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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너를 붙잡다의 모든 챕터: 챕터 361 - 챕터 370

399 챕터

제361화

“먼저 혼자 겁먹지 마! 내가 금방 갈게.” 방원호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섞여 있었다. 심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비록 무섭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정말 무서웠다. ‘문밖에 있는 사람이 스승님이 아니라면 그건 분명 변장한 누군가일 테고 그들의 목적은 대체 뭘까?’ “전화 끊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해.” 방원호는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선배, 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와요.” “알았어.”심미연은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 덕분에 조금 긴장이 풀렸다. 방원호는 심미연이 위험에 처할까 봐 차를 미친 듯이 몰고 있었다. 심미연은 문 앞에서 잠시 서 있던 중 문밖에 있던 남자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 순간 그녀는 소름이 끼쳤다. 예전에 본 괴담 영화들이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그 장면들이 유독 생생하게 떠올랐다. 심미연은 자신이 기억력이 좋다는 사실에 조금 화가 났다. 방원호는 오고 나서 건물의 모든 구석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는 심미연이 잘못 본 걸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심미연의 상태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하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할 것 같았다. 차라리 조용히 그녀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럼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 볼래?” 방원호가 조심스레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저는 친구 집에 갈게요. 데려다주세요.” 방원호가 아무리 잘해주더라도 두 사람은 선후배 사이였으니 모든 일에 기댈 수는 없었다. “알았어. 그럼 준비하는 동안 기다릴게.” “잠깐만 기다려줘요. 금방 끝낼게요.” 심미연은 방원호에게 자리를 권한 후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원호는 소파에 앉아 거실을 한번 둘러본 후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문서를 확인하고 있었다. 심미연은 곧 짐을 챙겨 내려왔고 방원호가 핸드폰을 보고 있자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선배,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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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심미연은 눈을 깜빡였다. 희미하게 흔들리는 조명 아래 몇 개의 흐릿한 노란 불빛만이 그 넓고 텅 빈 곳을 간신히 비추고 있었다. 주변에는 각종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쌓여 있고 그 그림자들이 벽에 뒤엉켜 왜곡된 모습으로 비쳤다. 그때 심미연은 온지유를 발견했다. 그녀는 창고 한가운데 서 있었고 빛에 의해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유난히 고독하고 차가운 인상을 주었다.온지유는 심미연을 등지고 있었다. 손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쥐어져 있었고 칼날은 약한 불빛 속에서 차가운 빛을 반사하며 칼을 한 번 돌릴 때마다 다가올 폭풍을 예고하는 듯했다.발소리를 듣고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입가에 비웃음이 떠오르며 그 눈빛은 마치 사람의 가장 깊은 두려움까지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심미연, 드디어 왔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난 저 사람들이 날 속이는 줄 알았는데.”심미연은 마음속의 혼란과 분노를 억누르며 온지유를 응시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이를 악물고 내뱉는 것처럼 단호했다. “너 대체 뭐 하려는 거야?” 온지유는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네 할머니랑 함께 있을 수 있게 널 보내주려는 거지. 그 노인네가 혼자 아래에 있으면서 외로웠을 거야. 노인네가 너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넌 당연히 내려가서 같이 함께 있어 줘야지.”외할머니가 언급되자 심미연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앞의 온지유를 노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온지유, 왜 우리 외할머니를 죽게 만든 거야? 할머니는 너랑 아무 원한도 없잖아.” 온지유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몇 걸음 다가갔다. 그녀의 손에 있는 칼은 점점 더 빠르게 회전하며 거의 은빛의 빛막을 이루는 듯했다. “그 노인네랑은 원한이 없지만 너랑은 있잖아. 결국 네 존재가 그 노인네를 죽게 만든 거야.” 온지유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경멸이 담겨 있었다. “게다가 네 할머니는 알면 안 되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어. 살려둘 수 없었어. 결국 죽일 수밖에.” 심미연의 몸은 분노로 떨렸지만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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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심미연의 눈빛이 빛났고 온지유를 향해 냉소를 지었다.“강지한 씨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내가 죽어도 그 남자는 날 잊을 리 없고 너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 온지유, 인정해! 너는 강지한 씨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그 사람이 너에게 잘하는 건 그냥 네가 과부라서 불쌍해서 그런 거야.”‘과부’라는 두 글자는 온지유를 완전히 자극했다. 그녀는 갑자기 몸을 굽혀 손에 들고 있던 칼날을 심미연의 심장에 대며 미친 듯이 웃었다. “내가 이 칼을 힘껏 찔러넣으면 내년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될 거야.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강지성 같은 그런 무능하고 쓸모없는 놈과 결혼한 거야.” 칼날은 날카로웠고 그 차가운 느낌이 심미연에게 전해져 그녀는 순간적으로 냉큼 숨을 들이켰다. 온지유가 미쳐버리면 심미연의 운명은 한 마디로 끝이다. 바로 죽음이었다. 심미연은 잠시 감정을 가라앉힌 후 온지유에게 물었다. “너와 강지한 씨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잖아. 그런데 왜 강지성 씨와 결혼 한 거야? 강지성 씨의 죽음도 너와 관련이 있는 거 아니야?” 문소영이 말해준 적이 있었다. 강지성의 죽음은 의문점이 많았지만 그 뒤에서 모든 일을 조종한 사람은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었다. 당시 강지성과 함께 있었던 사람은 온지유였다. 강지성은 죽고 온지유는 살아남았다. 가장 유력한 범인은 온지유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교통사고 현장에서는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완벽하게 처리되어서 오히려 누군가 조작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결국 이 모든 게 진짜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상황이 너무 이해되지 않았다. 방원호가 찾은 온지유의 범죄 증거들로는 아직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온지유는 그녀의 말을 듣고 미친 듯이 웃었다. 손에 들고 있던 칼이 웃음에 맞춰 심미연의 가슴 위로 왔다 갔다 하며 조금만 실수하면 그 칼이 심장에 박힐 수도 있었다. 심미연은 속으로 깊게 숨을 내쉬었다. 정말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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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심미연은 충격을 받았다. ‘어떤 우연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단 말이지?’ 온지유는 여전히 그때의 기억에 빠져들어 심미연의 표정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차 사고는 우연이었고 강지성은 그때 정신이 멀쩡했어. 그 사람은 밖으로 기어 나가려 했고 나는 중앙 대시보드에 놓여 있던 장식품으로 그를 기절시켰어. 내가 차 밖으로 나가고 나서 차가 불타면서 강지성은 재로 변했고 나는 살아남았어. 결국 나쁜 놈은 자신이 한 일의 대가를 받는 거야!”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온지유는 여전히 속이 후련했다.강지성은 겉으로는 온화하고 너그러운 모습으로 보였지만 침대에서는 변태처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그녀를 괴롭혔고 울지 못하게 강요했다. 그가 죽고 나서야 그녀는 마침내 해방된 기분이었다. 심미연은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차갑게 바라보며 그 어떤 동정도 느끼지 않았다. 강지성은 그녀가 선택한 남편이었다. 만약 그가 변태라면 이혼할 수도 있었고 심지어 강지성이 원하지 않더라도 떠날 방법은 많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선택해 그를 죽였다. 그녀에게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었다. “심미연, 네 외할머니가 왜 죽었는지 알아? 네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비밀을 알았거든.” 온지유는 손에 든 칼날을 심미연의 목에 대며 말했다. “내가 이대로 한 칼 휘두르면 네가 죽어가면서 몸부림치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을 거야. 딱 네 외할머니가 죽기 전 고통스럽게 몸부림친 것처럼 말이야.”순간 심미연의 머릿속에는 외할머니가 몸부림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 심장을 칼로 찔러놓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고 가슴 속에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온몸을 파고들었다. 가슴 속의 분노가 거의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눈앞의 온지유를 천번 만번 찔러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차분함을 유지해야 했다. 그래야 온지유가 방심하고 더 많은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아! 맞다. 그거 알아? 너가 가진 그 핑크색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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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심미연은 놀라서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이미 피할 시간은 없었다. 그때 강한 힘이 그녀의 몸을 세게 밀쳐냈다. 힘이 너무 강해서 그녀는 버틸 수 없었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퍽!” 칼이 살에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공기 속엔 짙은 피 냄새가 진동했다.심미연은 급히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박유진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가슴에는 칼이 박혀 있었고 온지유는 그 앞에 서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 유진 오빠!” 심미연이 그를 부를 때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미연아, 빨리 도망쳐.” 박유진이 급하게 외쳤다. 온지유는 마치 미친 듯이 변해버렸고 심미연을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온지유는 정신을 차린 후 박유진을 노려보며 눈빛에 피가 어려 있었다. “심미연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왜 구하려는 거예요? 그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강지한을 사랑했다. 하지만 강지한이 위험에 처한다면 그녀는 그의 목숨과 바꿀 정도로 자신을 희생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사랑과 생명. 당연히 생명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정말로 상대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았다. 그것이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가치 있어요.” 박유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확고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다행히도 그가 제때 도착해 심미연이 다치지 않게 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온지유는 그런 깊은 감정을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심미연이라는 여자가 대체 뭐길래 누군가는 생명을 걸고 구하려는 걸까?’ 정말 질투가 나게 했다. 심미연은 고통을 참으며 바닥에서 일어나 한 걸음씩 박유진에게 다가갔다. “유진 오빠, 내가 데리고 나가 줄게.”온지유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심미연은 운이 참 좋았다. 그녀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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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그가 들었다면 그녀의 여리고 착한 이미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강지한이 말을 하기 전에 박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강 대표님, 죽기 전에 한 가지만 부탁드리죠. 미연이가 평생 무사히 살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그의 심미연은 너무나 가엾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많은 고통을 겪고 지금도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었다. 정말로 하늘도 눈 감은 것 같았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박유진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그 소리를 듣고 심미연은 그제야 박유진이 다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강지한과 온지유 사이의 일에만 신경을 썼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심미연은 머리를 살짝 흔들며 급히 머릿속의 생각들을 떨쳐내고 박유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상처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급히 박유진의 넥타이를 풀어 지혈을 시도하며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 “밖에 누구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강지한은 그녀가 필사적으로 울먹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이 답답했다. 온지유는 가까운 거리에서 강지한의 눈 속에 사랑이 담겨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안 돼!’ ‘절대 이렇게 끝날 수 없어.’ 오랜 시간 동안 그토록 노력해 왔는데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반드시 강지한을 붙잡아야만 했다.심미연은 박유진의 상처를 급히 처리했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걸 보며 마음이 조급해졌다. 지금 박유진의 상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그녀는 마음속의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떨리는 입술로 강지한에게 말했다. “강 대표님, 제발 유진 오빠 좀 살려줘. 제발 죽게 하지 마.” 박유진이 자신 때문에 죽는다면 그녀는 평생 죄책감과 자책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런 삶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온지유는 이를 악물고 낮게 속삭였다. “지한 씨, 나 좀 집에 데려다줄 수 있어? 여기 있기 너무 무서워.” 그녀는 강지한이 자신의 말을 따라줄지 아니면 심미연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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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심미연, 왜 멍하니 있어? 빨리 병원에 따라가야지.” 온지유는 강지한이 아직 심미연에게 미련을 두고 있을까 봐 걱정돼 먼저 심미연을 보내려 했다. 심미연은 몸에 가지고 있는 녹음 펜을 떠올렸다. 혹시라도 강지한에게 들킬까 봐 걱정되었고 온지유의 말에 급히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해서든 증거는 반드시 챙겨야 했다. 게다가 그녀는 박유진을 돌봐야 했다. 박유진은 그녀 때문에 다친 것이었고 그녀는 당연히 그를 돌봐야 했다. “성 비서, 사람 내려놓고 심미연이 혼자 해결하게 놔둬.” 강지한은 심미연을 한 번 쳐다본 뒤 천천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분명히 크지 않았지만 심미연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심미연은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강지한을 돌아보았다.“강 대표님, 그게 무슨 뜻이죠?” 심미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온지유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한 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다시 생각해 보니 강지한은 나타난 이후로 계속 이상했다. ‘어쩌려는 거지?’“이리 와.” 강지한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심미연에게 말했다. “좀 더 가까이 와야 내가 무슨 뜻인지 말해줄 수 있지. 그렇게 멀리 있으면 네 얼굴이 잘 안 보이잖아.” 그녀와 이혼한 후 그는 항상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싶었다. 심지어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도 수도 없이 떠올려 왔다. 온지유는 완전히 당황한 기색으로 서둘러 말했다. “지한 씨, 심미연 씨를 불러서 뭐 하시려고. 저 여자가 갑자기 발광이라도 해서 당신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녀는 두 사람이 다시 가까워지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걸 막아야 했다. 심미연은 강지한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왜? 내 얼굴이 그렇게 보고 싶어서 밤낮으로 그리워했어?” 그녀는 강지한을 자극하는 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화를 내기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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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서 있었다. 주변 공기는 마치 얼어붙은 듯 숨소리조차 유난히 무겁게 들렸다. 온지유는 강지한의 말에 담긴 뜻을 비로소 깨달았고 참을 수 없는 공포와 초조함에 휩싸였다. 그녀는 재빨리 그에게 달려가 두 손으로 그의 팔을 꽉 움켜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절박하게 애원하듯 말했다. “지한 씨, 당신은 나랑 결혼할 거라고 했잖아. 언제 할까? 그냥 지금 하자. 어때? 제발 부탁이야. 난 더 이상 누구도 나 때문에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아.”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지만 끝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은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력감이 느껴져 안타깝기도 했다. 강지한의 시선은 심미연과 온지유 사이를 오가다 결국 온지유의 눈물 자국이 선명한 얼굴에 멈췄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내가 결혼하자고 한 적이 있었나. 형수님?”그 말투에는 비꼬는 듯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 마치 그 일을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온지유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꽉 쥐고 있던 주먹이 미세하게 떨리고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강지한을 똑바로 바라보며 눈 속에 결단의 빛을 비췄다. 심미연도 잠시 멈칫했다. ‘강지한은 온지유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거야.’‘분명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일 거야.’세 사람은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그 순간 시간은 마치 고요하게 멈춘 듯했다.오랜 시간이 지나 온지유는 간신히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근데 그동안 당신은 나한테 너무 잘해줬잖아. 내가 임신했을 때도 당신은 내가 부르면 언제나 달려왔고...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왜 그렇게 잘해준 거야?” 그녀는 늘 강지한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어왔다. 결국 그가 보였던 모든 행동들이 그녀에겐 사랑의 표현처럼 느껴졌으니까. 다만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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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심미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성무진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유진 도련님이 지금 위험합니다.” 이대로 계속 미루면 정말로 사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심미연은 가슴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박유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녀는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강지한에게 돌아가 예전처럼 살라고 한다면 그것 또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럼 밖에 던져버려.” 강지한은 얼굴을 차갑게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시선을 옆으로 흘려보내며 심미연의 창백한 얼굴을 엿본 그는 잠시 마음 한편에서 안쓰러운 생각이 스쳤지만 그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 그가 바로 그라는 사람의 방식이었다. “좋아. 약속할게.” 심미연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그녀는 강지한이 오늘 반드시 그녀를 압박해 동의하게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박유진을 절대로 구하지 않을 것이다. 눈앞에서 박유진이 죽어가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안 돼. 절대 안 돼!” 온지유는 온 힘을 다해 거의 울부짖듯 외쳤다. 심미연은 그녀를 쳐다보며 모진 말을 덧붙였다. “내가 말했지? 강지한 씨는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넌 계속 이 사람이 널 사랑한다고 우겼잖아. 진짜 사랑했다면 벌써 너랑 결혼했을 거야.”누구나 한눈에 알 수 있는 일을 온지유는 알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모른 척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강지한은 반쯤 좁혀진 눈으로 심미연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 여자가 화풀이 상대를 찾는 데는 정말 능숙하네.’“강지한 씨, 내가 다 약속했잖아. 빨리 성 비서님께 사람 데리고 가게 해.” 심미연은 강지한에게 급하게 말했다. 자신을 희생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지 못하면 안 되었다.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강지한의 깊고 어두운 눈빛은 마치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처럼 빛났다. 그가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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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어차피 앞날은 길게 펼쳐져 있으니 그에게는 아직 많은 기회가 있다. 그는 속으로 서두를 필요 없다고 스스로를 그렇게 위로했다. 그러고 나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안 돌아온다면 구연궁에서 살면 돼. 네 결정 존중할게.” 심미연은 잠시 멍해져 어쩔 줄 몰라 했다. ‘눈앞에 있는 강지한은 가짜일까?’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온지유는 마음속 절망이 파도처럼 몰려와 그녀를 삼키듯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이 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단지 외부인일 거로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이미 깊숙이 빠져들어 버렸고 이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그녀는 허탈하게 두 사람의 꼭 쥔 손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때 자신이 나아가게 했던 믿음은 이 순간 폭발하듯 무너졌고 남은 건 끝없는 공허함과 씁쓸함뿐이었다. 마치 공간 전체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얼어붙은 듯 시간마저도 이 순간 유난히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공기 중에는 긴장감과 복잡한 감정이 엉켜 있어 숨이 막힐 듯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답답함이 감돌았다.강지한과 심미연의 대치 그리고 온지유의 침묵 속 절망이 하나의 강렬하고 가슴을 울리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 장면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저도 모르게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온지유의 손끝은 분노와 결단으로 떨고 있었다. 그녀는 급하게 몸을 숙였고 바닥에 놓인 어두운 빛 속에서 차가운 광채를 내뿜는 단검을 보았다. 그 칼날은 마치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마음처럼 차갑고 결연하게 빛났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두 눈은 불처럼 붉게 타올랐다. 모든 증오를 이 순간에 담아내려는 듯 그녀는 힘껏 손을 잡아당겼고 단검이 손에 꽉 쥐어졌다. 칼날은 심미연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고 공기 속에는 진한 화약 냄새가 가득했다. 그 긴장감은 마치 하나의 바늘이 떨어져도 폭발할 듯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순간 강지한의 손이 철갑처럼 온지유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 힘이 너무 강해 온지유의 손이 떨리며 그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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