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281 - Chapter 290

402 Chapters

제281화

어느덧 새벽인데 서재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밤잠을 뒤척이던 변윤재가 방에서 나오더니 서재 문틈 사이로 비치는 불빛에 조심스럽게 노크하고 들어갔다.서현우가 한창 소파에 누워서 종잇장을 들여다보면서 미소를 지었고 바닥에는 A4용지가 한가득 널브러져 있었다.“뭐야? 왜 여기서 자?”변윤재가 가까이 다가오며 위스키 한 잔을 그에게 건네고 다른 한 잔을 한 모금 마셨다.이에 서현우도 가볍게 한 잔 마셨다.“내 방을 내줬거든.”“내주다니? 누구? 한빈이?”그가 아무 말이 없자 변윤재는 슬쩍 떠보듯이 물었다.“설마... 아영이?”“응.”변윤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뭐라고?”그는 의아한 눈길로 서현우에게 되물었다.“너 결벽증 심해서 딴 사람 네 방으로 절대 안 들이잖아. 나도 못 들어간 곳을 아영이한테 줬어?”서현우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사실 그는 결벽증이 심해서 다른 사람이 제 물건을 만지는 걸 엄청 질색하지만 도아영은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그건 그렇고 아영이 꽤 재미있는 것 같아. 내가 해외에서 키우던 고양이 같다고 할까? 툭하면 발톱 드러내고 또 가끔 버럭 화내기도 하잖아. 애가 아주 개성이 넘쳐. 너랑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변윤재는 말하면서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그래서 타깃을 바꾸려고?”“그런 셈이지.”서현우는 강이나를 만나봤지만 딱히 특별한 것도 없고 머리가 너무 똑똑한 편도 아니었다.이수호 또한 그녀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오히려 도아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대하는 듯싶었다.“그렇지만 도씨 일가가 이 지경이라 빈털터리나 다름없잖아. 너 도씨 일가에서 건질 것도 하나 없는데 만에 하나 이수호가 아예 도아영에게 관심조차 없다면 무슨 수로 그 인간 제압하려고?”한 곳에 두 명의 우두머리가 존재할 수 없다.서현우가 강주에 온 목적은 구연준과 이수호, 이 두 양대산맥과 경쟁하려는 게 아니라 둘의 전쟁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그중에서 이득을 얻기 위함이었다.다만 세력이 좀 더 강한 이수호를 견제하려
Read more

제282화

말을 마친 변윤재는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잘 자, 좋은 꿈 꿔.”그는 서재를 나가면서 잊지 않고 문까지 잠갔다.서현우는 탁자 위에 놓은 위스키 반 잔을 내려다보다가 모조리 삼켰다.자정이 넘은 시간.심정우는 모든 일을 마치고 룸에 있는 이수호가 자꾸 휴대폰만 바라보자 의아한 듯 물었다.“밤새 왜 이렇게 넋 놓고 있는 거야? 무슨 일 있어?”정신을 차린 이수호는 시큰둥한 얼굴로 휴대폰을 거둬들였다.그는 절대 업무에 소홀히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심정우는 자연스럽게 도아영이 떠올랐다.“또 아영이 때문이지?”이수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이에 심정우는 본인의 추측을 확신했다.‘진짜네!’예전의 이수호는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어디 보자, 아영이한테 종일 문자가 없어서 안달이 난 거야?”그의 표정을 보니 또 한 번 알아맞힌 것 같았다.“그냥 인정해. 넌 이미 아영이 좋아하게 된 거야.”순간 이수호의 안색이 돌변했다.“뭐라는 거야? 헛소리 그만 지껄여!”“헛소리가 아니라 근거 있는 말이야.”심정우는 진지한 눈길로 이수호를 쳐다봤다.“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자꾸만 그 사람이 생각나고 찾아가고 싶고 그런 거야. 아까도 왜 자꾸 휴대폰만 만졌는데? 아영이한테 문자 왔나 확인하고 싶은 거잖아! 너 자존심 세서 먼저 보내지 못하는 거 알아. 근데 쭉 참고만 있으니 속이 재가 되는 거지!”심정우에게 마음을 들켜버린 이수호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전에 아영이가 너 좋다고 매달릴 땐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 외면해버리니까 좋아하게 된 거야? 너도 참... 이런 게 바로 자업자...”그는 감히 더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도아영 걔는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여자야. 내가 어떻게 그런 여자를 좋아할 리 있겠어?”이수호의 말을 들으면서 심정우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영이가 정말 돈과 명예를 노렸다면 뭣 하러 파혼 소동을 벌였을까? 너희 할머니가 아영이를 그토록 마음에 들어 하
Read more

제283화

심정우의 말을 들은 이수호는 돌연 침묵했다.“인정해, 수호야. 넌 지금 아영이 좋아하게 된 거야. 그걸 인정하지 못하니까 자꾸 넋 놓고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거잖아.”“됐어, 그만.”이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앞으로 이 얘기는 두 번 다시 꺼내지 마.”이어서 문 앞에 있는 안지원을 불렀다.“안 비서, 차 대기시켜.”“네, 대표님.”안지원은 이수호를 모시고 클럽을 나왔다.한편 심정우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고개를 내저었다.클럽 밖에서 이수호가 어느덧 차에 올라탔다.“대표님, 집으로 모실까요 아니면?”“아영이네 아파트로 가.”안지원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네? 그렇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그는 차마 불편할 것 같다는 말이 입밖에 떨어지지 않았다.이때 이수호가 한참 머뭇거리더니 그에게 질문했다.“너도 내가 아영이 좋아한다고 생각해?”“그건...”안지원은 아무 말도 못 했다.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까.“대답해.”이수호가 싸늘하게 말했다.이에 안지원은 마지못해 대답했다.“저는 그저 약혼식 이후로 대표님이 아영 씨에 대한 태도가 전보다 좀 달라진 것 같았어요.”“그건 걔가 자꾸 날 건드려서 그런 거지.”“하지만 누군가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뭣 하러 상대의 말에 그렇게까지 화낼 필요가 있겠어요?”안지원의 말을 들은 이수호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대표님은 강이나 씨한테 항상 자상했어요. 전에 강이나 씨한테 맹세했으니까요. 대표님은 무엇보다 책임감이 우선인지라 강이나 씨를 잘 챙겨주겠다고 그 사람과 약속한 이상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죠. 밖에서 떠도는 소문도 일절 신경 쓰지 않으셨고요. 하지만 도아영 씨는... 대표님이 누군가로 인해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그토록 신경 쓰는 모습은 아마 아영 씨밖에 없을 것 같아요.”“됐어, 그만해.”이수호가 미간을 찌푸렸다.“아영이 아파트로 가.”“네...”안지원은 곧장 도아영의 아파트로 출발했다.이수호는 단지
Read more

제284화

그날 새벽, 도아영은 악몽에 시달리다가 잠에서 깼다.꿈속에서 그녀는 또다시 그 배에 납치되었다.비린내 나는 바닷바람과 그녀를 바닥에 짓누르고 모질게 괴롭히는 납치범들까지...눈을 뜬 도아영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은 꼭 마치 실제로 겪었던 일 같았다.모든 게 꿈이라는 걸 알아챈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이때 불쑥 방안의 등이 환하게 켜졌다.도아영은 머리를 번쩍 들고 외쳤다.“누구야?”문 앞에 서 있는 서현우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밤중에 딴 사람 방 문 앞에 그렇게 서 있으면 어떡해요? 깜짝 놀랐잖아요.”“겁쟁이네. 아까는 왜 소리친 건데?”“네? 누가요?”“옆방에서 다 들렸어. 살려달라고 끊임없이 소리치더니...”도아영은 가슴이 철렁거렸다.이제 잠꼬대까지 하게 된 걸까?그녀는 불길한 기운에 경계심을 바짝 세웠다.“그것 말고 또 뭐라고 했는데요?”“별 거 없어. 그저 이 두 마디야.”‘다행이다.’도아영은 몰래 한숨을 돌렸다.다른 말을 안 하길 잘했지, 하마터면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길이 없을 뻔했다.“내가 혹시 다른 말도 들었어야 했나?”“아니요! 다름이 아니라 악몽을 꿨어요. 꿈에서 나쁜 놈에게 쫓기느라고 살려달라 외친 거예요. 죄송해요, 잠 다 깨웠죠.”“계속 잘 수 있겠어?”“아니요...”환생한 이후로 도아영은 몇 번이고 악몽에 시달렸다. 눈만 뜨면 그 지겹고도 역겨운 배 위에 다시 돌아갈 것만 같았다.나중에 서서히 악몽을 멀리했는데 오늘은 서현우의 집에서 자느라고 불안했던 탓에 또 한 번 시달린 듯싶었다.그녀는 악몽을 꿀 때마다 다시 잠들기 어려웠다.이때 서현우가 말했다.“못 자겠으면 일어나. 내가 잠드는 방법 가르쳐줄게.”“네...”도아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서현우가 서재 문을 연 순간, 그녀는 불길한 기운에 휩싸였다.“지금 설마 나더러 글씨 쓰기 연습하라는 거예요? 거절할 수 있나요?”이미 8시간이나 연습
Read more

제285화

그는 말하면서 도아영의 앞에 놓인 술잔을 치웠다.“이 술 도수가 높아서 한 잔이면 족해. 내일 아침에 머리가 아플 수도 있으니 각오해.”“그만, 벌써 천장이 빙빙 도네요.”도아영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음료수 섞으면 나을 텐데. 근데 나... 윤재 씨가 분명 당분간은 술 마시지 말라고 한 것 같은데...”“가볍게 한 잔 마시는 건 수면을 돕고 괜찮아.”“하긴.”도아영은 대체 무슨 맛으로 술을 마시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슬슬 취기가 올라오더니 느닷없는 질문을 내던졌다.“현우 씨, 지금 나한테 다가오는 거 다른 의도를 품은 거죠?”“...”그녀의 풀린 동공을 본 순간 서현우는 이 여자가 취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주량은 아예 서현우에 비할 바가 못 됐다.도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현우의 손에 쥔 술잔을 뺏어왔다.무방비 상태로 있던 서현우는 그대로 빼앗겨버렸다.그녀는 또 한 잔 붓더니 머리를 번쩍 들고 원샷했다.이번엔 트림까지 하니 알딸딸한 취기가 더욱 짙게 올라왔다.“나한테 딴마음 품은 거 확실해!”그녀는 재차 확신하더니 갑자기 서현우에게 바짝 다가갔다.풀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그녀가 마냥 웃길 따름이었다.“날 이용해서 이수호 상대하려는 거죠?”“...”서현우의 얼굴에 띈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다만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럴 줄 알았어요. 분명 타깃이 강이나였는데 뭣 하러 날 택하겠어요?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지!”“내가 널 이용해서 뭘 할 것 같아?”서현우는 아찔한 기운을 숨기고 그녀에게 물었다.이때 도아영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너무 아름다워서 푹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이 여자가 드디어 모든 계획을 까발릴 줄 알고 기다리는데 도아영이 느닷없이 이런 말을 내뱉었다.“내가 볼 땐... 현우 씨가 강이나를 너무 좋아해서 차마 이용하지 못하고 되레 나만 해치는 거예요! 맞죠?”“...”서현우는 별안간 실소가 새어 나왔다.이 여자가 본인 생각을 훤히 꿰뚫을 줄 알았는데
Read more

제286화

“그러니까 누가 나 술 먹이래요? 아빠가 여자는 절대 과음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현우 씨 진짜 나쁜 사람이네요!”“...”서현우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술의 힘을 빌려서 그녀를 재우는 건 실패로 돌아간 듯싶었다.결국 그는 순순히 도아영의 말을 따랐다.“그래, 나 나쁜 사람이야. 그래서 어쩔 건데?”도아영은 코를 훌쩍거리며 그에게 답했다.“사과해요... 나한테.”“...”“그리고 나 현우 씨랑 한배 안 탈 거야! 그렇게 빨리 죽기 싫단 말이에요.”“...”서현우는 헛소리하는 그녀를 묵묵히 바라봤다.도아영이 점점 더 세게 울자 서현우가 끝내 타협하고 말았다.“알았어. 미안해, 사과할게.”“성의가 없어요!”“어떻게 하면 될까?”“각서 써요! 앞으로 절대 나 괴롭히지 않기. 나를 같은 배에 태우지 않기!”“거기에 보상을 좀 더 해주는 건 어때?”“좋죠!”“취한 거 아니네!”서현우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행패를 부리는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고 떠나가려 할 때 도아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지 마! 으악!”이때 도아영이 발을 삐끗하더니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그녀는 서현우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는데 이 남자가 너무 빨리 걸어가다 보니 손끝이 닿지도 못했다.서현우는 재빨리 돌아서서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제발 좀 진정해!”“네...”그녀가 나지막이 대답했다.서현우의 몸에 담배 냄새가 잔뜩 배어서 얼른 뿌리치고 싶었지만 손에 힘이 쫙 빠졌다.“진정 됐으면 이만 돌아가서 자.”“죄송한데... 나 일어설 수 없어요.”도아영은 방금 올 때 지팡이를 챙기지 못해서 지금 다리가 미친 듯이 아팠다.이대로 돌아가는 건 너무 무리였다.“나더러 안고 가라고?”“안될 것도... 없죠.”별안간 서현우가 그녀를 어깨에 들쳐멨다.갑자기 중력을 잃은 도아영은 술이 좀 깨는 것도 같았다.“현우 씨, 이거 놔요! 나 혼자 갈게요! 갈 수 있어요!”다만 그녀가 아무리 외쳐봤자 서현우는 통째로 무시했다.이 남자는 원래 키 큰 데다가 지금
Read more

제287화

“어디 봐봐. 여기가 아픈 거야?”“으악, 다치지 말아요. 다치지 말라고!”방금 서현우가 침대에 내던진 이후로 그녀는 허리가 부러질 것 같고 상처도 더 심해진 것 같았다.변윤재는 그녀의 등을 살펴본 후 말했다.“큰 문제는 아니야. 부주의로 뼈를 다쳐서 그래.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난 이대로 현우 씨 손에 죽어 나가는 줄 알았어요...”그녀는 서러운 눈길로 서현우를 쳐다봤다.이에 변윤재가 안경을 위로 올렸다.“그러게 술은 왜 마셨어?”“잠이 안 와서요...”도아영은 가슴이 찔렸다.악몽을 꾸다가 놀라서 잠을 깼다고 할 순 없으니까.그건 정말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현우가 나쁜 것만 가르쳤네!”변윤재는 서현우를 힐긋 쳐다봤다.“아영이 여자야. 전에 남자 다루듯이 그러지 마. 여자는 원래 남자보다 몸이 연약해. 자칫하다 애 잘못되면 네가 배상할 수 있어? 네 인생을 걸고 배상할 거냐고?”“...”도아영은 변윤재를 빤히 쳐다보다가 질문을 건넸다.“윤재 씨,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응? 뭔데?”“현우 씨 혹시 말하지 못할 병이라도 있어요?”“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아무 일 없어 얘!”“근데 왜 장가를 못 가는 거죠?”“실은 현우가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겨서 솔직히 이런 비주얼에 완벽한 조건을 구비한 빅 보스는 드물긴 하잖아. 아쉽게도 애가 좀 험악해서 여자들이 감히 다가오지를 못해.”“어쩐지...”도아영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변윤재가 궁금한 듯 되물었다.“어쩐지라니?”“어쩐지 윤재 씨가 나랑 현우 씨 이어주지 못해서 안달이라고 했더니 친구가 장가가지 못할까 봐 걱정한 거군요.”도아영은 변윤재에게 대답할 뿐 표정이 일그러진 서현우를 눈치채지도 못했다.어느덧 새벽 네 시가 다 되었고 도아영의 취기도 반은 사라졌다.방금 서현우 앞에서 술주정을 부린 걸 되새기노라니 후회가 밀려와서 이마를 힘껏 내리쳤다.‘내가 미쳤지. 제대로 미친 거야!’‘딴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서현우를?’이 남자는 앞으
Read more

제288화

변윤재는 도통 갈피가 안 잡혔다.서현우가 죽을 만큼 강이나를 사랑한다고?도아영은 대체 어딜 봐서 이런 결론을 내린 걸까?서현우도 이해가 안 됐지만 방금 그녀가 워낙 확고하게 말하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해외에 있을 때 강이나가 이수호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얘기를 듣고 확실히 궁금증이 생긴 건 맞지만 그녀를 만난 순간 별 거 없다고 여겨질 따름이었다.오히려 도아영을 처음 볼 때부터 꼼수가 많은 그녀에게 확 끌렸다.도아영이 대체 무슨 근거로 그가 강이나를 죽을 만큼 사랑한다고 말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한빈이가 이미 도아영 집안 배경을 낱낱이 조사했는데 20여 년 동안 강주를 벗어난 적도 없대. 그러니까 그 말도 너무 마음에 새겨두지 마.”변윤재는 술병을 들고 한 잔 따르려고 했는데 서현우가 별안간 술병을 뺏어왔다.이에 변윤재는 어리둥절해졌다.“왜 그래?”“아영이가 썼던 잔이야.”“...”어느새 날이 밝아졌다.도아영은 언제 침대에서 잠든 건지 기억도 안 났다. 눈을 떠보니 어느덧 점심때였다.눈 부신 햇살이 방안을 환히 비추고 그녀의 얼굴도 따뜻하게 감쌌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질렀다.어젯밤에 서현우가 다음날 분명 머리가 아플 거라고 했는데 진짜 터질 듯이 아팠다.똑똑.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요.”그녀의 대답을 들은 김한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아영 씨, 점심 다 차렸어요.”“네.”도아영은 침대에서 내려와 대충 세안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는 서현우와 변윤재 두 사람 다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담백함 위주의 반찬이 올라왔다.서현우는 기름진 음식을 싫어하다 보니 요리마다 육류 혹은 생선이 아주 살짝 들어갔고 주식도 흔하디흔한 햇반이었다.다만 도아영과 변윤재 앞에 놓인 건 밥솥으로 지은 따끈따끈한 흰쌀밥이었다.“얼른 와.”변윤재가 그녀를 불렀다.도아영은 서현우의 맞은편에 앉아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시금치 무침, 브로콜
Read more

제289화

이런 신분의 사람이 대체 왜 종일 채소만 먹는 걸까?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던지 서현우가 머리를 번쩍 들었다.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도아영은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다만 이번에는 햇반을 먹고 있는 김한빈을 바라보았는데 꼭 마치 값비싼 음식을 먹는 것만 같았다.정작 그가 먹는 건 햇반일 뿐인데...김한빈도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는 머뭇거리다가 질문했다.“아영 씨도 햇반 드릴까요?”“그래 줄래요?”“네, 알겠습니다.”김한빈은 얼른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데워서 도아영 앞으로 가져왔다.도아영은 밑반찬과 함께 밥을 한입 먹었다.그저 평범한 밥과 반찬일 뿐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강요하는 사람 없으니까 억지로 먹지 마.”서현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녀에게 말했다.이에 도아영이 햇반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답했다.“누가 억지로 먹는대요? 가끔 이렇게 먹는 것도 나쁘진 않네요.”도아영은 말하면서 일부러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그녀의 모습을 본 서현우는 머리를 숙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도아영은 간만에 서현우네 집에서 배불리 점심을 먹었다.“다 먹었어?”밥을 하도 많이 먹었는지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도아영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맛있는 점심은 참 오랜만이었다.“그럼 올라가서 글씨 연습해.”“...”자리에서 일어난 도아영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입구에 도착한 그녀는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서현우에게 물었다.“대표님 집에 혹시 휴대폰 충전기 있어요? 어젯밤에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아서요.”주방에서 설거지하던 서현우는 느긋하게 대답했다.“이따가 한빈이 시켜서 보내줄게.”“네!”도아영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잠시 후 김한빈이 충전기를 보내왔다.“고마워요.”그녀는 짤막하게 인사한 후 곧장 휴대폰을 충전했다.드디어 충전되고 휴대폰 전원이 켜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다만 곧이어 화면 상단에 알림창이 미친 듯이 올라왔다.도아영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곧장 알아챘다.
Read more

제290화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도아영은 동작을 멈췄다.“어디 가게?”서현우가 차분하게 물었다.“수호 씨가 집까지 찾아왔어요. 지금 바로 돌아가야 해요.”그녀의 말을 들은 서현우는 되레 질문을 건넸다.“글쓰기 연습은 안 하려고?”“해요, 하는데...”“연습은 하루 이틀에 완성되는 게 아니야. 이수호가 매일 찾아오면 매일 돌아가려고?”훈계를 들은 도아영은 감히 아무 말도 못 했다.이에 서현우가 계속 차갑게 쏘아붙였다.“가고 싶으면 가. 그렇지만 여길 나가면 더는 날 찾아오지 마. 글쓰기 연습도 접고!”그의 진지한 말투에 도아영은 이 남자가 여느 때보다 정색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어젯밤에 겨우 왼손으로 논문까지 썼는데 이대로 포기하는 건 불가능했다.문득 변윤재가 인기척을 느끼고 나왔는데 두 사람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왜 그래? 무슨 일인데?”“집에 한번 돌아가 봐야겠는데... 대표님이 안 놔줘요.”그녀는 말하면서 서현우의 반응을 살폈다.서현우는 줄곧 담담한 표정이었고 이를 본 변윤재는 그의 속내를 바로 알아챘다.그는 떠보듯이 도아영에게 물었다.“이 대표가 오래?”“네!”“파혼한 마당에 뭣 하러 그런 것까지 신경 써?”변윤재는 말하면서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알아 나도. 이 대표가 홧김에 도원 그룹을 건드릴까 봐 그런 거잖아. 그래도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고 또 그럴 필요도 없어. 현우가 너한테 글쓰기를 가르쳐주니 네 선생님 맞지? 선생님이면 반드시 제자를 지켜줄 거야!”도아영은 소파에 앉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안 놓였다.“걱정 마. 이 대표가 정말 끝까지 집요하게 군다면 저녁에 내가 직접 집까지 바래다줄게. 내가 너 데리고 재활 훈련하러 갔다고 하면 되잖아. 두 사람은 이미 파혼했으니 네가 어떤 친구를 사귀든 이 대표가 간섭할 권한은 없어. 내 말 맞지?”“네! 맞아요.”그야말로 일리 있는 말이었다.원래 그녀도 이수호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지만 아직 이수호의 세력이 더 강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세력 차이만
Read more
PREV
1
...
2728293031
...
4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