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734 챕터

제471화

소하는 온화하게 보이고자 하였다.그러나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그가 어떤 미소를 짓든, 아이들은 겁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그 아이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주위의 아이들 역시 서로를 의지하며 잔뜩 겁먹은 눈빛으로 소하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저쪽에서 이미 사탕을 사 온 이각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며 말했다.“그저 물어보는 것이니 겁낼 것 없다.” 사탕은 달콤하고 향기로웠다. 아이들은 사탕을 손에 쥐자, 조금이나마 두려움을 덜어낸 듯했다. “저는 호국에게서 들었습니다!”그러자 호국이 즉시 말했다. “민수가 가르쳐 줬습니다!” 그러자 민수가 대뜸 답했다.“저는 저 골목 어귀의 수준이한테 배운 겁니다!”보아하니 단번에 진상을 밝혀내기는 어려울 터였다.이각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 저택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 일은 제가 사람을 시켜 퍼뜨린 자를 꼭 밝혀내겠사옵니다.” 소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그러거라’고 답했다.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떼지 못하더니 끝내 낮은 목소리로 위협하듯 한 마디 내뱉었다. “다시는 부르지 말거라.”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소하도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더 이상 거리를 거닐 마음도 사라진 소하는 다시 마차에 올라 저택으로 향했다.그의 모친께서는 이미 저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하가 돌아오자, 소 씨 부인은 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황제께서 너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어머니의 염려 어린 모습에 소하는 잔잔한 미소를 띠며 답하였다. “그저 예전 일을 회상하였으니, 어머니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옵니다."그 말에 소 씨 부인은 미소를 지었으나, 그 얼굴빛이 어딘가 좋지 않았다. 이를 알아차린 소하가 곧장 물었다. “혹시 다른 걱정거리라도 있으신 것이옵니까?”그러자 소 씨 부인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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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하지만 당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며 핑계만 늘어놓을 뿐이었다.“내가 김단이를 그리 말한 것이 아니고, 모두 밖에서 떠도는 말들이니라…… 그만두자, 어차피 그런 유언비어는 내버려두면 이내 사라지는 법이니라.”“네. 신경 쓸 것 없습니다.”소하는 그제야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조용히 덧붙였다.“그럼 저는 먼저 돌아가 쉬겠습니다.” “그래, 그래, 어서 가서 쉬거라!” 소 씨 부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허나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갔다. 그가 멀어진 후, 그녀는 뒤편에 서 있던 나인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명했다. “김단과 소하의 혼서를 가져와라. 김단의 생년월일을 베껴 법화사의 자은 법사께 보내어 궁합을 보도록 하거라.” 당시 혼인 전에 두 사람의 사주를 따져보지 않았던 것은, 황제께서 내린 혼인이었고 김단이 소하와 맺어지지 않았다면, 소한과 혼인해야 했으니, 사주 따위를 따질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밖에서 나도는 소문이 점점 흉흉해지니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명정 대군, 정암, 그리고 후부의 큰 마님까지 모두 과거 김단과 가까웠던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혹여 소하가 아니겠는가? 미신을 믿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소하의 안위가 걸린 일이니, 소 씨 부인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자은 법사는 득도하신 분이니, 만일 김단이 사주가 극히 강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혹여 이를 풀어낼 방도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하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기 전, 잠시 문밖에 멈춰 섰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다잡고서야 발걸음을 옮겼다.초여름의 볕은 제법 따가웠지만 다행히도 뜰에 자란 오동나무의 무성한 가지와 잎들이 마치 커다란 우산처럼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있었다.무성한 가지와 잎이 커다란 우산처럼 퍼져, 뜨거운 볕을 온전히 가려주고 있었다. 그 나무 아래에서 김단과 숙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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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다음에 하도록 하오.” 소하는 김단의 말을 끊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 새벽부터 입궁하여 몸이 몹시 피로하오.” 김단 또한 자리에서 일어서며,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소하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오늘 이른 새벽에 떠나 이제야 돌아왔다. 황제와는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알 길이 없었으니 아마도 심란한 일이 있는 것 같았다.지금은 말을 꺼낼 때가 아님을 깨달은 김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쉬시지요.” 소하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인 후, 몸을 돌려 방으로 걸어갔다.그가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손안에 아직 복숭아씨를 꼭 쥐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각이 물을 떠와 소하의 손을 씻길 준비를 하며 조심스레 말했다. “혹 외부의 소문을 걱정하고 계시옵니까? 그렇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인님께서는 자주 외출하지 않으시니, 당장은 그 이야기들을 들을 일이 없을 것이옵니다. 소인이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습니다.” 소하는 손을 씻고 말끔히 닦은 후에야 담담하게 답하였다. “그래. 이제 쉬어야겠으니 물러가거라.” 소하의 기색이 어두워진 것을 본 이각은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방을 나섰다.문이 닫히자, 방안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소하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밖은 여전히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방안은 어둡고 서늘했다.이 자리에서는 나무 그늘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김단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조금 전 하려던 말을 소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다면 자신이 우물 하나를 파자고 하면 숙희는 틀림없이 손뼉을 치며 당장이라도 사람을 불러 공사를 시작하자고 했을 터였다. 김단 역시 환한 얼굴로 우물에 어떤 과일을 넣을지 즐겁게 고민했을 터이다. 적어도 방금 전처럼 그런 표정들은 아니었다. 숙희와 김단은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난처한 기색이었다. 소하는 그 모습이 낯설고 불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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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소하는 곁에 서 있던 이각에게 시선을 보냈다.겉보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은 듯한 담담한 눈빛이었지만 이각은 즉시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유 대인께서는 도련님께서 5년 동안 다리를 쓰지 않으셨으니, 갑작스레 회복되면서 몸이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매일 꾸준히 마사지를 해 주어야 한다 하시더이다.”물론, 그 마사지는 부인님께서 해 주시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었다. 소하와 이각의 말을 들은 소씨 대감과 소씨 부인의 얼굴에 서려 있던 걱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김단 또한 유 대인의 말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래도 의원에게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이 더 안심될 것 같았다. 더욱이, 마사지를 한다면 혹 의원에게 특별한 기술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에 잠긴 김단을 본 소하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낭자, 어제 나에게 하고자 했던 말은 무엇이오?”“네?”김단은 순간 당황했다.소하의 다리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상황에서 그 말을 꺼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별일 아니옵니다. 우선 요양에만 신경 쓰시지요.”소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우선 시간을 벌고, 그동안 방법을 찾아 떠나려는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접도록 할 심산이었다.소씨 대감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아마도 어제 궁에 다녀온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구나. 다리가 이제 막 회복되었는데 그리도 오래 걸었으니 무리가 갔을 터. 김단의 말이 옳다. 너는 우선 몸을 잘 돌보아야 하느니라.” 소씨 부인 또한 그 말에 수긍했으나, 여전히 마음속 불안이 가시지 않는 듯하였다. 어머니의 근심을 알아차린 소하는 어제 그녀가 품었던 걱정을 떠올렸다. 혹 이 일을 김단과 연관되었다고 의심이라도 하면 안 되었기에 그는 한층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어머니, 걱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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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아미타불.” 소미는 눈앞의 사내를 향하여 두 손을 합장하고 공손히 예를 올렸다. “소 장군을 뵙나이다.” 소한 역시 두 손을 합장하며 예를 갖추며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는 길이시오?” 소미는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자은 법사의 명을 받들어 장군부로 서찰을 전하러 가는 길이옵니다.” “본 장군도 마침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니, 함께 가는 것이 어떠하오?” 소한은 한없이 온화한 말투로 말하였다.소미는 소한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토록 살가운 태도는 처음 보는 바였다. 내심 의아함이 일었으나, 마침 같은 길이기도 하니 동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법화사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느라 다리도 이미 뻐근하였기에 예를 올리고는 냉큼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 안에는 은은한 향이 피워져 있어, 편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찰의 향불 냄새보다 훨씬 기분 좋은 향이었다. 소미는 그리 생각하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으나, 이내 나른함이 엄습해 왔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더니, 결국엔 이기지 못하고 러지 듯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소한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소미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보게?” 두어 번 불러 보았으나, 소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소한은 손을 들어 향로를 집어 마차 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소미의 품을 뒤져 서찰을 찾아내었다. 봉투를 열어 펼쳐 보니, 과연 자은 법사가 친필로 적어 내린 명서가 맞았다. 서찰에는 단 한마디 불길한 말도 없었을뿐더러 오히려 김단이 부귀와 번영을 누릴 팔자라 적혀 있었다. 소한은 코웃음을 쳤다. 그의 시선이 흔들리는 수레 가림막에 머물렀고, 깊은 눈빛 속에 조소가 스쳤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서찰을 구겨 작은 종잇조각으로 만들어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하고는 미리 준비해 둔 서찰을 꺼내, 자은 법사의 필체를 본떠 적은 명서를 봉투 안에 집어넣었다. 소미가 눈을 떴을 때, 소한 역시 옆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잠든 듯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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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매년 자은 법사가 친히 쓴 경문을 볼 수 있었으니, 자은 법사의 필적을 알아보지 못할 리는 없었다. 더욱이, 방금 그 소미라는 승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승려는 자은 법사의 곁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고, 지금까지 10년을 넘게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 서찰은 그 승려가 직접 그들의 손에 전달한 것이니, 어떠한 위조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확실히 천살고성이라 했다. 어쩌면, 그녀가 궁을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마님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명정 대군과 혼인을 약속한 뒤, 명정 대군이 죽고, 곧이어 임씨 큰 마님까지 돌아가셨다. 하물며 그녀와 애매한 관계였던 정암까지 죽었다... 그럼 소하는 어찌 된단 말인가? 그는 김단과 부부가 된 몸인데 말이다! 옆에 있던 나인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도련님의 다리는 아씨께서 치료하신 것이 아니 옵니까?” 소씨 부인의 마음도 복잡했다. “그래, 김단이 치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직도 따로 방을 쓰고 있지 않느냐! 만약 정말로 부부의 연을 맺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일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각방을 쓴다는 것은 아직 충분히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뜻이다.만약 진정으로 함께 밤을 보내기라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길이 없었다.소하에 대해 주명희는 단순한 모성애뿐만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세상을 떠난 언니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차라리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소하만큼은 지켜야 했다.수 나인 역시 그런 소씨 부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그렇다면 아씨의 처소를 따로 옮기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후에 방도를 알아보시지요. 불교에 해결책이 없다면, 도교에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두 줄의 글귀만 보고 아씨를 내쫓으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씨는 저희 소 씨 가문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분이십니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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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소하는 휠체어를 밀며 들어왔다.시녀는 소하를 보자마자 급히 예를 갖추었지만, 여전히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부인님께서는...”“모친께는 내가 친히 말하겠다.”소하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런데도 시녀가 여전히 물러설 기색이 없자, 그는 고개를 들어 시녀를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에 서서히 차가운 기운이 서리자, 시녀는 저절로 몸을 떨며 뒤로 물러섰다. “내가 친히 바래다주어야겠느냐?” 흠칫 놀란 하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물러났다.겁에 질려 도망치는 시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김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러고는 소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어머님께서 그렇게 하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오라버니께서 이렇게 나가시면 어머님께서 마음이 상하실 것이옵니다.”소하가 어찌 어머니의 의도를 모를 리 있겠는가?그녀의 모든 결정은 결국 그를 위한 것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단의 마음을 상하게 둘 수는 없었다.“내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어머니께서도 이해하실 것이오.”김단도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소하의 다리를 치료해야 하므로, 한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 더 편리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소하의 다리가 완전히 나은 후에는 떠날 것이니 상관없었다.어머니께서 언짢으셔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소하는 김단의 속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물었다. “숙희는 왜 보이지 않소?”김단은 미소를 지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의 부탁으로 신의께 서신을 전달하러 갔습니다.”그 말에 소하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숙희는 이제 떠도는 소문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께서 왜 그녀의 처소를 옮기려고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마음이 결코 편치 않을 것이었다.게다가 신의께서 소하가 다리를 못 쓰는 척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거짓을 말한 소하에게 분명 실망할 것이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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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운명이 아닌 것 같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귓가에 들려오는 소하의 목소리.“낭자.”김단은 소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 훤칠한 키를 자랑하며 그는 우뚝 서 있었다. 간혹 늘어지는 수양버들 가지가 그의 얼굴을 자꾸만 가리려 했다. 김단의 눈이 그제야 휘둥그레졌다. “오라버니 다리가, 이게 대체 어찌…” “내가 속였소.”소하는 낮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의 잘생긴 이마에도 미묘한 미안함이 스쳤다. “미안하오.”김단의 미간도 점점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왜 저를 속이신 겁니까? 설마 어제 궁에 다녀온 뒤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아니면 독을 탄 자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을까 걱정되셨던 겁니까?”그녀는 계속해서 타당한 이유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소하의 대답은 마치 벼락처럼 김단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김단은 잠시동안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당신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소.”“어제, 그대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그대 말을 잘랐소. 하지만 어떻게 해야 당신을 붙잡을 수 있을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다리가 낫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했소. 미안하오.”그는 또다시 사과를 건네며 김단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불쾌해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소하도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리도 서툴고도 어설픈 거짓말이 어찌 오랫동안 전장을 누빈 장수의 입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막 사랑을 깨달은 소년이 충동적으로 내뱉은 것이라면 모를 일이었다.그는 김단이 분명히 그를 비난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김단은 어떠한 비난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멍하니 소하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녀는 소하의 “떠나고 싶지 않았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 사이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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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삼년. 만약 그녀가 여전히 그를 좋아하지 않으면, 기꺼이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고 그녀를 떠나보내겠노라 생각했다.물론, 그녀가 원치 않는다면, 그녀를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그는 그저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을 뿐이었다.김단은 소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마치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졌다. 소하는 항상 그녀에게 따스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코 무언가를 시작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소하의 이 같은 행동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다가왔다.삼 년. 그녀는 한때 약속했었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만 했다. 그녀는 소하와 소한의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고 화목한 가정이 그녀로 인해 깨지는 것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는 떠나야 했다. 과거에 얽매여 이곳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찾아야 했다.이성이 그녀에게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소하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국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고 말았다. “저, 저도 오라버니께서 저에게 잘해주시는 것을 알지만… 아!”순간, 그녀의 발이 미끄러졌다. 균형을 잃은 그녀는 그대로 연못으로 휘청거렸다.깜짝 놀란 소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았다.그러나 그의 몸은 그녀와 함께 연못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잔잔했던 수면 위로 물결이 일렁이며 퍼져 나갔다. 그런데도 소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김단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오라버니!”몇 번이고 그를 불렀지만, 여전히 소하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도 곧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김단은 소하가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소한은 소하에게 수영을 배웠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침대에 누워 지난 오 년 동안 한 걸음도 떼지 못했고, 수영은커녕 물속에 들어간 적이 없었으니 어떻게 헤엄치는지조차 잊었을지도 모른다.김단은 두려웠다. 물속에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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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그녀와 그녀의 미소만이 남았다.두 사람은 금세 하인들에 의해 발견되어, 물가로 올라왔다. 방에는 김단이 책상 앞에 앉아, 숙희가 억지로 건넨 생강차를 손에 들고 있었다. “여름이라 해도 물에 빠지면 감기에 걸리실 수 있으니 반드시 마셔야 하옵니다!”숙희가 김단의 뒤로 돌아가 반쯤 마른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그러다 문득, 밖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아씨, 부인님께서 이리 오실 것 같사오니 문을 잠그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씨께서 몸이 불편해서 쉬고 계신다고 할까요?”생강차를 한 모금 마시던 김단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어머님의 방문에 숙희가 왜 이렇게 거부감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숙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조용히 사실을 털어놀았다.“오늘 제가 소문을 들었사온데 아씨께서 남편을 해칠 운명을 지닌 분이라는 이야기이었습니다. 마침, 오늘 도련님께서 연못에 빠지셨잖습니까? 그러니 제 생각엔, 부인님께서 이 일을 아씨께 떠넘기려 하실 것입니다.”이 말에 김단은 숙희를 돌아보았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숙희의 얼굴에 김단은 그 소문이 꽤 심각하게 돌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어쩌면 어제부터 어머님께서 자신에게 이상한 태도를 보였던 이유가 그 소문 때문일지도 모른다.이렇게 되면, 그녀는 더더욱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소하와 어머니의 관계도 불편해질 것이었다! 김단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다. 어차피 우리는 떠날 예정이지 않느냐.”숙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씨 부인이 찾아왔다.김단은 머리를 정리할 시간도 없이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 소씨 부인은 급히 손을 뻗었다.“굳이 예를 갖출 필요 없다. 오늘 너도 많이 놀랐을 테지?”“괜찮습니다.”김단은 공손한 자태를 유지하며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렸다.그녀는 김단의 손을 잡고 가볍게 두드리며, 잠시 무언가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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