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진은 임가연이 대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임가연, 이젠 대들기까지 한다, 이거야?”임가연은 계속 용기 내어 말했다.“사실이잖아요. 그리고 교수님은 이진 씨한테 얼마나 다정하게 대하는데 이진 씨는 뒤에서 나쁜 말만 하고 또 이간질이나 하잖아요. 내가 멀리해야 하는 사람은 오히려 이진 씨 같은데요?”연이진이 핸들을 어찌나 꽉 잡았는지 팔의 핏줄이 다 튀어나왔다.‘그래.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얌전하던 고양이가 이젠 따박따박 대들기나 하고. 그것도 아무런 조짐도 없이. 침대 위에서 고분고분하던 모습은 다 가식이었어.’“차 문 열어주시죠, 연이진 씨.”임가연이 차갑게 한마디를 던지자 연이진이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차 안에서 그의 눈빛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그녀의 겉과 속을 다 꿰뚫어 볼 기세였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겁먹지 않고 허리를 곧게 편 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틀이나 피해 다녀서 이젠 지칠 대로 지쳤다.“임가연, 대단해, 아주.”연이진이 갑자기 싸늘하게 웃으면서 겨우 한마디 했다.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렸다. 임가연은 그 한마디에 담긴 뜻을 생각할 새도 없이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혹시 그가 쫓아오기라도 할까 봐 눈 깜짝할 사이에 아파트 단지로 사라졌다.연이진은 짜증이 밀려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몇 모금 피우니 더욱 짜증이 나서 그냥 꺼버렸다.조금 전 그녀가 한 얘기를 생각하며 두 눈을 감고는 낮은 목소리로 욕했다.“X발.”따박따박 대들던 모습만 생각하면 마음 같아서는 꼼짝도 못 하게 괴롭히고 싶었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너무 살살한 모양이다.임가연은 거의 집으로 뛰어오다시피 했다. 문 앞에 기댄 채 가슴을 내려치면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조금 전 그 얘기는 홧김에 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너무한 것 같았다.‘엄청 화났겠지?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새 여자 친구도 생겼는데 완전히 등 돌린 거라고 생각하지, 뭐. 앞으로 피하면 돼.’임가연은 욕실로 들어가
Last Updated : 2024-12-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