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표님, 지금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소민은 그녀를 보더니 손으로 회의실을 가리켰다.신하린은 입술을 감빨며 말했다.“알았어. 일 보러 가봐.”“대표님, 소문이 있어요.”소민이 그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이노하이브에서 새 건물이 완공되어 정원 설계에 관해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래요. 우리도 도전해 볼 까요?”“이노하이브 회사의 입찰 요구는 아주 높아서 우리 같은 작은 작업실은 기회가 없어. 됐어. 헛생각하지 말고 일하러 가.”그들이 디자인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작은 작업실은 입찰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냥 아쉬워서 그래요.”소민이 낮은 소리로 감탄했다.만약 작업실이 이번 정원 디자인을 따낸다면 이 분야에서 널리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신하린은 웃으며 회의실로 들어갔다.회의실 내, 정교한 창살을 통해 부드럽고 화사한 빛이 여러 가지 그림자를 드리웠다.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온화한 얼굴을 한 이씨 가문 사모님은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그 눈빛은 칼을 머금은 것처럼 날카로웠다.깐깐히 훑어보는 그녀의 시선에 신하린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평온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이씨 가문 사모님은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는데 내뱉은 말은 정성껏 다듬은 것처럼 친근해 보이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아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을 엮은 것 같았다.신하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몸을 곧게 펴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제가 신하린이에요.”“하린 씨, 앉아봐. 우리 잠깐 얘기할까?”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신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난 성이 하씨가 아닌데 왜 친근한 척 성씨를 빼고 하린이라고만 부르지?’“아휴, 우리 진영이는 속을 썩이잖아.”그녀는 무심코 이진영의 신분을 언급했다. 신하린은 그 존귀한 신분에 압박감을 받은 것처럼 저도 모르게 등을 곧게 폈다.곧이어 화제는 미묘하게 이진영의 결혼 문제로 향했는데 그녀의 말은 정성껏 파놓은 함정처럼 은밀하면서도 암시로 가득했다.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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