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Bab 231 - Bab 240

402 Bab

제231화

그녀의 말을 들은 이수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대표님, 나 같은 여자애가 투자에 대해 뭘 알겠어요. 게다가 그 땅은 내가 사려던 게 아니라 연준 씨가 사겠다고 해서 낙찰받은 거예요. 대표님도 잘 알다시피 내가 그때 도씨 일가의 실권도 장악하지 못했는데 어디서 천억을 구하겠어요? 그 땅이 정 그렇게 욕심난다면 구 대표님을 찾아가 보세요. 팔지 말지는 구 대표님께 걸렸거든요.”도아영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이수호는 그녀의 말투에서 선의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지금 장난해? 그 땅은 분명 네가 원해서 산 거잖아. 이렇게 쉽게 줘버렸다고?”“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 당시 연준 씨가 돈을 대줬고 이제 와서 거둬가겠다고 하니 제가 무슨 권력이 있겠어요? 당연히 연준 씨한테 돌려줘야죠.”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저도 후회해요. 이 땅이 이렇게까지 값질 줄 알았다면 애초에 눈 딱 감고 사버리는 건데! 괜히 좋다 말았네요.”“너...”이수호는 그녀를 뭐라고 평가해야 할지 몰랐다.하늘에서 떨어진 횡재를 이토록 홀가분하게 구연준에게 넘겨주다니.구씨 일가와 이씨 일가가 줄곧 앙숙이라는 걸 모르는 자가 있을까?이 땅을 구연준에게 줬다는 건 이경 그룹 하반기 온천리조트 계획이 백 퍼센트 망한다는 것을 뜻한다.이수호가 떠나가려 하자 그녀는 일부러 목을 내빼면서 말했다.“벌써 가게요? 좀 더 있으시지.”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수호가 침실을 나섰다.그가 떠난 후 도아영도 가면을 벗고 편하게 쉬었다.이수호는 그녀가 아빠가 주신 혼수를 전부 끌어모아 남원 교외의 땅을 산 걸 전혀 모르고 있다. 그것참, 모르길 천만다행이지, 알았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원 그룹을 압박하여 그녀의 손에서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이 땅을 뺏어갔을 것이다.‘연준 씨, 미안하게 됐네요. 또 연준 씨를 내세우고 말았어요.’그 시각, 한성대 캠퍼스.“에취!”구연준은 난생처음 학교에서 이미지도 신경 쓰지 못하고 재채기를 해댔다.학생들이 전부 쳐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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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사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무조건 퇴학 조처를 해야 합니다!”“저도 같은 의견입니다!”...회의실에서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었다.그 시각 학교 통보를 기다리는 조나린은 너무 긴장해서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조나린은 교실 안에서 강이나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이나야, 나 퇴학당하는 거 아니겠지? 뭐라고 말 좀 해봐.”유하영은 바짝 긴장한 그녀를 보더니 얼른 다가가서 위로했다.“괜찮아, 나린아. 부주의로 손을 밟은 것뿐인데 어떻게 퇴학까지 가겠어? 게다가 이나도 이미 이 대표님께 말했을 거야. 이번 일은 꼭 잘 해결될 테니까 너무 걱정 마.”말을 마친 그녀는 줄곧 함구하는 강이나를 바라봤다.“이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강이나는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조나린을 위해 사정한 적이 없는데 이 사실을 아직 유하영과 조나린에게 알리지 못했다.어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이수호에게 의심을 받았던 터라 본인 문제도 해결 못 한 마당에 조나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었을까?하지만 이건 단지 도아영의 손등을 밟은 간단한 문제이니 너무 심각한 조처는 없을 것 같았다. 강이나는 결국 모든 공로를 본인에게 돌렸다.“그래, 맞아. 어제 수호 씨한테 다 얘기했으니 너도 아무 일 없을 거야. 걱정 마, 나린아.”조나린은 그제야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됐다.‘하긴, 도아영이 대체 뭐라고? 이수호랑 파혼까지 한 마당에 뭐가 그렇게 대단해?’그도 그럴 것이 한성대는 실력과 배경이 없으면 괴롭힘을 당하는 수밖에 없다.손등만 밟았을 뿐이니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도아영, 넌 이제 뒤 봐주는 사람이 없어. 학교에서도 이번 사건을 그냥 스쳐 지날 거야.’조나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이나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딱히 걱정될 건 없었다. 강이나만 나서면 그녀는 무조건 무사할 테니까.이제 한시름 놨다고 생각할 때 교실 밖에서 웅장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구연준이 어느새 정장으로 갈아입고 금테안경까지 착용하니 고귀한 분위기가 저절로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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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모두가 구연준이 강이나의 유학 문제로 찾아왔을 거라 여길 때 이 남자는 매우 차분하게 조나린을 가리켰다.“조나린.”불현듯 지명을 당한 조나린은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네...”그녀는 초조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연준이 왜 찾아왔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할 때 문밖의 경호원이 긴급하게 프린트한 통지서를 그에게 건넸다.구연준은 통지서를 확인하지도 않고 아예 조나린에게 내던졌다.“넌 오늘부로 퇴학이야.”통지서가 조나린의 발끝에 떨어졌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말도 안 돼!”허겁지겁 통지서를 주워서 봉투를 열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퇴학 조치 서류였다.퇴학이란 두 글자를 본 조나린은 온몸이 경직되었다.‘이럴 수가? 내가 왜? 대체 왜?’그녀는 옆에 있는 강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한편 강이나도 안색이 어두웠다.두 여자가 절친 사이란 걸 모르는 이는 없다. 구연준이 직접 이곳까지 찾아와서 모든 학생들 앞에서 퇴학 통지서를 내던졌다는 건 대놓고 조나린의 뺨을 때리는 거나 다름없었다.“대표님, 오해예요. 다 오해라고요!”조나린이 횡설수설하면서 해명하려 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이에 구연준이 차분한 얼굴로 되물었다.“오해? 도서관에서 폭력을 행사한 영상이 모조리 녹화됐어. 병원에서 부상 진단서까지 받았는데 오해라고? 이번 사건은 범법 행위에 속하니 넌 고의상해죄 및 학교 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거야. 다른 학생들도 잘 들어. 이제 모두가 성인이라 법적 상식을 갖고 본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해!”뭇사람들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어느새 경찰이 안으로 들어왔다.“조나린 씨 맞죠? 저희와 함께 서에 가시죠.”경찰 한 명이 입을 열자 조나린은 사색이 되었다.졸업을 코앞에 두고 퇴학이라니, 게다가 경찰서까지 잡혀갈 신세가 되었다.그녀는 강이나에게 거의 애원하듯 소리쳤다.“이나야, 강이나! 살려줘! 나 좀 구해달란 말이야.”다만 강이나도 감히 꿈쩍하지 못했다.구연준에게 겁먹은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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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그의 따가운 시선에 여학생들이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구연준이 떠나려 할 때 강이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대표님, 단독으로 드릴 말씀이 있어요.”그녀는 원래 학생들 앞에서 친구를 위해주는 선한 이미지를 쌓으려고 했으나 구연준이 가차 없이 잘랐다.“아 참, 이나 너는 유학 생각 접어. 명액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줬어. 그래도 뭐 너희 집안 실력으로 충분히 알아서 유학 가겠지?”순간 그녀는 사색이 되었다.유하영도 구연준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말도 안 돼. 이나 성적이 제일 높은데 명액을 다른 사람에게 주다니?”“그러게 말이야. 이나는 항상 성적이 높아서 전부터 유학 갈 수 있다고 정해진 거 아니었어?”몇몇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강이나와 이수호의 관계를 모르는 이가 없으니까.유학 명액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대표님,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죠?”강이나가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유학은 다 정해진 거라고 여겼는데 구연준이 이런 폭탄을 날릴 줄은 전혀 몰랐다.그것도 모든 학생들 앞에서 이 소식을 알리다니.교실 밖에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강이나의 절친 조나린이 경찰서에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구경하러 나온 것이었다.“네가 들은 대로야. 불만 있으면 네 지도교수를 찾아가서 직접 물어봐.”구연준은 그녀와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지만 강이나가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나린이가 이번에 도아영 괴롭혔다고 이러는 거예요? 아무리 선생님이랑 아영이가 사이가 좋다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면 안 되죠! 이건 엄연한 직권 남용이에요!”그녀는 지금 구연준이 도아영을 위해서 일부러 조나린을 퇴학시키고 심지어 본인의 유학 자격까지 취소했다고 저격하고 있었다.구연준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뒤돌아봤다.뭇사람들도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이때 구연준이 수중의 책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마지막 체면이라도 남겨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나온 이상 그 이유를 제대로 한번 설명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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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네, 대표님.”곧이어 구연준은 교실을 나섰다.교실 안의 뭇사람들은 안쓰러운 눈길로 강이나를 쳐다봤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눈빛으로...“이나야...”유하영은 그래도 강이나를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눈시울이 빨개진 채 교실을 뛰쳐나갔다.저녁 무렵, 이씨 일가.도아영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가정부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를 보고 화들짝 놀라서 그릇을 엎을 뻔했다.“아영 씨! 대표님께서 요 며칠은 무조건 침대에 누워계시라고 했잖아요! 왜 혼자 내려왔어요?”가정부는 황급히 달려가 도아영을 부축했다. 한편 도아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꼬박 하루를 누워있었어요. 더 있으면 폐인이 될 것 같단 말이에요.”“하지만 대표님께서...”“집에도 없는데 뭣 하러 신경 써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문밖에서 이수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근데 나 이제 돌아왔는데?”“...”도아영은 미간을 찌푸렸다.남원 교외의 프로젝트가 끝내 그를 얽매지 못했던 걸까?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지?이수호가 이제 막 침실로 들어서려 할 때 도아영이 재빨리 지팡이로 그를 가리켰다.“거기 서요!”이수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봤다.“난 그냥 여기서 병 치료만 받는다고 했어요. 다 큰 남자가 시도 때도 없이 내 방에 드나드는 건 경우가 아니죠! 당장 나가요!”문전박대를 당한 이수호는 쓴웃음을 짓더니 더 당당하게 가까이 다가왔다.“아영아, 여기 내 집이야. 내가 어느 방에 가든 네 허락을 맡을 필요는 없어.”그는 도아영의 손에서 지팡이를 빼냈다.무기력하던 도아영은 그대로 지팡이를 뺏긴 채 몸에 중력을 잃었다.“수호 씨 진짜!”그녀가 휘청거릴 때 이수호는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너무 갑작스러운 제스처에 도아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소리쳤다.“이거 놔요!”“진짜 놔?”이수호는 그녀에게 현재 위치를 보여줬다.이 타이밍에 손을 놓아버리면 도아영은 2층 계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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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예전 같으면 남현숙도 이런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봤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표정이 싸늘해졌다.“아줌마들은 대체 뭐 하고 있어? 얼른 가서 도아영 씨 부축해야지!”도아영 씨란 호칭 하나로 둘 사이의 거리가 확 멀어졌다.전에 남현숙은 항상 다정하게 아영이라고 불렀으니까.스캔들이 난 이후로 남현숙도 심기가 불편해진 모양이다.유정희는 황급히 다가가 도아영에게 손을 내밀었다.도아영도 빨리 이수호한테서 빠져나오려고 그 손을 덥석 잡았다.이를 눈치챈 이수호는 바닥에 발을 디딘 그녀를 차갑게 노려봤다.도아영이 눈길 한번 안 주자 이수호는 기분이 더 잡쳤다.‘내게 안기는 게 그렇게 싫어?’한편 도아영은 옆에 서서 어르신께 인사했다.“할머니...”“다쳤다는 소식 들었다.”남현숙은 그녀를 샅샅이 훑어봤는데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돼버렸다.평상시 같으면 엄청 안쓰러워할 텐데 오늘은 유독 쌀쌀맞았다.“어쩌다가 경찰서에 잡혀갔어?”‘그럼 그렇지.’도아영은 남현숙의 주안점이 전혀 놀랍지가 않았다.이경 그룹에서 연륜이 가장 높은 분이기에 손주며느리가 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신경 쓰는 건 지극히 정상이었다.이 바닥에서 경찰서에 잡혀갔다는 건 사교성 꽝, 블랙리스트에 들어간 거나 다름없다.누군가가 짐짓 좋은 체해도 가까이 다가올 리는 없다.도아영이 이제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이수호가 먼저 가로챘다.“내가 아영이 오해해서 잠깐 트러블이 생긴 거예요.”“트러블이 생겼다고 경찰서까지 가?”남현숙이 정색하며 쏘아붙였다.“강씨 저택을 짓부순 게 도아영 씨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그래?”“맞아요, 저도 이제 잘못을 뉘우치고 일부러 아영이를 병원에서 데려왔어요. 이제부터 제가 직접 돌보려고요.”남현숙은 손자의 진심 어린 태도에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두 사람 이미 파혼했으니 도아영 씨도 계속 여기서 지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이참에 우리 집으로 가지. 내가 사람 시켜서 정성껏 보살펴줄게.”남현숙은 말끝마다 도아영 씨라고 부르면서 거리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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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그는 절대 도아영의 뜻대로 해줄 리가 없다.“수호야, 아영 씨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면 더는 강요하지 말아.”남현숙은 이 두 사람이 얼른 관계를 끝내기만 바랐다.“아영 씨가 공부에 전념했잖아. 그럼 한성대 근처에 집 하나 구해줘.”“할머니, 그건...”“됐다. 그냥 내 말대로 해.”이 집안에서 남현숙의 말이 곧 진리이다. 그녀는 곧이어 유정희를 바라봤다.“아줌마, 가서 도아영 씨 짐 정리 도와드려.”“네, 어르신...”유정희는 살짝 난감한 눈길로 이수호를 쳐다봤다.이때 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할머니,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고 아영이도 몸이 불편하다 보니 내일 해요. 내일 아침에 안 비서 시켜서 일단 집부터 마련하고 아영이 이사시킬게요.”남현숙은 당장이라도 도아영을 내쫓고 싶었지만 다친 몸으로 내쫓는 건 너무 한 것 같아 순순히 손자의 말을 따랐다.“도아영 씨, 할 얘기 있으니까 이리 와.”말을 마친 남현숙은 소파에 앉았다.지팡이가 없는 도아영은 안 그래도 걸음이 불편한데 남현숙은 일부러 그녀와 가장 멀리 떨어진 소파에 앉았다.유정희는 짐 정리하러 올라갔고 이수호와도 더는 스킨쉽을 하고 싶지 않으니 마지못해 아픈 다리를 끌고 고통을 참으면서 남현숙에게 다가갔다.이를 지켜보는 이수호는 미간이 저절로 구겨졌다.그녀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너무 아파서 식은땀까지 흘리자 이수호는 재빨리 다가가서 팔을 부축했다.도아영은 황급히 팔을 치우려고 했으나 이수호가 그럴 기회를 안 줬다.이 모습이 너무 불만스럽지만 남현숙은 티를 낼 수가 없었다.그녀가 남현숙 앞에 다가가자 이수호는 조심스럽게 의자까지 내주었다.“앉아.”“...”도아영도 무척 앉고 싶었지만 차를 마시는 남현숙의 눈치를 살피더니 끝내 앉지 않았다.남현숙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이수호를 건드리는 것보다 훨씬 끔찍한 일이니까.이수호는 꿈쩍 않는 그녀를 보더니 아예 의자에 꾹 눌러 앉혔다.그의 거친 동작에 도아영은 하마터면 상처를 건드릴 뻔했던지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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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예의 바르고 교양 있는 부잣집 따님이라 남현숙의 마음에 쏙 들었다.‘완전 잘됐네!’이제 이수호가 종일 감시할 일은 없을 것이다.한편 이수호는 몰래 기뻐하는 도아영의 표정을 모조리 캐치했다.그는 마음속 깊이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이토록 내가 딴 여자를 만나길 바랐어?’“애초에 너희 두 사람도 좋게 봐왔지만 몇 개월 지내보니 둘이 참 안 어울리더라. 수호는 내조 잘하는 아내가 필요한데... 도아영 씨는 워낙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잖아. 이제 나도 더는 두 사람 강요 안 해.”남현숙은 도아영이 약혼녀로서 자격이 없다는 걸 대놓고 티를 냈다.이에 도아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남현숙이 원하는 건 예쁜 꽃 같은 손주며느리였다. 밖에서도 실컷 자랑할 수 있고 집에서도 매우 실용적인 그런 여자 말이다.전에 남현숙과 이수호에게 잘 보이려고 집에서 밥하고 빨래만 하던 자신을 되새기노라니, 무슨 일이든 이수호만 배려하던 자신을 되새기노라니 도아영은 제 뺨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나 왜 그렇게 비굴했지? 하라는 공부도 안 하고 고작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애쓴 거야?’좋은 대학에 가려고 노력했던 학창시절이 아까워질 따름이었다.환생한 후 그녀는 약혼녀로서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잘해볼 생각조차 없었다.한편 남현숙은 그녀가 순순히 고개만 끄덕이니 속내를 아예 모른 채 야유에 찬 눈길로 째려볼 뿐이었다.도아영은 지금 할머니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 수호 같은 애를 놓치는 건 평생 후회할 일이라고 여길 것이다. 눈앞에서 200억을 놓치는 것만큼이나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다만 그녀는 이수호와 200억이 동시에 눈앞에 놓여있어도 1초의 고민 없이 바로 200억을 택할 것이다.이수호가 남현숙에겐 소중한 보물일지 몰라도 그녀에겐 전혀 아니니까.“난 할 얘기 끝났으니 도아영 씨도 너무 속에 남겨둘 필요는 없어. 강주에 좋은 남자가 많잖아. 아영 씨 아버지가 안 계시니 내가 꼭 책임지고 좋은 신랑감을 골라줄게.”“괜찮아요. 저 당분간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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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이수호가 손에 힘을 꽉 주자 도아영이 나무 아파서 식은땀까지 흘렸다.“아파요, 이거 놔요!”그는 그제야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걸 알아채고 도아영의 손등에 난 상처를 보다가 곧장 놓아주었다.도아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와 멀찍이 떨어졌다.“연준 씨든 현우 씨든 대표님 알 바가 아니에요. 우린 이미 파혼했으니 사적인 질문은 삼가세요. 전에 분명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잖아요.”도아영이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자 이수호는 쓴웃음을 지었다.“진짜 둘 다 섭렵했나 보네.”“마음대로 생각해요.”그녀는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잘 들어. 그 두 사람은 너 따위가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인물이 아니야. 조만간 나한테 찾아와서 애원할 때가 있을걸.”“걱정 마세요. 그런 날은 없을 테니까.”말을 마친 도아영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지팡이를 줍고 간신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옆에 있던 가정부가 그녀를 부축하고 싶었지만 이수호가 곁눈질하며 제지했다.‘날 멀리하려고? 꿈 깨!’다음날 이른 아침 도아영은 잠에서 깼다. 오늘은 이씨 일가에서 짐을 싸고 나가는 날인데 유정희가 글쎄 그녀의 캐리어를 활짝 열고 어제 싸두었던 물건들을 전부 꺼내놓았다.“아줌마, 이게 뭐예요?”유정희는 그녀의 부름에 곧바로 대답했다.“대표님께서... 한성대 부근에 집 구하기 어려우니 시간이 좀 걸린댔어요. 아영 씨는 일단 여기서 지내다가 집을 구하는 대로 나가시면 돼요.”도아영은 미간을 확 구겼다.‘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강주 바닥에서 이수호가 집 한 채 구하기 어렵다는 건 정말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건축업계 사장님들은 저마다 가장 좋은 집을 이수호에게 팔지 못해 안달일 테니까.‘이수호, 대체 또 무슨 수작인 건데?’“대표님은요? 지금 좀 뵈어야겠어요.”“회사 나가셨어요. 오늘은 늦게 돌아오신대요.”유정희는 말하면서 도아영의 짐을 싹 다 꺼내놓았다. 이에 도아영이 일부러 구시렁댔다.“할머니는 하루빨리 나가라고 하셨는데 이러다가 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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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소개팅? 오케이!’“아영 씨?”유정희는 싱글벙글한 그녀를 보더니 어안이 벙벙해졌다.전 약혼자가 소개팅하러 간다는데 이렇게 기뻐할 일일까?“괜찮아요, 아줌마. 고마워요.”도아영은 문득 마음이 홀가분해졌다.‘이제 이 집에서 지낼 날도 얼마 안 남았네? 곧 나갈 준비만 하면 되겠어!’이때 도아영의 휴대폰이 울렸다.구연준한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자 그녀는 재빨리 대화창을 열었다.[점심에 차 보낼 테니 나와.]짤막한 한마디에 도아영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아마도 남원 교외 프로젝트에 관한 소식일 듯싶었다.그녀는 본가에서나 이수호의 집에서나 남원 교외 프로젝트를 의논하기가 불편했는데 구연준이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메시지를 보냈다.[오케이.]그녀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이경 그룹.점심시간 무렵, 이수호는 피곤한지 의자 등받이에 기대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5분도 쉬지 못하고 안지원이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어르신께서 재촉하십니다. 진설아 씨가 이미 출발했으니 여자분 먼저 기다리게 하지 말라네요...”“알았어.”이수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무심코 휴대폰을 챙기면서 화면을 봤지만 업무 외의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는 미간을 구기고 안지원에게 물었다.“도아영 오늘 뭐 했지?”“네? 아영 씨는 이제 거동이 불편하니 집에서 쉬고 계실 겁니다.”“그래.”이수호가 담담하게 말했다.“해외 전문 의료진은 찾았어?”“함 원장 측에서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제가 다시 여쭤볼게요.”“얼른 다그쳐.”“네.”안지원은 그가 이토록 도아영을 걱정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질문을 건넸다.“대표님, 저 사실 대표님께서 강이나 씨 제외하고 이렇게까지 여자분한테 신경 써주시는 거 처음 봤어요. 혹시 아영 씨를...”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수호가 싸늘한 눈길로 째려봤다.“의사를 찾아주는 건 단지 나 때문에 아영이가 피해를 봐서 그런 거야. 일종의 보상이지.”“네... 대표님.”안지원은 곧장 머리를 숙였다.“게다가 누가 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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