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있던 사람이 제자리에 굳었다. 이내 그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가 진찰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가족들은 나가 주세요.”“방해되지 않도록 할게요. 의사 선생님, 제 딸 좀 치료해 주세요.”강지한은 낯선 사람에게 강상미를 맡기는 게 도무지 불안한 듯했다.“끝까지 그렇게 나오실 건가요? 그럼 제가 돌아가겠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미간을 찌푸리던 강지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불안해서 그래요. 그쪽이 정말 명의가 맞긴 한지 저는 모르니까요.”‘이렇게 젊은데 명의라고? 사기 치는 거 아닌가?’“친구분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계속 여기 있으실 거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녀의 말투는 아주 단호했다.바로 그때, 강지한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박시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마침 잘됐네.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지한아, 그 의사님은 만났어? 수염 가득한 노인 맞지?”박시훈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났다.강지한은 그 의사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방금 들은 목소리를 떠올려 보아도 그 의사는 여자가 확실했다. 그리고 나이가 많아 보이지도 않았다.“지한아, 왜 말이 없어?”박시훈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그럼 그 명의가 노인이 아니라는 건가? 하지만 그래도 여자일 리는 없을 것 같은데...’“너 그 의사분한테 어떻게 말했어?”강지한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말? 그냥 네 딸이 입원해 있는 환자실 번호를 보내줬지. 그거면 된 거 아니야? 그 외에 뭘 더 말해야 해?”“지한아, 무슨 의미야?”박시훈이 서둘러 말했다.“그래, 명의님이신데 분명 못생겼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네 딸을 살릴 수 있다는 거 아냐? 그럼 된 거지. 뭐가 불만인데?”강지한은 안색이 더 어두워지더니 바로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박시훈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아빠, 잠깐만 나가 계시는 게 어때요? 이 예쁜 언니가 금방 검사해 주실 거예요!”그때, 병실에 누워있던 강상미가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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