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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윤정은 신나게 깡충깡충 뛰어서 돌아갔다.

나는 윤정을 따라 들어갔다. 한때 내 방이었던 이곳에 발을 들였다.

어머니가 꾸며주신 방은 이제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윤정은 침대에 누워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임성훈 그 늙은이가 허락했어!”

그 다음, 전화 너머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윤정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근데 너 정말 임태희 그년을 놓아주지 않은 거야?”

...

윤정의 말을 듣고 나는 온몸이 싸늘해졌다.

다음 날, 그들은 차를 몰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아버지는 마음이 좀 딴 데 있는 것 같았다.

눈길은 가끔씩 핸드폰에 가 있었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화면에는 내 이름이 떠 있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전화를 하려던 거였어?’

그 다음 정말 생각대로 아버지가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연결이 되지 않아...”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는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흐려졌고, 눈썹 사이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드러났다.

아마도 내가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죽었다.

영원히 그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작은 사건은 아버지의 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조명이 켜지자 윤정은 우아한 백조처럼 천천히 무대에 등장했다.

아버지는 윤정을 가만히 바라보며 눈에 가득한 찬사를 쏟아냈다.

이모는 내 어머니도 훌륭한 발레리나였다고 말했다.

나도 수없이 내가 무대에 서는 모습을 상상하며 꿈꿔왔다.

그 소망은 아버지의 한마디로 무참히 짓밟혔다.

그날, 아버지는 냉정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평생 춤을 배우지 마라, 보기 역겨워!”

그러나 아버지는 윤정을 위해 최고의 발레 선생님을 초청하고, 그녀를 위해 연습실을 특별히 꾸몄다.

지금 화려한 윤정을 바라보며, 내 마음은 바늘에 찔리는 듯 아팠다.

공연이 끝난 후, 아버지는 윤정을 위해 만찬을 준비했다.

하지만 막 공연장을 나서자마자 이모가 전화를 걸어왔다.

“형부! 아무리 그래도 태희는 형부와 언니의 딸인데 이렇게 심하게 때릴 수는 없잖아요!”

이모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어머니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아버지는 즉시 잔인하게 변했다.

“걔가 은서를 죽였어. 자기 어머니를 죽였다고! 나한테 그렇게 잔인한 딸이 없어!”

“게다가 태희는 윤정을 밀어내기까지 했어. 지금 혼내지 않으면 나중에 사람을 죽일지도 몰라!”

눈물이 순식간에 내 눈을 가렸다.

나는 아버지가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나를 원망해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증오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만약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내 죽음으로 어머니를 바꾸고 싶었다.

오랜 침묵 후, 이모는 흐느끼며 말했다.

“그렇다고...태희를...죽일 수는 없잖아요!”

아버지는 잠시 멈췄다.

나는 아버지의 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가 긴장하거나 걱정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단지 무관심하게 차갑게 소리쳤다.

“너는 나이게 몇인데 아직까지 애랑 같이 장난을 쳐?”

“걔가 철이 없다고 해서 너도 같이 놀아주면 안 되지!”

아버지의 목소리는 커져서 주변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이모의 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희의 시체가 집에 있어. 우리가 연기하는지 직접 와서 확인해 봐.”

말이 끝나고 나서 전화는 끊어졌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원래의 모습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윤정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후 아저씨, 우리 돌아가서 확인해 볼까요?”

아버지는 마침내 정신을 차린 듯 보였다. 그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진짜 죽었는지 가짜 죽었는지 확인해 볼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본가로 돌아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버지는 화가 나서 거실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러나 땅에 무릎 꿇고 울고 있는 이모를 보자마자 아버지는 즉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이모 앞에는 이미 썩어 부패해져 가는 내 시체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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