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281 - Chapter 290

307 Chapters

제281화

강유형에 대한 마음은 이미 내려놓았지만 그렇다고 그와 관련된 모든 상처와 불쾌했던 기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지원아, 너도 참. 그렇게 큰 모욕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안 했어? 그 집은 너를 위해 산 거야. 그런 여자는 당장 쫓아내야지. 차라리 거지한테 줘도 그년한테는 못 줘!”아줌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아줌마는 단 한 점의 허물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아마 이 때문에 삼촌도 평생 한눈팔지 않고 아내만 사랑한 것 같다. 사랑해서 그랬을 테지만 그녀를 두려워한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나와 강유형은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더는 이 일을 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나는 아줌마를 진정시키려 했다. “아줌마,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너는 지나갔어도 난 못 지나가! 오늘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 집을 되찾아올 거야.”아줌마는 강하게 말했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조나연을 그 집에서 내쫓아도 강유형이 또 다른 집을 사주면 그만이에요.”조나연은 확실히 나와 강유형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모든 기회를 준 건 강유형이었다.진짜 문제는 조나연이 아니라 강유형이었다.“다른 집은 사주더라도 그 집만큼은 네 거야. 네가 아닌 다른 여자는 그 집에 발도 못 들여놔.”아줌마의 말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마치 친엄마가 나를 걱정해 주는 것 같았다.“아줌마, 저를 생각해 주시는 건 알겠지만 정말 괜찮아요. 그러니 너무 화내지 마세요.”나는 아줌마를 달랬다.사실 그녀가 정말로 소란을 피운다면 강유형은 또다시 나를 의심할 것이다.나는 이미 끝난 관계에서 더 얽히고 싶지 않았다. 조나연 또한 내가 그와 경쟁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난 화난 게 아니야. 절대 그 둘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넌 신경 쓰지 마.” 그녀의 화는 누가 말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더는 아줌마를 말릴 수 없음을 깨달은 나는 입을 다물었다.“그 못된 놈이 감히 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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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보통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고 여자는 남자의 약한 모습에 약하다.게다가 남녀 간의 일에서 처음엔 서투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사실 이번 일은 안리영이 보내준 메시지 덕분에 내가 더 이상 진정우를 탓하지 않게 된 면도 있었다.[여자는 처음엔 약간의 상처가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안리영의 다정한 메시지가 나를 진정시켰다.진정우는 안리영에게 정말 감사해야 했다. 그녀는 그의 실수를 덮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여동생을 위해 구안석 교수와의 수술도 연결해 주었으니 말이다.내 몸이 아직 아픈 상태이기에 아무리 진정우가 나를 원하더라도 난 이번엔 그가 참을 줄 알았다.그래서 그는 조용히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잘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꼭 껴안고 내 곁에 눕더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정우 씨, 넌 괜찮아? 힘들지 않아?” 나는 그의 품에서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는 짧게 대답했다.“말하지 말고 그냥 자.”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근데 정말 잘 수 있겠어?”“지원아.”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내 이름을 불렀다.“장난치지 마.”그는 분명히 고통스러워 보였다. 참아내고 있지만 마음속 갈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혼자 잤다면 덜 힘들었을 텐데 굳이 내 곁에 있으니 스스로 고생길을 택한 셈이었다.나는 손가락으로 그의 팔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그렇게 참기 힘든데 왜 여기서 자?”그는 내 말에 대답 대신 더욱 강하게 나를 안으며 답했다.그의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평소 덤덤하고 무뚝뚝한 모습만 보였던 그도 이렇게 소년 같은 면이 있다니.“소영이는 언제 데려올 거야?”나는 그의 품에서 슬며시 본론으로 들어갔다.“내일 회사 가서 일정 정리하고 바로 갈 게.”그는 내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대답했다.“데려오고 바로 돌아올 거야? 아니면 며칠 더 있을 거야?”그는 오히려 나에게 물었다. “내가 며칠 더 있길 원해?”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의 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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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진정우는 짧은 소매 셔츠에 작업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그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에게 정말 잘 어울렸다. 어딘가 특수 요원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랄까.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건 그의 체격 덕분이기도 했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결과이기도 했다.문득 어젯밤 거실에서 팔굽혀펴기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그 자세는 정말 헬스 동영상에서 볼만큼 완벽했다.“왜 그렇게 쳐다봐? 밥이나 먹어.”진정우는 내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그가 끓여준 소고기 국수를 한 입 들이키며 물었다.“운동은 주로 헬스장에서 하는 거야?”그는 젓가락으로 반찬 하나를 집어 내 그릇에 놓아주며 대답했다.“아니. 집에서 혼자 해.”“그래서 팔굽혀펴기 자세가 그렇게 완벽했구나.”나는 생각 없이 말했다가 문득 그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진정우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나는 그가 부끄러워하는 줄 알았는데 그는 태연히 말했다.“다 봤나 보네?”이번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국수를 먹었다.그의 요리 솜씨는 정말 뛰어났다.원래 국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내가 이 소고기 국수를 먹으며 생각을 바꿀 정도였다.“정우 씨, 나중에 엔지니어 말고 요리사 하는 것도 좋겠는데?”나는 그를 칭찬하며 말했다.그리고 웃으며 덧붙였다.“뭐든 뒤에 사가 붙는 직업이잖아.”그러자 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정우 씨는 내가 뭘 말해도 다 좋다 그러네.”그는 담담히 대답했다.“남자는 아내 말을 들어야지.”그의 말에 나는 순간 당황해 얼굴이 붉어졌다.진정우는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말했다.“지원아, 너 얼굴 붉히는 모습 참 예쁘네.”“그런 말 하지 마.”나는 손으로 그의 입을 가리며 말했다.그는 내 손을 살짝 피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진짜야.”“계속 그러면 아주 혼날 거야!”나는 장난스레 화를 내며 그와 장난을 치기 시작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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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진정우의 눈빛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아마 그는 지금 살짝 불안한 상태일 것이다.역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법이다.진정우의 긴장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지만 나는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며 그의 앞에 섰다.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입술이 살짝 움직이는가 싶더니 다시 멈췄다. 뭔가 말을 하려는 것 같은데 망설이는 모양이었다.평소 직설적인 성격의 그가 이렇게 고민하는 모습은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아이 같았다.그 모습을 보며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풉.”내 웃음소리에 그는 더 혼란스러운 듯 나를 보며 말했다.“지원아...”나는 그의 손에서 그가 준비해 둔 우유를 받아 들고 살짝 발돋움해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고마워.”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내 가방 챙겨 와.”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는 내 뒤를 따라오며 가방을 들고 있었다.아까의 긴장감은 없었고 그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차 앞에 도착해서는 이번엔 내가 운전석이 아니라 조수석으로 갔다.그리고 차 열쇠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정우 씨가 운전해.”그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그가 데운 우유를 홀짝이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었다.전혀 예상치 못한 여유와 편안함에 나는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회사가 가까워졌을 때 진정우가 갑자기 차를 도로변의 버스 정류장에 세웠다. “왜 멈춰?”나는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네가 회사 사람들이 우리 관계를 모르게 하자며? 난 여기서 내려서 걸어갈게. 괜히 소문나면 안 좋으니까.”그의 말에 나는 그제야 이 문제를 떠올렸다.솔직히 나는 그가 이 문제를 잊었으면 했다.그가 먼저 나서서 신경 써 준다는 게 어딘가 불편했다.순간, 어제 회사에서 여직원들이 그를 칭찬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러자 나는 괜히 마음이 쓰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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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허진호의 말에서 뭔가 중요한 일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표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긴급 출장이라도 가야 하나요?”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틀 정도 외근 나가야 할 것 같아요.”나는 조금 전 아침 회의를 마쳤지만 외근 관련 내용은 없었다. 아마도 허진호가 방금 급히 잡은 일정인 듯했다.“어디로 무슨 일로 가야 하죠?” 나는 상황을 더 알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애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조금 있다가 알려줄게요.”그의 애매모호한 대답에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어차피 대표님의 지시라면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나는 서둘러 현재 진행 중인 업무들을 정리하고 필요한 준비를 마쳤다.오전 10시 반쯤에야 잠시 여유가 생긴 나는 컵을 들고 차나 한잔 마시려고 티 룸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들려오는 여직원 두 명의 수다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새로 온 진정우 씨는 보면 볼수록 멋있지 않아? 오늘 입은 작업복 바지 보니까 다리가 2미터처럼 느껴지더라니까!”“너무 과장하는 거 아냐? 너 요즘 진정우 씨한테 너무 빠졌구나. 근데 넌 예전엔 허진호 대표님 팬이었던 거 같은데?”“맞아, 예전엔 허 대표님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진정우 씨가 오고 나서는...”여직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젠 허 대표님이 길거리 물건처럼 보일 정도야.”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 직원들의 말이 참 매섭네.’“앞으로 내 마음속 아이돌은 진정우 씨야. 다른 누구도 못 따라올 거야!”그녀의 선언 같은 말이 끝날 즈음에 나는 티 룸으로 들어섰다.그들은 내가 들어오자 그녀들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윤 부장님, 차 드실래요? 아니면 커피 드실래요?”나는 컵을 살짝 들어 보이며 말했다.“제가 알아서 할게요.”커피를 타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진정우 씨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요?”그녀들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네. 진정우 씨는 너무 멋있어요. 게다가 전직 군인이라면서요?”“그래요. 확실히 멋있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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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쉿...”진정우가 낮게 신음을 냈다.그건 아파서가 아니라 민감하고 약간의 쾌감 때문이라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그 순간 묘한 상상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점점 더 장난기가 심해지는 내 모습에 자신도 놀라웠다.나는 그의 반응을 끝으로 태연하게 자세를 바로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사무실 문을 나섰다.진정우는 내가 방금 한 행동에 당황했는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사무실로 돌아와 커피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나는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왜 웃음이 나는지는 몰랐지만 그냥 웃음이 나왔다.마치 장난꾸러기 아이가 몰래 나쁜 장난을 치고 신나서 웃는 것처럼 정말 속이 후련하고 유쾌했다.그렇게 웃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을 확인하니 용준호였다.그가 보낸 건 한 장소의 주소였다.링크를 눌러보니 외곽에 있는 한 산업단지에 위치한 신영 투자회사라는 주소였다.나는 그가 왜 이 주소를 보내온 건지 의아했다.‘잘못 보낸 건가? 아니면 나를 일부러 놀리려는 건가?’ 갸웃거리며 생각하던 찰나 그의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우리 아버지를 만나고 싶으면 여기로 와.”‘용준호의 아버지, 용진표가 요양원을 떠났다고? 용준호의 말이 사실일까, 아니면 또 다른 계략일까?’나는 머리를 굴리며 고민하다가 직접 물어보는 게 낫겠다 싶어 전화를 걸었다.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내가 묻기도 전에 말했다.“못 믿겠으면 오지 마.”“대표님은 저더러 아버지를 찾지 말라고 했잖아요? 만난다 해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거라 했잖아요?”나는 전에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지금 그는 또 나에게 주소를 보내서 그의 아버지를 만나게 하는 게 참으로 수상했다.그러자 용준호는 차분히 대답했다.“맞아. 나는 네가 헛수고할 까봐 말렸던 거야. 하지만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은 너잖아?”그러더니 그는 코웃음을 치며 덧붙였다.“가고 싶지 않으면 그냥 못 본 척하면 되지.”그의 말투는 여전히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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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맞아. 그 자국이 정말 컸어. 딱 보니 진정우 씨 여자 친구는 폐활량도 대단하네.”“꼭 그런 건 아닐걸? 어쩌면 진정우 씨가 워낙 잘해서 여자 친구가 흥분한 거일 수도 있어.”나는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이 두 여직원은 의외로 상식도 많고 생각보다 이런 쪽으로 잘 아는 것 같았다.“정말 눈도 밝으시네요.”나는 억지로 웃어넘기려 했다.“우리가 눈이 밝은 게 아니에요. 진정우 씨가 일부러 보라고 한 거라니까요. 셔츠 목깃을 반쯤 풀고 있어서 안 볼 수가 없었어요.”한 여직원이 말하며 옆 사람을 툭 치며 물었다.“그렇지?”“맞아요. 우리만 본 게 아니라 회사 모든 여직원 심지어 청소하는 아주머니까지 다 봤다니까요.”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이 얘기가 어쩌면 회사 전역을 돌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진정우 씨는 평소에 정말 조용한 사람이잖아요. 회사 안에서는 거의 자리에만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더라고요.”“그러게. 설마 일부러 우리한테 보여주려고 그랬던 건 아닐까?”“그럴 가능성 있어. 아니. 그냥 확실해. 아마도 우리더러 마음을 접으라고 일부러 그랬겠지.”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지금 시대 여자들의 감각과 눈치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그리고 동시에 진정우의 당돌한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정우 씨는 진짜 철저하네. 자기 손으로 직접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걸 들키면서 주변에서 치근덕대는 여자들을 다 잘라버리는 걸 보니 말이야.’하지만 한편으론 나는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그가 얼마나 나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진정우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네. 이런 모습 보니까 더 좋아졌어.”“맞아. 너무 멋진 사람이야.”그들이 진정우를 향해 깊은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에 나는 살짝 웃으며 티 나지 않게 나왔다. 마음속으로는 무척 행복했다.내가 용준호가 보낸 위치 정보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한 산업단지의 신영 투자 회사였다.밖에는 개업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하지만 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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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나는 원래 입구컷을 당할 줄 알았다.역시 강두식이라는 이름은 정말로 대단했다. 특히는 용진표에게는 더욱 중요한 이름인 것 같았다.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홀 한가운데에서 기운을 다스리며 태극권을 연습하고 있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한눈에 들어왔다.‘저 사람이 바로 용진표야?’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는 지금 60세가 채 안 된다고 했지만 지금 눈앞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거의 아버지와 비슷해 보였다. 오히려 아버지보다 나이가 한참 더 많은 것처럼 보였다.그의 외모는 내가 가진 정보와 일치했지만 지금 이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는 그의 모습이 바로 용진표라고 믿기 힘들었다.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젊은 아가씨, 뭐 하러 날 찾으러 왔지?”용진표는 여전히 자신의 동작에 집중하며 나를 한 번도 정면으로 보지 않은 채 말했다.그가 바로 용진표였다.그가 이렇게 변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별로 추측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대답했다.“용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윤지원이라고 합니다.”“그래. 알고 있었어.”용표는 여전히 태극권 동작을 멈추지 않으며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다.나는 조금 놀랐고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용진표가 나의 존재를 알았다면 내가 왜 찾아왔는지도 알고 있다는 것일까? 혹시 용진표가 미리 말을 전해놨을까?’“옛날부터 강 대표님은 너를 많이 아꼈고 너를 자기 딸처럼 생각하고 자주 나한테 자랑했지.”그의 말에 나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그렇게 말해주니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풀린 느낌이 들었다.‘그러면 내가 찾는 이유도 아는 거겠지?’“그래. 말해봐. 나한테 할 말이 뭐야?”그는 태극권을 계속 연습하며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그는 내게 등을 보인 채 계속 동작을 이어갔기에 나는 여전히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나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물었다.“용 대표님, 혹시 윤동휘라는 사람을 기억하시나요? 10여 년 전에 윤동휘라는 분과 계약을 체결하셨던 것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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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삼촌이 용진표처럼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을지는 나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언제나 생각이 많았기에 이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여기 앉아.”용진표가 내게 손짓을 하자 나는 걸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옆의 아가씨들이 물을 따라줬고 서비스는 매우 세심했다.나는 이런 대접에 익숙하지 않지만 상황에 맞춰서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결혼 안 했지?”용진표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아니요.”“그럼 언제 강 대표네 집으로 시집갈 거야?”그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내가 이미 강유형과 헤어진 사실을 그가 모르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게다가 용준호가 나에게 그의 여자 친구의 신분으로 아버지를 만나자고 했던 것도 어이가 없었다.지난번에 용준호의 말을 듣고 그랬다면 용진표는 어쩌면 화가 나서 터졌을 수도 있었다. “결혼 안 할 거예요.”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용진표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지금 어디서 일하고 있어?”그의 말투가 자연스러웠고 내가 결혼 안 한다는 말을 듣고 그는 이미 내가 KS 그룹에서 나왔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그냥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나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사실 그가 이렇게 큰 인물이었기 때문에 내가 다니는 작은 회사의 존재를 알지 못할 것 같았다.“어떤 남자 친구를 원해?”용진표가 내 사생활에 대해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원하는 대답은 하지 않고 계속 내게 질문을 던졌다.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의도가 궁금했지만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는 남자 친구가 있어요.”“오.”용진표는 차를 마시며 미소 지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용 대표님, 혹시 윤동휘를 기억하시나요?”용진표는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기억이 안 나네.”그의 말에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가방에서 아버지의 파일 안에 있던 계약서를 꺼내 두 손으로 그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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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삼촌과 아줌마는 나에게 정말 잘해주셨고 나도 그들을 진심으로 내 부모처럼 여겼다.나는 그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계약서를 발견한 이후 그들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마음속에 항상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이제 그걸 풀어내고 싶다. 나도 그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그들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용진표가 웃으며 말했다.“정말 넌 네 아버지를 똑 닮았네.”그 말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그는 아까 분명히 내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제야 알았다. 그는 나를 속이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나는 숨을 깊게 쉬며 손끝으로 내 손바닥을 쥐었다.그때 용진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옛날에 강 대표가 자주 언급했어. 아니면 내가 어떻게 10년도 더 된 사람을 기억하겠어?”내 목이 조여오며 말했다.“삼촌이 제 아버지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셨죠?”그러자 용진표가 일어섰다.옆에 있던 경호원이 바로 다가왔지만 용진표는 손짓으로 그를 멈추게 하고 큰 창문 앞으로 걸어가 풀밭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생각해? 네가 강 대표라면 네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했을 것 같아?”역시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었다.사람을 다루는 게 정말 능숙했다.나는 삼촌이 무슨 말을 했을지 전혀 모르겠고 또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그래서 나는 일어나 그를 따라가서 그의 옆에 섰다.“삼촌은 제 아버지의 유일한 친구예요.”용진표는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나도 그를 따라 창밖을 보았다.넓은 풀밭, 초록색으로 가득한 풍경이 시선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이 풍경은 갑자기 아버지와 함께 갔던 큰 초원을 떠올리게 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우리는 그렇게 부유하진 않았지만 매년 여행을 떠났다.그들은 큰 도시보다는 자연을 선호했고 그 덕분에 나는 초원이나 사막, 바다와 같은 광활한 자연을 더 잘 기억하고 있다.눈앞의 초록 풀밭은 불현듯 나를 몽골 대초원으로 데려갔고 아버지와 함께 몽골 텐트에서 자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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