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복근을 드러내고 검은 머리에서 채 닦아내지 못한 물을 떨구며 나온 남자를 빤히 보다 보니 허리 아래로 두른 수건 밑으로 그의 치골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말을 하며 침대 맡의 담배를 입에 문 그는 다시 시선을 돌려 임가연을 바라봤다.수려한 외모와 굵직한 선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체가 자꾸만 사람을 달아오르게 만들어 임가연은 서둘러 그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한번은 소파, 한번은 욕실, 그렇게 총 두 번이나 단 하나의 절제도 없이 자신의 욕구를 풀어낸 남자 때문에 임가연은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 침대 아래에 떨어진 옷들을 주워입기 시작했다.직접 벗은 탓에 어디 찢어지거나 한 것도 없이 아주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옷들을 하나하나 걸치는데 그 와중에도 연이진의 시선이 느껴졌다.불편한 몸 때문에 임가연은 연이진이 담배를 반쯤 태울 때가 돼서야 원래대로 옷을 다 갖춰 입을 수 있었다.“아직 계산을 안 하셨어요.”나가기 전,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며 말하는 임가연에 연이진은 금방 담배를 피운 탓에 탁해진 목소리로 물었다.“얼마를 원해?”“그냥... 적정가격 맞춰서 주세요.”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를 요구할지 몰랐던 임가연이 대충 말하자 연이진은 그녀의 몸을 훑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적정가격?”“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몸으로 무슨 돈을 요구해? 그래도 네가 대학생이니까 4만 원은 줄게, 그냥 하룻밤 잔 값이라고 생각해.”이런 일도, 남자도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기만 한 임가연은 남자의 조롱에 입술을 깨문 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마치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도 말 한마디 못하는 연약한 토끼처럼 빨개진 눈시울 하고 저를 올려다보는 임가연에 연이진은 더는 말하지 않고 명함을 건네주었다.“이거 스캔해서 나 추가해. 계좌이체 해줄게.”그에 임가연은 답지 않게 빠릿빠릿하게 친구 추가를 신청했는데 아무것도 설정되어 있지 않은 연이진의 프로필 사진은 그처럼 차가워 보
Last Updated : 2024-12-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