들은 초아는 방문을 바라보며 더욱 의아하게 여겼다. “부인께서 몸이 불편하신 건 아닐까? 의원을 불러서 진찰을 받아 보시게 하는 게 어때?”혜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어젯밤 잠을 잘 못 주무셨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부인께서 푹 주무시게 두자.”혜인의 모습을 본 초아는 의심스러웠다. 그녀는 혜인의 표정이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눈치챘다.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부인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야?”혜인은 초아가 바로 알아차릴 줄은 몰랐기에 순간적으로 동공이 흔들렸다. “아, 아무 일도 없어. 걱정하지 마!”하지만 초아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들고 있던 꿀물을 혜인의 손에 쥐여준 뒤 몸을 돌려 문을 두드렸다. “부인, 들어가도 될까요?”말이 끝나고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초아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김단은 방 안 어디에도 없었다.“너 미쳤어?!”초아는 곧장 고개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온 혜인에게 큰 소리로 호통쳤다. “부인은 어디 계시는 거야?”혜인은 급히 방문을 닫고 꿀물을 한쪽에 내려놓고 초아에게 말했다. “부인께서는 내 모습으로 변장하고 떠나셨어.”“너!”초아는 화가 나서 당장 그녀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이를 혜인이 막아섰다. “가지 마! 어차피 이젠 쫓아갈 수 없어!”초아는 혜인의 얼굴을 가리키며 꾸짖었다. “장군님께서 아시면 네 머리 몇 개를 베어도 화를 풀지 못 하실 거야!”“그러니 네가 나를 도와줘야 해!” 혜인은 그 말과 함께 품 안에서 단검을 꺼냈다.방금 전 소한이 김단에게 준 바로 그 단검이었다!초아는 눈을 크게 떴다. “너, 너 지금 뭘 하려는 거야?”“나를 찔러. 그러고 부인께서 나를 찌르고 내 모습으로 변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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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소정원은 겁에 질려 붉어진 눈을 하고 소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릴 뻔했으나, 소한과 임학을 보곤 눈물이 들어갔다.오히려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왜 모두 오신겁니까? 김단 낭자는요? 산적들의 목표는 김단 낭자이지 않습니까!”상대는 단 두 명이었다. 그들은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후 김단을 찾으러 서둘러 떠났었다!그녀는 그저 미끼였을 뿐이다. 소한을 한양 외각 별장에서 밖으로 유인해 내기 위한 미끼!그가 자리를 비우도록 유인한 것이다!소한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가슴속에서 느껴지는 공포가 그를 완전히 장악했다.그들의 전략에 정신이 혼미해진 것 같았다.그는 소정원이 산적들에게 잡혀 끔찍한 일을 당할까 걱정되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왔다!소하도 매우 놀랐지만, 마음속으로 한 줄기 희망을 품었다.손헌에게서 빌려온 사람들도 군대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사람들이었다. 그의 사람들이 함께 소한의 별장 밖을 지키고 있었다.만약 산적들이 정말로 소한의 별장으로 쳐들어간다면 그 자들이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다.적어도 그들이 구하러 갈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떠나며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외쳤다. “아씨를 집으로 모셔라!”임학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황급히 그를 뒤따라갔다.세 사람은 말을 타고 소한의 한양 외각 별장으로 다급히 달려갔다.하지만 그들이 대문에 들어섰을 땐 어깨에 상처를 입은 혜인과 마주했다.소한이 갑자기 돌아온 것을 본 혜인은 깜짝 놀라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초아도 따라 무릎을 꿇고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 장군님...”소한의 얼굴은 순식간에 험악해졌다.혜인의 상처를 본 그의 마음은 완전한 절망으로 바뀌었다.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있느냐?”혜인은 계속해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 부인께서 소인을 찌르고 하고 소인의 모습으로 변장한 채 도망치셨습니다.”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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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이 무렵 장양강 강가에 있던 김단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얼굴에 턱수염이 가득한 남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으나, 뒤에 아무것도 없었기에 자칫 넘어질 뻔했다. 그때 턱수염의 남자가 그녀를 잡아주어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뒤로 끝없이 넓은 강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곳은 장양강이 아닌가?김단이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른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오. 장양강은 매우 깊어 한번 빠지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 것이니!”김단은 말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17, 18살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다.그는 손에 든 장검을 닦고 있었다.김단은 그제야 기억이 났다.그녀는 하녀로 변장하여 저택 안팎의 호위병들을 속이고 탈출에 성공했다.하지만 한양으로 돌아가는 좁은 길에서 이 두 사람을 만났다.턱수염의 남자가 먼저 그녀를 알아보았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신들이 당우리의 산적이오?”그들이 정암을 죽인 것이다!소년은 그녀를 흘끗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턱수염의 남자는 냉소했다. “맞소, 바로 이 몸이오. 자네 서방에게 복수하러 왔소!”그들은 소한을 김단의 배우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들의 말을 들은 김단은 어이가 없었다.온 마을 사람들을 몰살하고 갓난아이까지 죽인 자들이 복수를 운운하다니?피로 물든 악마 놈들은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하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당장은 이 두 사람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눈을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옆에 있던 소년이 말했다. “둘러볼 필요 없소. 우리밖에 없으니.”산채가 파괴된 뒤 도망친 산적들은 많았지만, 복수를 하러 온 사람은 그 자들뿐이었다.왜냐하면 그때의 산적 두목이 바로 이 소년의 친아버지이자 턱수염 남자의 친형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소한의 목숨을 빼앗으러 온 것이다!턱수염의 남자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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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진정하거라!” 가장 먼저 말에서 내린 소하가 산적들을 향해 소리쳤다.선명한 핏기가 김단의 목에 서린 것을 본 소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의 뒤로 소한과 임학이 말에서 뛰어내렸다.소한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단단하게 쥔 주먹에는 점점 힘이 실렸다.어째서 그때 저 산적들을 모두 해치우지 못했을까.만약 그때 상황을 해결했더라면 김단이 다치는 일은 면할 수 있었을 텐데.더구나 어찌하여 자신이 이런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일까.임학은 붙잡혀 있는 김단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다.“원하는 게 무엇이든 다 들어줄 터이니 내 누이를 풀어주거라!”김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설마 임학까지 왔을 줄이야.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임학을 보고 싶지 않았다.더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누이’라는 말조차 듣기 싫었다.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그토록 의지했던 오라버니에 대한 감정이 미움으로 변해버린 것이그녀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산적 두목이 소리쳤다.“풀어주길 원해? 간단하지! 소한의 목을 가져와!”이 말을 들은 소하와 임학은 깜짝 놀랐다.그러나 눈 깜빡할 사이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소한이 허리에 찬 장검을 뽑아 들고, 주저 없이 그 검을 자신의 목에 대었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소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소한을 향해 작은 돌멩이를 튕겼고 그것이 소한의 손목을 강하게 가격했다.극심한 통증 속, 칼이 소한의 손에서 떨어졌다.하지만 그의 목에는 이미 피가 흐르고 있었다.“미쳤어?”소하는 경악하며 소한을 향해 소리쳤다.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옆에 있던 임학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설마 소한이 고민조차 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려 했을 줄이야.놀란건 김단 쪽도 마찬가지였다.그 짧은 순간, 소한이 자기 목숨을 끝내려 했다는 사실이 그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그는 산적들과 협상을 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너무나도 단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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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단아!”“단아!”“안돼!”세 명의 외침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소하와 임학은 장검을 뽑아 들고는 순식간에 산적과 소년의 목을 베어버렸다.한편 소한은 망설임 없이 장양강으로 몸을 던졌다.이를 본 소하와 임학은 재빠르게 달려가 그를 강가로 끌어올렸다.“이거 놓으시오!”소한은 낮은 목소리로 외치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그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만을 응시하며 김단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썼다.곁에서 소한의 몸을 붙잡고 있는 두 사람에 의해 강물 속으로 뛰어들려던 그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소한은 계속해서 자신을 뒤로 당기고 있는 손들을 뿌리쳐야만 했다.김단은 아직도 강 속에 있는데. 그녀를 구해야만 하는데“짝!”날카롭고도 선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단단한 손길이 소한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소하는 소한의 옷깃을 단단히 움켜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김단은 수영할 줄 아니까 괜찮을 거야! 네가 할 일은 무작정 강가로 뛰어드는 게 아니라 하류로 가서 김단을 찾는 거야!”만약 소한까지 뛰어든다면 그들은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임학도 곧장 말을 이었다.“맞소! 강물이 이렇게 고요하잖소.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으니 김단은 분명 무사할 거요!”김단은 원래부터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분명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소한은 그제야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그래, 김단은 수영을 할 줄 아니까 괜찮을 거야.그러니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류로 가서 김단을 맞이하는 거겠지.생각을 정리한 소한은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빠르게 사라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 소하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잔잔한 강물을 바라보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확신에 차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그냥 불안하기만 했다.그는 그녀가 떨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강물이 그녀를 삼키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김단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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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그는 더 이상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저 억지로 마음을 다잡으며 불안한 생각들을 억눌렀다.소한은 이미 쓰러지기 직전이라 그마저 무너지면 안 될 것 같았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고개를 끄덕였다.“무사할 거요.”대답을 듣고 나서야 임학은 겨우 기운을 되찾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그래, 무사할 거야.잠시 쉬고 다시 김단을 찾으러 오면 돼.임학은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김단이 강물에 떨어지던 장면을 떠올렸다.너무 멀었다.그녀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녀의 얼굴조차 똑똑히 볼 수 없었다.그런데 어쩌다 둘 사이는 이렇게까지 멀어져 버린 걸까?혹시 그가 조금씩 그녀를 밀어내고 있었던 걸까?“도련님.”갑자기 들려온 부드러운 목소리에 임학은 정신을 차렸다.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도련님!”다시 한번 들려온 부름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그는 그녀를 알지 못했으나 그녀는 임학을 알고 있는 듯했다.그가 시선을 마주하자 여인은 그에게 가볍게 달려왔다.“도련님께 문안 올립니다. 소녀를 류 나인으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큰 아가씨께서 궐에 계실 때… 친구였습니다.”‘친구’라는 단어를 말할 때 류 나인은 약간 머뭇거렸다.사실 그녀와 김단은 세답방에 있을 때 거의 말을 나눈 적이 없었다.나중에 그녀가 김단에게 몰래 소식을 전해준 것은 단지 김단이 자신을 그 암흑 같은 곳에서 구해주었기 때문이었다.만약 김단이 덕빈에게 청을 넣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그곳에서 죽었을 것이다.생각을 마친 류 나인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보따리를 임학에게 내밀었다.“소녀는 덕빈마님의 자비로 궐에서 나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원래 아가씨께 작별 인사를 드리려 했으나 이미 며칠 전에 실종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사실 그녀도 세간의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김단이 소 장군에게 붙잡혀 갔다는 사실을 말이다.하지만 소 장군 같은 사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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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임학의 몸이 휘청거렸다.마치 삼 년 전 김단이 세답방으로 끌려가며 울부짖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그녀는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그곳에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세답방의 나인들은 그녀를 채찍으로 수없이 내리쳤다.그리고 그녀는 비바람이 들이치는 허름한 방 안에서 몸에 걸친 너덜너덜한 옷을 찢어냈다.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손가락에 적셔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오라버니, 구해주세요.”가슴이 너무도 아파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임학은 떨리는 손으로 그 조각난 천들을 하나하나 뒤집었다.거의 모든 천 조각에 피로 쓰인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오라버니, 구해주세요.”“오라버니, 데리러 와 주세요.”“오라버니,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피 묻은 천 조각들은 그녀가 보낸 수많은 구조 요청이었다.그녀가 의지할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그렇다면 그는?그녀가 차가운 나무 바닥 위에서 피로 글씨를 새기며 도움을 요청할 때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그는 전하에게 청원하기 위해 궐로 향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그를 막으며 대국를 생각하라고 했다.대국이란 무엇인가?진산군 관저의 명예와 임씨 가문의 번영.하지만 그 속에 그녀의 목숨은 없었다.그녀는 그가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 아끼던 여동생이었다.그런데 그는 직접 그녀를 지옥 속으로 던져 넣었다.그녀가 학대 당하고 고통받도록 내버려두었다.그녀가 구해달라고 절박하게 외치고 있을 때,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있었는가?혹은 임원을 달래며 다정한 말을 건네고 있었는가?그녀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애타게 그를 부를 때, 그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그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남은 천 조각을 집어 들었다.그 순간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임학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넋이 나간 채로 천 조각을 바라보았다.눈물이 한 방울,또 한 방울,그의 손에 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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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얼마나 오랫동안 뺨을 때렸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다 문득 정신이 든 임학은 허둥지둥 찢어진 천 조각들을 다시 보따리에 싸서 자신의 품에 넣었다.그러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단이를 찾아야만 한다.문을 나서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회화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어릴 적 김단은 저 나무에 올라가 놀기를 가장 좋아했었다.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몇 개의 인공 산 역시 그녀가 즐겨 찾던 놀이터였다.한 번은 그곳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바람에 임학은 깜짝 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김단은 그저 해맑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장난을 쳤었다.그리고 정자에서 김단과 함께 바둑을 두던 기억도 떠올랐다.단이가 갓 바둑을 배우던 시절, 그녀의 주특기는 반칙이었다.한 판을 두는 동안 열 번도 넘게 둔 수를 번복해야 직성이 풀렸다.저 너머에 줄지어 선 몇 그루의 복숭아나무에 탐스럽고 달콤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김단은 몸종들을 데리고 가서 복숭아를 따 오곤 했다.그리고 그것으로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 그가 머무는 서재에 가져다주었다.이 작은 오솔길은 단이가 자주 다니던 길이었다.그녀의 거처는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어릴 적 무서운 꿈이라도 꾸면 베개를 꼭 품에 안고 몸종들을 대동한 채 그의 방으로 달려오곤 했었다.임학은 꼭 오라버니와 함께 자겠다고 떼쓰는 그녀를 번번이 받아주었다.“오라버니 곁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걸요.”한때 임학은 김단의 가장 든든한 의지처였다.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매화당에 다다랐다.임학은 손을 들어 천천히 문을 열었다.울창하게 우거진 매화나무들은 싱그러운 초록빛을 뿜어내고 있었다.김단은 매화꽃을 가장 좋아했었다.겨울이면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매화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오라버니?”나직하고 부드러운,그러나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학은 꿈을 꾸는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임원은 그가 정말 이곳에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그녀가 진산군 관저로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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