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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Author: 무안안
강지한은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침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경찰이 미르 파크에 와서 나를 데려가겠다고 해. 지한 씨, 날 구해줘!”

울먹이며 말하는 온지유의 목소리는 가엾었다.

“당황해하지 마. 내가 일단 전화해볼게.”

그는 말을 다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강지한은 휴대폰을 잡은 채 아까 보았던 메일을 떠올렸다. 만약 온지유가 정말 이런 짓을 했다면 경찰에 잡히는 건 억울한 것도 아니다.

강지한은 처음으로 온지유의 말에 의심을 했다. 이때 휴대폰 건너편의 온지유는 휴대폰을 꽉 잡고 있었는데 손톱이 살갗에 들어가도 아픈 줄 몰랐다.

그 사람은 이미 그녀를 버렸다. 만약 강지한마저 내친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안돼, 난 이렇게 무작정 당할 수만 없어! 나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생각해야 해.’

마음을 다잡은 후 그녀는 문소영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가 끊겨버렸고 다시 걸어보니 이미 차단당했다.

어쩌면 자신이 유산한 그 날부터 문소영은 그녀는 버렸을 것이다. 그녀의 손자를 잃었으니 더는 쳐다보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온지유는 휴대폰을 꽉 잡은 채 심호흡했다.

몇 년 동안 노력해서 곧 얻을 것만 같은 물건들이 결국 연기처럼 사라졌는데 그녀가 어떻게 내킬 수 있을까?

냉정해지려고 애써 노력하며 온지유는 머릿속으로 누가 자신을 구할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을 하나씩 생각했다.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

‘생각났어. 강씨 가문의 늙다리가 날 지켜줄 수 있어. 비밀을 가지고 교환해야지.’

온지유가 전화번호를 입력하려고 할 때 강지한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한 씨...”

애처롭게 그의 이름만 부르고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온지유는 마음이 아플 정도로 철이 든 것 같았다.

“어디도 가지 말고 미르 파크 안에 있어. 이미 경찰 쪽에 사람을 보내 처리하게 했어.”

강지한의 목소리는 매우 담담해서 그의 감정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알았어.”

온지유의 불안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나아졌고 기뻐서 어찌할 줄 몰랐지만 말할 때 목소리는 여전히 울먹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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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미연은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당연하지. 근데... 오빠는 혹시 마음 바뀐 거 아니야?”혹시 박유진이 망설이고 있는 거라면 이유는 분명했다. 그의 할아버지, 박정재. 그 반대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치며 가슴 한켠이 서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박유진은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조심스럽게 이마를 맞댄 채 한참을 그대로 머물렀다. 부드럽고 깊은 눈빛이 마주 닿는 그 순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조용히 흘렀다. “난 처음부터 너였어.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단단하면서도 따뜻했다. 사실 박유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걱정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심미연의 마음이 변한 건 아닐까, 그런 불안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심미연은 자신이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닌지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구청으로 가고 싶었다. 시간을 미루다 또 어떤 변수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그게 더 두려웠다. 그때 조용히 있던 심태하가 갑자기 몸을 들썩이며 외쳤다. “엄마랑 아빠만 붙어 있지 말고 나도! 나도 붙을래요!”작은 손으로 엄마의 옷자락을 꼭 잡고 아이는 들뜬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도 해줘요! 붙붙!”심미연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고 박유진도 당황하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 혼인신고 얘기를 꺼낼 타이밍이었지만 아이의 순수한 외침에 그는 말을 삼켰다. 대신 조용히 아이를 품에 안고 무릎 위에 앉히며 말했다. “그래. 우리 태하도 아빠랑 붙붙 해볼까?”그건 단지 얼굴을 맞대는 짧은 장난일 뿐이었다. 그 순간을 먼저 함께하고 나중에 말을 꺼내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심태하는 해맑게 웃으며 아빠의 뺨에 얼굴을 살포시 갖다 댔다. 작고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미연은 가슴 깊은 곳에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2화

    심미연은 복잡한 생각을 접고 아들을 품에 안아 무릎 위에 앉혔다. 아이의 눈을 마주 본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하야, 만약에... 태영이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얘기일까?”심태하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엄마를 올려다봤다. “정말요?”엄마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믿는 아이. 그 말이 현실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믿고 싶었다. ‘동생은 지금 어디 있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은데...’“조금만 기다리면 곧 알 수 있을 거야.” 심미연은 아들의 두 눈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기대가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문득 스친 생각 하나가 그 기대를 순식간에 불안으로 바꿔놓았다. ‘상미가 정말 내 딸이라면... 강지한이 과연 그 아이를 내줄까?’‘혹시라도 그 사람이 끝까지 버틴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강지한이 그렇게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그런 싸움에서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솔직히 없었다. “네? 엄마, 무슨 뜻이에요? 왜 조금 있으면 알 수 있어요?” 심태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엄마를 바라봤다. 아직은 세상이 단순한 아이. 엄마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마음속에서 어떤 파도가 치고 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평소와는 조금 다른 엄마의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건...” 심미연이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조용히 다가온 박유진이 체온계를 내밀었다. “미연아, 일단 체온부터 재자.”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손에 체온계를 쥐여주었다. 심미연은 자신에게 열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결국 말없이 체온계를 받아들었다. 곁에 선 박유진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 년을 함께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1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박유진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연아, 밥 다 됐어. 얼른 와서 먹자.”그 뒤를 이어 심태하의 맑고 귀여운 목소리가 톡 튀어나왔다. “엄마, 빨리 와요! 아빠가 만든 거 진짜 맛있단 말이에요.”강지한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가슴이 칼에 찍힌 것처럼 심장이 뒤틀리는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의 아들, 그의 여자가... 이제는 다른 남자와 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젠 남의 아들이었고 남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생각할수록 미쳐버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때 심미연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밥 먹어야 돼. 할 말 있으면 내일 해.”뚝.전화가 끊겼다. 귀엔 싸늘하게 울리는 종료음만이 남았다. 그 짧은 순간, 강지한의 머릿속엔 세 사람이 나란히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화기애애하고 따뜻하고 지독하게 행복해 보였다. 억눌렀던 감정이 마침내 폭발하듯 치솟았다. ‘내 아들이고 내 여자야.’‘박유진, 감히 넘보지 마. 반드시 내 품으로 다시 들려놓을 거야.’ 강지한은 그 말을 속으로 씹듯 되뇌며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온몸을 덮친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른 그는 지체 없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강지한은 낮고 단호한 어조로 말을 던졌다. “바렐 그룹 분점은 어떻게 된 거야? 박유진이 왜 또 경성에 있는 건데?”그가 박유진을 지방에 묶어두기 위해 치밀하게 조치를 취해둔 건 불과 얼마 전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렇게 갑자기 올라올 일은 없었다. 잠시 뜸을 들인 성무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점은 현재 영업 중단 들어갔고 내부 정리 중입니다.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고... 박 대표님은 아마 하루 이틀 정도 잠깐 들어온 걸로 보입니다.” 성무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요즘 대표님, 박 대표님 동선에 왜 이렇게 민감하신 거지?’‘돌아온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0화

    그러나 심미연은 강지한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심미연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몸을 숙여 강상미의 볼에 얼굴을 살짝 대며 부드럽게 말했다.“아빠 금방 올 거야. 난 먼저 갈게. 얼른 나아서 건강해지자, 알았지?”강상미는 귀여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엄마, 혹시 나 안 좋아해요?”아니면 왜 남아서 같이 있어 주지 않는 걸까.“아니야.”심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내일 오후에 오빠 데리고 올게. 너랑 같이 놀게 해줄게.”그 말을 들은 강상미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네, 좋아요!”심미연은 그렇게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괜히 쓰라렸다.원래부터 심장이 좋지 않은 아이인데, 오늘은 머리까지 다쳤으니 이 작은 몸으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엄마 일하러 가야 하는 거잖아요. 얼른 가요! 난 얌전히 아빠 기다릴게요!”강상미는 심미연을 살짝 밀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엄마, 잘 가요!”마음은 아프지만 심미연에게 일이 있다는 걸 알기에 억지로 붙잡을 수 없었다.‘말 잘 들어야 해. 그래야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줄 테니까. 안 그러면 엄마가 나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심미연은 잠시 아이를 응시하다가 이내 돌아섰다. 손바닥을 펴자 그 안에 아이의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올이 붙어 있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지금 당장 DNA 검사를 하러 가야 했다. 하루라도 빨리, 최대한 빠르게.그녀가 병실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지한이 음식이 담긴 가방을 들고 병실 문을 열었다.병실 안을 둘러본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심미연, 진짜 그냥 가버린 거야?’“아빠! 왜 이제 왔어요? 엄마는 벌써 갔단 말이에요!”강상미는 못마땅하다는 듯 강지한을 노려봤다.‘아빠가 잘 붙잡아 뒀어도 나는 매일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배고프지? 일단 밥 먹자.”강지한은 억눌린 감정을 숨기고 간이 테이블을 펼쳐 음식들을 하나씩 올려놓았다.“와, 냄새 진짜 좋다!”강상미는 손뼉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19화

    심미연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부재중 전화에 문자, 카톡까지 들어와 있었다.자세히 보니 박유진에게서만 수십 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배터리가 60%나 남아 있는 걸 보고 심미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굳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강지한이 일부러 꺼둔 게 분명했다.‘정말 꼴도 보기 싫어!’“엄마, 화내지 마요.”귀 옆에서 들려온 보들보들한 목소리에 심미연은 고개를 숙였다.아이는 동그랗고 예쁜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심미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화내지 않을게.”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화가 한순간에 스르르 가라앉았다.“웃으니까 진짜 예뻐요!”강상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심미연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혹시 엄마를 좋아하는 사람 진짜 많은 거 아니에요?”심미연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당연히 없지.”“안 믿어요.”강상미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자 심미연은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왜 안 믿어?”‘진짜 귀여워 미치겠네.’“TV 보면 예쁜 여자 주인공들은 다 인기 많아요. 남자들이 다 결혼하자고 따라다니던데요?”강상미는 말투도 표정도 진지했다. 동그란 눈에서는 확신이 느껴졌다.“그래?”심미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근데 지금은 전화 좀 해야 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응?”“알겠어요!”강상미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심미연은 아이의 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고는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일어났다.병실 문을 나서는 심미연의 뒷모습을 보며 강상미는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엄마는 이제 곧 가겠지... 그럼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아빠도 진짜! 도대체 왜 엄마를 데려오지 못하는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심미연이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침대 곁으로 다가와 몸을 숙여 이불을 살며시 덮어주며 말했다.“병원에선 얌전히 누워 있어야 해. 아줌마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엄마... 나도 데려가면 안 돼요? 혼자 있으면 무섭단 말이에요.”강상미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18화

    강지한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눕히며 최대한 심미연과 거리를 두었다. 자칫 자신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힘들게 찾아온 평온이 깨어질까 봐 두려웠다.눈을 감았지만 그녀의 익숙한 향이 코끝에 스며들었다. 순간 가슴속에서 거센 파도가 몰아치듯 감정이 요동쳤다.얼마쯤 시간이 흐르자 강지한도 결국 잠에 들고 말았다.심미연은 긴 잠 끝에 눈을 떴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비비고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병실 안은 텅 비고 조용했다.“엄마, 가지 마요.”귀 옆에서 들려온 작고 앙증맞은 목소리에 심미연은 고개를 숙였다.강상미가 그녀 옆에 누워 있었다. 머리에는 붕대를 감고 새하얀 얼굴에 크고 예쁜 눈망울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눈 속에는 기대와 불안,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엄마.”강상미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그만 손으로 심미연의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머리 아파?”심미연은 그녀를 살포시 안아 무릎 위에 앉히고 조심스레 물었다.“안 아파요.”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 그 모습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인형 같아서 더없이 안쓰러웠다.심미연은 가슴이 꾹 눌리는 것처럼 답답했다.“아프면 말해도 돼. 아줌마가 놀릴 사람도 아니고.”이렇게 작은 애가 어떻게 이런 고통을 참고 있는지.보통 애들이었으면 진작 울고불고 난리였을 텐데, 이 아이는 너무도 어른스러워서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엄마예요.”강상미가 그녀의 목을 감싸안더니 조그만 얼굴을 그녀의 뺨에 살며시 비볐다. 말투는 아이 같지만 눈빛은 또렷하고 단단했다.심미연의 매혹적인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왜 나를 엄마라고 불러?”속으론 생각이 많아졌다. 이쯤 되면 강상미와 DNA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혹시 정말 이 아이가 딸일 수도 있지 않을까?비록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혹시 아이가 그때 완전히 죽지 않았고 어떤 이유로 살아남아 강지한에게 입양되었다면?심미연의 머릿속을 수없이 많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17화

    “혹시... 두 사람이 모녀처럼 보이나요?”강지한이 갑자기 물었다.보통 당사자보다 주위 사람들이 더 잘 보는 법이라 눈앞의 의사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볼 터였다.의사는 강지한이 무슨 뜻으로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파악이 안 돼 순간 멍해졌다.‘설마 이 여자가 사모님이 아닌가? 그럴 리가...’“강 대표님, 아마... 제 눈이 침침해서 그랬나 봅니다. 다시 보니 두 사람이 전혀 안 닮은 것 같네요.”의사는 급히 말을 덧붙였다.조금 전까지 강지한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던 희망이 그 한마디에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그럼 그렇지... 안 닮았구나.’괜히 들떴던 자신이 우습기만 했다.“병실로 옮겨 주세요.”그 말을 남기고 강지한은 뒤돌아 걸어갔다.의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혹시 내가 실수했나? 아닌가? 왜 저 사람은 이렇게 냉담하지...’병실로 들어선 강지한은 소파에 털썩 앉았고 곧이어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와 심미연과 강상미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옮기고 나서야 방을 나섰다.심미연은 원래 몸이 좋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피를 뽑고 난 뒤 강상미가 무사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런데 바로 이때 휴대폰이 울렸고 강지한은 눈썹을 찌푸리며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심미연의 가방은 침대 머리맡 협탁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뻗어 가방을 열었다.그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화면을 확인하자 ‘유진 오빠’라는 이름이 화면에 깜빡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즉시 차가워졌다.강지한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한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미연아, 너희 쪽 상황은 어때? 다 괜찮지?”박유진의 목소리엔 기쁨이 묻어 있었다.강지한은 병상 위에서 조용히 잠든 심미연을 바라보며 박유진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미연이가 너무 피곤해서 방금 막 잠들었어요. 할 말 있으시면 미연이가 깬 뒤에 다시 하시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잠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16화

    박유진은 천천히 숨을 들이켜면서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곧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할아버지, 방금 병원에서 나왔어요. 시훈이 상태는 안정적이고 의사 말로는 회복도 아주 좋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그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혹여 할아버지가 그의 불안함을 눈치채지 않도록.전화를 끊은 후 그는 다시 한번 책상 위에 놓인 목걸이를 바라보았는데 가슴 속에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었다.앞날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을. 숨겨진 사랑을 위해서든 지켜야 할 이들을 위해서든 말이다.“유진아, 너 시훈이한테 내 뜻은 전했니?”박정재의 목소리엔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시훈이가 뭐라고 하더냐? 돌아오겠다고 했어?”뭐가 됐든 박시훈은 박씨 집안의 피를 잇는 자손이고 아직 살아 있는 한 그를 인정하고 가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박유진은 무표정하게 목걸이를 금고에 넣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말은 전했어요. 설득도 했고요. 하지만 결정은 시훈이가 하는 거고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시간을 좀 가지자고 했어요. 조금 지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니까요.”박유진은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이 한원 그룹의 후계자가 될 운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척 열심히 공부했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았다.하지만 그의 진짜 꿈은 기업 경영자가 아니라 의사였다.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었고 등에 지고 있는 책임이 너무 컸기에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운명이었다.그래서 그는 박시훈이 박씨 가문을 받아들이고 돌아오기만 한다면 모든 걸 넘기고 심미연과 함께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유진아, 너도 이제 서른이 넘었잖니. 슬슬 혼사도 생각해야지. 며칠 안에 네 엄마가 맞선을 하나 주선할 거다.”“할아버지, 전 맞선 안 봐요. 결혼할 사람 있습니다.”박유진은 말하면서 미연의 예쁜 얼굴을 떠올렸다.그는 알고 있었다. 심미연에 대한 그의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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