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며 핑계만 늘어놓을 뿐이었다.“내가 김단이를 그리 말한 것이 아니고, 모두 밖에서 떠도는 말들이니라…… 그만두자, 어차피 그런 유언비어는 내버려두면 이내 사라지는 법이니라.”“네. 신경 쓸 것 없습니다.”소하는 그제야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조용히 덧붙였다.“그럼 저는 먼저 돌아가 쉬겠습니다.” “그래, 그래, 어서 가서 쉬거라!” 소 씨 부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허나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갔다. 그가 멀어진 후, 그녀는 뒤편에 서 있던 나인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명했다. “김단과 소하의 혼서를 가져와라. 김단의 생년월일을 베껴 법화사의 자은 법사께 보내어 궁합을 보도록 하거라.” 당시 혼인 전에 두 사람의 사주를 따져보지 않았던 것은, 황제께서 내린 혼인이었고 김단이 소하와 맺어지지 않았다면, 소한과 혼인해야 했으니, 사주 따위를 따질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밖에서 나도는 소문이 점점 흉흉해지니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명정 대군, 정암, 그리고 후부의 큰 마님까지 모두 과거 김단과 가까웠던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혹여 소하가 아니겠는가? 미신을 믿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소하의 안위가 걸린 일이니, 소 씨 부인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자은 법사는 득도하신 분이니, 만일 김단이 사주가 극히 강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혹여 이를 풀어낼 방도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하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기 전, 잠시 문밖에 멈춰 섰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다잡고서야 발걸음을 옮겼다.초여름의 볕은 제법 따가웠지만 다행히도 뜰에 자란 오동나무의 무성한 가지와 잎들이 마치 커다란 우산처럼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고 있었다.무성한 가지와 잎이 커다란 우산처럼 퍼져, 뜨거운 볕을 온전히 가려주고 있었다. 그 나무 아래에서 김단과 숙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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