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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가 일곱 살이었을 때 아버지는 윤정을 데리고 왔다.

윤정이가 내 방이 마음에 든다는 한 마디에 나는 손님 방으로 쫓겨났다.

윤정이의 등교도 아버지가 매일 데려다 주었다.

심지어 학부모회에서도 아버지는 윤정의 반에 갔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부모 없는 아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이모가 나를 대신해 불평했지만 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윤정은 어릴 때 부모를 잃었어. 정말 불쌍한 아이야. 그러니까 내가 좀 더 돌봐줘야지.”

사실 나도 어릴 때 어머니를 잃었는데 아버지는 이걸 잊은 것 같았다.

윤정은 아버지의 입에서 항상 착하고 배려심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내 생일 날, 윤정은 내 방에 와서 어머니가 남긴 목걸이를 훔쳐갔다.

나는 2층에서 윤정을 쫓아갔고, 그녀는 일부러 목걸이를 내 앞에 들고 있었다.

“임태희, 이 목걸이를 가져가고 싶어?”

나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

“너 뭘 하려는 거야?”

윤정은 입꼬리를 올리며 목걸이를 잡아당겼다.

“안 돼!”

나는 미친 듯이 달려갔지만 윤정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윤정은 뒤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윤정의 승리에 넘치는 웃음을 보고, 나는 그녀의 계략에 걸린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예상대로 아무 말 없이 나를 세게 때렸다.

그 후 나에게 시선 하나도 남기지 않고 윤정을 안고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

이 모든 것을 보면서 나는 아픈 얼굴을 감싸고 씁쓸하게 웃었다.

사실 윤정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하면 나는 그녀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몽둥이에 맞아 간이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나도 비로소 윤정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아버지가 나에게 얼마나 무관심할 수 있는지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윤정이가 12살 때, 내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찢어버리며 했던 말처럼.

“서후 아저씨는 오직 내 것이야. 아저씨는 너를 싫어해. 너는 아저씨를 빼앗을 수 없어!”

그들은 즐겁게 윤정의 생일을 보냈다.

떠나기 전, 이모는 아버지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태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야? 찾아보는 게 좋겠어!”

아버지는 잠시 머뭇거리며 망설였지만 곧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기겠어. 오히려 밖에서 죽는 게 더 낫아! 보는 것도 짜증나!”

이모는 입술을 움직이다가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나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고, 지하실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나는 아버지 곁에 갇힌 것 같았다.

밤이 되자 윤정은 차 한 잔을 들고 아버지의 방 문을 두드렸다.

“서후 아저씨, 내일 제 발레 대회가 있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윤정은 차를 아버지의 책상에 놓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대답하기도 전에 윤정은 곧바로 서러운 울음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요, 아저씨도 바쁘실 건데 이런 얘기하지 말아야 했어요.”

윤정은 불쌍한 척하는 데 아주 능숙했다.

생각대로 아버지는 즉시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윤정의 대회, 내가 당연히 가야지!”

아버지는 윤정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반면 내 요구는 언제나 무리한 요구로 여겨졌다.

학교에서 팔이 부러져 선생님이 아버지한테 나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전화한 건 단 그때 한 번뿐인데 아버지의 분노에 찬 목소리만 들렸다.

“임태희, 큰 상처도 아니잖아. 뭘 그렇게 아픈 척해? 내가 바쁘다고 말했잖아. 큰일 아니면 나를 귀찮게 하지 마!”

짜증이 가득 난 소리가 의무실에 울려 퍼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있었다. 선생님이 나를 불쌍히 여기는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눈가가 살짝 떨리며 억누른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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