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481 - Chapitre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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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화

그렇게 생각하던 중, 소하가 갑자기 이쪽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김단은 오늘 소하가 호숫가에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다시금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 쪽으로 다가오는 소하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깜짝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덩달아 소하도 발걸음도 멈췄다. 김단의 방과 단 세 걸음 남긴 거리에서 멈춰 선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부르러운 미소를 지었다. “편히 쉬시오.”김단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오라버니도 편히 쉬세요.”소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돌려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방문이 닫히자, 소하의 표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김단이 방금 물러나던 모습을 그는 똑똑히 보았다. 아무래도 오늘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그가 너무 직접적이었을까? 소하의 눈썹사이에 주름이 잡혔다. 그러나 곧 머릿속에 김단의 환한 미소가 떠올라 그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까지 나쁜 상황만은 아닌 것 같았다. 차라리 털어놓는 것이 잘한 일 같았다. 적어도 앞으로 그가 베푸는 정을 남매의 감정으로 오해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녀가 지금은 거부하고 있었지만 아마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리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편, 김단은 책상 앞에 앉아 안도하며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가 그전에 했던 말을 꺼낼까 봐 얼마나 두려웠던지 모른다.그때, 숙희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저는 도련님이 참 괜찮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단은 깜짝 놀라며 숙희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그녀의 반응에도 숙희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솔직하게 말을 이어갔다.“도련님은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아씨께도 잘하십니다. 오늘 부인님께서 분명히 마님을 꾸짖으러 오신 것이지만, 도련님 덕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씨를 이토록 아끼시는 분이라면, 그 곁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이것은 숙희의 진심이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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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그 밤, 김단은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찌 된 일인지, 눈을 감기만 하면 소하의 얼굴이 그려졌다.언급하지 않으면 그저 지나가지만, 한번 언급되면 마치 홍수와도 같아 파도처럼 밀려들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억지로 밀어내려 할수록 더더욱 뚜렷해졌다. 김단은 몸을 일으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그네 아래에 앉아 달빛을 감상하며 바람을 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하지만 방문을 나서는 순간, 그녀의 시선이 그네 옆 오동나무로 향했다. 잎이 무성하여,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잔뜩 경계하며, 나무 위를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그네는 가볍게 흔들리고, 둥근 달은 나뭇가지 사이로 아련히 모습을 드러냈다 숨겼다를 반복했다.이 순간, 손에 매실주 한 병이라도 있으면, 그야말로 운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그때, 오동나무 잎이 눈앞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여름이 막 시작되었는데 벌써 낙엽이라니?김단은 깜짝 놀라며, 급히 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저 미세하게 흔들리는 가지와 잎들뿐이었다. 분명 나무 위에 사람이 있었다! 김단은 즉시 그네에서 벌떡 일어나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샅샅이 훑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소한의 실력으로 정말로 숨어 있었다면 그녀가 알아챌 리는 없었다.그래서 그가 일부러 나뭇잎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아니면, 어찌 이리도 기가 막히게, 그녀의 눈앞에 떨어질 수 있겠는가?그녀에게 그가 왔음을 알리려고 한 것이다!그는 여전히 그녀를 놓지 않았고 지켜보면서 소하와의 그 어떠한 가능성도 막을 것이라는 경고였다.혼란스러웠던 마음은, 그 순간 갑자기 진정되었다. 김단은 자신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김단은 늦잠을 자고 말았다. 다행히 숙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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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그녀는 전에 사주한 사람의 외모를 묘사한 적이 있었다. 이각은 그것이 소한과 비슷하다고 판단하여, 그녀를 소하 앞에 끌고 왔고, 소하가 결정을 내리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노파가 공개적으로 소한을 지목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소한 쪽으로 시선을 던져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시선이 자주 소한 쪽으로 향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 배후가 바로 소한이었다! 김단은 본능적으로 소한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밖에서 퍼지는 소문들이 모두 소한의 지시였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전혀 놀랍지 않았다. 소한에게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어릴 적 그녀와 함께 복수할 때에도 대부분은 소한의 계획이었다. 이 아이디어들이 전장에서라면, 그야말로 노련한 책략이라 불릴 것이지만 그녀를 상대로 쓰기에는 너무나도 비열한 수작에 불과했다. 소철학과 주명희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소한을 향한 그들의 눈빛에는 질책으로 가득했다. 소정원조차도 소한을 몇 번이고 바라보았다. 그저 자신이 아는 오라버니의 수단이 점점 더 저급해지고 있음에 한심할 뿐이었다.하지만 소한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찻잔을 들어, 뚜껑을 살짝 밀어내며,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몸을 향해 다시 한번 눈알을 굴린다면, 네 눈알을 뽑아버릴 것이다.” 말을 마친 그는 천천히 차를 마셨다. 그의 태도가 너무도 느긋했던 탓에 주변에 아무도 없는 듯한 착각을 줬다.당당하게 위협을 가하는 소한의 모습은 소씨 대감을 더욱 분노하게 할 뿐이었다. 겁에 질린 그녀는 급히 고개를 푹 숙이고 소한 쪽을 쳐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소하는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아우가 농담을 한 것이니, 걱정 말게. 그는 항상 나를 존중해왔으니, 형수에게 누명을 씌운 자가 누군지 몹시 궁금할 것이네. 그렇지, 한아?”“한아”라는 그 단어에 그녀는 잠시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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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게다가 김단을 모욕하는 더러운 비방 글귀들까지 적혀 있었다.글씨체를 확인한 순간 소철학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이놈이 왼손으로 쓴 글자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소철학만이 알 수 있었다. 그는 서신을 접은 후 다시 물었다. “그자는 어째서 너를 찾아간 것이냐? 너와 내 며느리 사이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었던 것이냐?”노비는 두려움에 떨며 손을 여러 번 내저었다. “아니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백성일 뿐, 어찌 대감댁의 큰 며느님과 왕래할 수 있었겠습니까? 다만…”노비는 말을 멈췄다. 본래 성격이 급했던 소정원은 노비가 계속 머뭇거리는 모습에 불같이 쏘아붙였다. “뭘 그렇게 질질 끄는 것이냐?!”움찔하던 노비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저는 그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즐겼기에 평소에도 몇몇 노인네들과 함께 둘러앉아 수다를 떨곤 했지요. 그래서…”이후에 나올 말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이 노비는 아마도 입이 가볍기로 유명한 여인이었다. 이런 입이 가벼운 여인들은 보통 고위층과는 접촉이 없기에, 소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알지 못했다. 소한의 부하들은 대부분 평민 출신이었기에, 이같은 여인에 대해 쉽게 알 수 있었다. 소철학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드디어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럼, 너를 찾아온 사람은 어떤 모습이었느냐?”그가 ‘어떤 모습’이었냐고 묻는 이유는, 노비가 사실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비는 고개를 숙인 채, 울먹이기 시작했다. “밤이 어두워서 큰 키를 가진 남자였다는 것만 알 뿐, 그 외의 것은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소하는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이각에게 전혀 다른 대답을 했기 때문이었다.소한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오늘의 목적은 소한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머니에게 그 모든 소문이 악의적인 유포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니 상관없었다. 그러나 잔뜩 겁에 질린 노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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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대청을 나서려던 발걸음을 멈춘 소한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의 뒷모습만으로도 그의 불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그는 몸을 돌리지 않았고, 여전히 모두를 등지고 서 있었다. 소철학의 분노가 대청을 가득 채웠다. “다시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아버지의 위협에도 소한은 대꾸도 없이, 발을 내디디며 대청을 나섰다. 소철학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탁자를 내리쳤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는 당장이라도 쫓아갈 기세였지만 소씨 부인이 급히 그를 막아섰다.결국 소철학의 분노는 주명희에게로 향했다. “이게 당신이 가르친 훌륭한 아들이오?!”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소철학에 주명희는 다투려 하지 않았고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를 진정시킬 뿐이었다.“됐습니다, 됐어요. 나중에 제가 직접 훈계할 터이니 당신은 괜히 화내지 마시고 진정 좀 하시지요. 정원아, 아버지 모시거라.”소정원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라, 그녀의 위로가 가장 효과적이었다.소정원은 즉시 응답하며, 아버지를 부축했다. “아버지, 저와 함께 바둑 한 판 두지 않겠습니까?”소철학의 분노가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에 가득 차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주명희는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그때 소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 아버지와 소한은 다만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린 것일 뿐, 며칠 지나면 풀리실 겁니다.”아버지와 소한의 성격을 소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에 주명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서 쉬거라.”그 미소는 너무 어색하고 경직되어 있었다. 김단은 어머니께서 그 소문에 대해 아직도 염려하고 있음을 직감했다.하여 별다른 말 없이 시선을 내렸다.소하는 서두르지 않았다.그는 돌아서서 김단을 한 번 바라본 후, 다시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어머니, 이제 외부의 소문은 모두 악의적인 유포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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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김단이 삼 년이라 하였을 때, 언제든 떠나도 좋다고 답한 적이 있다.사랑이라는 것은 고집을 부린다고 하여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소하는 언제부터 인가 김단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하였다.허나, 김단이 싫다 하면 강요할 생각은 없다.소하는 소한과 전혀 달랐다.잠깐 생각하더니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소한의 성격을 떠올리자 눈동자도 같이 어두워졌다.그리고 김단을 향해 말했다.“낭자와 같이 한양을 나가겠네.”그의 말에 김단이 눈을 번쩍 들어 소하를 바라보았다.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어찌 자신과 함께 한양을 떠날 생각을 하는가.큰 반응 덕분에 소하는 자신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챘다.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한이 때문에 망설여 한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난 그저 낭자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었소. 내가 다 처리할 수 있으니 말이오.”소하는 더 이상 집안을 떠맡지 않아도 되었다.그래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녀와 떠나겠다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한번도 본 적 없는 숲과 강을 보며,접하지 못했던 문화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다.두 사람이 한양을 떠나도, 소한은 자신의 병력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즉, 소한도 더 이상 두 사람을 쫓지 못한다.그의 말에 김단의 두 눈이 흔들렸다.소한이 검과 같다면, 그녀에게 있어 소하는 검을 막을 수 있는 방패와 같다.그는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그녀를 보호해주고 영원히 곁에 서있을 수 있는 존재다.어쩌면 그가 너무 다정했던 탓일까.목소리뿐만 아닌 말투, 표정과 웃음도 다정했다.다정하다 못해 마치 어젯밤의 바람과 같았다.천천히 닫혀있던 그녀의 마음의 창문을 열었다.“저는…”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눈가에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눈물이 차올랐다.“생각해 보겠나이다.”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허나, 그녀의 대답에 소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입꼬리가 더 올라가고, 두 눈에는 빛이 반짝거렸다.그는 김단을 뚫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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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소한은 부인하지 않았다.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가 손을 한번 허공에 흔들자, 사방에서 열몇 명의 사내들이 달려들었다.그들은 모두 군에서 한자리하는 사람들이었다.소하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그리고 소한을 죽일듯이 바라보았다.“무슨 짓이냐.”소한은 그제야 자신의 품에서 환약 한 알을 꺼냈다.“약왕곡에서 받은 약이옵니다. 몸을 건강하게 하며, 혈의 순환을 도와준다 하오니 형님께 좋은 약 이지요.”오 년 동안 걷지 않은 탓에, 소하의 다리에는 근육이 거의 없었다.그 환약은 그의 빠른 회복을 도와줄 것이다.허나, 이리도 좋은 약을 어찌 관저를 떠나고 나서야 주는 것인가.소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소한이 말을 이어나가기를 기다렸다.잠시 뒤, 소한이 눈을 축 늘어뜨렸다.그는 소하를 똑바로 보지도 못했다.“허나, 이 약을 복용하면 이십 시진은 잠에 든 다고 하옵니다.”이십 시진.소한이 무슨 짓을 해도 충분하지 않은가.소하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이미 소한의 행동을 눈치챘다.그리고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사내들을 한번 쓱 훑었다.동시에 마음도 같이 내려앉았다.소하는 주먹을 꽉 쥐었다.피할 수 없을 것이다.단이가 나를 기다려 주기만 한다면..반 시진 후, 소하는 사람에게 업혀 관저로 돌아왔다.소식을 들은 김단은 서둘러 그를 보러갔다.소하는 침상에 가만히 누워있었다.옆에는 의원이 그의 맥을 짚고 있다.소 씨 부인과 대감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옆에 서있다.의원이 손을 거두자, 소 씨 대감이 서둘러 물었다.“어떻소? 우리 소하, 괜찮은 것이오?” 의원이 자신의 수염을 쓰다 듬었다.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소 장군의 맥이라면 다른 사내보다 더욱 건장하였을 터,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이 응당 하옵니다.”헌데, 어찌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인가.김단은 의원의 말에 서둘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제가 물어보고 오겠나이다!”그녀는 진산군 관저의 의원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소하 오라버니의 상황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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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곧이어 소 씨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는 김단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김단이 깜짝 놀라 소 씨 부인을 일으켰다.“어머니, 뭐 하시는 것이옵니까?!”자리에 일어난 소 씨 부인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단아, 우리 소 씨 집안이 네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한데, 다른 방법이 이제는 없구나. 밖에 떠다니는 소문을 듣고, 너의 사주를 들고 법화사의 자은 법사께 찾아갔어. 어떻게 풀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하기도 전에 돌아온 법사의 비문에는 딱 한 마디 적혀 있었어.”‘천살고성, 풀 방법이 없다.’ 소 씨 부인은 울면서 말을 꺼냈다.그녀의 목소리는 유난히 슬프게 느껴졌다.김단은 그녀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내가, 천살 고성이라니.내 탓에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씩 죽은 것인가.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았다.순간, 김단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졌다.하지만 옆에 있던 소 씨 부인은 그저 울먹거릴 뿐이다.“소하가 괜찮다면, 그 비문은 믿지 않기로 했어. 한데…"김단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마치 마지막으로 설명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서방님은 무사 하옵니다, 명일이면 눈을 뜨실 것이옵니다.”이때, 소 씨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알고 있어. 한이 그놈이 소하에게 약을 먹였다는 것을 말이다!”김단은 놀란 탓에 입이 벌어졌다.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모든 진상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소 씨 부인이 말을 이었다.“소하의 회복을 돕는 약이라고 하더구나.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미가 되어 어찌 걱정을 안 할 수가 있겠어. 소하가 업혀 관저에 들어왔을 때, 심장이 바닥으로 꺼지는 것 같았어. 단아, 너는 한이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지 않았느냐. 네가 그놈의 성질을 잘 알겠지. 한이가 너를 대신해 복수를 하기 위해서, 서 씨 집안의 그놈을 보름 동안 막았어.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물불도 가리지 않는 놈이야! 오늘은 회복을 돕는 환약이라면, 명일은 또 무엇일까. 또 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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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김단은 말을 끝내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이때, 소 씨 부인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단아, 어렸을 때부터 너를 지켜봤는데도… 널 볼 면목이 없다, 이 팔찌라도…”소 씨 부인은 말하는 도중에, 자신의 팔찌를 김단에게 끼우려 했다.하지만 김단이 소 씨 부인의 손을 막았다.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그녀에게 말했다.“부인께서 이럴 실 필요 없나이다. 소녀, 원래부터 떠나야 했던 사람이옵니다. 그저 조금 일찍 앞당겼다고 생각하시면 돼옵니다, 이 팔찌는 받지 않겠나이다.”단이의 손목에는 이미 다른 옥팔찌가 있었다.색깔은 곱지 않아도, 그녀에게 있어서 그 팔찌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다.다른 팔찌를 끼려고 소중한 옥팔찌를 뺄 수는 없었다.김단은 천천히 손을 빼냈다.그리고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숙희는 김단이 방에서 나오자 서둘러 다가갔다.허나 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밖으로 향했다.숙희도 눈치를 채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그녀의 뒤를 쫓아갈 뿐이다.한참 지나고 나서, 숙희가 고개를 들었다.그곳은 김단이 혼인을 하기 전에 묶었던 작은 별채였다.숙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씨, 무슨 일이옵니까? 저희가 어찌 이곳에 온 것입니까?”김단은 그제야 몸을 돌려 숙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짧게 탄식했다.“나와 소하 오라버니는 이혼을 하였다.”그녀의 말에 숙희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하 도련님은 누워 계시지... 소 씨 부인께서.. 그럼..”김단이 고개를 끄덕였다.숙희의 추측을 인정했다.하지만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이유가 무엇이옵니까?”도련님과 아씨의 사이가 이리도 좋은 데, 어찌 소 씨 부인이 그러한 결정을 내렸단 말 인가.숙희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김단은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소한이 지금 사당에 무릎 꿇고 있다고 하더구나. 우리는 서둘러 짐을 싸서 한양을 떠나자.”소 씨 부인의 말이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하지만 한양을 떠날 수 있는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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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큰 아씨의 신뢰를 받을 것이라 생각한 적 없었다...왕철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그럼 노비는 서둘러 준비하겠나이다. 아씨께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옵니다. 나흘 내로 모든 혼수를 가져오겠나이다, 작은 은냥도 빠지지 않겠사옵니다.”그의 말에 김단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왕철은 예의를 차리고는 자리를 떴다.한편, 김단의 마음은 땅 끝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소 씨 부인의 말이 여전히 귀에 남아 맴돌았다.특히 ‘천살고성, 풀 방법이 없다.’ 라는 말은, 비수가 되어 그녀의 심장을 푹푹 찔렀다.그녀의 친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다.소 씨 부인이 모든 것이 그녀의 탓이라 하였을 때, 마음이 찢기는 고통이 밀려왔다.김단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키고는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매화나무는 볼품없는 모습이 아니었다.작은 싹이 트여 생기 가득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김단은 그제야 비통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나무 아래로 다가가 나뭇가지를 쓰다 듬었다.이전에 정암과 보냈던 시간들이 뇌리를 스쳤다.그 탓에 김단의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숙희를 여기에 두는 것이 어떻겠느냐.”김단이 허공에 물었다.숙희는 자신에게 있어 제일 친한 사람이다.한양을 떠나면 어떤 고난이 닥칠지 모른다.진정 자신이 천살고성이라면, 숙희를 데려가면 아니 된다.하지만 이전에 숙희를 데려가지 않겠다고 하였을 때, 그 계집이 울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하지만 어찌 숙희에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반 시진이 지난 후, 숙희가 짐을 다 쌌다.사내의 의복 두 벌을 제외하고, 시내로 나가 말과 사료를 사 왔다.숙희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성큼성큼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씨, 짐 다 쌌습니다. 이제 출발하면 돼옵니다, 지금 출발하면 수원부에 도착하겠사옵니다.”숙희는 말을 끝내고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작은 정원에 김단의 그림자라고는 볼 수 없었다.“아씨? 아씨!”숙희가 김단을 찾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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