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461 - Chapter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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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임학은 움직이지 않고 두 손을 늘어뜨린 채 임원을 안았다.옆에 있던 진산군과 임씨 부인은 눈물을 훔쳤다.김단은 소하 뒤에 서서 남매가 껴안는 모습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그녀는 임원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가 원래는 자신의 오라버니여야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임씨 집안 사람들이 임원을 향해 베풀었던 모든 사랑과 편애는 원래 그녀의 것이었어야 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지금 임원이 뻔뻔하게 그녀의 것이었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걸 본 그녀의 마음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표정은 더욱 싸늘하게 굳어졌다.하지만 다행히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쉽게 빼앗길 수 있는 것들은 애초에 귀중한 것이 아니었을 테니, 그녀 역시 탐내지 않았다.그때 임씨 부인이 몸을 돌려 사람들을 향해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그 모습을 본 모두가 깜짝 놀랐다.소씨 부인이 다급히 다가가 그녀를 일으키려 했지만 소정원이 그녀를 말렸다.임씨 부인이 말했다. “원이가 이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부디 원이가 아직 철들지 않은 것을 가엽게 여기시어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산군도 따라 무릎을 꿇었다. “자식을 낳고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비의 잘못이니 이 모든 일은 아비인 내 책임이오. 부디 내 딸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지 말아 주시오.”두 사람은 눈물을 흘렸고, 임원은 그 모습을 보고 더욱 눈물을 쏟았다.그녀는 진산군과 임씨 부인이 자신을 위해 남들 앞에서 무릎을 꿇을 줄 몰랐다. 복잡한 감정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비밀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었고, 자신이 진산군 가문의 딸이라는 것에 안도했다.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뒤에서 가족들이 책임을 져줄 것이라는 것에 안심이었다!구태부와 소씨 대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오늘 두 사람이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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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진산군도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이 아비도 네가 우리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네가 원이를 용서해 준다면 우리 가족이 앞으로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으마!”“단아, 원이는 고작 3년밖에 어미 곁에 있을 수 없었단다. 계속 어미 곁에 있으면서 어미의 사랑을 받아야 했는데... 네가 어미의 빚을 갚아준다고 생각하고 원이를 용서해 줄 수 있겠느냐? 제발 용서해 주려무나. 어미가 이렇게 부탁하마.”말을 마친 임씨 부인은 정말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머리를 숙여 조아렸다.소씨 부인은 깜짝 놀라 황급히 앞으로 나와 임씨 부인을 붙잡았다.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저 낭자는 단이를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소하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늘고 긴 눈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두 분께서는 단이를 15년 간 키우셨습니다. 비록 의절했고 단이는 3년간 고통받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두 분께는 15년간 키워주신 은혜가 있지요. 그런데 지금 그 은혜를 빌미로 용서를 요구하며 심지어 무릎까지 꿇며 부탁하시는 것은 단이에게 불효라는 죄명을 씌워 억지로 용서를 구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분께서 잊고 계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희롱당하고 수모를 겪을 뻔한 사람은 단이였고, 목숨을 잃을 뻔한 사람도 단이입니다!”“단이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운 좋게 구서를 기절시켜 숲으로 도망쳤기 때문이지, 임씨 낭자가 자비를 베풀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단이가 지금 제 뒤에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수많은 증거가 놓여 져 임씨 낭자가 스스로의 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기적이게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버리고 갔다는 누명을 썼을 것이고, 지금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은 단이가 되었을 것입니다!”“심지어 방금 전에는 임씨 낭자가 단이를 죽이려 했고, 칼날이 단이의 몸에 꽂힐 뻔했습니다! 하지만 두 분께선 말로만 부모라고 하시며 단이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으시고, 지금 이렇게 무릎까지 꿇어가며 억지로 용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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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이 말에 모두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진산군과 임씨 부인조차 김단이 이렇게 쉽게 승낙할 줄은 몰랐다.소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낭자가 타협할 필요 없소.”당연히 그는 그녀를 위해 임원과 임씨 가문이 고개 숙이게 할 수 있었다.김단 역시 소하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타협할 필요 없다'라는 그의 말이 김단의 마음을 울렸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임씨 가문 사람들과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좋은 일로든, 안 좋은 일로든, 아무렇게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들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평생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했다.이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소하를 바라보고 나지막이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두 사람의 속삭임은 소한의 귀를 거슬리게 했다.그들은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었고, 머리는 거의 맞닿을 듯하여 매우 친밀해 보였다.김단의 손목은 여전히 소하의 손에 잡혀 있었고, 그들은 그것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마치 두 사람의 그러한 접촉이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였다.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그들은 분명 위장 결혼을 하였다!소하는 분명 김단이 3년 후에 떠날 것이라고 말했었다.이러한 생각에 소한의 눈빛은 자연스레 어두워졌다.3년, 그는 스스로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3년은 너무 길었다...임원의 흐느낌은 많이 사그라들었다.그녀는 김단이 이렇게 쉽게 용서하는 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김단에게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런 수모를 겪고도 이렇게 쉽게 용서해 주니, 모든 사람은 김단을 불쌍하게 여기며 너그럽다고 생각할 것이다!이는 그녀가 예전에 자주 썼던 수법이었다!그때 소씨 대감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살인은 중죄입니다.”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구씨 집안의 사람이었다!그저 앞으로 김단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것만으로는 죄에 대한 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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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말을 마친 진산군은 소씨 대감에게 말했다. “소 대감, 채찍을 빌려주십시오.”소씨 가문은 대대로 무관 집안이었기에 집 안에 채찍이 없을 리 없었다.소씨 대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고, 곧 누군가가 채찍을 가져왔다.진산군은 채찍을 손에 쥐고 외쳤다. “임원, 무릎 꿇거라!”임원도 오늘 매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진산군 부부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고, 죽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이내 그녀는 흐느끼며 임학의 품에서 벗어났다.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임학은 심호흡을 하고 옆으로 물러나 다친 손을 뒤로 숨겼다.진산군은 앞으로 나가 손에 든 채찍을 들어 임원의 등을 힘껏 내리쳤다.“찰싹!”소 가죽으로 만든 채찍은 매우 질겼고, 몸에 닿았을 때 내는 소리도 매우 컸다.단 한 번의 매질만으로 임원의 등이 피로 물들었다.“네 심성이 악독하여 남을 해쳤으니, 오늘 모두의 앞에서 아비가 책임을 다할 것이다!”그 외침과 함께 진산군은 다시 임원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진산군도 무관이었기에 그의 채찍질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채찍질 소리가 소씨 가문 집 전체에 울려 퍼졌고, 임원의 등은 곧 피투성이가 되어 살갗이 찢겨 나갔다.김단은 이를 보지 않았다.사실 봐야하는 것이 당연했다. 임원이 채찍질당하는 것을 보며 그동안 쌓인 한을 풀어야 했다.하지만 그녀는 그 채찍질 소리가 너무나 익숙했다.그것은 그녀를 지난 3년 동안 두려움에 떨게 한 악몽이었다.계속 들려오는 채찍질 소리는 그녀로 하여금 지난 3년간 벌어졌던 일들을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채찍질 소리와 함께 그녀의 마음속에 증오심이 더해졌다.잠시 뒤 임원은 바닥에 엎드려 숨이 끊어질 듯 헐떡였다.임씨 부인은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지만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진산군도 안타까워하며 손에 든 채찍을 놓칠 뻔하였으나 채찍질을 멈출 수 없었다.그는 계속해야만 했다.구태부와 소씨 대감의 화를 풀어야 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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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진산군 댁의 마차가 벌써 소씨 가문 집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임원은 하인들에게 둘러싸여 마차에 올랐고, 다른 행인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진산군과 임씨 부인도 서둘러 마차에 올라탔다. 빨리 진산군 댁으로 돌아가 의원을 불러 임원을 치료하게 할 생각뿐이었다.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임학이 나오지 않았다.다급해진 진산군이 다시 들어가 사람을 부르려 했을 즈음, 때마침 임학이 밖으로 나와 마차에 올라탔다.“서두르거라, 어서 집으로 가자!”진산군이 다급하게 외쳤고, 마차는 진산군 댁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진산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피투성이가 된 임원을 보며 진산군은 얼굴을 찌푸렸고,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임학을 바라보았다. “너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큰일을 왜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이냐? 나와 네 어미가 오늘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오지 않았느냐!”분명 임학은 며칠 전부터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임학은 손수건으로 오른손을 감싸고 있었다. 그의 표정 역시 진산군과 다를 것 없었다. “미리 말씀드려 원이에게 몰래 소식을 전해야 했다는 말씀입니까?”그 말을 들은 진산군과 임씨 부인은 당황했다.임씨 부인은 울면서 말했다. “학아, 어찌 그렇게 생각 하느냐? 원이는 네 누이이니 우리가 당연히 도와야하지 않겠느냐! 따지고 보면 다 이 어미가 원이에게 관심을 주지 못한 탓이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원이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임학은 고개를 숙였다. 넓은 마차 안에 가득한 진한 피비린내가 그의 마음을 더욱 어지럽혔다. “원이가 이렇게 된 것은 스스로 악한 마음을 품었기 때문입니다!”그는 한숨을 쉬었다. 떠날 때까지 눈길을 주지 않던 김단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졌다.그는 고개를 돌려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 “소한이 말하길, 깊은 숲 속에서 단이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두려웠으면 가시덤불 속으로 도망쳤겠습니까? 그 아이가 운 좋게 탈출하지 못했다면 오늘 날 얼마나 끔찍한 수모를 겪었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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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대화 도중 커튼을 걷어 올려 바깥을 내다보던 임학은 마차에서 내리기 전, 싸늘한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만약 그녀가 이미 죽었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 김단이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입니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임학은 성큼성큼 멀어져갔다.그 마차 안에 머무르는 것조차 더는 견딜 수 없었다.솔직히 말해, 그 또한 임원이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다.그녀는 어디까지나 그의 친여동생이 아니던가! 옛날, 그녀가 기둥에 머리를 박으며 죽으려 했을 때는 그가 막지 않았던 것은 그녀가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나 오늘, 죽음을 결심한 듯한 그녀의 얼굴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한때 더없이 착하고 온화하였던 그녀였는데 소씨 가문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늘 어찌 이토록 악랄해졌단 말인가? 임학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이 모든 것을 김단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것이었다. 그녀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구서에게 끌려가야 했고 그에게 능욕당해야 하냔 말이다.그녀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가시덤불 속으로 몸을 던져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야 했단 말인가!그녀 또한 그의 여동생이거늘!그가 15년을 애지중지 아끼고 보살폈던 여동생이거늘, 어찌하여 이토록 모진 치욕을 당해야 했냔 말이다! 몇 마디에 그녀와의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임학은 마음이 너무나 복잡했다.상처를 입은 오른손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그는 곧장 길가의 주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를 지켜보던 진산군과 임 씨 부인 또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임 씨 부인은 눈물을 멈추지 못하였다. 하지만 진산군은 재빨리 마음을 다잡고 밖을 향해 준엄히 외쳤다.“무얼 하는 것이냐! 어서 대감 댁으로 출발하거라! 만일 내 딸이 무슨 변이라도 당했다면 너희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그 말에 깜짝 놀란 수레꾼은 허겁지겁 마차를 몰아 대감 댁으로 향했다. 한편, 소 씨 대감의 저택은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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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자리한 이들 모두 김단과 소한의 관계를 알고 있었으니, 소한이 떠난 까닭을 능히 헤아릴 수 있었다.그는 김단과 소하의 다정한 모습이 견디기 힘들어 자리를 떠난 것이 분명했다.김단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소하 역시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대청의 공기가 일순간 어색해지려는 그때, 소 씨 부인이 소정원을 살짝 건드리며 눈짓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이는 것이었다.“군중에 일이 있어 떠난 것 같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거라.” 그제야 소정원도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다.“하하 맞습니다. 둘째 오라버니께선 처리해야 할 것이 많아 떠났을 것입니다. 절대…” 그녀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아 보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스스로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이에 김단과 소하의 얼굴빛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소정원을 날카롭게 노려보던 소 씨 대감은 이내 구태부를 향해 입을 열었다.“오늘은 경사로운 날이니 태부께서 함께 축하해 주시지 않겠소?” 구태부도 마치 방금의 대화를 듣지 못한 듯 태연히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아니 되오. 비록 구서 그놈이 천하의 망나니라 하나, 결국 내 친손이니, 얼른 가봐야 할 것 같소.” 구태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하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배웅하였다.이는 그저 평범한 예절에 지나지 않았다. 설령 구태부가 조정의 중신이 아니더라도, 소하는 마땅히 해야 할 예의였다.하지만, 이 행위조차도 구태부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하였다. 그는 소하의 손을 꼭 잡으며,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장군께서 이렇게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습니다.” 그 음성마저 떨리고 있었으니 소철학과 주명희의 눈가도 촉촉히 젖어 들었다.감격에 찬 구태부의 얼굴을 마주한 소하는 조용히 그를 위로하였다. “태부께서 염려해 주셨기에, 이리 나을 수 있었습니다. 훗날 직접 찾아뵈올 것입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구태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몇 마디 더 건넨 후에야 비로소 자리를 떠났다.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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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그렇다면, 훗날 소하는 어찌한단 말인가? 그녀 하나로 인해 형제 사이가 틀어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차라리 떠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경성의 모든 인연을 끊고, 완전히 벗어날 그날을 그녀 또한 오래전부터 바라왔었다.경성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 그때가 온 것 같았다. 허나 숙희는 이곳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도련님은 훌륭한 분이시고 이각 공자 또한 선한 분이었다. 아가씨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조금도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괴로운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가씨께서 떠나야 할 때라 하시니, 반드시 그리할 이유가 있으리라 믿을 뿐이었다.숙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아가씨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소하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었다.그에게서 술 냄새가 약간 풍겼지만, 그것은 그 때문이 아닌 소 씨 대감으로 인한 것이었다.오늘 소 씨 대감, 소철학은 기쁜 나머지 상을 크게 차리라 명하고는 소하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여러 차례 기쁨에 겨운 눈물까지 보였다.물론, 그중에는 소한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그들 형제는 어릴 적부터 걱정 끼치는 일이 없었고 소한은 어릴 때부터 형을 존경해 왔다 하였다.소한은 겉보기에는 침착해 보여도 실은 한없이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하였다.소하가 두 다리를 다쳐 병권을 잃었을 때, 소한이 나서서 기울어가는 국면을 뒤집고 소 씨 가무의 체면을 지켜낸 것이라며 가문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았으니, 타인으로 인해 형제 사이가 틀어져선 안 된다고 하였다.비록 명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소하는 아버지께서 김단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소하가 그렇게 한창 생각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이각이 입을 열었다.“부인님을 찾고 계신 것이옵니까?”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하는 자신이 어느새 김단의 방 앞에 서 있음을 깨닫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굳게 닫혀 있는 문, 방 안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으니, 그녀가 잠들지 않았음은 분명했으나,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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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다음날. 소하는 이른 아침부터 궁에서 전하는 소식을 받았다.황제께서 그를 불러들인 것이었고, 이미 예측하였던 바였다. 구태부께서 이 일을 황제께 알리지 않을 리 없었고, 황제께서 이를 들으셨다면 곧장 그를 부르셨으리라. 다만, 이리도 이른 시각일 줄이야. 아직 조참도 끝나지 않았을 터인데 얼마나 조급하셨으면 사람까지 보내셨을까? 이각이 소하를 시중들어 환복을 마쳤다.5년 만에 다시 궁에 드는 것이니,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한때 천하를 주름잡던 소 장군께서 지금도 여전히 기개가 넘치심을 보여야 할 것이니 말이다.허나 소하의 마음은 다른 데에 가 있었다.이각이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하였다. “부인님께서는 아직 꿈나라에 계실 시각이옵니다.”대략 반각이 지나면 김단이 기상할 것이었다.이각의 웃음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린 소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것이 아니다!”“소인도 알지요!”이각은 태연히 받아치며 이내 말을 덧붙였다.“대감께서는 다만 바람을 보고 계실 뿐이시지요.”거기에는 김단의 방 이외에는 바람뿐이었으니 말이다.소하는 그만 말문이 막혀 이각을 노려보았다.“더 지껄이면 네 혀를 뽑겠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미세하게 붉어졌다.이각 역시 이를 보았으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주인님의 다리가 이제 나았으니, 걷어차일까 두려웠다.반각 후, 소하는 궁으로 향했다.어서재에 도착한 그는 성큼성큼 나아가 황제께 예를 올렸다.“말장 소하, 폐하께 문안 올리나이다.” 사실 이제 소하는 장군이 아니었으니, 스스로를 ‘말장’이라 칭할 수 없었으나, 황제께서 이 말을 기다려 오신 지 5년이 되었음에 일부러 그리 말한 것이었다.황제는 용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책상을 돌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어디 보자!” 황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소하를 부축했다.그는 눈앞에, 자신보다 키가 한 뼘이나 더 큰, 곧은 자태를 자랑하며 당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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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허나, 이제 와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계략이었음이 분명했다.이에 황제도 목소리를 낮추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아느냐?”소하는 문득 우아한 자태가 떠올랐다.김단이 이르길, 가장 유력한 이는 그녀라 하였으나, 지난 날의 기억이 겹겹이 덮쳐와 가만히 주먹만 쥐었을 뿐, 차마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그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다리를 다친 후, 수많은 이들을 만났기에 그중 누가 독을 탄 것인지는 알지 못하나이다.”이에 황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랬다. 전장에서 실려 돌아올 적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보살폈고 또 돌아온 후, 얼마나 많은 어의들이 그를 진찰하였겠는가?그 사이에 독을 탄 자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황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도 이제는 조정이 안정되고, 그대의 아우 또한 용맹하니, 그대가 이렇게 나았다는 것을 그때 독을 탄 자가 알지라도 더 이상 그대를 해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니라.”어차피 병권은 소한에게 있으니 소학 역시 그리 생각하여 다리가 완쾌된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다만 문득 자신을 해하려 한 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떠한 심경일지는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궁을 나서니 어느새 오시를 넘긴 뒤였다. 황제는 몹시 기뻐하며 그를 붙잡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심지어는 함께 오찬을 든 후에야 마지못해 그를 돌려보냈다.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고 소하는 무심결에 발을 걷어 올려 밖을 내다보았다.주점마다 걸려있는 깃발들이 바람에 가볍게 나부끼고, 주점 점원들은 문 앞에 서서 환한 미소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찻집 안에서는 손님들이 부채를 흔들며 앉아 있었고, 따뜻한 차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이야기꾼들이 강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골목을 누비며 뛰어다니고, 손에 든 사탕이 흔들릴 때마다 햇빛 아래에서 눈부시게 반짝였다.그 모든 것이 그리도 평범하면서도 정겹기 그지없지만 소하에게는 오래도록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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