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521 - Chapter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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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이때 매화당 밖으로 쫓겨난 임원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몸종이 조심스레 물었다.“아가씨, 도련님께서 마치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고 계십니다.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임원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도 영문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임학이 갑자기 미쳐버린 것은 오히려 그녀에게 절호의 기회였다.임씨 부인 앞에서 가련한 모습을 보이며 동정을 얻을 기회!임원도 알고 있었다.비록 진산군과 임씨 부인이 한때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지만이제는 예전처럼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그렇다면 오늘 이 기회를 이용해 다시 그들의 총애를 되찾을 것이다.그렇게 마음먹은 임원은 곧장 임씨 부인을 찾아갔다.그러나 몸종들은 임씨 부인이 대청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임원은 일부러 손님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청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 채 곧장 임씨 부인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어머님, 부디 억울한 저를 헤아려주세요! 오라버니가 갑자기 저를 매화당에서 쫓아냈어요! 오라버니가 저를 밀치는 바람에 발목까지 삐었단 말입니다!”임씨 부인은 곁에서 무릎 꿇고 흐느끼는 임원을 내려다보았다.그녀의 얼굴은 살벌할 정도로 차가웠다.그녀는 손을 들어 옆자리에 앉아 있는 부인을 가리키며 차갑게 물었다.“저분을 한 번 보거라. 누군지 알겠느냐?”임원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이내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사람은 임원을 향해 환히 웃어 보이며 말했다.“역시 원이구나! 네가 정말 많이 컸네! 키도 훨씬 커지고 얼굴에 살도 올랐구나!”“조… 조 할머니”임원은 저도 모르게 나지막이 이름을 불렀다.임씨 부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역시 알아보는구나!”임원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지금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고 조 할머니가 왜 느닷없이 이곳에 나타났는지도 전혀 알 길이 없었다.그때 조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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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이 땅의 사람들은 아이는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라고 굳게 믿었다.하늘의 선녀가 눈여겨본 집안에만 아이를 하나씩 보내 준다고 말이다.그러다 간혹 아이가 장난꾸러기라 좀처럼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면 노한 선녀가 억지로 땅에 내려보낸다고 했다.아이 몸에 난 작은 반점은 선녀가 손가락으로 콕 찔러 남긴 자국이고조금 더 큰 반점은 선녀가 세게 꼬집은 흔적이며그보다 더 크면 아이가 하도 말을 안 들어 선녀가 참다못해 발로 걷어차서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임씨 부인의 가슴은 미칠 듯이 아려왔다.예전에 유모가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이 아이는 분명 장난꾸러기일 겁니다. 그러니 선녀가 억지로 허리를 꼬집어 이 땅에 보낸 거겠지요.”실제로 아기의 허리에는 태어날 때부터 붉은 반점이 있었다.그 기억이 떠오르자 임씨 부인은 천천히 임원을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혹시 몸에 태어날 때부터 있던 반점 같은 것이 있느냐?”임원은 깜짝 놀라 안색이 새파래졌다.그녀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다급히 외쳤다. “어머님, 저 여자의 헛소리를 듣지 마세요!”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씨 부인은 싸늘한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여봐라! 이 아이를 끌고 나가 옷을 모조리 벗기고 확인해 보거라!”“예!”곁에 있던 몸종들은 즉시 임원을 붙잡아 끌고 나갔다. 임원은 필사적으로 버텨보려 몸부림쳤지만 그들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이윽고 대청 안은 다시금 고요해졌다.임씨 부인은 앉아 있기조차 힘겨운 듯했지만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조 할머니에게 말했다.“계속 말씀해 주시지요.”이미 조 할머니의 얼굴에서도 웃음기는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이어갔다.“그때 마님께서는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곁에 의원이 돌봐주고 있었기에 저희가 나설 필요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원이 어미도 만삭이어서 제가 부축해 방으로 돌려보냈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날 밤 원이 어미가 진통을 시작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주변에 다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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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안돼... 더 이상 생각하면 안돼…그녀는 이제 버티기 힘들었다.바로 그때, 아까 임원을 데리고 나갔던 몸종들이 다시 그녀를 부축하면서 돌아왔다.“마님, 둘째 아가씨의 허리에는 반점이 없습니다.”이 말을 듣자 조 할머니가 급히 나섰다. “원이는 마님의 친딸이 아니니 반점이 있을 리가 없지요.”임원은 울며 부르짖었다.“어머님, 그게 아닙니다! 저 독한 노파의 헛소리를 듣지 마세요!”하지만 임씨 부인은 마치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한때 그녀도 임원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심지어 한때는 임원과 단이가 쌍둥이는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던 적도 있었다.혹시나 아이들을 받아준 산파가 둘 중 한 명을 몰래 빼돌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 아이를 모두 사랑했고 누구도 포기할 수 없었다.차라리 자신이 쌍둥이를 낳았다고 믿으면 믿었지 임원이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임씨 부인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다.그리고 손을 들어 먼발치에 서있는 몸종에게 명령했다.“얼른 대감님과 임학을 모셔오거라!”그녀는 혼자서 이 일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몸종은 짧게 대답하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한편 임원은 흐느끼며 애원했다.“어머님, 아무리 그래도 남의 말을 그렇게 쉽게 믿으시면 안 돼요. 어머님…”“입 다물 거라!”임씨 부인은 이미 분노로 인해 목소리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대감님과 임학이 오기 전까지 네 말은 단 한 마디도 듣고 싶지 않구나!”더 이상 그녀의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한 자루 향이 거의 다 타들어갈 무렵 진산군과 임학이 도착했다.임씨 부인은 분한 마음에 가슴이 떨려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이에 조 할머니가 나서서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낱낱이 설명했다.곁에 있던 몸종들도 한마디 거들었다.“방금 둘째 아가씨의 허리를 확인해 보았지만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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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진산군은 크게 놀라 벌떡 일어섰다.임씨 부인 역시 두 눈을 크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임학을 바라보았다.임원 또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아까부터 임학이 왜 그렇게 평소답지 않게 행동했는지 깨달았다.설마… 이 일 때문에 김단이 죽었단 말인가?그러나 이 순간 임원의 가슴속에는 기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대신 남아 있는 것이라곤 오직 온몸을 뒤엎는 공포와 불안감뿐이었다.김단이 죽어버리면 조 할머니와 관련된 일은 어떻게 되는 거지?어떻게 발뺌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 걸까?이제 그 죄를 누구에게 뒤집어씌워야지?임원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속으로만 애타게 울부짖었다.그때 임학이 갑자기 달려들더니 거칠게 그녀의 옷깃을 낚아챘다.“너 대체 정체가 뭐야? 당장 말해!”그는 붉어진 눈으로 거칠게 몰아붙였다.임원은 겁에 질려 몸을 움츠렸다.한 번도 본 적 없는 오라버니의 잔혹하고 날이 선 분노였다.그 눈빛은 너무나도 날카로워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그녀는 덜덜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입술을 파르르 깨물며 끝까지 버텼다“오라버니, 제발 저를 겁주지 마세요. 저는 오라버니의 여동생이라고요!”그녀가 흐느끼며 외쳤다. “저분이 직접 말했어요. 제가 그녀에게 바꿔치기당한 아이라고요! 정말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니까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나 어머니를 꼭 빼닮았는걸요. 오라버니, 절 한번 보세요! 제가 어떻게 어머니의 친딸이 아니겠어요!”임원은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지금 이 순간에 모든 걸 털어놓았다가는 분노에 휩싸인 임씨 사람들이 단숨에 그녀를 찢어놓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네가 내 동생이라고?”임학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그렇다면 단이는? 네가 단이의 자리를 빼앗았고 그 때문에 단이가 세답방으로 내몰렸어. 단이를 죽게 만든 장본인은 너야!”이때서야 정신을 차린 임씨 부인이 앞으로 달려가 임학의 팔을 붙들었다.“방금 뭐라고 했느냐? 단이가 어디로 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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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예!”몸종들은 황급히 대답하고는 임원을 밖으로 질질 끌고 갔다.임원은 애타게 애원했다.“아버님, 저는 정말 아버님의 딸이에요! 남들의 거짓말을 믿으시면 안 돼요!”그러나 진산군은 끝내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보름 후김단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들어온 것은 천장의 낡고 허름한 들보였다.여기는 어디지?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여러 기억들이 물밀듯 떠올랐다.그중에서도 장양강에 빠졌던 순간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그러자 심장이 순식간에 미친 듯 요동쳤고 공포에 사로잡혔다.장양강은 잔잔한 강이라 물에 빠져도 금세 헤어 나올 수 있으리라 여겼다.그러나 수면 아래 그렇게 거센 물살이 도사리고 있을 줄이야. 김단은 순식간에 강바닥으로 휩쓸려 내려갔다.몇 차례나 필사적으로 헤어 나오려 발버둥 쳤으나 거센 물살 앞에서 그녀는 속수무책이었다.그러다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그렇다면 지금 여긴 어디일까?김단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러나 왼쪽 다리에서 갑작스럽게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윽…!”그녀는 숨을 들이켰다.급히 이불을 젖혀올리니 왼쪽 다리가 몇 개의 나무판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설마 부러진 걸까?그때 마침 방문이 벌컥 열렸다.소박한 차림의 한 여인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약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그 여인은 김단이 눈을 뜬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아이고야! 정신을 차렸구먼! 드디어 깨어나셨소?”그렇게 외치며 성큼성큼 다가왔다.그녀가 들고 있던 탕약이 출렁이며 잔뜩 쏟아졌다. “앗 뜨거워라!”입을 삐쭉이며 손등에 떨어진 탕약을 털어내더니 약그릇을 침상 곁의 작은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그러고는 다시 김단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젊은 처자, 정신이 드시오? 혹 자기 이름은 아시오? 사람은 알아볼 수 있겠소?”그 여인의 피부는 햇볕에 그을려 거무스름했다.한눈에 보아도 오랫동안 바깥일을 해 온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목소리도 다소 거칠었지만 말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혹여나 목소리를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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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최지습은 꿈에도 몰랐다.오래전 자신이 직접 새겨 두었던 물건이 다시금 자신의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그 자그마한 평안 고리는 마치 한 자루 열쇠처럼 그가 오래도록 가슴 깊이 봉인해 두었던 기억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피비린내 풍기는 바람, 들판 가득 널린 시신들그 모든 광경이 그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고맙습니다.”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최지습은 과거의 회상에서 깨어났다.그는 평안 고리에서 시선을 거두고 김단을 바라보았다. 그는 살짝 고개만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떠나버렸다.그 모습을 본 여인은 익숙한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놀라지 마시오. 저분은 원래 말수가 적으신 분이시니. 그래도 마음은 따듯한 사람이오. 그때 그분이 아니었으면 우리 마을은 진즉 늑대의 침습을 받았을 거요.”그 여인은 묵혀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려 했다.그러나 김단의 마음속에는 다른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김단은 결국 그녀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실례지만, 아주머니… 여기서부터 한양까지 얼마나 멀어요?”“한양?”그 여인은 깜짝 놀라 외쳤다.그 소리에 마당에서 장작을 패던 최지습마저 도끼질을 멈추고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단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정말 한양에서 여기까지 떠내려온 거요?”김단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제가 실수로 장양강에 빠지고 말았어요.”“아이고 맙소사! 여기서부터 한양까지 족히 삼백 리는 될 텐데. 우리 마을 어귀의 그 조그만 강이 장양강과 이어져 있었다니.”삼백 리라...설령 길이 평탄하다 해도 밤낮으로 말을 달려야 보름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김단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 여인의 말대로라면 김단은 장양강의 지류를 타고 이곳까지 떠밀려 온 것이 분명하다.지류를 통해 왔다면 소한도 당장에는 눈치를 채지 못할 터.그러니 쉽게 그녀를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결론적으로 보면 이제 그녀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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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거칠게 갈라진 손바닥에는 두터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하지만 그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는 김단의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많이 힘들었겠소.”아주머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김단의 온몸에 난 상처 자국들이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이다.백우가 말하기를, 김단이 그날 입고 있던 옷차림은 부잣집 몸종 같았다고 했다.부잣집이면 다란 말인가? 어떻게 몸종을 이 지경이 되도록 때릴 수 있단 말인가? 몸종의 목숨은 목숨도 아닌 걸까? 만약 이 어린 것의 부모가 이 꼴을 본다면 대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그러나 아주머니는 이 말들을 끝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김단의 상처 난 마음을 건드릴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의 눈물을 본 김단 역시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붉어졌다.“춘 숙모, 이러지 마세요. 저는 이제 정말 괜찮아요.”이제 그녀는 한양을 떠나 그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멀어졌다.아팠던 과거는 모두 지난 일이다.한양에서 며칠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한다면 그 사람들은 분명 그녀가 죽은 줄로 여길 것이다.숙희, 그 아이는 분명 슬퍼하겠지만 이각이 곁에서 보살펴 주고 있으니 별일 없을 것이다. 또한, 소하 역시 그녀를 대신해 숙희를 살펴 줄 테니 이제 더 이상 걱정할 것도, 미련 가질 것도 없었다.앞으로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할지는 일단 몸을 다 추스른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김단의 말에 아주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소. 다 지나간 일이오. 여기서 푹 쉬면서 몸부터 회복하시오! 아 참, 이제 막 깨어났으니 내가 늙은 암탉 한 마리를 잡아 진하게 삼계탕을 끓여 줄 생각이오. 기운 좀 차려야 하지 않겠소.”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아주머니는 벌떡 일어나 총총 밖으로 나갔다.김단이 만류할 틈도 없이 그녀는 어느새 문밖으로 사라져버렸다.아주머니가 나오자 최지습은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내려놓고 일어서서 그녀를 배웅하려 했다.“아이고, 괜찮습니다!”아주머니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저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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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어쩌다가 이렇게 산산조각이 나 버린 거지?김단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촉촉해졌다.이 옥팔찌는 정씨 가문에서 그녀를 인정한 증표이자 그녀와 정암의 관계를 증명해 주는 물건이었다.김단이 그동안 이 팔찌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간직해 왔던가.그런데 결국에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가슴 한구석이 시큰하게 저려 왔다.김단은 고개를 푹 숙였다.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백우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나지막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고맙습니다. 백우님.”말을 마친 김단은 몸을 돌린 후 벽에 의지한 채 절뚝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백우는 이미 옥팔찌 위로 떨어지는 그녀의 눈물을 보았다.한편, 같은 시각삼백 리 떨어진 한양에서는 김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이 소식에 놀란 진산군과 임씨 부인은 다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임씨 부인은 가는 내내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진산군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바닥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목적지에 도착하자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눈앞에 놓인 커다란 관을 보게 되었다. 그걸 보는 순간 임씨 부인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분명 김단을 찾았다고 하지 않았었나?그런데 왜 날 맞이하는 것은 김단이 아니라 관인 거지?임학의 두 눈 밑은 검푸르게 물들어 있었다.진산군과 임씨 부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임씨 부인은 비틀거리며 그에게 다가섰다.“학아… 사람은? 이 어미를 놀라게 하지 말거라... 이... 이 안에 있는 것이……”임학은 여전히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사실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임학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찾아보거라” 혹은 “계속 수색해 보거라”그것뿐이었다.그토록 필사적으로 찾아 헤맸건만 결국 이런 모습이라니…멀지 않은 곳에는 소한이 맥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시선은 커다란 관에 고정되어 있었고 차가운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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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관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듯한 지독한 악취가 몰려왔다.진산군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다.그는 관 속에 든 시신을 확인하고는 너무 놀란 나머지 연거푸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시신은 이미 부풀어 오르고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여인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고 피부 색마저 변해 있었다.그러나 진산군은 시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이건 단이가 아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있던 소한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진산군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마치 한 줄기 희미한 희망이 비치는 듯했다.놀란건 임학도 마찬가지였다.진산군이 이렇게까지 확신하는 것을 보니 정말 단이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소하는 본능적으로 소한을 한번 힐끗 바라본 뒤 조심스레 물었다.“진산군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진산군이 떨리는 목소리로 꾸짖었다.“너희들 모두 정신이 나갔느냐? 단이의 몸은 원래 흉터투성이였던 것을 모르느냐? 설마 물에 빠졌다고 해서 흉터가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이냐?”이 관 속의 시신에는 흉터가 없었다!이 점은 소한과 소하 또한 수상쩍게 여기던 부분이었다.소하는 다시 한번 소한을 흘깃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한이가 말하길, 예전에 단이에게 흉터를 없애는 연고를 건넸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 연고 덕분에 단이의 흉터가 사라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진산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소한이 줬다고 해서 단이가 그걸 썼을 것 같으냐?”그는 차갑고 무거운 말투로 되물었다.“단이를 몰라서 하는 말이냐? 그 아이가 어떻게 소한의 물건을 쓰겠느냐!”그는 알고 있었다.단이는 소한을 증오하고 자신들까지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그러므로 그녀가 소한이 준 연고를 썼을 리 없었다.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이 밀려오자 진산군은 눈물을 훔치며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이 아이는 단이가 아니다! 절대!”그러자 임학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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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얼마 지나지 않아 진산군과 임씨 부인은 자리를 떠났다.그 뒤로 소하 역시 사람들을 이끌고 관을 끌고 나섰다.임학은 천천히 돌아서서 자신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계속 찾거라.”비록 그 시신이 단이 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생각했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까...그러니 끝까지 찾아야만 했다.그렇게 말한 뒤 떠나려던 찰나, 뜻밖에도 소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씨 성을 가진 산파라니, 그게 무슨 소리오?”소한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조금 전 임씨 부인이 한 말이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예전에 진산군 댁에서 임원을 데려온 전말에 대해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때 출산을 도왔던 산파가 단이와 임원을 바꿔치기했다고 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또 다른 조씨 성을 가진 산파가 나타났다는 건 무슨 말일까?임학은 무표정하게 소한을 바라보았다.대답할 마음 따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 했다.하지만 몇 걸음 내딛지도 못하고 다시 멈춰 섰다.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어둠이 그를 집어삼켰다.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소한을 바라보았다.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그려졌다.“보름전, 단이가 이 장양강에 떨어진 다음 날, 진산군 관저로 한 명의 산파가 찾아왔소. 그녀가 말했지. 단이야말로 진산군 댁의 진짜 핏줄이라고 말이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임학은 소한의 두 눈 속에서 서서히 피어나는 분노를 보았다.그 순간, 소한이 거칠게 다가와 그의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격분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뭐라고 했소? 방금 한 말, 다시 말해 보시오.”단이야말로 진산군의 친딸이라고?임학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그저 소한을 향해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못 들었소? 단이는 처음부터 진산군의 진짜 혈육이었단 말이오. 자네가 마땅히 아내로 맞아들여야 할 사람도 처음부터 단이었단 말이오.”단이는 원래 모두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성격을 간직한 채 한결같이 소한을 연모하며 자연스럽게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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