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들킬까 봐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갔다.깊은 밤, 심청하와 재민은 이미 잠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그동안 심청하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되새겨보며 나는 이 모든 게 거짓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우리가 이렇게 오래 함께했지만, 그녀는 내가 야근으로 늦게 귀가해도 불평하지 않았고 숱한 회식에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그래서 매번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좋은 아내가 있으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그런데 지금 보면 그게 다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사랑하지 않으니 내가 집에 돌아오든, 누구랑 회식하든 신경 쓰지 않았고 사랑하지 않으니 내가 매일 밤 술 냄새를 풍기며 돌아와도, 몇 번이나 피를 토하고 허약해진 모습이었어도 일부러 모른 척했다.그걸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었다.나는 몰래 심청하의 휴대폰을 가져와 그녀의 보조 번호를 확인하고 둘의 채팅 기록을 전부 백업해 두었다.그리고 ‘사랑하는 여보’라는 계정을 열어 꼼꼼히 살펴보았다.상대도 부계정을 쓰는 것 같았다.프로필 사진은 까맣게 되어 있었고 이름은 GQ, 카카오스토리에는 재민의 사진 외에 다른 유용한 정보는 없었다.카톡을 닫고 다른 것들을 살펴보니 심청하의 계좌에는 매달 GQ로부터 600~1000만 원씩 입금받은 기록이 있었다.카드에는 잔액이 5억6천만 정도 있었다. 그걸 보며 나는 나 자신을 바보라고 욕했다.허허…. 심청하는 이렇게 돈이 많았던 거야. 내가 몇 년 동안 힘들게 모은 몇천만 원을 좋게 봐줬다니 너무 웃기잖아.씁쓸한 마음을 억누르며 나는 입금 기록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일어나 두 사람의 아침을 준비했다.그리고 문을 나서기 전에 갑자기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참, 청하야. 처남도 이젠 그 돈을 갚을 수 있겠지? 얼마 전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좋은 프로젝트를 하나 가지고 있더라고.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볼까 해서. 좀 어려우면 먼저 1억만 돌려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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