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헤어나올 수 없는 너라는 늪: Chapter 11 - Chapter 20

40 Chapters

제11화

비싸 보이는 정장 차림으로 문밖에 서 있던 연이진은 여전히 감정 없는 표정으로 송태준과 그의 아래에서 떨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다가 말했다.“시끄럽게 뭐 하는 짓이야.”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본 임가연은 하룻밤을 함께 보냈던 연이진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상황을 보니 연이진이 송태준 삼촌인 것 같았다.송태준은 제 삼촌의 질문에 임가연의 어깨를 으스러질 듯이 잡으며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여자친구랑 얘기하고 있었어요.”“여자친구?”송태준의 말에 연이진은 임가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웬일로 화장을 했는지 깔끔하게 말아 올라간 속눈썹에 발그스레한 볼을 하고 큰 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채 저를 올려다보는 임가연은 마치 괴롭힘을 당하는 토끼 같았다.연이진과 눈이 마주친 임가연은 빠르게 송태준에게서 몸을 빼내며 말했다.“여자친구 아니에요...”“그런 걸 꼭 말로 해야 해?”“삼촌, 나 오랫동안 못해서 지금 엄청 급해요. 학교 동기인데 그냥 하룻밤만 불러서 놀게요, 돈도 줄 거고요.”라운지에서 오고 가며 몇 번이나 봤지만 연이진은 한 번도 저를 터치한 적이 없고 그저 각자 놀다가 헤어졌었기에 송태준은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임가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화장실을 빠져나가려 했다.그런데 임가연이 연이진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연이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삼촌, 왜 그래요?”“꺼져.”“하지만 얘는...”갑작스러운 연이진의 행동에 의아했던 송태준이 뭐라고 더 얘기하려 했지만 날이 선 그의 눈빛을 보고는 자연스레 입이 다물어졌다.“한 번만 더 이딴 짓 하고 다니면 너희 아빠한테 말해서 네 그 다리부터 분질러버리라고 할 거야.”그 말에 송태준도 어쩔 수 없이 임가연을 한번 째려보고는 밖으로 나갔다.순식간에 조용해진 화장실에서 임가연은 연이진과 단둘이 마주하게 되었다.연이진은 하얀 셔츠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넥타이까지 맨 임가연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다.누가 봐도 술을 홍보하는 직원 같았는데 임가연도 자신에게로 꽂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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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예상치 못한 제안에 임가연은 머리가 띵하게 울려왔고 심장이 빠르게 쿵쾅대기 시작했다, 정말 튀어나오기라도 할 듯이 강하게.코끝은 이미 닿아있었고 여기서 조금만 움직이면 입술도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연이진이 있었다.진득하게 맞닿아오는 눈동자와 간간이 느껴지는 서로의 숨결에 부끄러워진 임가연은 저도 모르게 눈을 피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일주일 동안은... 성관계 못 한다고 하셨잖아요.”“일주일 지났잖아 이미.”“그래도...”“의사인 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야.”그 말을 끝으로 연이진은 임가연의 뒤통수를 잡고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키스와 자신의 코끝에 닿아오는 뜨거운 숨결에 임가연의 얼굴은 이미 달아오른 것처럼 뜨거웠다.생애 두 번째 키스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달콤했고 임가연은 이미 그 속에 녹아든 듯 정신이 아찔해졌다.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몰랐지만 임가연은 연이진의 호흡을 그저 따라가고 있었다.오늘 밤은 차에서 한 번, 현관에서 한 번 이미 두 번이나 한 상태였다.두 번을 연달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진은 체력이 어찌나 좋은지 임가연에게 전혀 쉴 틈을 주지 않았다.저번에 한 번 호흡을 맞춰봤다고 경험이 생긴 것인지 연이진은 더 강하게 자신의 욕구를 풀어내고 있었는데 그 탓에 다리가 풀려버린 임가연은 그의 팔뚝을 잡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이렇게 여러 번 장소를 바꿔가면서 자신을 괴롭히면서도 한 번도 침대로는 향하지 않는 연이진에 임가연은 그가 겉모습만 신사다워 보이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그렇게 두 번이 끝나고 연이진이 또다시 소파에 누워있는 임가연을 덮쳐올 때 임가연은 그의 팔뚝을 붙잡으며 물었다.“침대에서 하면 안 돼요?”그 말에 연이진은 임가연을 내려다보았다.흘러내린 땀 때문에 이마에 붙어버린 머리카락과 빨개진 눈시울, 그리고 홍조를 띤 볼과 불안정하게 내뱉는 호흡까지, 한낱 대학생이 버티기에는 버거워 보여 연이진은 결국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그래, 가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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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임가연은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저번에 하고 나서도 이삼일은 아팠었는데 그게 다 낫자마자 또 몰아친 연이진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니 그 익숙한 통증이 다시 느껴졌다.그 말에 연이진이 임가연의 두 다리 사이를 보며 물었다.“또 아프다고?”“네, 저번처럼 찌릿찌릿거려요.”임가연이 솔직하게 말하자 연이진은 입술을 말아 물고 들고 있던 물컵을 내려놓더니 말했다.“기다려.”연이진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약을 가지고 나오더니 임가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진통제인데 하루에 한 번씩 식후에 먹어. 이틀 지나도 계속 아프면 병원으로 오고.”“네, 감사합니다.”“가봐.”임가연이 약을 가방에 넣자 연이진은 역시나 매정하게 그녀를 내보내려 했다.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가까이에서 몇 번 보다 보니 임가연은 이미 연이진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다른 사람에게 곁을 주지 않는 그가 자신을 하룻밤 재워준 것도 참 다행이라고 여긴 임가연은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에 임가연은 깜짝 놀라며 현관문 근처에 있는 인터폰을 확인했다.그 화면에 비친 송태준의 모습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던 임가연은 빠르게 거실로 달려가며 빨개진 얼굴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왜 그래?”“밖에 연이진 씨 조카 와 있어요.”갑작스러운 임가연의 행동에 연이진이 묻자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대답했다.어젯밤 둘이 삼촌과 조카 사이라는 건 알게 되었지만 이렇게 집 주소까지 알 정도로 친한 줄은 몰랐었다.만약 여기서 들킨다면 아주 어색할 것 같아 발을 동동 구르자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연이진이 안방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들어가 있어.”임가연이 한달음에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걸자 연이진은 조금 어지러운 거실을 한번 보더니 현관문을 열어주었다.“삼촌, 왜 이렇게 늦게 열어요? 이거 아빠가 전해주라고 해서...”“물건 받았으니까 이제 가봐.”연이진은 용건이 끝나자마자 송태준을 쫓아냈지만 임가연은 그의 목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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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 소리에 머리가 새하얘진 임가연은 제자리에 굳어버렸고 송태준의 고개는 절반쯤 방안으로 들어와 있었다.금방이라도 정체가 들킬 수 있는 위기의 순간에 연이진이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송태준 앞을 막아서고 임가연을 제품에 넣어버렸다.“송태준, 나가 당장.”“삼촌, 집에 여자가 있었어요?”연이진과 여자는 나란히 있을 수 없는 키워드라 놀란 송태준이 여자의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빼 들었다.임가연은 그런 송태준 때문에 연이진 품속을 더 깊이 파고들었는데 송태준은 그 여자의 뒷모습이 어딘가 익숙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런데 그때, 연이진이 송태준을 발로 차며 소리쳤다.“꺼지라고, 못 들었어?”당장이라도 누구 하나 죽일 듯이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풍기는 연이진에 그가 정말로 화났다는 걸 눈치챈 송태준은 더 볼 엄두를 못 내고 바로 밖으로 달려나갔다.억울하다는 듯 문을 닫으며 송태준은 입술을 삐죽였다.평소에 신사다운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아무도 모르게 여자까지 집에 들이고, 가만 보면 연이진이 자신보다 더 잘 논다고 생각하는 송태준이었다.한편 바깥이 잠잠해진 지 한참 돼서야 연이진의 품속에 나온 임가연은 아직도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깐 고마웠어요.”그가 아니었다면 정말 아찔했을 상황에 임가연은 여전히 손이 떨려왔다.“난자 팔겠다고 연락한 사람 나 말고 더 있어?”“없어요, 연이진 씨한테만 연락했어요.”우연이 붙은 광고에서 고작 하나의 전화번호만 외운 탓에 임가연이 연락한 사람도 연이진뿐이었다.“앞으로 전화할 때는 주위부터 잘 둘러봐, 저렇게 엿듣는 사람이 있을 줄도 모르니.”아까 안에서 송태준과 연이진의 대화를 다 들은 탓에 임가연도 연이진이 저런 말을 하는 의도를 알 수 있었다.어떻게 알았나 했더니 송태준이 벽에 붙어서 자신의 통화를 엿들었던 것이다.그래도 전화를 건 상대가 송태준의 삼촌이니 망정이지 만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큰 일로 이어졌을 것 같아 임가연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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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연이진의 집을 나와서도 혹시나 송태준이 있을까 한참을 방황하던 임가연이 마침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 순간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를 불러세웠다.“가연아, 네가 왜 여깄어?”“진... 교수님?”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본 임가연은 제 눈앞에 서 있는 잘생긴 남자에 허리를 곧게 펴고 인사를 건넸다.호칭을 교수님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그는 단순한 선생이 아니라 북성대학교 이사장인 진하온이었다.매년 북성대학교 학생들에게 큰 액수의 장학금을 주시는 분인데 임가연이 그 장학금을 4년 내내 받다 보니까 진하온과 사진도 찍고 이렇게 얘기도 나눌 사이가 된 것이다.“여기서 널 만날 줄은 몰랐는데, 친구 보러 왔어?”회색 티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진하온을 향해 임가연은 대충 둘러댔다.“일하러 왔다가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참이에요.”임가연이 돈을 버느라 이일 저일 가리지 않는다는 건 학교 교수님들이면 다 아는 사실이니 진하온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래? 그런데 가연이 곧 졸업이지? 4학년 아니야?”“네, 한 달 뒤면 인턴 일 시작해요.”“아...”임가연의 말에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던 진하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럼 내가 교수님한테 말해 놓을 테니까 인턴 나한테 와서 하는 게 어때?”“네?”갑작스러운 제안에 임가연이 깜짝 놀라자 진하온은 다정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나한테도 설계 건이 하나 들어왔는데 마침 조수가 필요했거든, 가연이가 해줄래?”“네, 당연하죠! 열심히 할게요 교수님! 너무 감사드려요.”대학 이사장인 진하온과 같이 일을 한다면 당연히 많이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텐데 이런 흔치 않은 기회가 제 발로 굴러들어오자 임가연은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내가 며칠 뒤에 너희 학과로 갈게.”“네! 안녕히 계세요 교수님.”이렇게 좋은 인턴 자리를 따낸 임가연은 갑자기 다리도 아프지 않은 것 같아 신난 발걸음으로 단지를 빠져나왔다.지금 보니 연이진이 참 복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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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연이진의 질문에 진하온은 신나서 대답했다.“응,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인데 아주 똑똑해서 내가 눈여겨보고 있었지.”“너 사람 잘 보잖아, 쟤 어떤 것 같아? 능력 있어 보여?”진하온의 질문에 연이진은 똑같이 비웃듯 말했다.“너희 학교 여자 화장실에 붙은 광고나 다 뜯어.”...기숙사로 돌아온 임가연은 바로 물을 따라서 연이진에게서 받은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약을 다 먹자 들리는 문자 수신음에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20만 원이 입금되어있었다.그리고 곧바로 룸메이트인 문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연아, 어제 일한 거 일당 받았지? 그런데 너 어제 어디 갔었어? 어떻게 나보다 더 늦게 와? 네가 무사하다는 문자만 안 보냈으면 나 진짜 네가 변태한테 잡혀간 줄 알았을 거야.”임가연은 약을 집어 들며 빨개진 얼굴로 거짓말을 해댔다.“저녁에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했었어, 돈 벌어야 하니까.”“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너 진짜 24시간 내내 일하는 것 같아. 다크서클 좀 봐, 어제도 한숨도 못 잤지?”뭐 따지고 보면 돈을 버느라 한숨도 못 자고 오히려 체력소모를 많이 하긴 했어서 임가연은 아까보다 더 달아오른 얼굴로 대답했다.“응, 나 졸려서 좀 잘게. 점심때 되면 나 깨워줘.”“그래, 얼른 자. 나는 썸남이랑 밥부터 먹고 올게. 잘되면 점심은 내가 맛있는 걸로 쏠게.”하품을 하며 침대에 누웠던 임가연은 시폰 원피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한 채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문채영을 보며 놀리듯 말했다.“썸남 맞아? 남자 친구 아니고? 아주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데?”“넌 연애를 안 해봐서 몰라, 썸탈때가 제일 설레는 법이거든. 확실하지 않은 관계에서의 밀당이라니, 생각만 해도 좋잖아. 연애하면 그런 느낌 없다.”말을 하던 문채영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임가연에게 조언을 했다.“가연아, 너도 이제 연애 해야 해. 넌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나중에 진짜 좋아하는 사람 만났을 때 크게 상처받을 수도 있어. 연애도 배워야 하는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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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 뒤로 임가연은 다시 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갔는데 그 삶이 하도 평온해서 전에 있었던 일들은 이젠 그저 꿈같기만 했다.그렇게 빠르게 인턴으로 일할 날이 다가왔다.그동안 송태준을 오며 가며 몇 번 보기는 했지만 희롱 적인 발언들만 내뱉을 뿐 손을 대거나 하지는 않았다.확연히 달라진 그의 행동에 임가연은 연이진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다....학교를 졸업하고 인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있을 곳이 필요했던 임가연은 요즘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었다.처음에는 문채영과 같이 살려고 했지만 문채영이 썸남과 사귀어버리는 바람에 둘이 동거를 하게 되어 임가연은 커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혼자 집을 알아봐야만 했다.학교 근처에 마침 낡은 단지가 하나 있었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월세로 나온 집들이 많아서 갓 졸업한 학생들이 대다수로 묵고 있었다.한참을 돌아다니던 임가연도 그 단지에서 원룸을 하나 계약하기로 했다.집이 좀 작아서 걸어 다닐 곳도 별로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온전한 저만의 집은 처음이라 임가연은 한껏 들떠있었다.그렇게 계약을 마치고 보증금까지 낸 임가연은 당일 저녁에 바로 짐을 들고 입주했다.그런데 짐을 들여놓고 침대에 눕자마자 걸려오는 전화에 임가연은 다시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이 시간에 전화하는 게 누군가 싶어 살짝 귀찮아하던 임가연은 핸드폰 화면에 적힌 진하온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얼굴을 화색을 띠며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 댔다.“네, 교수님.”“가연아, 오늘 짐 다 뺐다던데, 이젠 기숙사 나간 거야?”“네, 집 구하는 게 출퇴근하기도 편할 것 같아서 학교 근처에 하나 구했어요.”진하온의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로 한 탓에 한 달 동안 임가연은 그와 자주 연락을 하며 인턴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그래, 마침 프로젝트 하나 시작해야 하는데 내일부터 바로 출근해, 직원한테 입사절차 도와주라고 말해 놓을게.”“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럼 내일 바로 회사로 갈게요.”전화를 끊고 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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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계단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올려 임가연을 바라보았다.“나 찾아온 거야?”연이진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어딘가 지쳐 보였다.이런 곳에서 우연히 자신을 만났음에도 전혀 놀라지 않는 연이진에 임가연은 새삼 대단하다고 느끼다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아니요, 전 일 하러 온 건데 이렇게 우연히 보게 됐네요. 제 인턴 첫 프로젝트가 이 병원 리모델링이거든요.”연이진 같은 성격의 사람은 여자들이 질척대는 걸 극혐할 것 같아 임가연은 자신이 정말 일 때문에 온 거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손에 들린 측량 도구를 흔들어 보였다.그녀의 손에 들린 도구를 보고한 2초 동안 말이 없던 연이진은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측정해.”가볍게 내뱉은 한마디에 임가연은 감사 인사를 하고는 비상계단 안으로 들어섰는데 때마침 뒤따라온 진하온이 연이진을 보고 눈썹을 꿈틀거렸다.“의사가 진료는 안 보고 여기서 농땡이나 피우냐?”그 말에 연이진은 미간을 매만지며 대꾸했다.“금방 수술 끝나서 바람이나 쐬려고 나온 거야.”“그래, 의산데 스트레스가 오죽하겠어. 그렇게라도 힐링해야지.”일하면서도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임가연은 의사라도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말에 그래서 매번 침대에서 미친 듯이 날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마도 연이진은 스트레스를 잠자리에 푸는 것 같았다.“아, 내 제자 소개해줘야지. 임가연이라고 해, 저번에 패리스 타운에서 본 적 있잖아. 기억나?”진하온의 말에 연이진은 임가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기억이 안 날 리가, 잠까지 잔 사이인데.“애가 성실해서 병원에 측정하러 자주 올 거야, 잘 부탁한다.”진하온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던 연이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나 이제 진료 봐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연이진이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진하온이 이마를 탁 치더니 임가연을 향해 말했다.“가연아, 너 배 아프다며, 병원 온 김에 연이진한테 봐달라고 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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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임가연 마음에도 파동이 일었음을 확신한 순간, 연이진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심장이 아까보다 빨리 뛰네.”“긴장돼?”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연이진에 귓볼에 달아오른 임가연은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요.”한의사 앞에서는 숨길 수 있는 게 없다더니 심장박동의 미묘한 변화도 금방 알아채는 연이진이었다.“비허 때문에 습기가 과도하게 쌓여서 장과 위의 기능이 약화되어있어.”“인스턴트 음식은 위에 안 좋아, 특히 라면.”자신이 뭘 먹는지조차 한눈에 보아낸 연이진에 임가연이 눈을 크게 뜨자 옆에 있던 진하온이 물었다.“가연이 평소에 라면만 먹어?”“공부하느라 바빠서 먹긴 하는데, 제가 좀 자주 먹었나 봐요.”“건강이 가장 중요한 건데 이 어린 나이에 아무거나 먹으면 어떡해. 밥 잘 챙겨 먹어야지. 그러니까 이렇게 위도 아프잖아.”“이진아, 위약 좀 처방해줘. 얘가 일만 시작했다 하면 너무 열심이라서 또 자기 몸 안 챙기고 라면만 먹을 게 분명해.”그에 연이진은 타이핑을 하면서 담담히 말했다.“위는 오래도록 신경 써야 하는 거야, 약 먹는다고 낫는 게 아니야.”“앞으로도 음식 신경 써서 먹지 않으면 십이지장 궤양, 위염... 그리고 위암까지 걸릴 수도 있어.”위암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임가연은 눈을 들어 연이진을 바라보았다.난자를 팔았을 때의 위험성을 알려줄 때와 똑같이 장난기 서려 있는 눈빛이었다.하지만 위암이라는 말의 파급력은 엄청 났기에 의사도 아니고 평범한 시민일 뿐인 임가연은 혹시 모를 상황이 두려워서 입술을 말아 물며 대답했다.“밥 잘 챙겨 먹을게요.”“그럼 마침 점심시간인데 밥부터 먹자. 이 근처에 한정식 잘하는 데 있거든. 그런 거 먹으면 위에도 좋을 거야.”“너도 같이 갈래?”“그래.”임가연이 걱정돼 밥을 먹이려고 나가다가 뒤에 있는 연이진이 생각나서 예의상 물은 것인데 웬일로 고개를 끄덕이는 연이진을 진하온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워커홀릭이라서 점심시간에도 병원을 벗어나지 않던 사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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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왜 날 볼 때마다 긴장하는 거야?”“긴장 안 했어요...”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연이진에 임가연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따지고 보면 돈으로 얽힌 숨겨야 할 관계인데 우연히 만났다고 해서 인사를 하는 것도 이상했다.하지만 연이진은 뭐가 불만인지 천천히 임가연에게로 다가가더니 임가연을 세면대까지 밀어붙였다.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려던 임가연은 허리가 차가운 대리석에 닿자 이제 더는 물러날 곳이 없음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들어 연이진을 바라보았다.이 순간에도 연이진은 고개를 숙이며 임가연에게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뭐 다른 사람이라도 찾은 거야? 그래서 나 피하는 건가? 나보다 돈 더 많이 줘?”연이진의 말에 숨은 뜻을 바로 알아챈 임가연은 서둘러 해명하기 시작했다.“진 교수님은 말 그대로 제 교수님이시고 회사 대표님이세요. 생각하시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진하온은 임가연이 봐온 사람들 중 가장 따뜻하고 착한 교수님이었기에 임가연은 이 상황이 두려웠지만서도 타인이 그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는 건 듣기 싫어 용기 내 입을 열었다.하지만 연이진은 그 말에 코웃음을 치더니 임가연에게 한 걸음 더 다가오며 숨 막힐 듯한 아우라와 함께 입을 열었다.“진하온은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명심해.”연이진은 제 말을 이해 못 한 건지 미간을 찌푸리는 임가연의 턱을 잡아 올리며 한 자 한 자 힘을 주어 말했다.“앞으로 또 돈이 필요하면 그냥 나 찾아와. 두 번이나 한 사이니까 잘 맞기도 하고. 너 하는 거 봐서 일당 올려줄 수도 있어.”필터링 없는 연이진의 말에 얼굴부터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르고 머리가 울려와서 임가연은 다급히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우, 우린 이미 끝난 사이에요. 그런 얘기 이제 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임가연은 화장실을 뛰쳐나와 홀에서 뜨거운 얼굴을 매만지며 여지껏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했다.겉보기에는 점잖아 보이는 사람이 이렇게 야한 말을 농담인지 진심인지도 모르겠는 얼굴로 내뱉어서 놀란 걸까, 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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