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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Penulis: 무안안
어차피 앞날은 길게 펼쳐져 있으니 그에게는 아직 많은 기회가 있다.

그는 속으로 서두를 필요 없다고 스스로를 그렇게 위로했다.

그러고 나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안 돌아온다면 구연궁에서 살면 돼. 네 결정 존중할게.”

심미연은 잠시 멍해져 어쩔 줄 몰라 했다.

‘눈앞에 있는 강지한은 가짜일까?’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온지유는 마음속 절망이 파도처럼 몰려와 그녀를 삼키듯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이 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단지 외부인일 거로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이미 깊숙이 빠져들어 버렸고 이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허탈하게 두 사람의 꼭 쥔 손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때 자신이 나아가게 했던 믿음은 이 순간 폭발하듯 무너졌고 남은 건 끝없는 공허함과 씁쓸함뿐이었다.

마치 공간 전체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얼어붙은 듯 시간마저도 이 순간 유난히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공기 중에는 긴장감과 복잡한 감정이 엉켜 있어 숨이 막힐 듯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답답함이 감돌았다.

강지한과 심미연의 대치 그리고 온지유의 침묵 속 절망이 하나의 강렬하고 가슴을 울리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 장면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저도 모르게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온지유의 손끝은 분노와 결단으로 떨고 있었다. 그녀는 급하게 몸을 숙였고 바닥에 놓인 어두운 빛 속에서 차가운 광채를 내뿜는 단검을 보았다. 그 칼날은 마치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마음처럼 차갑고 결연하게 빛났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두 눈은 불처럼 붉게 타올랐다. 모든 증오를 이 순간에 담아내려는 듯 그녀는 힘껏 손을 잡아당겼고 단검이 손에 꽉 쥐어졌다. 칼날은 심미연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고 공기 속에는 진한 화약 냄새가 가득했다. 그 긴장감은 마치 하나의 바늘이 떨어져도 폭발할 듯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순간 강지한의 손이 철갑처럼 온지유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 힘이 너무 강해 온지유의 손이 떨리며 그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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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미연은 고개를 홱 돌렸다. 시선이 옆에 서 있는 박시훈에게 닿는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피 한 방울 남지 않은 듯 창백한 얼굴과 이마를 뒤덮은 땀방울이었다. 지금 박시훈은 극심한 고통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이때 심미연의 눈빛이 번뜩였고 그녀는 즉시 깨달았다. 박시훈의 상처가 다시 벌어진 것임을.그녀가 가늘고 가지런한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강지한 쪽을 돌아보니 그는 마치 온 세상이 자기에게 빚이라도 진 듯 분노로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순간 심미연의 얼굴은 단숨에 서릿발처럼 차가워졌다. 강지한을 바라보는 그 맑은 눈동자 속엔 두 줄의 칼날이 담겨 있는 듯 단숨에 사람의 심장을 찌를 것 같은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이 드러났다.그녀는 단단한 결심을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강지한에게로 다가갔다.그리곤 망설임 없이 그를 밀쳐냈다.“박시훈 씨 다쳤는데 왜 그렇게 세게 잡아당겨! 상처가 다시 벌어지면 어쩌려고!”심미연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었고 눈빛은 칼끝처럼 예리했다. 그녀는 강지한을 똑바로 응시하며 외쳤다.“이 정도 상식도 없어, 강지한?”심미연이 밀치자 강지한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얼굴에 더 짙은 분노가 어렸다.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밀어낸 심미연을 바라보며 강지한은 그제야 뼈아프게 깨달았다. 그녀와 자신 사이에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강이 생겼다는 것을. 그리고 마음 한편이 텅 비는 듯한 좌절감이 밀려왔다.‘안 돼. 심미연을 이렇게 그냥 보낼 순 없어!’“박시훈 씨, 가요.”심미연은 금세 감정을 가라앉히고 평온한 얼굴로 박시훈을 바라보았다.박시훈은 여전히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녀가 미소를 머금고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아픔이 누그러지는 듯했다.‘미연 씨의 미소가 설마 치유하는 힘이라도 있는 걸까?’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를 끌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타요.”박시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심미연은 운전석에 앉자마자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강지한이 다급히 달려와 차 문을 잡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10화

    강지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랑 지유는...”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시훈이 불쑥 끼어들었다.“미연 씨... 가슴이... 마치 수천 개의 바늘이 박힌 것처럼 아파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예요. 혹시... 병원에 좀 데려다줄 수 있어요?”그의 목소리에 진한 고통이 묻어났고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다.강지한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박시훈, 너... 정말로 내 사람을 가로채려는 거야?”하지만 강지한의 여인이 그렇게 쉽게 빼앗길 리가 있는가?박시훈은 더 이상 그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오직 심미연만 쳐다보았다.“이제 가도 될까요?”그가 보기엔 심미연과 강지한의 언쟁은 겉으로는 날이 서 있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오래도록 꺼지지 않은 감정의 불씨가 바람에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그만큼 지극히 위험하고 치명적이었다.반면 자신과 심미연 사이에는 언제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얇은 장막 하나가 가로놓여 있었고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에서 가까워질 기회를 잡기도 전에 늘 놓쳐버리고 만다. 심지어 다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을 만큼의 간극이었다.그래서 박시훈은 절대 저 둘이 더 오래 함께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심미연은 잠시 강지한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길을 거두었다.그리고 단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그래요. 지금 바로 같이 병원으로 가요.”그 말에 박시훈의 눈동자가 번쩍 빛났다.‘같이’라는 단어가 마치 봄바람처럼 그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 싸늘하던 마음에 조그마한 온기를 남겼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와 그는 ‘심미연과 박시훈’이 아니라 ‘우리’였다.심미연은 더 이상 강지한을 돌아보지 않았고 박시훈을 부축하며 걸음을 옮겼다.잠시 뒤 강지한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빠르게 그들을 뒤쫓아왔다. 그러고는 박시훈의 팔을 붙잡으며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부축할게. 그래야 더 빨리 갈 수 있지.”그러자 박시훈은 속으로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이 자식, 진짜 사람 속 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9화

    박시훈은 심미연의 부축에 힘을 빌려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리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걸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그러면서도 시선의 끝자락으로는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강지한이 보이는 반응을 조심스레 훔쳐보았다.강지한의 얼굴은 마치 폭풍 전야의 하늘처럼 어두컴컴했다. 그의 날카롭기로 유명한 눈빛은 이 순간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었고 깊고 검은 눈동자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박시훈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으로 뒤섞였다. 사업가로서 냉정하고 치밀하게 ‘전장’을 지휘하던 강지한은 언제나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냉철한 인물이었고 사람들에게 감정이라곤 없는 기계처럼 여겨졌었다.하지만 지금 심미연은 그런 강지한을 화나게 만들었고 심지어는 질투하게 만들었다.‘그러네, 질투하는 거였어!’박시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겉보기엔 이번 무언의 대결에서 자신이 우세를 점한 듯 보였지만 정작 마음속 깊은 곳엔 조금의 기쁨도 없었다. 오히려 뭔가 답답하고 찝찝했다.“박시훈 씨, 가요.”그 순간 부드럽고 따뜻한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며 그의 흩어진 생각을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 고개를 돌려 심미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여느 때처럼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강지한을 앞에 두고도 저토록 태연한 모습이라니, 아무래도 강지한을 마음에 두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미연 씨는... 지한이를 사랑하지 않는구나.’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박시훈의 기분은 조금 가벼워졌다.그러나 바로 그때 날카롭고 매서운 목소리가 정적을 찢고 들어왔는데 그 말 한마디가 박시훈의 가슴팍을 정통으로 찔렀다.“박시훈, 너 다리가 부러졌어, 아니면 팔이 나갔어? 왜 여자한테 부축까지 받는 거야?”그 말투엔 감춰지지 않는 조롱과 위압이 섞여 있었고 박시훈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강지한과 눈을 마주치자 그 검고 깊은 눈동자 속에 얼음장 같은 서늘함이 서려 있는 것이 보였다.박시훈은 저도 모르게 등을 곧게 폈다.심미연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강지한을 노려보았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8화

    강지한은 두려웠다. 자신의 고집과 독단이 심미연과 아이를 더 멀어지게 만들고 심지어는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게 될까 봐.그래서 그는 인내를 배웠고 절제를 익혔다. 비록 그 절제가 칼로 심장을 도려내듯 괴롭고 아팠을지라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심지어 박시훈일지라도 그와 심미연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하고도 위태로운 경계를 함부로 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심미연은 강지한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 관통해 아무 상관 없는 이방인을 보는 것처럼 먼 곳 어딘가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그 무심하고 차가운 시선 속에는 짙은 조소가 스며 있었고 그건 어떤 말보다도 상처로 깊이 박혔다.“강지한, 잊었나 본데...”그녀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정교하게 세공된 날카로운 칼끝처럼 정확히 그의 가슴을 찔러왔다.“우리 사이는 4년 전에 끝났어. 네 입에서 ‘내 여자’라는 말이 나오는 건 너의 비정상적인 소유욕일 뿐이야.”그녀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단호했고 그 말은 마치 갑작스레 몰아친 폭풍처럼 강지한이 오랫동안 쌓아 올린 모든 신념과 자존심을 산산이 무너뜨렸다.강지한은 당황했고 분노했으며 그보다 더 큰 좌절과 무력감이 가슴을 짓눌렀다.바로 그 순간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보여온 사랑은 빼앗고 움켜쥐는 방식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런 식으로는 결국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이때 박시훈의 시선은 심미연의 작고 예쁜 얼굴에 꽂혀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맑고도 냉정했으며 세상의 모든 거짓을 꿰뚫어 보는 듯했지만 동시에 사람들과의 거리감이 너무나도 분명해서 넘을 수 없었다.그 순간 박시훈은 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건 어쩌면 ‘권력’이라 불리는 존재에 도전하는 듯한 일종의 쾌감이었다.‘강지한’, 그 이름은 오랫동안 그의 세계를 짓누르는 거대한 그림자였다. 모든 것을 손에 쥐고 흔들던 절대자, 사람들조차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7화

    박시훈은 주먹을 한 대 얻어맞고 간신히 일어선 몸이 다시 의자에 내동댕이쳐졌다. 금방 봉합한 가슴팍 상처에서 찢어질 듯한 통증이 몰려왔고 이마에는 어느새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그는 고통을 꾹 참으며 힘겹게 고개를 들었고 눈앞에 강지한의 팽팽히 당겨진 얼굴이 보였다. 평소엔 언제나 차분하고 깊은 눈빛을 지녔던 강지한이 지금은 분노를 안고 있는 듯 그를 삼킬 것만 같은 불타오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박시훈의 표정도 순간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놀람과 분노,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당혹감이 뒤엉켰다.결국 그는 거의 고함을 치듯 외쳤다.“강지한, 미친 거 아냐? 말도 없이 갑자기 왜 때려! 지금 뭐 하는 거야!”하지만 강지한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그저 시선을 심미연의 희고 가는 손에 꽂은 채 끝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눈빛엔 설명할 수 없는 집착과 병적인 소유욕, 그리고 일종의 결벽증에 가까운 갈망이 서려 있었다.마치 그 손에 아직도 박시훈의 체온이 남아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듯 강지한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손을 잡고 데려가 찬물에 박박 씻어내고 싶었다. 손끝 하나 남김없이 처음처럼 깨끗하고 순결했던 상태로 되돌리려고.“누가 널 보고 심미연을 건드리랬어?”강지한의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위협적이었다. 말끝마다 이가 부딪히는 듯한 날카로움이 묻어 있었고 타협 없는 위협을 의미하는 듯했다.강지한의 세계 속에서 심미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만의 ‘소유물’이었다. 그녀는 그의 여자였고 마음 깊은 곳에서 가장 연약하면서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그 누구도, 설령 오랜 친구라 할지라도 그 경계를 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심미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귓가에 아직도 강지한의 그 집착 어린 말투가 아른거렸다.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복잡한 감정을 삼켰다. 강지한은 한때 항상 온화하게 웃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 낯선 표정과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생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6화

    그래서 박시훈은 죽는 게 무서웠다. 아픈 것도 두려웠다.사실 이런 말이 남자 입에서 나온다는 게 창피한 일이란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걸 막을 수 없었다.“제가 있으니까 박시훈 씨는 죽지 않을 거예요!”심미연은 그렇게 말하며 은침을 꺼내 소독하더니 곧바로 침을 놓기 시작했다.그러자 금세 출혈이 멈췄고 심미연은 재빨리 박시훈의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박시훈은 그런 그녀의 분주하고도 진지한 모습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어쩐지 넋을 놓고 보고 되는데 역시 여자가 진지할 때는 아름답다.‘저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상처는 일단 처리했지만 병원에 가서 꿰매야 해요. 가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심미연은 약상자를 막 달려온 비서에게 넘기며 말했다.“오늘 일정은 전부 취소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비서는 의자에 기대어 앉은 박시훈을 힐끗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누구지? 심하게 다쳤는데도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고 여전히 잘생겼잖아...’박시훈은 그녀의 시선을 느꼈고 본능적으로 입술을 굳게 다물며 차가운 눈빛을 던졌다.심미연을 제외한 다른 여자들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본인도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의 불쾌한 기운을 감지한 비서는 얼른 눈길을 거두었다.‘어우, 무섭게 생겼네...’“그리고 혹시 누가 날 찾으면 바로 전화해.”심미연이 덧붙이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심미연은 몸을 조금 굽혀 박시훈의 눈을 마주 보며 부드럽게 물었다.“걸을 수 있겠어요? 아니면 경비를 불러 차까지 모셔드릴까요?”박시훈의 얼굴은 금세 먹구름이 낀 듯 어두워졌다. 세상이 그에게 따뜻함을 한 줌도 허락하지 않은 듯 억울한 표정이었다.‘이 정도로 다쳤는데 미연 씨가 날 부축해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경비원을 부르겠다니...’박시훈은 심미연의 말을 듣고 실망했다.“왜 그래요?”심미연은 그의 표정을 보고 의아해했다.“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5화

    “미연 씨, 조심해요!”박시훈이 다급히 외치며 심미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온지유의 눈빛 속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심미연은 대체 왜 항상 누가 대신 막아주는 건데? 지난번엔 박유진, 이번엔 또 다른 남자야?’ ‘좋아. 그렇게 죽고 싶은 거면 그냥 둘이 같이 죽어버려.’ 이성 따윈 사라진 듯 온지유의 눈빛은 날카롭기 짝이 없었고 그녀의 손끝은 망설임 하나 없이 심미연을 향해 뻗어갔다. 교도소에서 3년 넘게 몸으로 부딪치며 단련된 끝에 이제 그녀는 예전처럼 약하지 않았다. 힘도, 멘탈도 돌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푹...” 날이 살을 찢고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붉은 피가 허공을 가르며 흩날렸다. 심미연은 놀라 고개를 돌렸고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창백하게 질린 박시훈의 얼굴이었다. “미연 씨... 빨리... 도망쳐요...” 박시훈은 마지막 남은 기운을 끌어모으듯 힘겹게 말을 뱉었다. 전신을 짓누르는 극심한 고통이 그를 단번에 삼켜버렸다. 심미연의 눈동자에 붉은 빛이 일렁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할 틈도 없이 박시훈이 그녀를 거칠게 밀쳐냈다. 그 덕분에 칼끝은 아슬아슬하게 그녀를 비껴갔다. 온지유는 심미연이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왜... 왜 저 여자만 매번 살아남는 건데?’ 분노와 증오가 폭발할 듯 솟구쳤지만 그녀는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었다. 사람을 찔렀다. 그것도 대낮, 사람들 앞에서. 이대로 있다간 끝장이다. 온지유는 곧장 몸을 돌려 도망쳤다. 박시훈은 그녀를 붙잡기 위해 한 걸음 내디뎠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심미연은 재빨리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그때 경호원들이 들이닥쳤다. “대표님!” “이 사람 좀 앉혀줘요.” 박시훈은 간신히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심미연은 바닥에 흥건히 번진 핏자국을 보며 눈빛을 차갑게 굳혔다. ‘온지유... 네가 은성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4화

    “지한 씨가 날 사랑하는 거 너 예전부터 알고 있었잖아? 그땐 잘만 참더니 지금은 왜 못 참아?” 온지유는 심미연의 말에 단번에 반응했다. 두 사람이 강지한의 말을 오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늘도 내 편이야. 이건 기회야.’ 오늘 이 자리에서 심미연을 완전히 무너뜨려야 했다. ‘지한 씨랑 재혼? 웃기고 있네.’ 온지유의 도발에 심미연은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 강지한이 온지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뼛속까지 아끼고 감쌌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 기억은 어제 일처럼 눈앞에 그려졌다. “예전엔 내가 눈이 멀었지. 하지만 지금은 눈이 멀쩡해. 그러니까 이제는 참을 이유도 없어.” 심미연은 담담히 웃으며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뺨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손끝에 머릿결이 살짝 감겼고 그 모습은 어딘가 치명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참아줄 때 당장 꺼져.” 예전엔 강지한을 사랑했기에 온갖 수모를 참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 아무런 관계도 아닌 남이었고 더 이상 스스로를 억누를 이유가 없었다. 심미연은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다. 하지만 온지유가 계속 도발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든 누구도 그녀를 탓할 순 없었다. 박시훈은 그런 심미연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역시 달랐다. 머리카락 한 올 넘기는 그 동작조차도 치명적으로 보였다. 예전엔 사랑밖에 모르는 사람들을 비웃었던 그였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보다 훨씬 심각했다. 문제는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상태하는 것. ‘이제는 미연 씨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지...?’ 박시훈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다. 온지유는 심미연의 여유로운 태도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몇 년 만에 마주한 심미연, 분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예전 같았다면 강지한 이름만 꺼내도 감정이 흔들렸을 텐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오늘의 목적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었다. ‘안 돼. 절대 안 돼.’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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