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따가 어머니한테 전화할게.” 박유진은 입가의 미소가 한층 깊어졌다. 심미연이 그의 부모님을 뵙겠다고 하니 그는 당연히 기뻤다. 사실 그들은 이미 20년 넘게 얼굴을 봐 온 사이였지만 이제 그때와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되어 있었다.“얼른 회사 가 봐. 일 빨리 끝내고 집에 일찍 가자.” 심미연은 박유진을 살짝 밀며 재촉했다.그와 함께 있으면 늘 마음이 편안했다. 불필요한 걱정도 애써 꾸밀 필요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심태하가 놀이 매트 위에 앉아 레고를 맞추고 있었다. 작은 손으로 블록을 하나하나 끼우며 제법 진지한 얼굴로 집중하고 있었다. 박유진은 고개를 숙여 심미연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회사 다녀올게. 퇴근하면 바로 너랑 태하 데리러 올게.” 심미연은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얼른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박유진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곤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불렀다. “태하야, 아빠 회사 갔다 올게. 엄마랑 집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어.” 심태하는 그제야 고개를 번쩍 들고 통통한 손을 흔들며 밝게 외쳤다. “아빠, 잘 다녀오세요.” 박유진은 아이를 향해 한 번 더 미소 짓고 나서야 아쉬운 듯 천천히 몸을 돌려 집을 나섰다. 심태하는 손에 쥐고 있던 레고를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은 몸 옆에 붙인 채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심미연은 깊은 숨을 내쉬며 가슴 속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태하야, 미안해. 엄마가 네 친아빠에 대해 제대로 얘기해주지 못했어.” 심태하는 급히 말을 끊으며 고개를 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저 알아요. 내 친아빠는 엄마한테 못된 짓만 한 나쁜 사람이에요. 바람도 피웠잖아요.”비록 그 기사들이 이미 모두 삭제됐지만 심태하는 여전히 인터넷에서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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