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271 - Chapter 280

402 Chapters

제271화

도아영은 감정이 격해지더니 손을 들다가 상처를 스쳤다.서현우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와 알고 지낸 지도 꽤 됐는데 변윤재는 이렇게 웃는 서현우가 너무 낯설어서 저도 몰래 도아영에게 시선이 꽂혔다.‘나름 괜찮은 여자인 것 같네.’변윤재는 마치 서현우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 씩 웃었다.“이미 널 위해서 복수했잖아. 아직도 화나?”“두들겨 맞은 건 나예요, 현우 씨가 아니라! 반항 한 번 못하고 얻어터지기만 하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아요?”그 당시 반박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여죄수가 여러 명이고 도아영은 손목까지 다쳐서 감당하기 어려웠다.다시 한번 맞닥뜨린다면 절대 이토록 비참하게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윤재야, 얘 상처는 좀 어때?”이에 변윤재가 답했다.“여자애치고 꽤 심각한 편이야. 다른 건 다 찰과상이지만 손등과 손목을 심하게 다쳤어. 상대가 조금만 더 공격했더라면 아마 평생 손을 못 쓸 수도 있어.”“이리 봐봐.”서현우가 손을 내밀자 도아영은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 다만 이 남자는 아주 가뿐히 그녀를 제 앞으로 잡아당겨 왔다.검푸른 멍 자국이 난 손등은 실로 섬뜩할 따름이었다. 그녀는 너무 긴장한 탓인지 손을 파르르 떨었다.“근골을 다쳤네. 다 나으려면 3개월은 걸리겠어.”“현우 씨가 의사예요? 오지랖도 넓지.”말을 마친 도아영이 손을 빼냈다.그녀는 이제 서현우에 대한 호감이 뚝 떨어졌다.아무리 잘생겨도 정떨어질 판이었다.“현우 말이 맞아. 외상을 놓고 볼 땐 얘가 나보다 한 수 위거든.”도아영은 변윤재의 말을 들으면서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해외에서 명성이 자자한 서강 그룹 오너가 의학까지 능통했단 말인가?이에 변윤재가 계속 말을 이었다.“현우 전공이 의학이잖아. 너 몰랐어?”“장난도 정도껏 해야죠. 현우 씨 학교도 제대로 안 다녔잖아요.”사실 도아영은 일찌감치 서현우에 관해 철저한 조사를 마쳤다.그는 어릴 때 학교에 다니지 않았고 나중에 오직 두 주먹으로 서강 그룹을 설립했다.거
Read more

제272화

“프린트해서 아영이 보여줘, 사인하게.”“네.”김한빈은 곧장 계약서를 프린트했다.몇 글자도 안 되는 조항인데 서현우는 행여나 그녀가 못 알아볼까 봐 일목요연하게 계약서까지 작성했다.특히 도아영에게 유리한 조항은 폰트까지 강조했다.도아영은 계약서가 문제없는 걸 확인하고 그 위에 서명했다.김한빈이 다시 계약서를 서현우에게 건네자 그는 보지도 않고 바로 사인했다.“대표님,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왼손으로 글쓰기 연습한다고 하지 않았어?”서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안 할 거야?”“해도 윤재 씨가 재활 훈련 도와주는 거죠. 설마 대표님도 왼손잡이예요?”“말했잖아. 외상 치료는 나보다 현우가 낫다고. 배우고 싶으면 현우한테 부탁해봐.”옆에서 변윤재가 눈치껏 서현우를 도와주었다.아쉽게도 도아영은 서현우에게 아무런 호감이 없어 단호하게 거절했다.“됐어요. 그건 별로네요.”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김한빈이 어느새 문 앞까지 다가가서 방 문을 닫아버렸다.이 광경에 도아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뭐야? 나 무조건 배워야 하는 거니?’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서현우를 째려봤다. 이때 서현우가 차분하게 말했다.“혼자 앉을래 내가 앉혀줄까?”“...”“현우야, 여자한테는 좀 자상하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변윤재는 말은 이렇게 해도 몸은 어느덧 문 앞까지 다가갔다.떠나기 전에 그는 도아영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순간 도아영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변윤재가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결국 서현우와 한패였다.“그럼 어떻게 가르쳐줄 건데요?”그녀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손 내놔.”서현우가 무덤덤하게 말하자 그녀는 얌전하게 손을 내밀었다.“네.”오른쪽 손목과 손등에 죄다 상처투성이라 펜을 들기도 힘들고 지금처럼 손을 내미는 것도 극한의 고통이었다.서현우는 그녀의 오른손에 펜을 꽂아주었다.“글씨 써봐.”그녀는 비록 속으론 구시렁댔지만 순순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하지만 반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삐뚤삐뚤하게
Read more

제273화

도아영은 수중의 펜을 내려놓았다.“포기하라고 말할 거면 관둘게요. 나한테 포기란 없어요. 차라리 혼자 배우고 말지.”말을 마친 그녀가 자리를 떠나려 하자 서현우가 뒤에서 말했다.“그 졸업장이 그렇게 중요해?”“네.”그녀는 여느 때보다 진지하게 대답했다.“대표님한텐 아무 의미 없을지 몰라도 나한텐 엄청 중요해요. 이번 시험을 무조건 통과해야 해요.”그녀의 단호한 눈빛을 바라보더니 서현우가 끝내 태도를 바꿨다.“앉아. 가르쳐줄게.”도아영은 어안이 벙벙했다.“방금 몸의 조화가 엉망진창이라면서요?”“시험이 고작 사흘이라며? 오른손처럼 완벽한 글씨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줄게.”그는 소파를 툭툭 내리치며 그녀더러 앉으라고 했다.도아영은 마지못해 서현우의 맞은편에 앉았다.“옆에 앉으라고.”“...”서현우의 말에 그녀는 말문이 턱 막혔다.몹시 갈등했지만 도아영은 끝내 우물쭈물하면서 그의 옆에 앉았다.서현우는 먼저 오른손으로 도를 쓴 후 왼손으로도 똑같이 도를 썼는데 글씨체가 거의 비슷했다.이를 본 도아영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어떻게 했어요?”“어렵지 않아. 너도 할 수 있어. 고도의 집중력과 몸의 조화를 이루면 돼.”그는 도아영의 손에 펜을 쥐여줬다.“마음을 가다듬고 왼손에만 집중해. 그리고 힘 조절을 잘하면서 연습하면 하루 이내로 기본적인 글씨체는 나올 거야. 7일 뒤엔 왼손잡이가 적응될 테고. 속도는 보장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많이 연습하는 게 상책이겠지.”“그저 연습만 하면 돼요?”“무언가를 배우려면 가장 먼저 손에 익혀야 해. 이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9일이란 시간이 있으니까 가장 미련한 방법으로 왼손잡이를 터득하는 게 너한테 딱이야.”이 남자가 자신을 얕잡아보는 걸 알지만 그녀는 여전히 연습에 몰입했다.시간이 일분일초 흐르고 밖에 있던 변윤재는 졸음이 몰려와 하품을 해댔다.도저히 못 참겠던지 그가 방 문을 두드리면서 물었다.“두 사람 언제 끝나?”도아영은 방금 글씨 연습에 몰입
Read more

제274화

애석하게도 스스로 얼마나 똑똑한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생각을 마친 서현우는 종잇장을 내려놓고 천천히 방에서 나왔다.거실에 도착하자 김한빈이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간단한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도아영은 서현우 같은 사람들은 매일 고급 레스토랑에서 산해진미를 만끽할 거로 여겼는데 정작 식탁에 오른 음식은 담백한 야채 뿐이었다. 그나마 새우튀김과 보리굴비가 올랐으니 망정이지 도아영은 이 남자가 채식주의라 해도 믿을 판이었다. 그녀는 서현우에 대한 인상이 뒤바뀌었다.‘엄청난 부자라면서? 고작 이렇게 먹는 거야?’“아영아, 우리 현우 이렇게 풍성한 저녁은 처음이야. 정말 너를 귀하게 여기나 보다.”변윤재는 오늘 저녁 식사가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다.전에 서현우의 집에서 감자조림도 먹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국 하나에 요리 여섯 개라니...한편 서현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오늘 아영 씨가 저녁까지 있을 거라면서 대표님이 임시로 굴비랑 새우를 사 오라고 하셨어요. 음식이 초라해도 많이 양해해 주세요, 아영 씨.”김한빈의 말을 들은 도아영은 손사래를 쳤다.“초라하다니요. 너무 풍성한걸요. 저도 원래 저녁을 잘 안 먹고 담백한 음식 위주로 먹어요.”그녀는 묵묵히 휴대폰을 꺼내서 음식을 사진 찍더니 이수호에게 보냈다.요즘 그녀는 출석 체크하듯이 매일 밤 2억 원의 상금을 받으려고 저녁밥을 찍는 습관이 생겼다.다만 오늘은 이수호한테서 좀처럼 답장이 오지 않았다.도아영도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맞은편에 있던 변윤재가 그녀에게 물었다.“방금 누구한테 문자 보낸 거야? 이 대표한테 보고했어?”“보고라... 비슷하겠네요.”도아영이 답했다.“매일 제때 저녁을 먹으면 수호 씨가 돈을 주기로 했거든요.”그녀의 말을 들은 변윤재는 피식 웃었다.“뭐? 그게 뭐야? 참신한 연애 방식이네?”이에 도아영은 하마터면 물을 마시다가 사레 걸릴 뻔했다.“뭐라고요? 난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수호 씨랑은 연애 안 해요.”변윤재는 서현우를 슬쩍
Read more

제275화

“뭐 그런 뜻이기도 하고.”변윤재는 무심코 와인을 한 잔 마셨다.“윤재 씨는 여자친구 있어요?”별안간 도아영이 이런 질문을 건넸다.변윤재는 하마터면 사레 걸릴 뻔했다.“갑자기... 그건 왜?”“윤재 씨가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요. 잘생겼지, 젊고 유능하지, 게다가 직업은 의사라서 내가 늙어도 바로 병 보일 수 있고 얼마나 좋아요. 함께 살기 딱 좋은 남자 같은데...”“그만.”변윤재는 서현우와 그녀를 이어주려다가 돌연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지금 멈추지 않으면 도아영은 곧이어 그의 집안과 사주까지 물어볼 기세였다.“나 그냥 한번 말해본 거야. 아직 여자친구 만날 생각 없어.”“오케이.”도아영은 일부러 애석한 표정을 지었다.“정말 아쉽네요. 나도 당분간 연애할 생각 없거든요. 이제 윤재 씨가 여자친구 만나고 싶을 때 다시 얘기해요.”변윤재는 마른기침을 해대면서 난감한 분위기를 무마했다.‘이 여자 진짜 뭔가 있네. 무서워서 연애에 관련된 질문을 할 수가 없잖아.’그도 그럴 것이 현재 도아영의 처지가 너무 딱하다 보니 이 바닥에서 어느 남자가 감히 그녀를 만나려고 할까?“다 먹었어?”문득 서현우가 질문을 건넸다.“네.”도아영은 그다지 배가 고픈 것도 아닌지라 굴비랑 새우만 두 점 먹었다.“그럼 올라가서 계속 연습해. 여기서 시간 낭비 하지 말고.”그는 꼭 마치 선생님처럼 명령하고 있었다.“네, 알겠습니다, 선생님!”“뭐라고?”“선생님이요.”도아영이 말했다.“왼손으로 글 쓰는 법을 가르쳐줬으니 반은 선생님이죠. 이 호칭이 과분한가요?”말을 마친 도아영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한편 변윤재는 속절없는 표정으로 서현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그러게 내가 뭐랬어? 여자한테 너무 정색하지 말랬잖아. 이제 봐봐. 아예 널 선생님이라네? 앞으로 퍽이나 잘 대시하겠다!”“너 꽤 한가한가 봐?”서현우가 무심코 되물었다.이에 변윤재는 머리를 푹 숙이고 밥만 열심히 먹었다.그 시각, 이경 그룹.이수호
Read more

제276화

“변윤재 씨요.”안지원은 곧이곧대로 대답했다.“전문팀 의사인데 아영 씨랑 부쩍 친해졌어요.”“뭐?”이수호는 왠지 이 대답이 썩 달갑지가 않았다.왜 부쩍 친해진 걸까? 혹시 다른 의도를 품은 건 아닐까?이때 안지원이 그에게 질문했다.“대표님, 앞으로 아영 씨에 관한 일은 듣고 싶지 않다고 하셨잖아요...”“누가 듣고 싶대? 내가 책임지고 돌봐줘야 할 시기에 무슨 사고라도 치고 나한테 뒤집어씌울까 봐 그런 거지!”이수호는 마치 그녀와 전혀 얽히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차갑게 쏘아붙였다.그의 대답에 안지원도 더는 아무 말이 없었다.똑똑.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안지원이 문을 열자 블랙앤화이트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임규리가 떡하니 나타났다.그녀는 문 앞을 서성거리면서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이를 본 이수호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누가 회사까지 오라고 했어?”“그게... 할머니가 대표님 저녁에 약속이 있으시다면서... 저더러 회사에 나가보라고 하셨어요.”임규리는 몹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이수호는 순간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오늘 저녁과 같은 장소에는 항상 강이나가 함께해주었고 수년간 여자 파트너가 바뀐 적이 없었다.할머니가 임규리를 보낸 목적은 강이나의 자리를 대체하라는 뜻이었다.“수호 씨.”이때 강이나가 똑같은 옷차림으로 사무실에 들어왔다.본인과 똑같이 블랙앤화이트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임규리를 보자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누구?”오늘 초면인 임규리가 본인과 똑같은 옷차림으로 나왔지만 강이나는 아무런 위기감도 느끼지 못했다.전에 도아영이 자신을 따라 할 때도 이수호를 뺏길 거란 두려움이 없었듯이 하찮은 표정만 짓고 있었다.“이쪽은 임규리 씨예요.”안지원이 짤막하게 그녀의 성함만 말했는데 강이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물어챘다.“임 씨라고요? 부동산 쪽으로 임 사장이라고 지인분 한 명 있는데 그 집 따님 이름이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네요. 혹시 그쪽인가요?”“저는...”임규
Read more

제277화

이수호와 함께 미팅을 나간다고 해야 할까?강이나를 앞에 두고 차마 그 말이 입밖에 떨어지지 않았다.“저는...”임규리는 끝내 아무 말도 못 했다.안방마님 앞에서 어찌 감히 이수호와 함께 미팅하러 간다는 말이 나올까?“할머니가 규리랑 함께 약속 장소에 나가라고 하셨대.”이때 이수호가 느긋하게 말을 내뱉었다.순간 임규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이 말을 들은 강이나는 눈썹을 살짝 치켰다.“그래요?”“저는...”“임규리 씨, 제가 일부러 타격감 주려는 게 아니라... 수호 씨가 참석하는 장소는 죄다 해외 빅 보스들이라 규리 씨가 나타나면 불필요한 오해를 빚을 것 같아요. 게다가 소통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잖아요.”강이나는 일부러 한 템포 쉬고 말을 이어갔다.“규리 씨 아이엘츠랑 토플 몇 점 맞았어요? 이런 거 다 제쳐두고 외국어 실력은 어때요? 원어민 수준으로 교류할 수 있나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함께 소통하려면 전문 용어도 꽤 중요한데 규리 씨도 할 수 있겠죠?”“그게...”임규리는 그녀의 반박에 말문이 턱 막혔다.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이수호와 함께 약속 장소에 나가서 술만 마시고 오면 될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외국어라니?물론 그녀의 성적은 나름 괜찮지만 외국인과 소통하려면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야 한다. 해외에 나가본 적도 없는 그녀가 무슨 수로 유창하게 소통할까?“꽤 어려우신가 보네요?”강이나가 말했다.“수호 씨가 어떤 인물인지는 규리 씨도 잘 알 거예요. 만약 수호 씨 옆에 이런 파트너가 있다는 게 들통나버린다면 수호 씨는 물론 이경 그룹 이미지까지 영향을 받을 겁니다. 규리 씨는 일단 외국어부터 배우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말을 마친 강이나는 이수호의 옆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가요, 수호 씨.”“그래.”이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임규리에게 눈길 한번 안 줬다.“대표님...”“돌아가. 두 번 다시 회사 나오지 마!”이수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순간 임규리는 제자리에 서서 온
Read more

제278화

이때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안지원은 강이나를 안에 가둬두고 선심 쓰듯 지하주차장 층수의 버튼까지 눌러줬다.“강이나 씨, 저희 차는 1층에 있으니 혼자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이수호에게 거절당한 그녀는 가슴을 쿡 찌르듯 아팠다.예전의 이수호는 그녀에게 한없이 관대했다.이렇게 내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위기감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여자의 직감은 늘 이렇게 무서운 법이다.‘이수호, 너 좋아하는 여자 생겼지? 틀림없어!’한편 이경 그룹 밖에서 이수호가 차에 올라탔다.“강이나 씨는 이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가서 회사 조사해봐. 대체 누가 이나한테 소식 흘리는지 말이야.”“대표님 일정은 비서팀 사람들만 알고 있어요. 지금 바로 가서 조사하겠습니다.”“범인 끄집어내거든 당장 쫓아내.”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이경 그룹은 이딴 식으로 내통하는 직원 필요 없어.”“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도아영은 서현우의 서재에서 손목을 조금씩 흔들었다. 그녀의 왼손은 이미 뻣뻣해지고 있었다.종일 노력한 끝에 글씨체가 나름 봐줄 만한 정도에 도달했다.하지만 서현우와 비기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오른손, 왼손 글씨체가 어떻게 똑같을 수 있지? 괴물이야 뭐야...”그녀가 나지막이 구시렁댈 때 마침 서현우가 안으로 들어오며 차분하게 말했다.“나 괴물 맞아.”그녀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놀라서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서현우는 언제부터 문밖에 서 있었는지 한창 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이제 곧 밤 9시가 다 된 시각, 서현우는 그녀에게 음료수를 한 잔 건넸다.컵 안의 검붉은 액체를 본 그녀는 대뜸 거부감이 들었다.“이거 뭐예요? 나 저녁에 음료 안 마시는데.”“매실즙이야.”“네?”도아영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매실즙을 왜 나한테?”“너 오랫동안 저녁에 밥을 안 먹었잖아. 계속 그러다가 위 다 버려. 갑자기 저녁을 먹는 건 적응하기 힘들 거야. 이제 식전에 매실즙 한 잔씩 마셔. 그러면 저
Read more

제279화

“이리 줘요!”도아영이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 논문을 뺏어오려고 했지만 서현우가 어느새 와인잔을 들고 몸을 돌리더니 소파로 돌아갔다.그녀는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논문에 손이 닿으려면 서현우의 앞으로 달려가야만 했다.도아영은 끝내 포기하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한편 서현우는 그녀가 쓴 논문을 열심히 읽어보더니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이를 본 도아영은 서현우가 지금 자신의 논문을 비웃는 거라고 여겼다.“대충 한번 써본 것뿐인데 뭘 그렇게까지 비웃어요?”“이런 말은 대체 누가 가르쳐줬어? 선생님이?”서현우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아니요. 혼자 생각나는 대로 적은 거라니까요!”그의 말을 들은 도아영은 얼굴이 화끈거려서 또다시 서현우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제 그만 논문을 가져오고 싶었으니까.서현우도 그런 그녀에게 바로 논문을 내주었다.“나름 잘 썼어. 이대로 바치면 순조롭게 졸업할 수 있을 거야.”“네? 혹시 한성대 다니셨어요?”“아니.”“그런데 어떻게 내가 졸업하는 걸 알았어요?”도아영은 이 남자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대충 쓴 논문을 꼬깃꼬깃 접어서 옷 주머니에 넣었다.“한성대 다니는 학생들은 죄다 기업가에 재벌에 정치인 자녀들까지 있어요. 그 사람들 안목이 나보다 훨씬 높을 테니 이까짓 논문은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죠.”“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서현우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그럼 아니에요? 내 말 다 사실이잖아요.”‘너는 지금 네가 얼마나 똑똑한지 몰라서 그래.’서현우는 원래 이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자신감을 상실한 그녀를 보더니 문득 미소가 번졌다.“방금 네 논문을 쭉 읽었는데 장황하게 늘여놓는 경향도 있고 전문 용어도 꽤 많았어. 경제학에 대한 본인만의 관점이 뚜렷한 것 같아. 이런 논문은 학계에서 아주 참신한 내용이니 졸업논문으로 써도 되겠다고 한 거야.”“정말요?”도아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변했다.“지금 저 놀리는 거죠?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으면서
Read more

제280화

한성대에 입학한 이후로 그녀는 이수호에게 푹 빠져있다 보니 공부는 아예 뒷전이었다.심지어 자신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강이나의 훌륭한 모습에 이수호가 그녀에게 흠뻑 빠졌다고 여기면서 종일 강이나를 따라 했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서현우는 한창 자신을 비웃고 있는 도아영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글쓰기는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나중에 쭉 연습하면 돼. 오늘 밤엔 여기서 지내. 집에 돌아갈 필요 없어.”“잠깐만요!”그녀가 불쑥 질문을 건넸다.“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 집에 돌아갈 필요가 없다니요? 지금 저더러 여기서 지내라는 거예요?”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이 서현우에게 되물었다.“뭐 문제 돼?”서현우는 시계를 내려다보며 그녀에게 답했다.“지금 몇 시인 줄은 알아? 이 시간에 널 집까지 바래다줄 사람은 없다고.”“저 혼자 가면 돼요.”“우리 집 앞에서 택시 부르는 건 금지야.”도아영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이건 또 무슨 룰이죠?”“너도 알다시피 내가 해외에서 하도 많은 사람을 죽이다 보니 원수가 많아졌어. 내 주소가 들통나면 꽤 피곤해지겠지? 그러니까 너도 귀찮게 굴지 말라고.”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살인을 저지른 후 얼굴에 띈 싸늘한 한기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도아영은 감히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여긴 워낙 외진 곳이라 매일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서현우가 작심하고 그녀를 해결해버리는 것도 식은 죽 먹기일 듯싶었다.“그럼... 집 밖으로 멀리 나가서 택시 잡으면 되죠.”그녀는 점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에 서현우가 눈썹을 치켰다.“심야에 2킬로미터 밖으로 걸어갈 수 있다면 마음대로 해봐.”그는 일부러 도아영의 다친 다리를 내려다보았다.이 다리로는 절대 2킬로미터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럼 이따가 어디서 자면 돼요?”“이 방에서 나가서 좌회전하고 혼자 찾아봐. 빈방이 많지 않으니 알아서 골라.”
Read more
PREV
1
...
2627282930
...
4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