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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너를 붙잡다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700 챕터

제461화

참지 못하고 풉, 웃음을 터뜨린 신하린은 손을 뻗어 깜찍한 아이의 작은 볼을 꼬집었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이모한테 전부 얘기해. 이모가 사줄게.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 쓸 만큼 이모 돈 많아.”거짓말은 아니었다. 신하린에게는 정말 쓰고도 남을 돈이 있었다. 작업실을 막 오픈했을 땐 매일 기도를 올리면서 여기저기 부탁해 프로젝트를 가져왔었다. 하지만 지금 작업실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전부 클라이언트가 직접 계약서를 들고 찾아온 것들이었다. 신하린은 더 이상 일이 없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법률 사무소의 수입까지 더해져 지금의 신하린은 온전한 부자라고 할 수 있었다. 책 몇 권이 아니라 집 몇 채, 차 몇 대를 사달라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줄 수 있었다. “그리고 예쁜 치마도 몇 벌 사줘요. 입원한 동생에게 선물하고 싶어요.”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여동생을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픈 건 왜일까?“그 동생이 그렇게 좋아? 왜?”신하린은 그런 심태하가 이상하기만 했다. 심미연은 분명 심태하는 차가운 아이라 밖에선 누구를 보든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난 꼬마 아가씨한테는 과분하게 잘 해주는 것 같은데?’‘대체 뭐가 쌀쌀맞다는 거야.’“왜냐하면 저랑 똑같이 생겼으니까요!”심태하가 초롱초롱하게 눈을 깜빡이며 신하린을 쳐다보았다. “이모, 아니면 내일 저와 같이 쇼핑해요. 제가 직접 예쁜 원피스로 고르고 싶어요.”신하린은 저도 모르게 눈을 커다랗게 뜨고 심태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급하게 선물하려고?”“저 다음 주면 생일이잖아요. 제가 사준 원피스를 입고 제 생일파티에 오라고 하고 싶어요.”심태하가 진지하게 말했다. “좋아!”신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있는 강지한을 꼭 닮은 얼굴은 아무리 봐도 잘생긴 것 같았다. 만약 아이가 강지한을 만난다면 바로 아빠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럼 약속한 거예요. 이모, 먼저 잠깐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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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어린 아이라 아직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몰랐다. 화가 나는 상황에 기쁜 척을 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얘기해 봐. 이모가 해결해줄게.”말이 없는 심태하의 모습에 조바심을 느낀 신하린의 말투가 조금 조급해졌다. “제 아빠 이름이 강지한이예요? 이노하이브의 대표?”심태하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엄마가 알려줬어?”신하린이 의외라는 듯 반문했다. ‘심미연, 추진력도 빠르지.’“그 사람, 혹시 완전 나쁜 남자예요? 엄마에게 하나도 안 잘해줬어요?”심태하가 또 물었다. 신하린은 그만 멍해졌다. ‘미연이가 자기 아들에게 이런 말은 안 했을 텐데.’게다가 심태하에게 아빠의 존재를 알려줬다고 해도 이렇게 강지한을 평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누가 알려준 거야? 설마 박유진 씨?’‘아냐, 박유진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제 말이 맞나 보네요, 그렇죠?”신하린의 표정을 본 심태하의 자신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신하린이 얼른 대답했다. “그건 엄마와 아빠 사이의 일이야. 엄마 입에서 나온 것만이 사실이고 믿을 수 있는 얘기야. 다른 사람이 뭐라고 했든 그냥 듣고 넘겨. 믿을 필요 없어. 왜냐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한 가지 모습만 봤거든. 그건 진짜 그 사람이 아니야.”신하린의 말을 알아들은 심태하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제가 나중에 엄마에게 물어볼래요.”“그러면 지금은 웃으면서 기분 좋게 지내볼까?”신하린이 심태하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아이를 달랬다. 몽글몽글한 얼굴을 꼬집을 때의 촉감이 너무 좋았다. ‘또 꼬집고 싶네.’하지만 심태하는 신하린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모, 가요.”말을 마친 심태하는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자신의 손을 힐끔 내려다보던 신하린이 피식, 웃어버렸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자 심미연은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고 박유진이 서빙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하린은 괜히 부러워졌다. ‘행복해 보여.’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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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심미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린아, 태하가 하는 얘기 들었어? 얼른 움직여. 태하 이모부 찾으러 가야지.”말하며 심미연은 신하린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 “저 꽤 괜찮은 남자들 많이 알고 있는데, 소개해줄까요?”박유진이 국그릇을 심미연 앞에 놓으며 늘 그렇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옅은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좋지. 오빠가 하린에게 소개해줘. 잘생기고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밖에서 이상한 짓하는 사람은 안 돼. 이왕이면 식스팩도 있는 남자로.”단번에 모든 조건을 말한 심미연은 그제야 몇 쌍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다들 왜 그렇게 봐?”“네가 그런 남자를 소개 받고 싶은 거야, 아니면 하린 씨가 받고 싶은 거야?”박유진 눈가의 미소는 사자질 줄 몰랐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다. “그건 네 요구사항이잖아. 난 그거 아냐.”심미연에게 책임을 떠넘긴 신하린이 웃음을 터뜨렸다. 심태하는 큰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식스팩이 뭐예요?”‘나 어려서 못 알아듣는다고 일부러 이러는 걸까?’흥!“아빠한테 옷 올려서 만지게 해달라고 해 봐. 복근이 여섯 개가 있는지 세어보면 알 수 있어.”신하린이 음식을 집어 그릇에 놓으며 심태하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심태하가 박유진을 쳐다보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아빠, 식스팩이 어떻게 생긴 건지 보여줄 수 있어요?”심미연도 박유진을 바라보았다. 마치 식스팩의 존재 여부를 알고 싶은 표정이었다. 심미연의 눈빛을 마주한 박유진의 눈빛이 그윽하게 짙어졌다. “왜? 너도 보고 싶어? 아니면, 만지고 싶은 건가?”신나게 구경 중이던 심미연은 저도 모르는 사이 구경의 대상이 되자 순간 빨갛게 얼굴을 붉혔다. “아냐. 헛소리 하지 마.”‘애가 뭘 배우겠어.’심태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심미연을 쳐다보았다. “엄마, 왜 안 만지고 싶어?”심미연의 얼굴이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심태하, 말 말고 얌전히 밥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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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심미연과 강지한은 이미 오래 전 지나간 과거였다. 진작 깨끗하게 헤어졌고 심미연의 마음엔 강지한의 조금도 없었다. 그러니 강지한이 남자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심미연은 박유진과 잠자리를 가질 수가 없었다. “아니면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건 어때?”심미연의 이런 상황에 신하린 역시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의사에게 희망을 걸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엔 어떤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좋을지 내가 알아볼게.”매번 그런 상황이 오면 심미연은 늘 박유진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 역시 이런 심리적 거부감을 치료해 박유진과 잘 시작해 보고 싶었다. 이 세상에 더는 박유진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잘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심미연은 잘 알고 있었다. “내일 파티가 있어. 내가 몰래 경성에서 제일 유능한 정신과 의사를 알아봐 올게.”신하린은 진심으로 심미연이 행복하길 바랐고 그래서 그녀를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갓 박유진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늘 한결같이 심미연을 대했다. 만약 심미연이 박유진과 결혼까지 가게 된다면 그녀는 분명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너 예전엔 강지한 엄청 싫어했었다. 그래서 내가 강지한과 만나는 걸 마땅치 않아 했었고. 하지만 오빠와 내 일에는 오히려 지극정성이네. 그러고 보니 네 마음속에 오빠는 꽤 괜찮은 사람인가 봐.”심미연이 웃는 얼굴로 장난스레 말했다. 신하린이 그런 심미연을 힐끔 노려보았다. “강지한 씨는 너와 있을 땐 늘 차가운 모습이었어. 외식할 때도 늘 네가 그 사람을 챙겨줬었고. 그런데도 그 인간은 늘 당연하다는 듯이 네 모든 사랑을 받고만 있었어. 그게 전부 네가 본인을 좋아하니까 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잖아. 그러니 그 인간은 네가 보이지도 않고 널 마음에는 더더욱 두지도 않았던 거야. 그런 인간을 내가 어떻게 좋아해.”강지한의 얘기에 마음속 분노가 들끓었다. ‘그런 개 같은 인간은 미연이가 모든 걸 내려놓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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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심미연이 입술을 짓이겼다. 얼마 전 심서연이 전화로 딸 얘기를 꺼낸 것을 떠올린 심미연은 혹시 심서연은 진작 자신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은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 심서연이 심미연은 살아있고 심지어 아이까지 낳았다는 정보로 거래를 해 강씨 가문에 들어간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만약 강지한이 정말 심미연이 살아있고 그의 아들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왜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을까?‘아냐. 원호 선배가 내 모든 흔적을 지웠어. 강지한은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었을 거야.’침묵으로 일관하는 심미연을 보며 신하린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심미연이 뭔가를 떠올렸다. 잠시 후, 깊은 숨을 들이쉰 심미연이 생각을 정리하며 말했다. “내가 조사해보면 알겠지.””그래. 우리도 너무 오래 자리 비웠어. 일단 내려가자. 나중에 박지윤이 알면 우리가 뒤에서 몰래 험담이라도 한 줄 알겠어.”신하린이 심미연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너 심서연 조심해. 태하 곁에서 경호원 더 붙여야겠어. 아니면 내가 마음이 안 놓여.”신하린은 그 순간 심태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태하는 대체 강지한 그 쓰레기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누가 알려준 거지?’그런 생각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신하린이 손에 힘을 실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화가 났어? 너 때문에 내 손 부러질 것 같아.”귓가에 심미연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신하린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려 심미연을 보던 신하린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신하리는 심태하와의 대화 내용을 심미연에게 전했다. 얘기를 들은 심미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미연아, 혹시 심서연이 가르쳐준 거 아닐까?”신하린은 박유진의 인성의 100% 신뢰했다. 그는 절대 심태하에게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심미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럴 수도 있지.”‘아무래도...’‘심서연이 착한 사람은 아니니까.”“난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네 부모님과 심서연처럼 악독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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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그 사람들 누구에게나 잘해주면서 정작 너한테만 그렇게 구는 거야! 혹시 네가 그 집 친딸이 아닌 거 아니야?” 신하린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내뱉었다. 심미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예전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몰래 DNA 검사를 해봤는데 결과는 당연히 그들의 딸이었지.” 신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부모님도 정말 드물다니까!”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다행히 외할머니가 계셔. 외할머니는 나한테 정말 잘해주시거든.” 다만 조은하는 양경자에게 전혀 잘해주지 않았다. 그게 아니었으면 양경자의 병이 그렇게까지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양경자를 떠올리니 심미연의 마음이 아려왔다. 돌아온 지 이틀째인데 아직 양경자를 찾아갈 시간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양경자라면 심미연을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네 외할머니는 온지유가 죽인 거야. 이제 온지유도 마땅한 대가를 받았으니 외할머니도 편히 잠들 수 있겠지.” 신하린은 그 날의 재판을 떠올렸다. 임현은 법정에서 당당하게 나서서 온지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임현은 그 일 이후 유명세를 타며 변호사로서 승승장구했다. 그녀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임현의 뒤에는 줄곧 심미연이 있었다는 걸. 진짜 대단한 사람은 심미연이었다. 그 후 그녀는 심미연에게 당시 그렇게 많은 증거가 있었는데 왜 온지유를 사형에 처하지 않고 무기징역으로 만든 거냐고 물었다. 심미연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온지유가 평생 고통 속에서 살게 할 거야. 그리고 내 성공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게 할 거고.” 그리고 심미연은 그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임현 씨를 찾아간 건 일종의 도박이었어. 그런데 임현 씨가 법정에서 내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해줬지!” 심미연은 임현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몇 년간 둘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때 나한테는 왜 안 찾아왔어! 흥! 나는 진짜 네가 죽은 줄 알았단 말이야!” 지금도 그때의 기분을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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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신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됐어.” 그녀와 이진영은 원래 사랑 때문에 함께한 게 아니었다. 당시엔 그저 서로 필요한 것이 있어서였을 뿐 이미 오랫동안 연락도 없었으니 더 이상 얽힐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이진영은 이제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에 그녀가 갑자기 끼어드는 건 의미가 없었다. 절 열 개를 부수는 한이 있어도 한 번 맺어진 인연을 깨뜨리지 말라는 말도 있다. 이진영의 결혼을 망치는 그런 비도덕적인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다. “넌 진영 도련님을 사랑하지 않아?” 심미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신하린이 이진영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신하린은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함께 있을 때부터 우리 둘이 불가능하다는 걸 똑똑히 알고 있었어. 그 후로 연락이 끊겨서 나도 그냥 헤어진 거라고 생각했어. 특별히 슬프다는 느낌도 없었어. 가끔씩 떠올리긴 했지만 그게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안 그래?” 심미연은 잠시 침묵했다. 신하린은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진영에게 너무 많은 실망을 느껴 이미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 심미연은 그런 신하린이 안타까웠다. “시간도 늦었는데 이제 가야겠다!” 신하린은 심미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섰다. 이진영과 관련된 이야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심미연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나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박유진과 심태하가 매트 위에서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표정은 모두 진지했다. 그들은 마치 부자처럼 보였다. 신하린은 심미연의 손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봐, 정말 사이가 좋다니까!” 아마도 박유진처럼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신경 써주는 남자는 많지 않을 거다. 게다가 이 아이는 친아들도 아니었다. “응, 태하가 오빠를 정말 잘 따른다니까.” 심미연은 자신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 박유진은 심태하를 돌보면서 동시에 그녀까지 챙겨줬다. 그녀는 여러 번 도우미를 고용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도우미가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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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이진영의 얼굴은 사납게 일그러졌다. “신하린, 한 마디만 더 해봐!” 신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저는 당신을 몰라요. 이만 가주세요!” 그가 한유나와 함께한 그날부터 그녀는 이미 헤어지자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끌고 늘어지며 헤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남아있던 약간의 인내심은 이미 다 소진된 지 오래였다. 이제 그녀는 그냥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싶을 뿐이었다. “신하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어!” 이진영의 얼굴은 어두웠다. 눈빛도 엄청 사나웠다. “너 혼자 탈래, 아니면 내가 안아서 차에 태워줄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저는 진영 씨랑 가지 않을 거예요!” 말을 마친 신하린은 돌아서서 뛰어갔다. 그녀는 이진영을 보기 싫었다. 이진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온몸에서 소름 끼치는 냉기를 풍겼다. ‘신하린이 도망을 치다니, 그렇게 내가 보기 싫었나?’ 그 순간, 갑자기 눈 부신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진영이 정신을 차렸을 때 차 한 대가 옆을 빠르게 지나가며 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휘날렸다. 그가 차량 번호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차는 이미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진영 씨, 살려줘요!” 신하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진영은 즉시 생각을 접어두고 재빨리 달려갔다. 신하린은 땅에 누워 있었다. 주변에는 선홍색 피가 장미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그 선명한 붉은색이 이진영의 눈을 찔렀다. 그는 서둘러 몸을 굽혔다. “너, 너...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 그는 다소 횡설수설했다. 이진영은 두려웠다. ‘만약 신하린이 죽으면 어떻게 하지?’ “제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요. 조심해요!” 신하린은 힘을 다해 이 말을 마치고는 눈을 감고 그대로 기절했다. 이진영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차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그녀를 차에 조심스럽게 눕힌 후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전원 준비해, 10분 후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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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나도 지금은 잘 모르겠어. 오빠가 한번 물어봐 줘.” 심미연은 옷을 여미며 신발을 집으려 손을 뻗었다. 박유진은 그녀보다 한발 앞서 신발을 집어 들고는 쪼그려 앉아 그녀 발 앞에 놓았다. “발 들어, 신어.” 심태하는 매우 주관이 강한 아이라서 말하기 싫으면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 갈게. 만약 늦게까지 안 돌아오면 신하린 상태가 심각해서 그런 거야. 기다리지 말고 태하랑 일찍 자.” 박유진의 도움으로 신발을 신은 심미연은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박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알았어, 조심해서 다녀와.” 심미연은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잡고 발끝을 들었다. 그리고 붉은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가볍게 맞댄 후 ‘쪽' 하고 소리를 내며 키스했다. “오빠가 한 말 다 기억했어!” 매번 외출할 때마다 박유진은 이렇게 계속해서 그녀에게 당부했다. 정말로 그녀를 아이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따뜻함을 느꼈다. 누군가가 항상 걱정해 주면 행복한 기분이 드는 법이다. 박유진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를 또 꼬시면 안 보내줄 거야!” 심미연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빠는 날 잡을 수 없어!” 그녀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달려 나갔다. 그녀가 즐겁게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박유진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함께 하든 안 하든, 이렇게 그녀 곁에 있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심미연이 떠나자 그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는 심미연을 따라가도록 사람을 보냈다. 심미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심미연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진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일어섰다. “하린이는 아직 안에 있나요?” 심미연이 물었다. “네!” “가서 전해줘요. 제가 직접 수술할 거예요!”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이진영은 그녀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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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신하린은 평소 아름다움을 그렇게도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이다. 그런 그녀라면 한쪽 다리를 잃은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심미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의료진 뒤를 따라 병실로 들어갔다. 모든 검사를 마친 후 심미연은 비로소 안심하고 신하린을 의료진에게 맡겼다. 그녀는 몸을 돌려 이진영을 바라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잠깐 밖으로 나와요. 물어볼 게 있어요!” 이진영은 병상으로 걸어가 몸을 굽혀 침대 위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너무 말랐고 얼굴은 손바닥만 해 보였다. 너무나도 허약해 보였다.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은 마치 언제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심미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린이를 지키지 못했으면서 이제 와서 후회하고 슬퍼한들 무슨 소용이에요! 나와요, 물어볼 게 있다고요!” 이진영은 시선을 거두고 심미연을 따라 병실을 나왔다. “이진영 씨가 왜 거기에 있었어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심미연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신하린이 그런 상태가 되자 그녀는 가슴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 이렇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상당히 관대한 것이었다. “저는 하린이와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하린이가 저와 이야기하려 하지 않더니 도망치더라고요. 그러다가 차에 치였어요.” 이진영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진영 씨가 준비한 사람 아니에요?” 심미연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 “당연히 아니죠!” 이진영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요?” 그는 그녀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이진영 씨가 한 게 아니라면 이 일은 제가 직접 조사할 거예요. 하지만 미리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만약 이게 당신 부모나 약혼녀가 한 짓이라면 저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예요! 그때 와서 저한테 봐달라고 하지 마세요!” 심미연은 말을 마치고는 돌아서서 떠났다. 지난 2년간 회사는 안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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