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은 신나게 깡충깡충 뛰어서 돌아갔다. 나는 윤정을 따라 들어갔다. 한때 내 방이었던 이곳에 발을 들였다. 어머니가 꾸며주신 방은 이제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윤정은 침대에 누워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임성훈 그 늙은이가 허락했어!” 그 다음, 전화 너머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윤정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근데 너 정말 임태희 그년을 놓아주지 않은 거야?” ...윤정의 말을 듣고 나는 온몸이 싸늘해졌다. 다음 날, 그들은 차를 몰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아버지는 마음이 좀 딴 데 있는 것 같았다. 눈길은 가끔씩 핸드폰에 가 있었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화면에는 내 이름이 떠 있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전화를 하려던 거였어?’ 그 다음 정말 생각대로 아버지가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연결이 되지 않아...”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흐려졌고, 눈썹 사이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드러났다. 아마도 내가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죽었다. 영원히 그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작은 사건은 아버지의 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조명이 켜지자 윤정은 우아한 백조처럼 천천히 무대에 등장했다. 아버지는 윤정을 가만히 바라보며 눈에 가득한 찬사를 쏟아냈다. 이모는 내 어머니도 훌륭한 발레리나였다고 말했다. 나도 수없이 내가 무대에 서는 모습을 상상하며 꿈꿔왔다. 그 소망은 아버지의 한마디로 무참히 짓밟혔다. 그날, 아버지는 냉정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평생 춤을 배우지 마라, 보기 역겨워!” 그러나 아버지는 윤정을 위해 최고의 발레 선생님을 초청하고, 그녀를 위해 연습실을 특별히 꾸몄다. 지금 화려한 윤정을 바라보며, 내 마음은 바늘에 찔리는 듯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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