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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너를 붙잡다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402 챕터

제321화

옷을 하나씩 입어보고 다시 벗으면서 시간은 서서히 흘러갔지만 온지유의 마음은 전례 없는 채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그녀는 강지한을 만나야 했다! 그 어떤 때보다 간절하게! 서재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조명이 흐릿하게 비추는 고풍스러운 가구들 위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공기 속에는 짙고 무거운 역사의 향기가 배어 있었다. 심미연은 넓은 책상 앞에 서서 두 손을 자연스레 교차시킨 채 눈빛은 혼란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준형은 천천히 일어나 뒤에 있는 오래된 나무 장롱에서 정교한 작은 상자를 꺼내었다. 상자의 표면은 살짝 청동빛을 띠고 있었고 가장자리에 섬세한 연꽃 문양으로 새겨져 있었다. 마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심미연의 떨리는 손에 놓았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그의 손은 오히려 더욱 강하고 엄숙하게 느껴졌다. 잠시 목을 가다듬은 뒤 강준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강지한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물건이야. 이 집에 그리고 강지한에게 남긴 유일한 물건이지. 이걸 네게 전하는 이유는 강지한 대신 잘 보관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동시에 그녀의 죽음의 진실도 밝혀 주길 바란다.” 강준형의 목소리는 낮고 무게가 실려 있었으며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거대한 망치처럼 심미연의 마음을 강하게 치는 듯했다. 심미연은 손에 쥔 상자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일렁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강준형을 바라보며 눈빛 속에 의문과 불안이 가득 차올랐다. “왜... 왜 저한테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고 마치 자신이 이 막중한 책임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아연하기까지 했다. 이건 다름 아닌 강지한 어머니와 관련된 일이었으니까! 강준형은 긴 한숨을 내쉬며 눈빛이 점점 더 깊고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는 오랜 시간 감춰왔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강지한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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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미연아, 이렇게 부탁하는 게 너한테 참으로 미안한 일이란 건 알아. 하지만 말이다. 나도 나이가 많고 몸도 예전 같지가 않아. 언제 잠들어서 다시는 못 깨어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강준형은 말하며 눈가가 붉어졌다. 심미연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손에 든 상자를 무의식적으로 더 꼭 쥐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할아버지께서는 꼭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장수하실 거예요!” 강준형은 잔잔히 웃었다. “이 나이 먹도록 살아보니 이제는 생사에 연연하지 않게 됐단다. 내가 떠나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네 인생을 잘 살아.” 그는 심미연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 그 빚을 갚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남은 시간 동안 그녀가 아끼고 사랑받으며 살길 바랐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바람이었다. 심미연은 강준형의 미소 띤 얼굴을 바라보다가 불안함이 스쳐 지나갔다. 어쩐지 그의 모습에서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할아버지...”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떼려는 순간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심미연은 하던 말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미연아,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까?” 박유진의 목소리가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게 들려왔다. “나 차 갖고 나왔어. 데리러 안 와도 돼. 고마워.” 말하는 내내 심미연의 미간은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형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강지한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였다.하지만 이건 다른 사람 탓할 것도 없고 전부 강지한이 자초한 일이다. “나한테 굳이 예의 차릴 거 없어.” 박유진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말했다. “그래. 그럼 일 봐. 내일 다시 연락할게!” 사실 그는 하루 24시간을 다 써서라도 심미연을 보고 싶었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이전에는 심미연이 이혼하지 않았기에 마음속으로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심미연이 이혼했으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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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그냥 묻지 않는 게 나을지도.’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는 분명히 알게 될 테니까. 강준형의 말에 심미연은 본능적으로 손끝을 꽉 움켜쥐었고 손에 쥔 상자가 손바닥을 아프게 찔렀다. ‘혹시 할아버지가 임신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걸까?’ “괜찮아. 내가 묻지 않은 걸로 하자.” 강준형은 그녀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강요할 수 없었다. 강준형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실망감에 심미연은 마음이 무거웠다. 입을 열려 했지만 말이 나오기 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하려던 말을 삼켜버리고 말했다. 강준형은 얼굴을 굳히며 차갑게 물었다. “누구냐?”“저예요.”문밖에서 강지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미연은 강준형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러면 저는 먼저 갈게요.” 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갔다. “그래. 조심해서 가고 집에 도착하면 꼭 연락해. 아니면 걱정되니까.” 강준형은 그녀를 붙잡을 수 없어 그냥 보내주기로 했다. 심미연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나갔다. 문이 열렸다.심미연은 고개를 숙인 채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에 쥔 상자를 더욱 단단히 움켜쥐고 급하게 앞으로 걸었다. “심미연, 나 못 봤어?”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아당기며 말투가 썩 좋지 않았다. 심미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불쾌한 감정이 역력했다. “왜 이렇게 아프게 잡아!” 강지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풀어주었다.“심미연, 우리 얘기 좀 하자.” 남자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는 어딘가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나 피곤해. 내일 얘기할 수 있을까?” 강준형이 말한 강지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지금 강지한을 마주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일이면 괜찮을 것이다. “너 아픈 거야?” 강지한은 그녀의 얼굴이 좋지 않은 걸 보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주 건강해.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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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잠시 후 그녀는 메시지를 열었다. 그 안에는 온지유의 셀카 한 장이 담겨 있었다. 셀카 뒤로 보이는 뒤편 벽에는 예전에 그녀가 사람을 시켜서 합성한 강지한과의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 결혼사진을 걸었을 당시 강지한은 비웃으며 조롱했었다. 그녀는 그저 그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었고 그의 조롱 따위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고집으로 그 사진은 3년 동안 그대로 벽에 걸려 있었다. 이사를 할 때 서두르다 보니 사진을 내려서 없애는 걸 깜빡했다. 이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온지유가 벌써 그 집에 들어갈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정말 성급하기도 하네.’그런데 아까 본가에서 밥 먹을 때 강지한은 그녀에게 무례한 장난을 쳤었다. ‘재밌네.’그녀는 이제 강지한에 대한 감정은 모두 놓아버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사진을 봤을 때 아마 속이 뒤집혔을 것이다. 사진을 지우려던 찰나 온지유의 전화가 걸려 왔다. 심미연은 온지유가 단지 자신에게 자랑하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지한에게 더 이상 마음이 없는 그녀는 그와 온지유의 일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온지유 같은 아무런 자존심도 없이 끝까지 낮아지는 사람은 정말로 그녀의 세계관을 새롭게 만들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온지유의 메시지가 다시 왔다. 이번에는 섹시한 속옷 차림의 사진이었다. 심미연은 전에 한 번 그런 걸 샀던 기억이 났지만 그걸 어디다 버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심미연은 강지한에게 선물했던 그 넥타이를 떠올렸다. 아마 아직도 옷장에 있을 거다. 온지유가 전화를 받지 않자 그녀는 한 장 한 장 점점 더 노골적인 셀카를 계속 보내왔다. 심미연은 속으로 잠깐 욕을 뱉고 그 사진들을 바로 강지한의 이메일로 보내버렸다. ‘둘이 진짜 끼리끼리네.’ ‘앞으로 둘이 평생가라! 서로 다른 사람 건드리지 말고!’사진을 보내고 난 후 심미연의 기분이 한층 나아졌다. 심미연은 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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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신하린은 심미연이 걱정되어 이진영이 소개팅 간 일은 잠시 잊어버렸다. 심미연은 전화를 끊자마자 급히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신하린을 기다렸다. 신하린은 전화를 끊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뒤 급하게 집을 나섰다.문을 열자마자 그녀는 익숙한 남자의 얼굴을 마주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려고?” 남자는 얼굴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물었다. 신하린은 고개를 푹 숙이며 그를 보지 않았다. “지금은 당신 보고 싶지 않아요. 돌아가요.” 어떤 일들은 시간을 두고 혼자 차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신하린, 지금 나한테 성질부리는 거야?” 이진영의 말투는 썩 좋지 않았다. “네가 날 떠나라고 말해준 게 아니야!” 신하린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럼 당신 말은 그 여자랑 함께한 후에도 날 놔주지 않을 거라는 거예요?” 이진영은 그녀에게 내연녀가 되어 사람들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고 부끄럽지 않냐고 비난받게 만들고 싶어 했다. ‘이 남자한테는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비천하고 하찮은 존재였던 걸까?’“네 존재는 나와 그 여자 사이의 관계를 깨뜨리지 않았어. 우린 예전처럼 살 거야.” 이진영의 말은 정말 역겨울 정도였다. 신하린은 그의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난 당신들의 관계를 망치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끼어드는 거라는 말이죠?”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얼굴에는 비웃음이 섞인 냉소가 떠올랐다. “내가 그렇게 하찮고 비열하게 보여요?” 신하린은 이진영을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가 이렇게 자신을 무시하고 천하게 생각하는 말을 들으니 가슴 깊이 상처를 받았다.“나랑 그 여자는 단지 상업적인 결혼일 뿐이고 감정 같은 건 없어. 왜 그렇게 질투를 해?” 이진영은 도대체 왜 신하린이 그들 사이의 관계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이렇게 몇 년 동안 잘 지내지 않았나? 신하린은 더 이상 그와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미연이 찾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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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이진영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마주하자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내가 당신의 통제를 벗어나고 그런 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 순간부터 난 경성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녀를 만신창이로 만든 이 도시. 여기 남아 있는 건 슬픔만 더할 뿐이었다. 차라리 떠나서 다시 보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녀의 말에 이진영은 당황한 듯 손에서 힘을 풀고 그녀를 놓아주었다.신하린은 손목을 문지르며 그를 향해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만 손을 쓰기 전에 미리 말은 해주세요. 그래야 내가 준비할 수 있잖아요.” 그녀는 평온하게 마지막 한마디를 던지고 차 문을 열어 내렸다. 차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울렸고 이진영은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서둘러 창문을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들어왔고 그제야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시선은 내내 그녀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지금 그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신하린은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한 줄기 시선이 자신의 등을 끝없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그 순간 이유 없이 코끝이 시큰해졌다. 울고 싶었다.“하린아.”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신하린은 현실로 돌아왔다. 얼른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들어 심미연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미연아, 너 왜 내려왔어? 배 아프다며.” “네가 걱정돼서 내려와 기다렸지.” 심미연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살짝 붉어진 그녀의 눈가를 스쳤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집 갈래? 아니면 술집 갈래?”심미연은 신하린이 취해서 푹 자고 내일 아침엔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길 바랐다. “좋아. 강남바로 가자!” 신하린은 술에 취하면 더 이상 그 남자의 냉정한 모습이 떠오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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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저는 물 한 잔 마시러 갈게요. 운전 조심하세요!” 한유나는 조금 당황하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이진영이 자신을 미래의 이 부인이라고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혹시 결혼을 서두를 만큼 정말 나를 좋아하게 된 건가?’ 그녀는 오늘 밤 부모님과 결혼에 대해 상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씨 가문은 명문가라 결혼 준비가 복잡하고 예절도 많아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이진영과 결혼한다는 생각에 한유나의 가슴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는 건 많은 여자들이 꿈꾸는 일이었다!문 앞과 차 안에서 이진영은 핸드폰을 옆에 두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어슴푸레한 연기 속에서 신하린의 붉어진 눈이 떠올랐다. 그가 한유나와 결혼한다고 해도 그와 신하린 사이의 관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여자는 도대체 왜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심미연과 신하린은 방에 들어갔고 신하린은 거침없이 두 사람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곧 방문이 열리고 두 명의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가 장미꽃을 하나씩 들고 들어왔다. 그들의 모습은 귀엽고 매혹적이었다. 심미연은 급히 손을 내밀어 신하린의 팔을 잡았다. “난 남자는 필요 없어.” 그녀는 이미 임신 중이라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신하린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저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고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너 필요 없으면 내가 다 가질 거야.” 신하린은 소파에 기대어 두 남자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둘 다 내 옆에 앉아요.”이진영과 그 여자는 곧 결혼하게 된다. 두 사람은 분명 한 침대에서 함께 자고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교감을 나누게 될 것이다. 그녀는 싱글인 여자로서 인생을 즐길 때 제대로 즐겨야 한다. 두 남자는 그녀의 옆에 순순히 앉았다. 장미꽃을 입에 물고 얼굴을 가까이 대며 큰 손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감쌌다. 두 사람의 숨결이 서로 얽혔다.신하린은 심장이 급격히 요동치며 남자를 밀어내려고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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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신하린은 조금 짜증이 나서 손을 뻗어 그를 잡았다. “먼저 나 좀 놔줘요!” 이진영은 얼굴을 돌릴 틈도 없이 그녀의 손톱에 얼굴을 긁혀 잘생긴 얼굴에 긴 상처가 남았다.하지만 신하린 앞에서만큼은 그의 성격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지금 그와 신하린의 관계는 얼어붙었고 신하린은 더 이상 제어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더 이상 참을 성질이 남아있지 않았다. 심미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진영은 어떻게 강지한보다 더 밉상일 수 있지.’ 신하린은 조금 당황한 채 입술을 꽉 물었다. “이진영 씨, 만약 나한테 그렇게 한다면 난 평생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이진영은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손끝에 끈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기분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어차피 넌 평생 내 곁에 있어야 해. 용서하나 안 하나 그게 무슨 상관이야?”그동안 그녀를 얼마나 아껴줬는데 결국 그녀는 여기서 다른 남자와 즐기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이제 그 역시 그녀의 감정 따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그는 그녀를 자기 곁에 묶어두고 이제는 오직 자신과만 자게 만들 것이다.신하린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난 당신 장난감이 아니에요. 왜 평생 당신 곁에 있어야 하는데?” 심미연은 신하린의 붉어진 눈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잠시 망설이다가 두 사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영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심미연은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신하린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말라고 눈짓으로 전했다. 이진영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한유나의 번호를 확인한 뒤 바로 전화를 받았다.“진영 씨, 도착했어요?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귀에 스며들자 이진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신하린이 이런 말투로 나한테 말한다면 아마 너무 기뻐서 뛰어오를 거야.’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밖은 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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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방금 전의 답답한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진영은 이 모든 걸 이해한 뒤 시선은 더 확고해졌다. “와! 유나 총괄 엔지니어의 남자 친구 진짜 잘생겼다!” 누군가가 놀라며 외쳤다. 한유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자부심을 느꼈다. ‘누구 남자 친구인데 당연히 잘생겼지!’ “취했어요? 걸을 수 있겠어요?” 이진영이 부드럽게 물었다. 한유나는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걸을 수 있어요.” “내가 안고 나갈게요.”이진영은 말을 끝내자마자 몸을 구부려 그녀를 안았다. “세상에. 진짜 로맨틱해!” “남자는 잘생기고 여자는 예쁘고 너무 잘 어울려. 천생연분이야.”한유나는 이진영이 자기를 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잠깐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이내 손을 들어 그의 목을 감쌌다. “진영 씨, 이러면 안 돼요.”입에서는 투정 섞인 말이 나왔지만 마음속은 달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건 이 부인으로서 누려야 할 특권이죠.”이진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읽히지 않았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한유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얼굴에 상처는 어떻게 난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상처가 왠지 모르게 애매하고도 은근히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여자가 화나서 긁은 듯한 자국처럼 보였다. ‘혹시 진영 씨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 걸까?’ 이진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긁었을 뿐이에요. 별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지만 한유나는 순간 그가 진짜로 말하는 것인지 아닌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그때 다른 방에서는 신하린이 술병을 안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까 이진영이 그녀 앞에서 전화를 받은 일이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을 취하게 만들고 싶었다.“하린아, 적당히 마셔. 너무 취하면 내가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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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박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담담하게 인사를 건넸다. “진영 도련님.” 경성에서는 이씨 가문의 사람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이진영의 아버지는 정치에 몸담고 있고 어머니의 집안은 부유한 대가문이다.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모두 이씨 가문과는 충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때 박유진 품에 안겨 있던 여자가 몸을 움직이며 두 손으로 박유진의 목을 감싸고는 입에서 거침없이 욕을 내뱉었다. “이진영 이 자식! 죽어버려.” 이진영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여자의 두 손을 처절하게 응시했다. 만약 눈빛만으로 그 손을 잘라낼 수 있었다면 아마 벌써 뼈조차 남지 않았을 것이다.며칠 전 이 여자는 술에 취해 그를 때리고 욕하며 밤새도록 괴롭혔다. 그런데 오늘 밤 또 술에 취하다니! ‘이 여자는 자기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 하지만 이진영이 가장 많이 화가 나는 점은 이 여자가 술에 취해 결국 박유진에게 안겨 나왔다는 것이다! 박유진이 누구냐? 박씨 가문의 도련님이다. 신하린이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 남자. 처음으로 심미연을 돕기 위해 그를 찾아갔을 때 침대에서 거칠게 당했던 그녀는 결국 울며 박유진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의 감정을 그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속이 터지고 억울하고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를 벌주기 위해 그는 집안의 구석구석에서 그녀를 가졌다. 그렇게 그녀에게 고통을 주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녀가 그를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함께한 5년 동안 그는 도무지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오직 박유진뿐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 이진영은 눈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안겨 있는 여자를 그냥 당장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심미연은 이진영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급히 서둘러 설명했다. “방금 이진영 씨가 떠난 후 하린이가 마음이 괴로웠던 거 같아요. 계속 술을 마시는데 내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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