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그 시체 위로 비스듬히 쏟아졌다.공기 중에는 표현할 수 없는 부패한 악취가 감돌았고, 숨이 막힐 만큼 진했다.내 피부는 병적인 회색빛으로 변해 거의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상처 부분에 노출된 근육 조직은 끈적한 고름으로 분해되어 있었다.그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다.아버지의 시선이 이모 옆에 있는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시체에 꽂혔다.아버지의 동공이 급격히 흔들리며 마치 차가운 철망치로 강하게 가격당한 듯 그는 깊은 떨림 속에 빠져들었다.“아니야...”아버지는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몇 걸음 비틀거리며 나아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급히 움켜잡았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이건...이건 사실이 아니야...”이모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아버지 앞에 서서 힘없이 그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뭐라 해도 태희는 네 친딸이야. 언니의 유일한 혈맥이잖아! 어쩜 이렇게 잔인할 수 있어?”그러나 아버지는 이모의 손을 힘껏 쳐내며 큰 소리로 반박했다.“오윤은 이미 태희를 놓아줬다고 했어. 분명히 도망친 거야. 이건 절대 태희가 아니야!”“게다가 태희는 어릴 때부터 제 생각만 생각해온 사람이야. 어떻게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겠어?”아버지의 나에 대한 증오는 너무 깊었다.심지어 나조차도 내가 어머니와 함께 죽었어야 했던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내 다섯 번째 생일, 어머니는 갑자기 나를 바다로 데려갔다.어머니는 매우 당황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단호했다.어머니와 다른 사람의 통화에서 나는 희미하게 ‘데려가 줘’라는 말을 들었다.그때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어머니는 짐을 챙기고 나를 안고 그곳에서 기다렸다.처음에는 어머니도 기뻐하며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하지만 태양이 서서히 지면서 어머니의 표정은 점점 안 좋아졌다.어머니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꺼져 있다는 음성이 돌아왔다.그 순간, 어머니는 웃는 듯 보였다.하지만 어머니의 눈물은 끊어진 구슬처럼 쏟아
그날 아버지는 돌아오자마자 눈이 붉어져 나한테 소리쳤다.“왜 거짓말을 한 거야?”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두려움에 쌓여 울기 시작했다.아버지의 한 손이 갑자기 내 목을 꽉 잡았다.숨이 막혀서 아버지를 밀어내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힘은 정말로 어마어마했다.나는 힘을 다해도 아버지를 밀어낼 수 없었다.나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아버지...아버지!”내가 죽을 듯이 조여지는 순간 이모가 와서 나를 구해줬다.“형부, 뭐 하는 거예요?”이모는 나를 품에 안고 아버지를 향해 따졌다.하지만 아버지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얘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은서는 죽지 않았을 거야! 얘가 나를 속였어!”“태희는 겨우 다섯 살이야. 얘가 뭘 알아? 어떻게 애한테 화풀이할 수 있어?”“얘는 분명 은서가 바다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거짓말을 했어. 그때 내가 갔더라면 은서가 죽지 않았을 거야!”나는 그들이 싸우는 것을 듣고 있었지만 '죽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그저 무척 두렵기만 했다.이후 이모는 나를 어머니의 빈소로 데려갔다.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무릎을 꿇고 울고 있었다.나는 이모에게 물었다.“왜 사람들이 그 검은 사진을 보며 울고 있어요?”이모는 눈물을 닦으며 내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태희 어머니가 떠나셨기 때문이야.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거든!”그때 나는 어머니가 아주 먼 곳으로 간 것뿐이라고 생각했다.나는 여전히 어머니가 나를 속였다고 원망하고 있었다.세월이 지나 크고 나서 나는 죽음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다.그리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잃은 고통에 빠져 오랫동안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그 이후로 아버지는 나를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다.나는 어머니의 비밀을 지키며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알리지 않으려 했다.시간이 지나면 아버지가 나를 조금씩 용서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나를 죽도록 미워했다.이제 그는 그 소원을 이루
아버지는 급히 상자를 내려놓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오윤은 아버지의 비서이지만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아버지는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윤정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아버지가 윤정 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부러웠다. 윤정은 아버지의 사랑을 너무나도 쉽게 얻었다.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버지의 마음을 독차지하니까.윤정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친딸과도 비교할 수 없다.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오윤은 고개를 숙이며 아버지에게 말했다.“윤정 씨가 납치당했습니다. 범인이 대표님과 직접 대화하려고 합니다.”이 말을 듣자 아버지는 당황하며 문으로 나가려 했지만 문을 나서기 직전에 돌아서서 묻었다.“오윤, 너 태희를 정말로 풀어줬어?”오윤의 눈에 잠시 놀람이 스쳤지만 곧바로 감추어졌다.“네, 대표님!”아버지는 그를 한 번 더 바라보고 밖으로 나갔다.사실 아버지가 감시 카메라를 확인하면 내가 지하실에서 단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혹은 내 시신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바로 나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하지만 그의 무의식 속에서 나는 거짓말쟁이일 뿐이었다.나를 싫어하는 이유로 직접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아버지가 범인이 요구한 장소에 거의 도착할 때 갑자기 영상 통화 요청을 받았다.한밤중의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몇 개의 가로등만이 희미한 빛을 보이고 있었다.아버지는 차 안에서 영상 통화를 연결했다.화면에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건장한 체격에 얼굴이 반쯤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고, 그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초조함과 걱정이 묻어 있었다.“윤정이는 어떻게 됐어?”범인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마치 상황을 조종하는 재미를 느끼는 듯 보였다.“걱정 마, 네가 말한 대로만 하면 걔는 다치지 않아.”이 말은 아버지의 의구심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불안을 더했다.“원하는 게 뭐야? 돈? 내가 돈을 더 줄게. 윤정이 안전만 보장해 줘.”
윤정은 잠시 당황했지만 여전히 모른 척하고 있었다.“서후 아저씨,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하지만 아버지는 윤정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범인은 오윤이고, 이 판 너와 오윤이 짜고 친 거잖아.”그럼에도 윤정은 계속해서 모르는 척했다.“서후 아저씨, 저 정말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아버지는 윤정을 보며 비웃었다.아버지의 눈빛은 마치 독수리처럼 날카롭게 윤정이한테 고정되어 그녀에게 도망칠 틈을 주지 않았다.“모르겠다면 내가 말해주지.”“너 그날 나한테 네 춤 대회에 가라고 했을 때 원래 날 납치하려고 했잖아. 근데 일이 틀어져서 오윤이랑 또 짜고 네가 납치당한 척하며 회사 지분을 노리는 거 아니었어?”“근데 나 그날 영상통화에서 뭘 발견했거든. 바로 그 납치범 손가락 위에 있는 점 오윤이랑 똑같다는 거야.”아버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윤정이 쌓아온 거짓말의 탑을 무너뜨리는 정확한 타격이었다.윤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서후 아저씨, 이건 아저씨의 추측이에요.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요!”하지만 아버지는 윤정의 변명을 전혀 받아주지 않았다.“내가 알아보지도 않고 이렇게 말할 것 같아?”아버지의 단호함을 보며 윤정은 다시 불쌍한 척했다.“서후 아저씨, 저 오윤에게 협박당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않을게요!”“너 언제까지 연기할 거야? 내가 정말 네가 스스로 계단에서 떨어진 걸 모른다고 생각해?”“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너는 나를 속이고 내 딸을 괴롭히고 있었어!”아버지의 말에 나는 얼어붙었다.‘아버지가 언제 알았지?’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아버지는 곁에 있는 막대기로 윤정의 몸을 세게 내리쳤다.“아! 그만 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줘요!”아버지는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미친 듯이 윤정을 폭행했다.막대기가 살에 부
“왜? 왜 그랬어?!”아버지는 이를 악물며 오윤에게 물었다.그러나 오윤은 갑자기 미친 듯이 아버지에게 소리쳤다.“SJ그룹은 원래 내 거야! 네가 빼앗아갔고, 내 엄마까지 죽였어! 난 네 곁에서 10년 넘게 숨어 있었던 거야, 복수할 기회를 위해서!”나는 아버지가 그를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그저 말 한마디만 했다.“너는 그냥 사생아일 뿐이야. 무슨 자격으로 SJ그룹을 가져?”말이 떨어지자마자 오윤의 저주를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문 밖에는 경찰들이 우르르 들어왔다.상황의 변화에 나도 반응할 틈이 없었다.그날 밤, 나는 달을 보며 멍하니 있던 것뿐인데 아버지가 이런 일을 벌였던 것이다.하지만 난 잊고 있었다. 아버지는 본래 차분하고 세심한 사람이었다.내 일에 대해서만은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무고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나는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아버지가 비틀거리며 내 방으로 들어와서 상자를 집어 들더니 세게 바닥에 내리쳤다.상자가 부서지면서 그 안에 있는 일기장이 아버지에게 들려졌다.일기장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모든 과정이 적혀 있었다.그때 나는 어머니와 통화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그러나 오늘 오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예전 핸드폰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를 기억해냈다.그날 어머니는 오윤과 도망칠 계획이었던 것이다.어머니는 나를 데려가고 싶었기에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하지만 오윤은 약속을 어겼고, 어머니의 감정을 속였다.그래서 일시적으로 마음이 무너진 어머니는 나만을 남기고 서서히 깊은 바다로 들어가셨다.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정말 애정이 넘치고 행복해 보였는데, 왜 어머니는 오윤과 떠나려 했던 걸까?’‘아버지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어머니를 그렇게 사랑했는데.’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으며 소설 속의 사랑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사랑은 가짜로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어머니가 사랑한 사람은 바로 오윤이었다.하지만
의식이 점차 돌아왔을 때 나는 아버지가 나에게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순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아버지가 내 몸을 지나칠 때 나는 아버지가 나를 전혀 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윤정아, 생일 축하해!”나는 아버지가 웃으며 사촌 언니 윤정을 쓰다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정성껏 포장된 선물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고마워요, 서후 아저씨!”윤정의 생일은 내 생일 이후 일주일 후였다.그제야 나는 내가 이미 죽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들은 예쁜 케이크 앞에 둘러앉아 윤정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이 너무나도 즐거웠다.여기 내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것 같았다.어릴 적부터 윤정의 생일은 항상 화려했다.하지만 내 생일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윤정이가 소원을 비는 순간 옆에 있던 이모가 무심코 물었다.“형부, 태희는 어디 갔어? 왜 아직 안 나와?”내 이름을 듣자 아버지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윤정을 다치게 해서 내가 혼내줬더니, 화내고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르겠어!”이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너무 심하게 벌준 거 아니야?! 태희는 착한 애라서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거든!”하지만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저 이틀만 가두고 풀었어. 나는 오히려 벌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아버지의 그 가혹한 교훈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그날 밤, 그는 굵은 나무막대기를 들고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왜 네 언니를 아래로 밀었어?”나는 두려움에 몸이 떨리며 입술을 깨물고 대답했다.“아버지, 난 언니를 밀지 않았어요. 언니가 스스로 떨어진 거예요!”아버지는 나의 다리를 세게 때렸다.“아아!!”극심한 통증에 무릎이 꿇어지고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아버지는 그 옆에서 몹시 귀찮다는 듯 비웃었다.“이제 아프다는 걸 알겠어? 네가 언니를 밀어 떨어뜨릴 때는 왜 걔도 아플 거라는 걸 몰랐어?
내가 일곱 살이었을 때 아버지는 윤정을 데리고 왔다. 윤정이가 내 방이 마음에 든다는 한 마디에 나는 손님 방으로 쫓겨났다. 윤정이의 등교도 아버지가 매일 데려다 주었다. 심지어 학부모회에서도 아버지는 윤정의 반에 갔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부모 없는 아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이모가 나를 대신해 불평했지만 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윤정은 어릴 때 부모를 잃었어. 정말 불쌍한 아이야. 그러니까 내가 좀 더 돌봐줘야지.” 사실 나도 어릴 때 어머니를 잃었는데 아버지는 이걸 잊은 것 같았다. 윤정은 아버지의 입에서 항상 착하고 배려심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내 생일 날, 윤정은 내 방에 와서 어머니가 남긴 목걸이를 훔쳐갔다. 나는 2층에서 윤정을 쫓아갔고, 그녀는 일부러 목걸이를 내 앞에 들고 있었다. “임태희, 이 목걸이를 가져가고 싶어?”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 “너 뭘 하려는 거야?” 윤정은 입꼬리를 올리며 목걸이를 잡아당겼다. “안 돼!” 나는 미친 듯이 달려갔지만 윤정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윤정은 뒤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윤정의 승리에 넘치는 웃음을 보고, 나는 그녀의 계략에 걸린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예상대로 아무 말 없이 나를 세게 때렸다. 그 후 나에게 시선 하나도 남기지 않고 윤정을 안고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 이 모든 것을 보면서 나는 아픈 얼굴을 감싸고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윤정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하면 나는 그녀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몽둥이에 맞아 간이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나도 비로소 윤정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아버지가 나에게 얼마나 무관심할 수 있는지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윤정이가 12살 때, 내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찢어버리며 했던 말처럼. “서후 아저씨는 오직 내 것이야. 아저씨는 너를 싫어해. 너는 아저씨를 빼앗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