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491 - Chapitre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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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숙희는 마침내 나무줄기 위의 긁힌 자국을 발견했다.그녀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왕철을 붙잡고 급하게 외쳤다.“이 붉은 매화나무는 정 종사관께서 심은 것이오. 아씨께서 절대 해칠 리 없소. 왕철, 어찌하오? 분명 누군가 아씨를 잡아간 것이오!”그 긁힌 자국은 분명 아씨가 몸부림칠 때 남긴 것이다!왕철도 속으로 다급했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일단, 소씨 집안에 가서 알리시오. 나는 바로 진산군 댁으로 향해, 임학 도련님을 찾아가겠소!”비록 아씨와 진산군 댁의 혼사는 끊겼지만, 이런 상황이 생겼으니, 왕철은 임학 도련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그리고 소씨 집안으로 말하자면, 비록 아씨와 소가 큰 도련님이 화리하긴 했어도, 막 돌아온 상황이니, 분명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숙희과 그의 신분으로 어찌 아씨를 구할 수 있겠는가?이 말을 듣자, 숙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훔치고 급히 대문을 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소가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소부인과 소대감을 보자마자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대감, 부인. 제발 저희 아씨를 구해주십시오! 아씨께서 잡혀가셨습니다!”이 말을 듣자 소대감인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잡혀갔다니? 누가 그런 짓을 했느냐?”숙희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그녀는 누가 납치했는지, 심지어 언제 납치됐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런데 소대감은 무언가 떠오른 듯 콧방귀를 뀌고 곧장 사당으로 향했다.소가의 사당에서 소한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었다.등에 상처가 있었지만, 약도 바르지 않았고, 심지어 옷도 갈아입지 않았다. 마른 핏자국이 기이한 어두운 붉은색을 띠고 있어 괜히 섬뜩해 보였다.채찍 서른 대. 보통 사람이라면 고통에 몸부림치며 신음했을 것이다.그러나 소한은 아무 일도 없는 듯 허리를 펴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이 모습을 본 소대감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그는 성큼 다가가 발로 소한을 걷어찼다.“이 망할 놈! 네가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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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소한의 몸이 옆으로 기울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소부인은 깜짝 놀라며 다급히 외쳤다.“어서! 어서 의원을 부르거라! 한아, 한아! 어미를 놀라게 하지 말거라!”곧바로 하인들이 달려와 소한을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소부인도 울먹이며 따라나섰다.소대감은 채찍에 묻은 피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려왔다. 그의 시선이 옆에 서 있던 숙희에게 향했고,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이 일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너도 방금 보지 않았느냐? 일단 돌아가거라.”말을 마친 후, 소대감도 자리를 떠났다.홀로 남겨진 숙희는 넋을 놓고 흐느껴 울었다.그녀는 소한이 맞아 죽을지언정, 아씨의 행방을 절대 말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그가 직접 데려간 것이 맞는다면, 아씨의 목숨은 안전할 것이다.소대감도 어찌할 수 없다면, 혹시 소가 큰 도련님이라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숙희는 소가 큰 도련님 깨어나면 다시 찾아오기로 마음먹었다.…김단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침대가 보였다.얇은 가림막이 희미하게 흔들렸고, 은은한 향기가 퍼지고 있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그녀는 손을 들어 어지러운 머리를 문지르더니 몸을 일으켰다.방 안을 둘러보니, 낯선 환경이었다.“여긴 어디지?”김단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비틀거리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문을 열자, 바깥에 두 명의 하녀가 서 있었다.김단이 깨어난 것을 본 하녀들은 서둘러 다가왔다.“부인, 깨어나셨습니까?”‘…부인?’하녀들이 그녀를 부축하려 하자, 김단은 두 사람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그러다 중심을 잃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넘어지는 아픔과 함께, 그녀의 머릿속에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그녀는 정원의 매화나무 아래에서 복면을 쓴 사람을 만난 일이 떠올랐다!그녀는 납치당한 것이었다!혼란스러웠던 정신이 순간 또렷해졌다. 두 하녀가 다급히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지만, 김단은 낯선 얼굴을 보고 더욱 긴장을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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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사흘 후.김단은 처마 아래에 앉아 있었다. 왼쪽에는 한 하녀가 그녀를 위해 해바라기씨를 까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다른 하녀가 참외를 썰고 있었다.사흘이 지나도록 김단은 여전히 소한을 만나지 못했다.하지만 이 두 자매의 사정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두 사람은 사촌 자매였다. 왼쪽의 하녀는 초아, 오른쪽 하녀는 혜인이였다.그들은 한양 출신이 아니었으며, 고향은 머나먼 변방 도성이었다.전쟁 때문에 가족을 모두 잃은 자매는, 그들을 구해준 소한을 따라 한양으로 오게 되었다.그들에게 소한은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기에, 그에 대한 충성심은 절대적이었다.물론 그들은 김단에게도 극진한 예의를 갖추었다.사흘 동안 자매는 성심성의껏 김단을 모셨다. 하지만 유독 이곳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절대 말해주지 않았다.자매는 소한의 허락 없이는 이곳에 대한 정보를 조금도 누설하지 않았다.김단은 사흘 동안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이 저택에 대한 단서를 거의 찾지 못했다.대문과 후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호위가 지키고 있어 빠져나갈 수 없었다.다른 하인들도 김단을 보면 가볍게 예를 표할 뿐, 불필요한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김단은 한밤중에 도망치려는 시도도 해보았다.하지만 초아와 혜인은 번갈아 밤을 지새우며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처마 아래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었다.“부인, 참외 좀 드시지요. 씨도 다 골라냈습니다!”혜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참외 한 조각을 건넸다. 그녀의 얼굴에는 순수한 미소가 가득했다.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며 김단은 숙희를 떠올렸다.갑작스러운 그녀의 실종에, 숙희는 겁에 질렸을 것이다. 그녀는 숙희가 울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했다.숙희는 분명 소하를 찾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소하도 소한이 그녀를 납치한 사실을 모를 것이다.설령 알더라도, 그녀를 구해낼 수 있을까?계속 울고 있는 숙희는 이각도 달래지 못할 것이다.그러다 숙희가 눈이라도 다치면 어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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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김단은 초아와 혜인이 소한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한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김단은 가느다란 눈썹을 찡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입니까? 어찌 저를 이곳에 가둔 것입니까?”소한의 얼굴에 서린 미소가 잠시 굳었으나,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했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 촛불이 반사되어 반짝였다.“가둔 것이 아니오. 나는 단지, 우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었을 뿐이오.”다시 시작할 기회를.그러나 김단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녀는 소한을 바라보며 입가에 조소를 띠었다.“기회라니요? 삼 년 전, 소 장군께서는 저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않으셨습니다.”삼 년 전, 그들은 모두 임원의 편에 서 있었고, 그녀가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소한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녀는 아무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그때 그렇게 그녀를 저버려놓고, 어찌 이제 와서 다시 그녀를 가두는 것일까?김단이 삼 년 전의 일을 언급하자, 소한의 가슴은 마치 칼로 찢기는 듯한 아픔이 스쳤다.그가 한 걸음 다가서자, 김단은 반사적으로 세 걸음 물러났다. 그녀는 비녀를 꼭 쥐고 방어 태세를 갖췄다.그 모습을 본 소한은 멈춰 섰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쉰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삼 년 전은 오해였소. 나는 임원이 낭자를 모함한 줄 몰랐소. 나는...”“더는 듣고 싶지 않으니, 그만하십시오!”김단은 차갑게 그의 말을 끊었다.삼 년 전, 그가 오해했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날, 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임가 사람들도 침묵했다. 그녀를 몰아세운 것은 겨우 한 하녀, 명희뿐이었다.하녀의 말로 그녀를 의심했다니, 참 우스운 일이 아닌가?김단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아른거렸다.“장군께서 왜 이러시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분명 예전엔 저를 마음에 두지 않으셨잖습니까? 어찌 이제 와서 저를 깊이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입니까? 정녕 저를 좋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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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그 흉터 하나하나가 마치 소한이 그녀를 얼마나 신경 썼는지를 증명하는 듯했다.김단의 눈에는 저절로 눈물이 고였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가슴에 있는 깊은 흉터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끝이 마치 병기처럼 차가웠다.그녀는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픕니까?”소한의 미간이 불현듯 움찔했다.아프냐고?그 말은 그녀가 예전에 정암에게 물었던 말이다.그는 그녀와 정암이 어떻게 서로를 품에 안았는지 직접 목격하였다. 그렇기에 순간, 가슴 가득 좋지 않은 감정이 얽혀버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마침내 그녀의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리고 그녀의 부드럽고도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정암은 분명히 많이 아팠을 것입니다.”그녀는 정암의 몸에도, 바로 이곳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던 것을 보았다.병사들이 소한을 위해 막아낸 칼이 그의 몸을 뚫었다고 말했었다.그녀는 그때 정암은 분명, 아주 많이 아팠을 것이라 생각했다.소한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순간, 그녀가 그의 상처를 보고도, 여전히 정암을 떠올릴 줄은.그는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의 차가운 손끝을 피하며, 숨조차 거칠어졌다.“낭자, 어찌 이렇게 잔인한 것이오...”지금 그녀가 떠올리는 사람이 소하라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떠올린 사람은 정암이었다.대체 그는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무엇을 해야, 죽은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마치 필사적으로 버티려는 듯, 소한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분명, 낭자를 지켜온 사람은 나였소. 낭자, 잘 생각해 보시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늘 낭자를 지켜줬소…”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단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우스운 광경을 보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인정합니다. 임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임학 오라버니와 장군께서 저를 지켜줬지요. 하지만 임원이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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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저와 함께한 시간들을 잊지 않으신 장군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도 세답방에서 천한 신세로 지냈을 것이지요. 장군의 크나큰 은혜에 감사드리나, 다만 한 가지만 청을 드려도 될까요? 부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 저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 마시옵소서.” “저는 그럴 만한 그릇이 못 되옵니다.” 마지막 한 마디는 무쇠 방망이처럼 소한의 가슴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충격에 뒤로 물러선 소한은 걸상에 발이 걸려 하마터면 뒤로 쓰러질 뻔하였다. 그 소리가 다소 컸던 탓인지, 밖에 있던 혜인과 초아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그러자 소한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누가 너희더러 들어오라 하였느냐! 당장 나가라!” 그러나 혜인과 초아는 나란히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아씨, 부디 장군님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장군께서는 진심으로 아씨를 아끼시고 계십니다! 아씨께서 찾으신다는 말에 부상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오셨나이다!” “누가 입을 함부로 놀리라 하였느냐! 물러가라!” 소한은 다시금 날카롭게 꾸짖었다.그들의 은인이 이토록 처참한 모습으로 남겨지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던 혜인과 초아는 계속해서 간청하고 싶었으나 소한의 살기 어린 눈빛에 끝내 눈물을 삼키며 밖으로 나갔다.김단은 잠시 멍해졌다.‘부상?’ 다쳤단 말인가? 그녀는 무의식중에 그의 몸을 살폈다. 가슴 쪽에는 별다른 흔적이 보이지 않았으나, 팔뚝에 길게 그어진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게다가 벗어둔 옷에는 여기저기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채찍을 후려친 상처와 비슷했다.탐색하는 듯한 김단의 시선에 그제야 소한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버지께서 벌을 내리시긴것 뿐이니, 괜찮소.” 그의 팔뚝의 흔적은 사흘 전의 것으로 보이나 옷에 남은 핏자국은 아직도 선명한 것을 보니 이는 단순한 벌이 아니었다. 그제야, 혜인과 초아가 기를 쓰며 항변했던 것이 이해되었다. 김단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나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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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소한은 결국 떠났다. 패전한 장수처럼 비틀거리며 물러갔다. 김단은 홀로 방에 앉아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며, 밤새 한숨조차 붙이지 못하였다. 원래는 어젯밤의 다툼 이후, 소한도 분명 깨달았으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더 이상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다음 날 아침, 혜인과 초아가 그녀를 모시러 왔을 때, 여전히 입을 모아 그녀를 ‘부인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러다 닷새가 되던 날, 소한은 아예 저택으로 거처를 옮기고 말았다. 하인들이 책을 한 무더기씩 안으로 옮기는 모습을 본 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인들을 따라 서재로 들어서니 책장 앞에서는 하인들이 서책을 정리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문서들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군무 관련 서적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김단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 아예 군에도 나자기 않겠다는 것인가?’ 그녀의 기척을 느낀 하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였다. “부인께 문안드리나이다.” 그러한 호칭들이 귀에 거슬렸지만, 그들에게 화를 낸들 소용이 없음을 알기에 그저 어굴을 굳힌 채 담담히 물었다.“소한은 어디 있느냐?” “나를 찾았소?”그때,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부러 부드럽게 가다듬은 그의 음성에 김단은 눈썹 사이가 더욱 깊이 파였다. 소한은 평상복 차림에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입가엔 푸른 멍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에게 주먹질을 당한 것이 분명하였다. 김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차분히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입니까?” 그는 대답 대신 주변의 하인들을 스윽 바라보았다. “모두 나가거라.” 하인들은 즉시 명을 받들어, 머리를 숙이고는 하나둘 서재를 떠났다. 그제야 소한은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은 그대가 나를 쉬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당신이 나를 허락하는 그날까지 기다릴 것이오.” 소한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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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서신은 매우 짧았고 화려한 문장도 없었다. 혜인과 초아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서신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서찰을 소한에게 보여드렸다.소한은 서신을 받아 들고 한번 훑어보았다. 그의 깊은 눈빛에는 단 한 점의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그러더니 담담히 입을 열었다. “전해라.” “예.” 혜인과 초아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자, 소한의 눈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김단이 이곳에 머물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소한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정말 서신 한 편으로 구원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이제는 누구도 그녀를 그의 곁에서 데려갈 수 없음을 그녀는 왜 아직도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서신을 받아 든 숙희는 순간 얼이 빠지고 말았다.“이것은 확실히 아가씨의 필체입니다!” 숙희는 감격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요 며칠 그녀는 눈물도 말라 버릴 정도로 울고 또 울었다.곁에 있던 왕철이 편지를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씨의 글씨체를 알아보진 못하지만, 몸이 평안하다 말씀하셨으니 안심해도 될 것 같소.” 그러나 숙희는 흐느끼기 시작했다.“아씨는 저를 안심시키려고 이리 적으신 겁니다. 아씨를 소한 장군이 데려간 것이 틀림없습니다! 크게 다치지 않으셨다 하더라도,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우시겠습니까!” 왕철 역시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서신의 내용을 곱씹을수록 너무나 이상했다.“하지만 말이오, 매화나무는 자주 물을 줄 필요가 없지 않소? 그런데 어찌하여 굳이 그것을 언급했단 말이오?” 그 말에 숙희도 순간 멍해졌다. 그러고 보니, 예전부터 매화당에서 지낸 아가씨께서 매화나무는 자주 물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물을 주라는 말을 남기셨단 말인가? 숙희는 얇디얇은 서찰을 손에 쥔 채 몇 번이고 살펴보았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고민하던 그녀는 마침내 결심했다. “차라리 소하 도련님께 가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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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그날 밤. 김단은 침상에 누웠으나, 이리저리 뒤척이며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숙희가 ‘그 밖’이라는 단서는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물을 자주 주라’는 당부가 이상하다는 것쯤은 분명히 깨달을 것이다. 숙희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반드시 소하를 찾을 터였다.그리고 ‘그 밖’에 대한 단서는, 소하라면 분명히 파악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김단 자신도 이곳이 정말 성 밖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줄곧 여기에 갇혀 있었고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인들 또한 모두 함구하고 있었으므로, 그녀의 모든 추측은 단지 그녀 스스로가 유추한 것이었다.그녀가 저택의 높은 담장을 지나칠 때마다, 밖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매우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고 짐작했다. 더불어, 밤을 꼬박 새우고 맞은 새벽, 그녀는 문득 짙은 물안개를 보았다. 이는 분명, 저택 근처에 물이 있다는 뜻이었다. 강이든, 샘물이든, 어쨌든 반드시 물과 가까이에 있었다. 자신의 추측이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실낱같은 희망은 있었다.부디.... 하루빨리 이곳을 떠날 수 있기를. 다음날.소한은 아침 일찍 저택을 나섰다. 비록 군무를 이곳에서 보고 있었지만, 조정의 조참에 참석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정으로 향하던 그를 누군가가 막아서는 것이었다.그자는 바로 임학이었다.“소한! 내 누이를 어디에 숨겼느냐!” 임학은 말 위에서 소한을 내려다보며 외쳤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눈빛에 분노가 서려 있었고, 수일간 쌓인 피로로 얼굴은 초췌하였다. 거멓게 자란 수염이 그의 피곤한 상태를 대변해 주었다. 며칠 동안, 김단을 찾느라 그는 온몸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도둑이나 장물아비를 찾을 때는 날쌨던 수하들이 정작 김단을 찾아야 할 때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김단이 소한에게 끌려갔다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니라면 지금 온 거리를 헤매며 그녀를 찾고 있을 이는 소한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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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임학은 이렇게 순순히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서 김단의 행방을 캐낼 수는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오랜 고민 끝에, 그는 천천히 길을 내어주었다. 소한도 그제야 말 위로 올라타 궁으로 향했다. 그가 임학의 곁을 지나칠 때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의 이런 행동이 그녀의 미움을 산다는 것을 왜 아직도 모른 것이냐?”소한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 역시 당연히 생각해 본 일이었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녀가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것을 지켜보느니, 차라리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소한은 왼팔의 상처를 대충 싸매고 조정으로 향했다. 황제는 그를 보자마자, 얼굴빛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참이 끝난 후, 소한을 남겨 두었다. 넓은 대전안에 소한은 단정히 무릎 하나를 꿇었다. 황제는 용상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깊은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반드시 그 여인을 가져야겠다는 것이냐?”소한이 입을 열었다.“오직 그녀만을 원하나이다!”“허나 전에 했던 말과 너무 다르지 않느냐! 여기에서 내가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하지 않았더냐? 한데 그때 너는 어찌 대답하였느냐!”소한은 침묵하였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도, 그리고 지금도. 그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것은 그가 선택한 길이니 어찌 후회할 수 있겠는가. 호언장담했었다. 그러나 형과 다정하게 서 있는 김단의 모습과 형의 눈빛이 점차 사랑으로 물드는 것을 보았을 때 소한은 깨달았다.그는 한때, 그녀가 아니어도 된다고 믿었다.그러나 그녀를 잃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그녀는 그의 만병통치약이었다.그녀 없이는, 이성을 놓아버리기 일쑤라 미쳐버릴 것 같았다. 숨 쉴 수조차 없었다.후회가 밀려왔다.너무나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다.그녀의 곁을 지키지 못했던 모든 선택을, 그녀를 위해 끝까지 싸우지 못했던 모든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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