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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미연아...” 박유진은 가슴이 살짝 떨렸다. 조용한 공간 속에서 낮고 부드럽게 입을 떼며 적막을 깨뜨렸다. “응?” 심미연이 가볍게 대답했다. 목소리도 눈빛도 온통 부드러웠다. 박유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미연아, 오늘... 괜찮아?”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깊었다. 온전히 그녀만을 향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 심미연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지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박유진은 한결같이 그녀의 곁을 지켜왔다. 특히 우울증이 극도로 심해졌던 그때 그는 한순간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무너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릴까 봐 24시간 내내 곁을 지키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박유진이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순순히 치료를 받아들이고 의사의 말에 성실히 따랐다. 그리고 마침내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우울증을 극복해냈다. 지금 그때의 힘든 나날들을 되돌아보면 항상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그때 박유진이 곁에 없었다면 그녀는 아마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었고 그를 좋아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이미 상처투성이인 마음과 불완전한 몸으로는 완벽한 박유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늘 그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오늘 그녀는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 그녀가 시선을 피하자 박유진은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결국 아직도 그 벽을 넘지 못한 듯했다.그는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잠시 감정을 추스르고는 입술을 살짝 올려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무 고민하지 마.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했잖아. 네가 원할 때까지 계속 기다릴 거야.” 예전 진성에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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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방금 아빠랑 엄마가 뽀뽀했어.’ ‘나도 해야지.’ 심미연은 말문이 막혔다. ‘이 녀석이 정말.’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꼭 집어서 하는 재주는 여전하네.’ 심미연은 이 상황이 너무 민망했다. 하지만 심태하는 엄마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고개를 빳빳이 들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칠흑 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 “엄마, 왜 나만 안 안아줘요? 왜 나만 뽀뽀 안 해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들이 나 아니에요?” 심미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폭발할 것처럼 붉어졌다. ‘이 녀석, 또 어디서 저런 말을 배워 온 거야!’박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꼬마를 번쩍 안아 올리며 결국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엄마가 일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널 안을 힘이 없대.” 심태하는 곧장 심미연의 손을 잡아당기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엄마, 피곤하면 쉬어요. 아빠랑 내가 성 만들 거에요.” 박유진은 잠시 침묵했다. ‘나도 같이 쉬고 싶은데.’ 심미연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아들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래. 엄마는 조금 더 일해야 하니까 아빠랑 성 만들고 있어.” 그 아이의 수술을 위해 아직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지 못했다. 더 깊이 연구해 봐야 했다.“그럼 엄마 눈 마사지해줄게요.” 심태하의 작은 손이 심미연의 이마를 살짝 눌러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박유진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을 흘렸다. ‘우리 태하 정말 똑똑하네.’ 며칠 전에 그는 심미연에게 마사지를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아이의 기억력이 많이 놀라웠다. 심미연은 그 순간 마음속에 벅찬 행복을 느꼈다. 그녀는 이렇게 똑똑하고 귀여운 아들을 두게 된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엄마 이제 일하세요.” 심태하는 손을 떼며 박유진에게 레고 놀이하러 가자고 재촉했다. 박유진은 그를 안고 돌아서 나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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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박시훈은 잠시 멍해 있다가 그제야 자신이 얼마 전에 그 명의와 연락이 닿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급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상미 진료 기록은 이미 전달했어. 명의가 치료법을 찾으면 먼저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래.” “그게 사실이야?” 강지한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상미가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받은 이후 그는 그 아이를 치료해 줄 의사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상미는 아직 너무 어렸고 선뜻 수술을 감행하려는 의사는 없었다.작년에 강지한이 진성으로 출장을 갔을 때였다.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우연히 들은 이야기 하나가 그의 귀에 박혔다. “우리 진성에는 명의가 한 분 계시죠. 못 고치는 병이 없어요. 불과 2년 만에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셨다니까요.” 말하는 이는 별 뜻 없이 흘렸지만 듣는 이는 달랐다. 강지한은 그 말을 머릿속에 새겨 두었다. 경성으로 돌아오자마자 박시훈에게 명의를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박시훈의 정보망이 전 세계에 퍼져 있음에도 1년이 지나도록 그는 원하는 그 명의를 찾지 못했다. 강지한 역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수소문했지만 단 한 번도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지금 상미는 고열로 입원했고 어린 몸으로 이 병을 버텨낼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의 상태가 나빠질수록 그는 더욱 필사적으로 명의를 찾고 싶었다. 명의만 찾을 수 있다면 상미는 반드시 구할 수 있을 것이다.“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 진짜 너무하네.” 박시훈이 발끈하며 투덜거렸다. 강지한이 자신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게 서운했다. “그러니까 빨리 사람부터 찾아.” 강지한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단호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쳐. 기억이 안 나면 다시 말해 주지. 심미연은 이미 죽었어.” 박시훈은 한순간 침묵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한아, 넌 네 전 부인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강지한은 순간 멈칫했다. 그 한마디에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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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강지한은 아이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상미가 그를 떠날까 봐 두려웠다. 아마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점점 약해져 이제는 무언가를 잃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이 네가 이미 결혼해서 자식을 두었다고 떠들고 있는데 너는 왜 아무 말도 안 해? 그냥 이렇게 살겠다는 거야?” 우선 강지한의 마음을 확실히 확인해야 했다. 강지한의 전 부인 행방을 알아내면 그때 자신이 먼저 대시해서 그녀의 마음을 얻을 생각이었다. 그때면 강지한도 그와 경쟁할 수 없을 거라 여겼다. 박시훈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신의 성격이라면 반드시 심미연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내 일에 신경 쓰지 마. 명의 찾아서 상미 치료부터 해.”강지한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세상이 뭐라 하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다시 여자를 찾아 결혼할 생각도 없었고 그저 상미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며 함께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알았어. 바로 갈게.” 박시훈은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바로 사람을 보내 심미연을 찾기 시작했다.강지한은 전화를 쥐고 박시훈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 속에서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심미연이 죽지 않은 걸까? 아니면 누군가 심미연과 똑같이 성형한 걸까?’ “아빠, 상미 때문에 속상한거에요?” 병상에 누워 있는 상미는 고열로 인해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고 목소리는 가늘고 약했다. “미안해요, 아빠. 제가 아프게 해서...” 상미는 어느 날 엄마와 친구들이 나눈 전화를 우연히 듣고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 상미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다가 아빠가 자신을 잃으면 얼마나 슬퍼할지 걱정됐다. “우리 상미가 얼마나 대견한데.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마.” 강지한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추며 마치 자상한 아버지처럼 보였다. 강상미는 작은 손을 뻗어 그를 향해 내밀었다. “오늘부터는 꼭 밥 잘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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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강지한은 핸드폰을 꺼내 보았고 화면에 떠 있는 이진영의 번호를 보고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 삼 년 동안 그들과 연락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진영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이진영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공항에서 신하린과 심미연을 봤어.” 강지한은 갑자기 전에 박시훈과 했던 통화를 떠올리며 잠시 멈칫했다. “박유진도 그들과 함께 있었어.” 이진영은 신하린이 박유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수년간 신하린의 마음 속에는 늘 박유진이 있었고 심지어 그와 함께 있을 때도 떠올리는 사람은 항상 박유진이였다. “정말 공항에서 심미연을 봤다고?” 강지한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크게 뛰는 걸 느끼며 물었다. ‘그렇다면 심미연이 아직 살아있다는 거야?’ “그럼. 절대 틀림없어. 살아있는 심미연 씨야.” 이진영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심미연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 신하린은 한 번도 진심으로 웃은 적이 없었는데 오늘 그녀의 얼굴에서 본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이진영은 심미연이 정말 살아 있다는 것에 확신을 가졌다. ‘그런데 심미연 씨 정말 대단해. 모두를 속였어.’‘강지한까지 속인 걸 보면 정말 대단해.’“그럼 그 사람이 진짜 심미연인지 신하린 씨에게 물어봤어?” 강지한이 물었다. 그는 이진영과 신하린 사이의 관계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동안 이들 사이에 큰 갈등이 있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들이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연락 안 했어.” 이진영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심미연이 사라진 이후 신하린의 정신 상태는 항상 불안정했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마다 자주 싸웠고 그의 가문과 한씨 가문에 일이 생기면서 그는 처리하느라 바빴고 신하린과의 연락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녀와 만난 횟수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신하린이 자신과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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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결국 그녀와 이진영은 약혼한 사이였고 지금 경성의 모든 이들이 그들이 미혼 부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약혼을 취소하면 그녀는 경성에서 다시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삼 년 동안 그녀는 이진영에게 매우 관대했다. 그가 다른 여자를 자기 앞에 데려오지 않는 한 그녀는 모든 것을 눈감아 주었다.방혜자의 방에 도착한 한유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에 잠긴 듯한 그녀를 보고 조용히 다가가서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님, 뭐 보고 계세요?” 방혜자는 정신을 차리고 한유나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유나야, 언제 왔니? 진영이도 집에 있어. 먼저 진영이한테 가 볼래?” 그녀는 말을 하면서 손을 천천히 뒤로 빼며 마치 한유나와의 접촉을 피하려는 듯 보였다. 한유나는 그 모습에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빠르게 감정을 누르고 웃으며 대답했다. “진영 씨와 함께 왔어요. 어머니가 점심도 안 드셨다고 하던데 입맛이 없으세요?” 그제야 방혜자는 눈을 들어 이진영을 바라보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넌 왜 다 유나에게 말해주냐? 대체 누구 편인게냐.”그녀가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다정했다. 이 아들은 그녀의 유일한 아들이자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럼 제가 뭐 좀 만들어 올게요. 나중에 내려와서 드세요. 네?” 한유나는 여전히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좋아.” 방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유나는 일어나서 이진영에게 다가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랑 얘기 좀 해주세요. 저는 뭐 좀 만들어 올게요.” “알겠어요.” 이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유나는 그의 차가운 얼굴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만약 아버지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면 한씨 가문은 여전히 번창했을 것이고 그녀는 이씨 가문에서 이렇게 홀로 소외된 대우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계단을 내려가며 그녀는 여전히 억누를 수 없는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하인들은 한유나를 보고 공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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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한유나는 잠시 멈칫한 후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약혼을 취소하고 싶으면 그냥 직접 말해줘요. 굳이 이렇게 돌려 말할 필요 없어요.” 그녀는 화가 난 기색도 없이 평소처럼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하지만 이진영은 그녀의 모습에서 어디가 이상한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당신이 동의한다면 약혼 취소는 당신이 먼저 말하는 거예요. 이유는 당신 마음대로 정해도 괜찮아요.”이진영은 마음속으로 신하린을 떠올리며 절대 한유나와 결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유나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결혼 취소를 내가 제안하게끔 하면 내 체면을 지켜주긴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경성 사람들에게 나 한유나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네요.” 2년 전 아버지가 퇴직하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진영은 예비 사위로서 장례식을 주관했다. 그때 그는 장례식을 엄청 성대하게 치렀고 모두가 그에게 의리와 정이 넘친다고 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성의 모든 여인들은 그녀가 좋은 남자에 든든한 의지처를 만났다고 부러워했다. 그래서 비록 이진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와 함께가기로 결심했다. 이진영같은 이런 사람을 놓치면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진영이 갑자기 결혼을 취소하자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분명 그들 사이는 늘 아무 일 없이 잘 지내왔는데 말이다. “그럼 내가 먼저 말할게요. 그러면 당신은 피해자가 될 거니까 아무도 당신한테 뭐라고 하지 않을 거에요.” 이진영은 사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한유나가 제안하면 좀 더 체면이 서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한유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그는 한유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까지 모두 그가 주관했었다는 걸 떠올렸다. 만약 그가 먼저 결혼을 취소한다고 말하면 한유나는 역시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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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머물 필요도 없었다. 한유나는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곧장 주방을 나섰다. 거실을 지나치려던 순간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이진영의 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이진영의 아버지는 그녀가 집에 있는 걸 예상하지 못한 듯 신문을 내리며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는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 왔구나. 이리 와서 앉아라.” 한유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려고요.” 사실 그녀는 이진영의 아버지를 한 번도 제대로 이해해 본 적이 없었다.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잠깐이라도 앉아서 얘기나 하고 가라. 하인에게 진영이를 내려오라고 하겠다.” 그는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요. 아버님, 안녕히 계세요.” 한유나는 부드럽게 인사를 건넨 뒤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이진영의 아버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문을 나서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2층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이진영은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오자 어머니에게 한마디 전하고 곧장 서재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문을 닫고 아버지 곁에 다가가 앉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너 한유나한테 파혼하자고 했냐?” “네.”이진영은 무의식적으로 등을 곧게 폈다.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했다. 아버지는 아까 거실에 앉아 있었고 그가 주방에서 한유나와 나눈 대화를 들었을 터였다. ‘그럼에도 아무 말 없이 그를 그냥 내버려 뒀으면서 왜 이제 와서 따로 부르는 걸까?’“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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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이진영의 입꼬리가 비웃음으로 살짝 올라갔다. “그러니까 아버지 말은 자신의 앞길을 위해서 자식도 얼마든지 팔아넘길 수 있다는 거네요?” 어릴 때만 해도 그는 아버지가 누구보다도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건 그저 어린 시절의 착각이었다. 자신이 아버지를 이상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그가 거대한 존재처럼 보였던 것뿐이었다. 이진영 아버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이진영, 네가 이제 좀 컸다고 해서 내가 널 통제 못 할 거라 착각하지 마라. 한유나와의 결혼은 무조건 그대로 진행돼야 해. 여기서 멈출 순 없어. 나가!” 이진영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려 걸어 나갔다. 이진영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짙은 피로를 느끼듯 미간을 손으로 눌렀다. 불쾌함과 초조함이 뒤섞인 감정이 그를 덮쳤다. 그는 그제야 이진영은 더 이상 자신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 사실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평생 정상에 서는 것을 목표로 살아왔다. 반평생을 바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 정말 꼭대기가 보이는데 이 순간에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진영은 차고로 가서 운전석에 앉자마자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꽤 오래 기다린 끝에야 강지한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데?” “어디야?” “병원. 딸이 열나서 입원했어.”“그럼 먼저 딸부터 잘 돌봐. 나중에 괜찮아지면 만나서 얘기하자.” 전화를 끊자마자 이진영은 갑자기 인생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한편 강지한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딸에게 죽을 떠먹였다. 강상미는 또랑또랑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아빠, 일 많이 바쁘지? 그냥 일하러 가도 돼요. 나 혼자서도 괜찮아요.” 딸의 사려 깊은 말에 강지한은 가슴 한구석이 짠해졌다. “아빠 일은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어도 우리 상미를 돌보는 건 아빠밖에 못 해.” 다른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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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강지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네가 말하는 그 오빠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의 엄마는 그의 엄마일 뿐이야. 네 엄마가 될 수는 없단다, 알겠지?” 아직 어린 상미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원하는 사람이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저릿하기도 했다. 강상미는 실망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구나...” 강지한은 딸의 그런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아렸다. “그럼 이렇게 하자. 다음에 그 오빠를 만나 그 오빠한테 직접 물어봐. 엄마를 너랑 나눠 쓸 수 있는지.” 강상미는 금세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바로 그때 강지한의 핸드폰이 울렸다. 박시훈의 전화였다. 그는 조용히 병실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그 명의가 드디어 요청을 받아들였어. 직접 병원에 와서 네 딸 상태부터 확인하겠다고 하더라.” “언제 오는데?” 강지한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상미에게 드디여 희망이 생겼어!’ “약속한 시간은 오늘 오후 세 시. 병실로 직접 찾아간다고 했어.” “알겠어.” “내가 이렇게까지 힘 써서 의사를 찾아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냐?” 박시훈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불만이 묻어 있었다. 강지한은 무심하게 대꾸했다. “원하는 거 있으면 성 비서한테 말해.” 그리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는 핸드폰을 꽉 쥔 채 한동안 서 있었다. 딸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길수록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결국 그는 또 한번 흡연실로 향했다. 그는 담배를 한 개비 얻어 물고 벽에 기대어 연기를 내뿜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정이 차오르고 있었다. ‘우리 상미가 살 수 있어.’‘정말 다행이야.’“형님, 지금 기분 좋은 거에요. 안 좋은 거야?” 누군가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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