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291 - Chapter 300

769 Chapters

제 291화

임학은 한참 걸어도 화가 수그려지지 않았다.의원의 당부가 없었다면, 당장 돌아가 정암에게 주먹을 휘둘렀을 것이다.그는 관저로 돌아오자마자 매화당으로 향했다.임원의 상황도 살펴보고, 자신의 상처도 의원에게 보여 줄 생각이었다.지혈은 했지만 밖의 의원은 믿음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매화당의 문 앞에 도착하자 금방 치료를 끝낸 의원과 마주쳤다.의원은 그를 보고 예의를 갖추었다.“도련님을 뵙습니다.”임학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원이의 상처는 어떠하오?”의원이 답했다.“우려 안 하셔도 돼옵니다, 큰 아씨의 검이 완벽하게 빗겨 나가 생명에는 위험이 없사옵니다. 가슴 팍의 상처도 깊지 않아 몸종에게 약을 바르라 시켰사옵니다.”임학은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김단의 검술은 자신이 가르쳤기 때문이다.하지만 잠시뿐 이었다.어렸을 때 괴롭히는 사내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알려 준 기술이다.그 기술이 자신의 여동생에게 쓰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임학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이 옆에 잠시 있다가 의원을 찾아가겠소이다.”그는 매화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때, 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작은 아씨는 지금 매화당에 계시지 않습니다.”임학은 깜짝 놀랐다.“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데, 어디 갔단 말이오?”의원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입가에는 비웃음이 섞였다.“아씨께서는 아씨가 큰 마님을 다치게 하였으니, 안채로 가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비겠다 하였나이다.”그의 말에 임학은 심장이 떨려왔다.곧바로 몸을 돌려 안채로 향했다.의원은 멀어져가는 임학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저 고개를 저으며 한숨만 내쉴 뿐 이다.잠시 뒤, 임학이 안채에 도착했다.의원의 말대로 임원이 조모의 방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양옆으로 진산군과 임 씨 부인이 그녀를 설득하고 있었다.하지만 임원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상처에 피가 흘러도, 얼굴이 창백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임학은 눈살을 찌푸렸다.다가가서 그녀를
Read more

제 292화

“원아, 네가 선의의 마음으로 그랬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않느냐, 저번에도 단이에게 크게 혼났는데, 어찌 기억을 못 하는 것이야? 알다시피 단이가 제일 걱정하는 이는 조모다, 네가 조모를 건드리면 그 계집이 너를 죽이려고 달려들 것이란 말이다!”임원은 임학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눈물이 한 방울씩 바닥으로 떨어졌다.하지만 눈가에는 전혀 다른 의도가 감돌았다.그렇다, 모를 리 없다.조모는 김단의 '약점' 이다,만약 조모가 죽지 않으면 김단도 관저를 절대 나가지 않는다.절연?말이 되는 소리!김단이 진정 절연을 하고 싶었다면,명정 대군에게 얻어맞았을 때야말로 해야 했다.아니, 3년 전에야말로 절연해야 했다!하지만 결국 김단은 여전히 관저의 큰 아씨라는 신분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임원, 자신이야말로 관저의 아씨다.헌데 어찌 김단에게 억압 당하고, 위협을 당하는 것인가.저번에도 다섯 날 동안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못했다.다음에도 김단이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더 이상 소한의 약혼자가 아님에도 자신의 혼례는 늦춰지고 있다.아버지, 어머니, 오라버니 모두가 김단을 아끼고 있다!그녀는 무서웠다.모든 것이 다시 김단에게 돌아갈까 봐 두려웠다.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임원은 어떻게든 김단을 내쫓야만 했다.그녀는 생각할수록 눈물이 더욱 거세졌다.상처는 생각하지 않고 방 문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조모, 모두 소녀의 잘못이옵니다.소녀가 어리석었사옵니다. 그저 누이와 헤어지는 것이 싫어 그리하였사옵니다. 모든 잘못은 소녀의 것이옵니다!”그리고는 머리를 계속 조아렸다.아물지 않은 상처에 피가 흘러 그녀의 옷에 묻었다.임 씨 부인은 마음이 아팠다.서둘러 임원 옆에 앉아 그녀를 부축했다.이때, 조모의 방문이 열렸다.김단이었다.빨갛고 부은 눈에 초췌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그들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문을 닫았다.김단은 임원에게 다가갔다.미친 것처럼 날뛰다가 한바탕 울기까지 한 탓일까
Read more

제 293화

임원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또한 하루 종일 무릎을 꿇은 이유도 그들에게 비난받지 않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이다.곧이어 김단이 뺨을 내리치자 계획을 한 듯이 자연스럽게 임 씨 부인을 안았다.임 씨 부인은 마음이 아팠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김단은 무기력 해보였다.하지만 순식간에 힘을 써서 뺨을 내려칠 줄은 몰랐다.그 바람에 임원은 혀까지 씹고 말았다.입안에 퍼지는 피비린내에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입술에 피가 고여 있는 모습에 진산군이 김단의 팔을 잡았다.“단아, 네가 조모를 염려하는 마음을 안다. 하지만 원이가 네 탓에 다치지 않았느냐, 한 번만 더 내리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지 않겠느냐!”“저 계집이 자초한 일 입니다.”김단은 단호했다.평온한 말투에는 증오의 감정이 섞였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임원을 죽이고 싶다.이때, 김단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진심으로 참회하러 온 것이 아니 옵니까?”그녀는 진심, 이라는 두 글자를 강조했다.임원은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것 마냥 입을 열었다.“누이, 소, 소녀가 잘못했사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곧 있으면 죽을 것 같이 희미했다.김단의 두 눈동자가 점점 짙어졌다.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위선적인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옅은 미소를 보였다.“그럼 계속 무릎 꿇고 계시지요, 그토록 진심이시면 하늘에서도 가엾이 여겨 조모를 도와줄 수도 있지 않겠소?”그녀의 말에 임원이 멈칫했다.허약한 자신에게 어찌 계속 꿇어 있으라는 말 인가.임학은 찢어질듯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김단에게 큰소리쳤다.“김단, 적당히 해. 원이의 상처가 저리 심한데..”이때, 김단이 그의 말을 끊었다.임학이 아닌 임원을 보며 물었다.“어찌, 아씨께서는 그저 시늉하러 오신 겁니까?”“아니, 아니 옵니다! 소녀는 진심으로 참회하러 왔사옵니다!”임원은 서둘러 답했다.어찌 자신이 시늉을 하러 왔다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김단은 그녀의 속셈을 눈치챘다.코웃음을 치고는 답했다.“예, 진심이면 되옵니다
Read more

제 294화

임원은 반신반의한 채로 약을 건네받았다.그리고 그들 앞에서 약을 먹었다.김단이 물었다.“어떠하시오? 한양 서쪽에서 돌아왔을 때, 먹었던 약이오. 효과가 아주 좋았소.”한양 서쪽이라는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움찔했다.그녀가 관저로 돌아왔을 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몸 전체에 상처가 나서 피가 멈추지 않았었다.지금 임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즉, 이 약은 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임원은 약을 삼켰다.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소.”그녀는 말하는 도중에 임 씨 부인의 품에서 나왔다.고통을 참고 다시 무릎을 꿇었다.김단은 그제야 만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하시면 더 줄 수 있소이다, 힘들면 말씀하시오."말을 끝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김단의 가느다란 목소리와 더딘 행동이 곧 있으면 쓰러질 것 같다.마치 임원에게 검을 휘둘렀다는 사실이 거짓말 같았다.진산군은 김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쓰려왔다.이때, 수 나인이 입을 열었다.“도련님의 등에 아직 상처가 있다. 여봐라, 의원을 부르거라! 마님께서도 기력이 약하시온데, 이리 계속 눈물만 흘리시면 아니 되옵니다. 여봐라, 어서 부인을 방으로 모셔라. 대감 마님, 큰 마님께서 이대로는 오래 버티시기 어려우실 것이옵니다. 금일은 아씨께서 곁을 지키고 계시나, 내일은 대감 마님께서 직접 지켜야 하옵니다... 지금 쉬지 않으시면, 그 몸이 버티지 못하옵니다.”임원은 당황했다.수 나인의 몇 마디에 임 씨 가족들이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하지만 수 나인은 오랜 시간 조모를 지켰다.그리하여 관저에서는 힘이 있었다.임 씨 가족을 걱정하는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몸종들이 임 씨 부인을 부축했다.임 씨 부인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방 안을 쳐다보았다.그리고 무릎 꿇고 있는 임원을 쳐다 보았다.결국 고개를 저었다.곧이어 몸종들이 그녀를 부축하여 자리를 옮겼다.임학은 등이 찢어질 듯 아팠다.임원이 많이 다치지
Read more

제 295화

해가 저물고, 하늘이 어두워졌다.임원은 자신이 얼마나 꿇고 있었는지 모른다.그저 불어오는 바람에 추웠다.두 다리는 이미 감각이 없다.가슴 팍의 상처만 심장 박동에 따라 아파왔다.그 덕분에 희미해지던 정신을 겨우 붙잡을 수 있었다.고개를 들자 방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사람의 그림자를 보자 코 끝이 찡했다.그녀는 왜 자신이 이러한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큰 마님은 곧 죽을 사람이다, 화병으로 지금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른 가.김단은 관저와 절연하려 하지 않았는 가,자신이 오히려 그녀를 도와준 것이 아닌가.생각하면 할수록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이때, 임학이 안채에 도착했다.의원에게 상처를 치료받은 뒤, 추워할 임원에게 겉옷을 주려 찾아온 것이다.곧이어 처참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철렁했다.“원이야.”임원은 그의 소리를 들었다.안광 없는 눈으로 서둘러 주위를 살폈다.곧이어 걱정 어린 표정의 임학을 보고 나서야 울음을 터뜨렸다.“흑흑, 오라버니, 저 아픕니다, 흑흑흑…”임원의 울음에 임학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서둘러 가져온 겉옷을 임원에게 걸쳐 주었다.“그래, 이만하면 되었다. 오라버니가 부축해서 데려 가마.”그의 말에 임원은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원을 부축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은 이미 임학을 향해 있었다.이때, 조모의 방문이 열렸다.곧이어 불빛이 두 사람을 비추었다.그리고는 그림자 하나가 불빛을 막았다.“지금 가시오?”김단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화가 나지 않아 보이지만 그녀의 두 눈은 빨갛게 부어있었다.심지어 그녀의 말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섬뜩한 모습에 임학이 미간을 찌푸렸다.곧이어 김단을 보지도 않고 답했다.“원이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어, 데려가야 해.”그의 말에 김단이 코웃음을 쳤다.“수 나인이 약을 주셨나이다. 헌데 아씨의 몸이 조모의 몸보다 허약 하나 봅니다.”임원의 몸이 굳어 버렸다.부축하는 임학의 행동이 미세하게 느려졌다.이를 느낀
Read more

제 296화

조모의 눈빛에 광이 돌았다.김단은 마치 자신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천천히 다가가 조심스럽게 불렀다.“조모…”조모가 눈을 들어 미소를 지어 보였다.“단아, 이리 와서 안아주렴.”곧이어 김단이 다급하게 그녀의 품에 안겼다.“흑흑, 농이 지나치십니다. 소녀는, 조모께서...”김단은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울고 나서 허약해졌던 몸은 조모 덕분에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잃었다가 다시 얻은 기분에 묘해졌다.이때, 그들의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모.”다름 아닌 임학이었다.김단은 눈살을 찌푸렸다.조모의 품에서 나와 그를 쳐다보았다.혹여 임학이 임원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오면, 뺨을 때려 내쫓을 생각이었다.하지만 다행히도 임학은 조모께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그는 천천히 조모의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두 눈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조모께서 눈을 뜨시니 다행이옵니다.”조모는 그를 보고 마음이 복잡했다.임학은 관저의 유일한 남식이다.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으며, 마찬가지로 그녀도 임학을 아꼈다.하지만 김단에게 한 짓을 떠올리자 마냥 기쁘지 않았다.잠시 생각하고는 결국 임학에게 손을 내밀었다.임학은 마음이 쓰렸다.곧이어 조모의 손을 붙잡았다.조모는 그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이고, 우리 학이가 이렇게나 컸구나. 이 조모의 손보다 훨씬 크다.”웃자고 하는 말에 임학의 눈가가 더욱 붉어졌다.조모가 계속 말을 이었다.“내 네 두 사람이 어렸을 때가 아직도 눈에 훤하다. 하나는 나무에 달려 있는 복숭아를 먹고 싶어 했지, 하필 제일 꼭대기에 있는 게 맛있다면서 고집을 피웠어. 또 하나는 여동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원숭이처럼 나무 위로 올라갔지. 이 조모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진산군을 불러서 망정이지,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몰라.”임학과 김단은 조모가 과거 일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은 이미 잊은 듯 했다.조모는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Read more

제 297화

“조모..”임학의 목소리가 떨렸다.이유는 모르지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조모는 전보다 더 정정해 보였다.목소리에도 힘이 가득했다.하지만..알지 못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가만히 있는 임학을 보고 조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찌, 조모의 말이 말 같지가 않느냐?”“오해십니다!”임학은 서둘러 부인했다.다급한 마음에 목소리가 떨렸다.“손자, 어떠한 것이든 다 따르겠나이다!”“그래야지!”조모는 그제야 안심한 듯 보였다.잡고 있던 임학의 손을 놓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가서 네 아비를 불러와라. 조모가 할 말이 있다, 전하라.”임학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김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급하게 눈물을 닦아냈다.그는 그제야 방에서 나갔다.임학이 나가자마자 김단이 조모를 불렀다.“조모..”떨리는 목소리에 두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피로하시지 않사옵니까? 아니면 잠시 쉬시는 것이 어떠 하옵니까?”조모는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손가락으로 장농을 가리켰다.“가서 물건을 가져오너라.”김단이 멈칫했다.이 전에 조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장롱 안에는 자신을 위해 남겨 둔 물건이 들어 있다고 했다.허나 지금 보여 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함이 밀려왔다.김단은 움직 일 수가 없었다.곧이어 조모가 그녀를 보고 재촉했다.“단아, 가져 오거라.”김단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장농을 열자 작은 나무 상자가 들어 있었다.금사남목으로 제조되어, 사방에는 금이 둘러져 있었다.김단은 조심히 상자를 들어 조모에게 가져다주었다."여기 있사옵니다."조모는 상자를 건네받았다.마른 손으로 상자를 쓰다 듬었다.마치 먼 과거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다.“내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품이다…”금사남목의 나무 상자는 조모의 혼수 중 하나다.작은 탄식을 몇 번 하고는 그제야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정갈하게 싸인 은지폐와 토지 증서를 제외하고, 투명하고 윤기있는 옥패가 들어있었다.옥패에는 '목' 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Read more

제 298화

김단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도중에도 여러번 고개를 돌려 조모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그러고는 서둘러 매화당으로 달려갔다.나무 상자를 방 안에 놓고, 다급하게 세수를 했다.옷도 갈아입지 않은 체 다시 안채로 향했다.김단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진산군이 조모의 침상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기류가 이상했다.김단에게 보였던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조모는 그저 어두운 위엄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김단이 돌아오자 조모가 입을 열었다.“단아, 이리 오거라.”그녀의 말에 서둘러 다가갔다.진산군의 옆으로 다가가자 조모가 말했다.“꿇거라.”김단은 조모의 말에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조모가 다시 말을 이었다.“김단, 넌 임 씨 가문에서 열여덟 해를 보내었다. 혈연의 관계는 없다, 허나 네 아비와 어미는 어렸을 때부터 널 지키고 아껴주며, 친자식처럼 대해주었다. 그 점은 인정하느냐?”15년 동안 김단을 지키고, 아껴준 것은 사실이다.김단은 고개를 끄덕였다.“인정하는 바옵니다.”“그리하면 네 아비께 머리를 조아리거라.”조모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김단은 감히 원망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곧이어 몸을 돌려 진산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조모가 다시 말을 이었다.“네 친 여식이 돌아오고 나서, 넌 양녀를 엄격하게 대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다치게 한 점에 대해 인정하느냐?”진산군의 어깨가 떨렸다.그저 고개를 떨구어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조모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리하면 부녀의 정은 다 하였다. 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결정하겠노라, 내 앞에서 세 번 손뼉을 치거라.”손뼉을 세 번 치는 것은 절연을 의미한다.진산군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어머니!”그는 조모가 이러한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김단은 심장이 떨려왔다.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라 한 것은 임 씨 가문에게 길러준 은혜를
Read more

제 299화

“조모!”“어머니!”김단과 진산군이 그녀를 불렀다.하지만 조모는 눈을 뜨지 않았다.김단이 다급하게 의원을 불렀다.“의원! 어서 의원을 부르거라!”말하는 도중에도 조모의 손을 놓지 않았다.조모의 손을 자신의 얼굴에 붙였다.“조모, 눈을 뜨시옵소서. 제발, 제발!”김단과 진산군이 아무리 불러도 조모는 눈을 뜨지 않았다.미소를 지은 체 움직이지 않았다.의원이 문밖에 있다가 그들의 고함 소리에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다.그가 손을 뻗어 조모의 코에 갖다 댔다.그리고 목의 맥을 짚고는 손을 걷었다.얕은 탄식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대감마님, 아씨. 큰 마님께서 숨을 거두셨습니다...”“그럴 리가 없다!”진산군이 다급하게 부인했다.“방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으셨단 말이다!”김단도 믿을 수 없었다.“열흘은 버틸 수 있다고 하셨지 않으셨습니까? 하루도 지나지 않았소!”의원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들에게 예의를 갖추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남아있는 힘을 다 쓰셨을 거라고 추측되옵니다.”마치 해가 지기 전에 햇살이 있는 힘을 다해 비추는 것과 같다.하지만 의원도 정확하게 알 도리가 없었다.며칠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수 나인은 알고 있었다.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훌쩍거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큰 마님께서는 큰 아씨께서 다시 수모를 겪을까 두려워하시었을 것이옵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큰 아씨를 도우려 하신 것이지요.”그녀의 말에 의원이 깨달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큰 마님이 깨어난 것은 다름 아닌 집념, 때문이었다.집념 때문에 흐려진 의식에도 깨어 날 수 있었던 것이다.수 나인의 말에 김단은 미친 것처럼 울기 시작했다.“다 제 탓입니다, 조모...”조모를 벼랑 끝까지 내민 것은 자신이다,남아있는 힘을 쓰게 한 것도 자신이다.결국 자신의 자유를 쓰기 위해 조모가 희생 한 것이다.자신이 아무 힘이 없기에, 조모가 걱정을 하고, 조모가 마지막 힘을 내뱉었다.모두 자신의 탓이다.김단
Read more

제 300화

그가 15년 동안 키운 여식이다…비통함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진산군의 눈가가 붉어졌다.하지만 사람들 앞이라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앞으로 계속 걸었다.어디까지 왔을까.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정신을 차려 주위를 살폈다.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등불 하나, 빛 하나조차 없었다.진산군은 그제야 힘이 다 풀린 듯 바닥에 엎드렸다.곧이어 마치 거대한 바위가 깨질 것 같은 고함을 질렀다.비통함이 어느새 통곡으로 변했다.날이 밝기도 전에 조모의 부고가 사가의 종친들에게 전해졌다.소한은 부고 소식을 받고 서둘러 진산군 관저로 향했다.빈소 안.흰 비단이 높게 걸려 있다.임학은 임 씨 부인과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소한이 향을 피우러 들어오고 그들에게 예의를 갖추었다.하지만 그는 빈소를 둘러보기 바빴다.임학은 소한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임 씨 부인에게 몇 마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곧이어 소한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임학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한이 물었다.“단이는 어딨소?”임학은 짜증이 밀려왔다.“울다가 몇 번이나 기절했는지 모르네, 지금은 의원이 준 약을 먹고 쉬는 중이오.”그는 말하는 도중에도 소한을 노려 보았다.하지만 소한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학은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소한, 원이는 궁금하지 않은 것이오?자네는 누구의 약혼자인지 인지하시오!”그의 말에 소한은 눈을 내리 깔았다.하지만 눈썹은 움찔거렸다.당연하다는 듯 임원의 안위는 묻지 않았다.임학은 그의 이러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곧이어 소한의 뒤를 한 번 보고 물었다.“정암은 어디갔소?”정암은 무조건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그를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김단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정암뿐이다.소한이 입을 열었다.“갔소.”“어디를?”임학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이 물었다.“어디를 갔단 말이오?”“당우리의 산적이 촌 사람을 죽였소, 전하께
Read more
PREV
1
...
2829303132
...
7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