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훈이 갑자기 아빠를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데다 깍듯하게 어른 대하는 태도를 보이니 부모님은 물론 나까지 어리둥절했다. 석지훈이 무슨 생각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아빠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자네, 이게...”그러다가 금세 함박웃음을 지으며 재치있게 물었다.“설마 자네, 우리 수아하고 혼인신고 했나?”석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말했다.“얼마 전 아일랜드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국내에서도 절차를 마쳤습니다. 양국에서 모두 인정되는 혼인신고서이고 수아와 100년 기한의 혼인 계약을 했습니다.”부모님 앞에서 그는 나를 수아라고 불렀다.아빠는 무식한 사람이 아니었고 오히려 우리 가족 중 학력이 가장 높았다. 젊었을 때 그는 금융과 법학을 복수 전공했었다.학력이 낮더라도 상식적으로 아일랜드의 혼인법이 어떤지는 알고 있었다. 아빠는 석지훈을 더욱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자네와 수아의 결혼은 내 평생소원이었네. 둘이 결혼해서 정식 부부가 되고 아직 출생신고도 안 한 아이들도 호적에 올리고... 그리고 수아의 결혼식은 내 손으로 직접 해주고 싶었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아빠가 석지훈에게 바쁜지 묻는 순간, 나는 아빠가 이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 예상했다. 엄마가 얼마 전에 아빠가 내 결혼 문제로 노심초사한다고 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석지훈이 아빠를 ‘아저씨’라고 부른 것이 아빠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았다.하지만 그때 석지훈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그런데도 엄마는 몇 번이나 나에게 석지훈에게 다음에 아빠를 만나면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일러주라고 했다.하지만 난 이 문제에 대해 석지훈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예의를 중시하는 그는 모든 일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계획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빠의 걱정거리, 엄마의 염려까지 그는 이미 다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일에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과묵한 석지훈은 아빠의 긴 이야기를 듣고 핵심만 짚어서 대답했다.“아버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