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학의 몸이 휘청거렸다.마치 삼 년 전 김단이 세답방으로 끌려가며 울부짖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그녀는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그곳에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세답방의 나인들은 그녀를 채찍으로 수없이 내리쳤다.그리고 그녀는 비바람이 들이치는 허름한 방 안에서 몸에 걸친 너덜너덜한 옷을 찢어냈다.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손가락에 적셔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오라버니, 구해주세요.”가슴이 너무도 아파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임학은 떨리는 손으로 그 조각난 천들을 하나하나 뒤집었다.거의 모든 천 조각에 피로 쓰인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오라버니, 구해주세요.”“오라버니, 데리러 와 주세요.”“오라버니,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피 묻은 천 조각들은 그녀가 보낸 수많은 구조 요청이었다.그녀가 의지할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그렇다면 그는?그녀가 차가운 나무 바닥 위에서 피로 글씨를 새기며 도움을 요청할 때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그는 전하에게 청원하기 위해 궐로 향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그를 막으며 대국를 생각하라고 했다.대국이란 무엇인가?진산군 관저의 명예와 임씨 가문의 번영.하지만 그 속에 그녀의 목숨은 없었다.그녀는 그가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 아끼던 여동생이었다.그런데 그는 직접 그녀를 지옥 속으로 던져 넣었다.그녀가 학대 당하고 고통받도록 내버려두었다.그녀가 구해달라고 절박하게 외치고 있을 때,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있었는가?혹은 임원을 달래며 다정한 말을 건네고 있었는가?그녀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애타게 그를 부를 때, 그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그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남은 천 조각을 집어 들었다.그 순간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임학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넋이 나간 채로 천 조각을 바라보았다.눈물이 한 방울,또 한 방울,그의 손에 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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