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김단은 태부가 보낸 청첩을 정암에게 보여주었다.두 사람은 햇빛이 좋은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정암은 햇빛에 청첩을 몇 번 돌려보아도 이해하지 못했다.“태부가 어찌 친히 구서를 위해 청첩을 보냈을까요?”태부는 구서가 손자라서 억지로 그런 몹쓸 인간을 먹여 살리고, 가끔 그를 위해 뒷일을 처리해 주었지만, 구서의 혼사까지는 응당히 관계하지 않을 텐데.구서가 비열한 놈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서, 어느 성한 집에서 딸을 그에게 보낼 것인가?태부가 진짜로 관여한다고 할지라도 집안이 변변치 못하고, 또 태부택에 얹혀가고 싶은 집안을 선택했을 것이다.어찌 진산군댁의 김단을 선택했을까?이렇게 생각하자, 정암은 또 인장 흔적을 문질렀다.“하지만, 이것은 확실히 태부의 인장입니다.”김단은 청첩을 손에 넣더니 탄식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태부도 자기의 생각이 있겠지요? 다만, 태부가 직접 나섰으니, 구서도 막 나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가겠다고도 했어요.” 정암은 김단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됐다.“그럼, 갈 때 머슴애 두 명 데리고 가요! 숙희도 데리고, 숙희는 어리지만, 몸체가 꽤 있어서 힘이 다른 사람보다 크고 영리하기까지 해서 진짜로 위험에 닥치면 숙희가 당신 앞에서 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이 말을 듣자, 김단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정암의 엄숙한 표정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정말 간이 크네요. 이 말을 숙희가 들었으면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정암도 웃으면서 처마 밑에서 정유이와 함께 옷을 씻고 있는 숙희를 봤다.“당신이 숙희를 데려가지 않을 것 같아서 농담했어요.”김단이 아무렇지 않다고 말해도, 상대는 구서다. 그녀는 절대로 숙희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김단은 정암의 걱정하는 말투를 알아듣고,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고 목에 있는 평안 목걸이를 만졌다.“당신이 준 평안 목걸이가 있어서, 아무 일 없을 겁니다.”3일 후.김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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