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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너를 붙잡다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399 챕터

제371화

강지한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온지유를 차갑게 쏘아보며 말했다.“비 오던 날 네가 나랑 우리 어머니를 살려줬던 일로 이미 몇 년 동안 보상할 건 다 보상해 줬다고 생각해. ”강지한의 말투는 아주 담담했다.그리고 심미연은 처음으로 강지한의 입에서 ‘어머니’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다.또한 강지한은 온몸이 굳은 채 아까부터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대체 비 오던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그러다가 문득 강준형이 그녀에게 줬던 그 상자가 떠올랐다.‘그 안에 뭐가 들어있었지?’갑자기 한번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날 결혼식 날 밤에 왜 미연 씨를 버리고 나한테 왔어?”온지유는 여기서 포기하기 싫었다.여태껏 힘들게 버텨왔는데 이제 와서 순순히 그를 놓아줄 수 없었다.이때 심미연이 강지한을 빤히 바라보았다.결혼식 날 밤에 강지한이 밤새 돌아오지 않아서 지금껏 그가 회사에서 야근한 줄 알았는데 3년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그날 밤에 온지유랑 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생각하던 와중에 강지한은 심미연을 내쫓으며 다급히 말했다.“너도 빨리 병원에 가봐. 혹시나 어디 다친 곳이 없는지 자세히 검사해 보고.”심미연은 차가운 그의 눈빛과 마주쳤지만 그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전혀 알아보기 힘들었다.“빨리 가!”강지한은 또다시 그녀를 재촉했고 심미연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다.강지한과 온지유는 지금 할 말이 많을 텐데 제삼자인 그녀가 있으면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콕콕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에 강지한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온지유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우리 형이 변태란 사실은 나도 진작에 알고 있었거든? 그날 밤에 우리 형이 널 때렸다고 전화했을 때도 난 네 말을 믿었어. 하지만 너를 찾아갔던 건 단지 그때 나를 구해줬던 일이 생각나서였지 아니면 절대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거야.”어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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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지한 씨, 거기 서!”온지유는 강지한의 등 뒤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너무 격분한 나머지 가슴의 상처가 벌어지면서 또다시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순간 하늘이 핑하고 돌더니 그대로 쓰러졌다.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이튿날 오전이었는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나른했다.“누구 없어요? 저 목말라요.”목소리도 이미 다 잠겨 있었는데 아마 어제 너무 크게 소리 지른 탓인 것 같았다.이때, 간호사가 링거가 가득 걸린 밀차를 밀고 들어왔다.“물 주세요!”온지유는 간호사에게 대뜸 소리쳤다.하지만 그녀는 들은 체도 안 하고 수액을 갈아주고 체온을 재줬다.그 모습에 온지유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녀의 뺨을 때리려고 팔을 높게 들었다.“목이 마르다는 말이 안 들려요? 물 좀 달라고요!”간호사가 그녀의 모습을 힐끔 보고는 단번에 그녀의 팔을 잡았다.그리고 수액 바늘을 거칠게 뽑더니 다시 새로운 것으로 갈아줬다.“자꾸 움직이시면 바늘이 다른 곳을 찔러 다시 꽂아야 하는 수가 있어요.”사실 온지유도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하여 간호사가 주삿바늘을 들고 그녀의 손에 십여 개의 바늘구멍을 찔러 손등에 멍이 드는 것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간호사는 그녀에게 새로운 수액을 달아준 뒤 거들떠보지도 않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온지유는 저 따위 간호사한테도 무시당하는 자신이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그리고 나중에 다 나으면 꼭 본때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오후에 문소영이 병문안 왔다.온지유는 그녀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물었다.“어머니, 혹시 저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시면 안 돼요?”순간 문소영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그녀에게 다가와 뺨을 내리쳤다.“나쁜 계집애, 감히 그런 더러운 수법으로 날 속여?”모든 사실을 안 문소영은 지금 당장에라도 온지유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온지유는 뱃속의 아이가 강지성이 예전에 정자를 냉동 보관했다가 그 정자로 시험관 임신이 성공했다고 말했는데 자기 아들이 죽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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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먼저 어머니 핸드폰을 저한테 주세요.”온지유는 혹시나 문소영이 지금도 녹음할 것 같아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온지유, 선 넘지 마!”문소영은 화가 난 나머지 이를 악물고 말했다.“제가 너무하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온지유는 코웃음 치며 말을 이었다.“뒤에서 또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빨리 주세요.”문소영은 그녀의 성화에 핸드폰을 꺼내 옆에 내려놨다.“됐지?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온지유는 말없이 그녀의 핸드폰을 빤히 내려다보았고 인내심이 바닥난 문소영은 또다시 그녀를 재촉했다.“빨리!”이때, 온지유가 그녀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였는데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문소영이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안돼!”“어머니는 무조건 방법이 있을 거라 믿어요.”온지유는 여유로운 얼굴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빨리 가서 준비부터 하세요. 그리고 늦어도 내일은 제가 여기서 나가야겠어요.”강지한이 절대 이대로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하여 가능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안전할 것 같았다.“만약 지한이가 날 막는다면 나도 더 이상 너를 도와줄 방법이 없어.”문소영은 여전히 강지한을 두려워했다.만약 그가 대놓고 자신과 맞서 싸운다고 하면 결과는 아주 참담할 게 뻔했다.그렇다고 해서 고작 온지유 때문에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건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니고요. 아무튼 저한테는 결과만 알려주시면 돼요.”온지유의 눈빛은 소름 돋을 정도로 살벌했다.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경성을 벗어나야 했다.“온지유, 선 넘지 말라고 했지!”문소영은 사실 온지유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어디가 아파서 입원했는지 몰랐다.어쨌든 어제저녁의 일은 이미 강지한 쪽에서 비밀이 새어 나가지 못하게 입단속을 시켰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지금 당장 가서 준비해야 할 거예요. 시간이 없어요!”온지유는 또다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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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아니. 미연이는?”“사모님은 지금 병실에 계십니다.”“오늘 모든 스케줄은 다 취소해 줘. 난 병원에 가봐야겠다.”성무진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결국에는 그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강지한은 지금 모든 일의 1순위가 다 심미연일 만큼 순애보가 되었다.성무진이 떠난 뒤 강지한은 빠르게 서류에 사인을 마치고 부랴부랴 사무실에서 나왔다.그리고 차를 병원 주차장에 세워두고 차 안에서 담배 두 대를 태운 뒤에야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VIP 병실 앞에 도착해서도 그는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침대에는 박유진이 눈을 꼭 감고 온몸에는 수많은 줄을 달고 누워있었는데 옆에 기기에서는 끊임없이 소리가 나고 있었다.그리고 심미연은 그의 옆에서 긴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엎드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강지한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씁쓸해졌다.만약 그때 박유진이 올 줄 알았다면 진작에 그가 막아설 거란 사실을 눈치채야 했는데.그러면 온지유가 미친 사람처럼 칼을 휘두르지도 않았을 것이다.강지한은 성큼성큼 심미연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그녀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었다.누군가의 손길에 심미연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는데 눈앞의 사람이 강지한이란 사실을 깨닫고는 차갑게 물었다.“여긴 왜 왔어?” 금방 깨어난 탓인지 목소리는 나른했다.“널 데려가려고.”강지한은 당당하게 여기에 온 목적을 말했다.심미연이 다른 남자를 돌봐주는 게 어딘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오빠가 깨어날 때까지 여기에 있을 거야.”심미연은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나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여기에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집사람들을 부르면 되잖아. 아니면 간병인이라도 불러줄게.”강지한은 심미연을 빤히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나랑 집에 가자.”강지한은 요즘 집에 혼자 있는 게 너무 괴로웠고 그녀가 없으면 그곳은 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강지한 씨, 난 그저 당신 곁으로 돌아간다고만 했지 다시 예전처럼 부부로 지내겠다는 뜻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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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아침밥 가져왔는데...”방원호는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가 두 사람의 야릇한 장면을 목격하고는 뒤의 말을 끝내 내뱉지 못했다.순간 지금 자연스레 계속 들어와야 할지 아니면 나가야 할지 몰랐다.심미연은 재빨리 강지한을 밀쳐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이마에 다시 입을 맞췄다.그 모습에 화가 난 심미연은 단번에 그를 물어버렸고 입가에는 빠르게 피비린내가 풍겨왔다.강지한은 그녀의 반응에 눈살을 찌푸렸다.‘그 정도로 내 입맞춤이 싫은 건가?“지한 씨, 빨리 가.”심미연은 그의 얼굴을 더 이상 보기 싫어졌다.하지만 순순히 갈 사람이 아니었다.“왜? 내가 여기에 있는 게 방해돼?”능글스럽게 답하는 그를 애써 무시하고 그녀는 방원호한테 다가갔다.“여긴 어떻게 왔어요?”“네가 아침 먹을 시간도 없을까 봐 걱정돼서 가져왔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야채죽인데 와서 좀 먹어.”방원호는 가져온 아침을 테이블에 올려다 놓으며 소파에 앉았다.사실 그도 강지한이 별로 달갑지 않지만 굳이 심미연 앞에서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심미연도 소파 쪽으로 다가가 그를 도와 포장지를 뜯었다.“와, 냄새가 너무 좋은데요.”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한껏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빨리 먹어.”방원호는 그녀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심미연은 숟가락으로 죽을 먹기 시작했는데 강지한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또다시 질투심이 마구 불타올랐다.그리고 한숨을 길게 들이쉰 뒤 화를 애써 참고 두 사람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심미연 옆에 털썩하고 앉더니 그녀의 숟가락으로 죽을 한 입 먹었다.심미연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빠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강지한 씨, 미쳤어?”같은 숟가락으로 먹었으니 이것도 간접 키스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그러다가 강지한은 곧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무슨 죽이 이리도 맛이 없어.”심미연은 대체 어떤 입맛을 가졌기에 이 따위 죽도 맛있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순간 방원호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강지한에게 차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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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하지만 방원호도 지지 않으려고 한껏 쌀쌀한 눈빛으로 그에게 물었다.“강지한 씨, 이미 이혼한 사이에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강지한이 억지로 심미연을 데려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어제 미연이가 박유진 씨를 살리기 위해 다시 저랑 합치기로 했는데, 아직 모르시나 봅니다?”강지한은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품 안의 심미연을 보며 말했다.“심미연 씨, 제 말이 맞죠?”심미연은 그런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닥쳐!”그와는 말하기도 싫었다.방원호는 순간 어제 만약 그가 심미연을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에게 납치될 일도 없었다고 생각되어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심미연 씨, 스승님을 살려줘야 하겠죠?”강지한이 한껏 비아냥거리며 심미연에게 묻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응.”하지만 방원호 앞에서 강지한에게 애원하고 싶지 않았다.“고작 이런 방식으로?”강지한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같이 집에 가면 되잖아!”심미연으로서는 최대한 양보했다고 봐야 한다.만약 강지한이 여기서 더 애를 태우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몰랐다.“그래. 집에 가자.”강지한은 그제야 활짝 웃을 수 있었다.집에 간다는 소리가 이렇게 기쁠 줄이야.방원호는 원래 두 사람을 계속 막으려 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강지한을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아 이쯤에서 포기했다.하여 대놓고 싸우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몰래 그의 회사에 바이러스 같은 걸 퍼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심미연이 이노하이브를 돕고 있어서 모든 바이러스 침공을 다 막아줬는데 어차피 지금은 회사에 손도 뗐고 이 기회에 강지한을 골탕 좀 먹이고 싶었다.강지한은 심미연을 안고 병원에서 나온 뒤 차에 올라탔다.그렇게 차는 빠르게 미르 파크에 도착했고 강지한은 심미연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심미연은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렸다.당연히 강지한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저 박유진을 구해주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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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강지한의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나랑 온지유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지!”분명 심미연에게 몇 번이고 해명했던 일인데 아직도 저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자기 말은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그날 지유 씨가 안방에 누워서 셀카를 보내줬었는데 그렇게 야한 잠옷을 보고도 다른 마음이 안 들었어?”심미연은 그의 말을 전혀 믿지 못했다.어차피 강지한에게 속은 게 한두 번도 아니었기에 당연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전혀! 그리고 난 서재에 있었고 지유가 왔는지도 몰랐어.”예전의 강지한이라면 아마 이런 변명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심미연과의 이혼을 겪으면서 그는 부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또한 의심이 들면 당장 물어봐야 하고 마음에 담아두면 갈등이 깊어진다는 도리도 깨달았다.만약 진작에 이 도리를 깨달았으면 아마 심미연과 이혼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미연아, 내가 예전에도 말했는데 나한테 여자는 오직 너 한사람뿐이야.”강지한은 당당하게 자기 마음을 고백했다.하지만 듣고 있던 심미연은 이것 또한 쇼라고 생각되었다.아쉽게도 지금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돌아섰다.“옷장 안에 옷은 그대로 있어.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꺼내서 갈아 입어.”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그는 다급히 방 밖으로 나갔다.그가 나가자마자 심미연은 안방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근 뒤 옷방에 갔다.그러다가 문득 옷장 안에 걸어 놓은 섹시한 잠옷을 보게 되었는데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온지유 것으로 생각했다.‘역겨워!’결국 그녀는 그나마 제일 보수적인 옷으로 갈아입은 뒤 방 안에서 나왔는데 거실은 조용하고 강지한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보아하니 방금 걸려 온 전화도 온지유였을 것이다.온지유의 일이라면 두 발 벗고 달려가는 사람이었으니까.임혜자가 건네주는 물을 받아 마시는 데 갑자기 방원호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심미연은 재빨리 통화버튼을 눌렀다.“선배!”“미연아, 너한테 아주 중요하게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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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그녀의 눈빛은 예전과 다르게 몹시 불안해 보였고 자기 동아줄처럼 이불을 손에 꼭 쥐었다.그리고 침대 옆에서 육현성이 그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현성 오빠, 제발 여기서 나가게 도와주세요.”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는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는 말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그리고 눈시울도 빨개졌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현 상황에 대한 무력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병실 벽에는 육현성의 기다란 그림자가 그대로 드리워져 있었다.그는 가만히 서서 온지유를 바라보았는데 지금 상황에 부닥친 그녀가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자신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애써 단호하게 말했다.“약속할게요. 그런데 지유 씨도 이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만은 알아야 해요. 국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서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지유 씨의 탈출구를 마련해 볼게요.”목소리는 낮아도 한 마디 한 마디에 믿음이 갔다.온지유는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육현성을 꼭 안아줬다. 이 순간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 기구한 운명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았다.“현성 오빠, 미안해요... 저도 오빠 아내가 되어서 남은 인생을 같이하고 싶었는데 현실이 이렇다 보니까 오빠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이 아쉬움이 나중에 내 인생의 최대 아픔으로 될 것 같네요.”온지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그에 대한 애틋함이 가득 묻어났고 더 이상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온기가 영원히 가슴속에 새겨지도록 육현성의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육현성도 온지유의 체온을 느끼다가 자기도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하여 다정하게 온지유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녀를 위로했다.“그런 말 하지 말아요. 지유 씨가 어디에 있든 전 지유 씨를 든든하게 보호해 줄 테니까요. 지유 씨의 행복이 저의 가장 큰 바람입니다.”순간 병실 안의 시간은 마치 멈춰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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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오미경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더욱 노발대발했다.“육현성, 그래도 나는 네 친어머니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여태껏 남편이 외도한 일 때문에 정신이 날카로워졌는지 육현성에게 점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남편은 헤어지면 남남이지만 아들은 아니었다.하여 다른 여자한테 또 뺏기지 않게 무조건 단단히 묶어서 자기 옆에 둬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육현성은 매일 자신을 못살게 구는 그녀 때문에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그만해요!”남편이 바람났으면 남편한테 가서 따져야지 왜 자기를 괴롭히는지 알 수 없었다.“육현성, 내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다른 여자는 절대 안 되고 오직 이다은하고만 결혼할 수 있어. 특히 그 바람기 가득한 온지유, 그 애를 우리 집안으로 데려오기만 하면 당장 네 앞에서 혀 깨물고 죽을 줄 알아!”지금 인터넷에서는 온통 온지유의 기사로 도배되어 있는데 그녀는 볼 때마다 욕이 터져 나왔다.내연녀 주제에 악랄하기까지 한 그녀의 모습이 너무 소름 끼쳤다.“어머니, 제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제 일에 신경 쓰지 마시라고요.”육현성은 오미경이 이런 식으로 온지유를 흉보는 게 너무 싫어 자기도 모르게 말투에 살기가 돋았다.“혹시 지금 온지유랑 같이 있어서 이리도 예민하게 구는 거야?”오미경은 자기 이미지는 고려하지도 않고 곧바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그 빌어먹을 계집애, 자기 남편을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시동생까지 꼬시려 들어? 너는 심미연네 외할머니도 죽인 아주 악독한 여자가 대체 뭐가 좋다고 목숨을 매는 거야?”오미경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녀의 말대로 진짜 온지유라는 독에 취해버렸는지도 모른다.“어머니, 말이 심하네요.”육현성은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예전에 그렇게 따뜻하고 다정했던 자기 어머니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현성 오빠, 이모가 혹시 저를 못 만나게 해요? 저는 괜찮으니까 빨리 집에 돌아가요.”온지유는 눈시울을 붉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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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기꺼이 포기할 사람이었다.그런데 왜...“지유 씨, 미안해요.”육현성은 한껏 미안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비록 지금 온지유를 잃는다고 해도 충분히 나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그러나 어머니를 잃으면 이제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그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사람이 없게 된다.온지유는 씁쓸하지만 애써 웃으며 답했다.“무슨 소리예요. 바보같이.”그러다가 문득 자기 미래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먼저 쉬고 있어요. 최대한 빨리 처리해 볼 테니까.”육현성은 허리를 굽히고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어쩌면 이제 다시는 두 사람이 함께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온지유는 순간 눈시울이 빨개졌다.‘내가 그때 만약 현성 오빠를 선택했다면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그 ‘만약’이라는 약은 없었고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이를 악물고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울지 말아요. 2년 후쯤, 만약 이쪽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지면 제가 다시 몰래 데려올게요. 알겠죠?”육현성은 그녀가 우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고 또 괴로웠다.그 말에 온지유는 눈물을 닦더니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좋아요!”일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그리고 자꾸 이상한 생각도 하지 말고요.”육현성은 장난스레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전 괜찮으니까 가서 전화해요.”육현성은 곧바로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온지유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그는 병실에 오고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부탁한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캐묻지 않았다.‘궁금하지도 않나?’‘아니면 나를 그 정도로 믿는다고?’아니면...‘혹시 나를 무너뜨릴 다른 계획을 짜고 있는 건 아니겠지?’온지유가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육현성은 화장실에 들어가 아주 낮은 소리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한 사람이 출국하려는데 혹시...”전화를 끊은 뒤 그는 벽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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