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의 모든 챕터: 챕터 221 - 챕터 230

263 챕터

제221화

갑자기 들린 고함소리에 소한이 멈칫했다.하지만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머리도 움직이지 않았다.유일하게 검은 눈동자만 문을 향해 천천히 문쪽으로 움직였다.눈에는 서늘한 불쾌함이 비쳤다.마치 자신의 일을 망친 임원이 원망스러운 눈빛이다.임원은 처음 보는 소한의 눈빛에 눈물이 흘러내렸다.임학이 그제야 임원의 뒤에서 나타났다.“안 들어가고 뭐 하는 것이야?”고개를 들자 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가까운 두 사람의 모습에 임학이 크게 화를 냈다. 그는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그리고 소한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았다.“이 짐승 같은 놈!”소한은 주먹을 피하려고 그제야 손을 놓았다.김단은 소한을 저지하던 힘을 빼기 전이라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결국 머리가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걱정해주지 않았다.임학과 소한은 서로 때리기 바빴다.한편, 임원은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다.다행히도 김단은 연약한 아씨가 아니다.넘어졌어도 그저 머리를 어루만질 뿐이다.그녀는 임학과 소한을 한번 바라보았다.여전히 서로를 때리기 바빴다.김단은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시비가 얽힌 곳은 가능한 한 일찍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임원의 곁을 지나가자 그녀를 붙잡았다.김단이 눈살을 찌푸렸다.붙잡힌 자신의 팔을 보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이거 놓거라.”이럴 때라면 소한을 찾아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지만 임원이 고개를 돌려 김단을 바라보았다.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똑바로 이야기 해주시오.”김단이 다시 물었다.“뭐?”임원이 갑자기 미친듯이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여기 남아서 똑바로 이야기 해주시란 말입니다!”처량하고 날카로운 소리에 두 사내가 싸움을 멈추었다.그들은 처음 보는 임원의 모습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김단도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이다.그녀는 임원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눈물 가득 고인 눈으로 김단을 뚫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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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김단은 눈썹을 치켜들었다.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임학을 바라보았다.방금 전 일은 누가 보아도 김단이 수동적이었다.하지만 임 씨 가문의 남매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이때, 소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 잘못이오, 김 낭자와는 상관이 없소.”그는 모든 잘못을 자신이 떠안으려 하는 태도를 보였다.임원의 눈물이 더욱 거세졌다.“장,장군님..”그녀는 모두 김단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김단이 소한을 유혹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소한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잘못이라 인정하고 말았다.임원은 마음이 칼로 도난질 당하는 것처럼 아팠다.계속 훌쩍거리며 눈물을 훔쳤다.“장군께서 누이를 연모하신다면 어찌 말씀을 아니하셨사옵니까? 이 혼인은 본디 누이의 것이옵니다. 소녀가 누이의 혼인을 빼앗았으나, 다시 돌려드릴 수 있사옵니다. 헌데 왜 말을 안하시고, 왜...흑흑흑...”임학은 마음이 아파왔다.서둘러 그녀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그게 어찌 저 계집 것이야? 저 계집이 네 신분을 훔쳤던 것이야! 저 계집의 모친이 생각이 똑바르고, 너와 바꾸지만 않았다면 시골에서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야! 15년 동안 가족한테 사랑받아야 할 사람은 너였다. 소한의 죽마고우 또한 너여야 했다! 그 혼인도 본디 네 것이 아니더냐, 누구한테 다시 돌려준다는 것이야? 은혜도 모르고, 양심도 없는 계집한테 다시 돌려주려고 하는 것이야?”곧이어 다정한 말투로 임원을 달랬다.“뚝,그만 울거라. 이 오라버니가 네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익숙한 말이다.김단은 뇌리에 수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매 장면이 현재 임학의 모습과 완벽하게 겹쳤다.그는 동생을 달랠 때, 항상 그러했다.다정한 말투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또한 동생이 울면 눈물을 닦아주고, 웃긴 표정으로 달래주었다.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임학은 여전했다.그때와 다른 점은 자신이 더 이상 그의 여동생이 아니라는 것이다.사실 임학의 말이 옳다.김단의 15년은 본디 임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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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사람을 착각 했다.'임학이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임원이 그 말에 바로 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소한을 바라보았다.“장군님께서는 누이를 누,누구로 착각 하셨사옵니까?”소한의 눈가가 저절로 찌푸려졌다.알아들을 법한 말을 그녀가 짚어서 따질 줄은 몰랐다.하지만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목격한 임원에게는 확실한 대답이 필요했다.소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 안의 분위기가 다시 굳어지는 듯했다.이때, 임학이 입을 열었다.“당연히 너라고 착각한 거야! 술에 취해서 몽롱하고, 진산군 댁에서 아씨가 왔다고 하니 김단을 너로 착각 한 것이야!”그는 상 밑으로 소한을 발로 계속 찼다.그리고 표정으로 그에게 눈치를 주었다.“내 말이 맞소?”소한은 임학을 한번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응.'이라고 대답했다.하지만 그는 장군이다.군의 사람들과 자주 술을 마신 덕에 임학보다 주량이 많기 마련이다.오늘 그가 마신 주량은 몽롱해질 수는 있으나, 사람을 착각 할 정도는 아니었다.어쩌면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운 것 일 수도 있다.소한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사실 그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초반에는 참을 수 있었다.하지만 김단이 정암과 혼인을 한다고 하자, 가슴속에 맺힌 떨떠름한 분노는 참을 수 없었다.그는 김단에게 자신을 연모했으면서 왜 정암을 연모하는지 물었었다.그리 쉽게 마음이 변하는 것인가,생각하면 할수록 분노가 들끓어 상 위에 올려진 손을 꽉 쥐었다.임원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방금 전의 비통함은 부끄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하지만 임학은 소한의 심정을 정확히 짚어냈다.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다.그리하여 임학이 소한의 심정을 모를리가 없다.자칫하면 임원에게 들킬 것만 같은 소한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소한, 나가서 손님 맞는 걸 도와주게나.”임학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임원이 의아해하며 그를 향해 물었다.“오라버니, 왜 장군님도 데려가시려 하옵니까?”연회 주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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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그 말은 사람을 착각할 리 없다는 뜻이다.그러자 임원의 두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김단은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곧이어 입을 삐죽 내밀고는 웃음을 터트렸다.“3년을 궁에서 지내고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임 씨 부인께서 서둘러 혼인을 준비하셨소. 도련님도 참 열정적으로 도와주셨지, 그래, 18살이면 다 큰 것과 다름없소. 하지만 낭자는 어떠하오? 소 장군과 오래전에 약혼을 했을 터인데, 왜 지금까지 혼인을 하지 않는 것이오? 3년 동안 좋은 날이 하나도 없던 것이 아닐텐데.”그녀는 임원의 정신을 흔들어 놓았다.두 사람이 혼인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임 씨 부인이 김단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그녀가 김단에게 의사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소한이 임원을 고집했다면 임 씨 부인의 결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오랜 시간 동안 혼인을 하지 못한 이유는 결국 소한의 의사 문제였다.임원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동시에 눈물도 같이 떨어졌다.하지만 두 사내가 있을 때 지은 불쌍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다.그리고 김단을 쳐다보았다.마치 흥분한 짐승을 연상케 했다.“그게 무슨 뜻이오? 누이의 말은 장군님께서 누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이오? 하지만 잊지 마시오. 3년 전, 혼인 문제로 친히 장군님을 찾아뵈었을 때, 장군님은 누이를 버렸소.”김단이 눈살을 찌푸렸다.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낭자의 말이 맞소.”두 사람의 일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자신의 두 발로 소한에게 찾아간 것도 맞고,소한이 그녀를 내친 것도 맞다.하지만 김단에게 전혀 타격이 되지 않았다.그녀는 임원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하지만 낭자도 잊지 마셔야 할 것이 있소. 얻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언제나 좋은 것이오.”이전에 궁녀들의 대화에서 들은 말이다.오늘날에 임원의 화를 돋우기 위해 아주 적절한 내용이었다.임원은 그녀의 혼인에 관여하기를 좋아하지 않는가,이제는 자신의 혼인이 물 건너 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김단의 당당한 미소에 그녀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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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30분 뒤, 임학과 소한이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방 안에는 김단 혼자 앉아 있었다.임학이 당황하며 물었다.“원이는?”김단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찻잔에 차를 부었다.“갔습니다.”“어디를 간 것이야?”임학이 물었다.하지만 김단은 어깨를 들썩거릴 뿐이었다.“제가 임 낭자 뱃속에 사는 회충도 아닌데,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네 이년!”김단의 태도에 임학은 화가 났다.하지만 오늘 연회의 목적은 김단의 혼인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다.“손님들 거의 다 도착했네, 연회도 곧 시작될 것이야. 할 일이 없거든 남아서 보고 가거라.”임학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서둘러 자리를 떴다.김단은 쥐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겼다.소한의 곁을 지나려 할 때, 그가 막아섰다.“무슨 말을 한 것 이오?”낮은 목소리에 그녀를 경계하는 것 같은 말투가 섞였다.방금 전 술에 취해 그녀를 대했던 태도와는 전혀 달랐다.김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소한은 그녀가 임원에게 무슨 말을 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그는 김단을 잘 아는 것일까, 아니면 임원을 잘 아는 것일까.하지만 김단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맞춰 보시지요.”말을 끝내고 밖으로 향했다.밑 층에는 사람들이 꽉 찼다.그들은 명단에 있었던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예상한대로 서자 또는 방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진정한 후계자 중, 몰락한 가문의 양녀와 혼인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임학은 이 사실을 알고 그들을 초대한 것이다.김단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사실 그녀도 명문세가의 공자와 혼인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리하여 대가족의 장남 또는 서자만 초대 했다면 그저 넘어갔을 것이다.하지만 초대받은 사람 중에 변절자도 많았다.임학은 김단에게 변절자가 어울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또한 도덕과 지식도 없어도 신분이 비슷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상대가 아무리 변절자 여도 상관없었다.김단은 설움을 억누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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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었다.이유가 무엇일까,소한은 알 수 없었다.한편, 옆에 있던 임학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었다.곧이어 밑 층의 모서리로 향해 시선을 옮겼다.그 모서리에는 한 사내가 앉아 계속 위층을 보고 있었다.임학과 눈이 마주치자 신호를 받은 것처럼 정암을 불렀다.“이봐, 이리 좀 와봐!”김단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곧이어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서화청이었다!그녀를 물에 빠뜨려 죽일 뻔한 사람이다.임학에게 뺨을 내려쳐 경고를 했던 터라, 그를 불러들일 줄은 몰랐다.김단은 눈살을 찌푸렸다.곧이어 임학을 노려 보았다. 그는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저 밑 층을 바라보며 모른 척하기 바빴다.이때, 정암이 서화청에게 다가갔다.서화청이 갑자기 자신의 음식을 정암에게 끼얹었다.다행히도 정암의 반응이 빨라 옷에 조금 묻고 나머지는 바닥에 쏟아졌다.그 바람에 사람들의 시선이 정암에게 집중되었다.김단은 긴장하며 밑층을 바라보았다.“감히 피해?”서화청의 목소리가 들렸다.“심부름꾼 주제에 감히 피하려고 들어?!”소란스러운 소리에 관리자가 서둘러 다가갔다.미소를 지으며 서화청에게 계속 사과를 했다.“서 공자께서는 노여움을 푸시옵소서.방금 온 아이라 이곳의 법도를 다 알지 못한 탓이옵니다. 대인배이신 공자께서 오늘 회주를 보아 한 번쯤은 눈 감아 주심이 어떠하옵니까?”관리자는 연회의 회주를 특별히 언급했다.서화청이 체면을 구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하지만 그야말로 회주의 명을 받고 연기를 하는 사람이었다.서화청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좋소, 그럼 바닥에 쏟은 음식 모두 주워 먹으시게.”정암을 향한 말이었다.하지만 정암은 종사관이다.전쟁에서 생과 사를 오가는 사람이 쉽게 굴복할리 없다.이때, 관리자가 대답했다.“예, 제가 하겠습니다.”그가 무릎을 꿇으려 하자 정암이 눈살을 찌푸렸다.서둘러 관리자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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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김단은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정암을 저지하고는 자신이 직접 음식을 집어 들었다.그는 깜짝 놀랐다.서둘러 김단을 저지하려고 할 때,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김단이 집어 든 음식을 서화청의 입에 구겨 넣은 것이다.서화청은 깜짝 놀라 뒷걸음을 쳤다.하지만 이미 얼굴은 음식에 엉망진창이 되었다.호조판서네 서자인 그는 단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서하청은 크게 분노했다.“감히 나에게 손을 대? 무엄하도다! ”“이제 네 고모할머니도 못 알아보는 거냐!”소리가 크지는 않았다.하지만 모두가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한양에서 서하청에게 고함을 지를 수 있는 여인은 많지 않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김단에게 집중되었다.예전이라면 서하청은 김단을 피해 달아났을 것이다.하지만 김단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서하청은 한참을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진산군 관저의 아씨 아니십니까.”그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리고 정암을 한번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낭자, 잠시 말씀을 나눌 수 있겠습니까.”임학에게서 정암을 혼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알려 주고 싶었다.그리하면 김단이 더 이상 끼어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김단은 그를 무시했다.“꺼지시오.”서하청은 멈칫했다.아무리 서자 신분이라 할지어도 이러한 태도로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어릴 때, 임학에게 맞지만 않았다면 그를 무서워하지도 않을 것이다.김단이 체면을 구기자 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하지만 좋게 그녀를 타일렀다.“김 낭자, 할 말이 있으면 좋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하지만 김단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서하청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정암에게 시비를 걸리 없다.또한 정암이 연고도 없이 자신의 주선 연회 자리에 나타날 리 없었다.십중팔구 모두 임학과 소한이 저지른 짓이 분명했다.하지만 우연하게도 그녀는 서하청에게 오랜 원한을 품고 있었다.“공자 같은 사람과는 할 말이 없나이다.”서하청은 그녀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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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이때, 주위 사람들이 말을 더했다.“그러니까 말이오. 진산군 관저의 체면을 생각해서 온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올 생각도 안 했소이다!”“나도 어머니가 부추기는 바람에 온 것이오.”“사실 저런 계집은 내 취향이 아니오.다만 진산군 관저 때문에 참가 한 것이오.”“결국에는 양녀가 아닌가, 어머니도 반대하실 게 분명하지.”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김단을 손가락질했다.한편, 위층에 있던 임학과 소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임학은 난간을 꽉 잡았다.그는 김단의 눈빛을 보고 일을 망쳤다고 생각했다.정암은 분노가 들끓었다.김단 마저도 그의 팔이 딱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가 충동적인 짓을 저지를 까봐 걱정이 되었다.서둘러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려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정암은 자리에 얼어붙었다.이런 상황에 자신에게 따스하게 미소를 지을 줄은 몰랐다.미소는 마치 부드러운 물을 연상케 했다.그의 분노도 사르르 녹아 버렸다.하지만 김단이 그럴수록 마음이 아파왔다.결코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하지만 왜 그녀가 모든 것을 참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정암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살의에 가득한 눈빛으로 서하청을 노려 보았다.꽉 쥔 주먹은 딱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하지만 김단은 담담하게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곧이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들의 비난은 세답방 궁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나쁜 년', '진산군 관저가 버린 년','아무도 원하지 않는 년' 같은 말은 너무 많이 들어 귀가 간지러울 지경이다.처음에는 화가 나서 궐 사람들을 때리기도 했다.하지만 결국 나인에게 채찍질을 당하고 말았다.그리고 서서히 그들의 말이 사실처럼 느껴졌다.세답방에 들어간 후로 진산군 댁에서는 편지 한 통도 없었다.김단은 그제야 자신이 버림받은 양녀라는 것을 깨달았다.더 이상 자신을 원하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사실이기에 화를 낼 필요가 없다.서하청은 김단이 미소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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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밤낮 따지지 않고 술만 마셔대는 망나니들이 진정한 살의를 본 적이나 있을까,그들은 두려움에 얼어붙었다.피 흘리는 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도 없었다.위층의 임학과 소한도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하청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랐다.하지만 자신에게 협박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결국 그는 체면이 구겨졌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그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마냥 크게 소리 질렀다.“무엄하다! 네가 감히 사람을 해치다니?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은 모두 고귀하신 분들이시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내가 네놈을 관청에 고발하여,십팔 년 동안 갇혀 두겠다고 말이다!”“예, 그렇게 하시지요.”정암의 안색이 어두웠다.그는 죽일듯이 서하청을 바라 보았다.또한 목소리는 낮아서 무섭기 그지없다.“그렇게 되어도 개의치 않소이다.”정암은 서하청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서하청은 계속 뒷걸음을 치다가 의자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유난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정암은 차가운 눈빛으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눈빛이 두려워 하나둘씩 도망가는 사람이 생겼다.잠시 뒤, 취향각에는 사람이 몇 명 남지 않았다.남은 몇 사람들은 한양에서 나쁜 짓만 골라 하는 망나니들이었다.그들은 막강한 집안이 바쳐 주고 있었다.그리하여 정암을 두려워하지 않았다.특히 구태부의 손자, 구서가 눈에 띄었다.그는 자리에 앉아 반찬을 집어먹고 있을 뿐이다.정암과 눈을 마주치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곧이어 젓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내가 종사관이라면, 저 자를 데리고 의관으로 향했을 것이야. 잘못해서 죽기라도 하면, 자네의 부모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았는가?”그의 말에 정암의 분노가 억눌렸다.다시 이성을 되찾은 듯 보였다.김단은 자신 때문에 그의 앞길을 망치기 싫었다.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지만,더 이상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김단은 정암의 소매를 끌어 당겼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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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김단은 서둘러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조심하라는 다정한 말투가 정암의 가슴에 박혔다.사람들에게 에워 싸여 있어도, 상황이 위험해져도, 정암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하지만 상대에게는 그저 시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곧이어 구서가 외쳤다.“죽여라!”남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정암에게 달려 들었다.한편, 위 층에 있던 임학과 소한은 움직이지 않았다.정암은 빠르다.그는 소한과 함께 여러 전쟁을 겪었다.때로는 만 명이 넘는 적들을 상대하기도 했다.그는 귀하게 자란 도련님들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바닥에 쓰러졌다.다행히도 정암은 다친 곳이 없었다.김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곧이어 그가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얼굴에는 부끄러운 듯한 표정이 비쳤다.마치 무엇을 말하려는 것처럼 보였다.이때, 서하청이 김단의 뒤에 나타났다.그는 의자를 들고 있었다.서하청은 김단을 매우 싫어한다.어렸을 때 임학에게 맞은 이유도 김단 때문이었다.지금까지 살면서 그녀를 피해 다니기 위해 받았던 비웃음은 셀 수 없다.오늘 체면이 구겨진 이유도 모두 김단 때문이다.그는 김단을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다.위 층에 있던 소한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난간을 뛰어넘어 달려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의자가 김단의 뒷통수를 향했다.절체절명의 순간에 정암이 김단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그리고 몸을 돌려 자신의 품 안으로 안았다.거대한 몸은 마치 두터운 벽을 연상케 했다.김단은 벽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그저 펑펑,이라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결국 서하청이 내리친 의자가 정암의 머리에 맞았다.의자는 산산조각이 되어 바닥으로 흩어졌다.한편 서하청은 정암의 발차기로 인해 날아갔다.상처가 심해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정암이 그녀를 살린 것이었다!김단은 그제야 제정신을 차렸다.만약 정암이 없었다면 그녀는 이미 서하청에게 죽었을 것이다.곧이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김단이 작게 정암을 불렀다.“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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