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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작가: 꽃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4 10:17:29
삼촌과 아줌마는 나에게 정말 잘해주셨고 나도 그들을 진심으로 내 부모처럼 여겼다.

나는 그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계약서를 발견한 이후 그들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마음속에 항상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이제 그걸 풀어내고 싶다. 나도 그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그들의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

용진표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넌 네 아버지를 똑 닮았네.”

그 말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는 아까 분명히 내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제야 알았다.

그는 나를 속이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숨을 깊게 쉬며 손끝으로 내 손바닥을 쥐었다.

그때 용진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옛날에 강 대표가 자주 언급했어. 아니면 내가 어떻게 10년도 더 된 사람을 기억하겠어?”

내 목이 조여오며 말했다.

“삼촌이 제 아버지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셨죠?”

그러자 용진표가 일어섰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바로 다가왔지만 용진표는 손짓으로 그를 멈추게 하고 큰 창문 앞으로 걸어가 풀밭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네가 강 대표라면 네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했을 것 같아?”

역시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다루는 게 정말 능숙했다.

나는 삼촌이 무슨 말을 했을지 전혀 모르겠고 또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어나 그를 따라가서 그의 옆에 섰다.

“삼촌은 제 아버지의 유일한 친구예요.”

용진표는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도 그를 따라 창밖을 보았다.

넓은 풀밭, 초록색으로 가득한 풍경이 시선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풍경은 갑자기 아버지와 함께 갔던 큰 초원을 떠올리게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우리는 그렇게 부유하진 않았지만 매년 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큰 도시보다는 자연을 선호했고 그 덕분에 나는 초원이나 사막, 바다와 같은 광활한 자연을 더 잘 기억하고 있다.

눈앞의 초록 풀밭은 불현듯 나를 몽골 대초원으로 데려갔고 아버지와 함께 몽골 텐트에서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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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292화

    “누나!” 조태혁이 나를 향해 웃으며 다가왔고 난 그 표정이 정말 얄미웠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이곳에서 조태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또 무슨 사고 쳤어?”조태혁이 사고를 안 치면 평소에 여길 올 일도 없을 것이다.조태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말했다.“맞아. 무면허 운전.”그 말에 나는 문득 그가 생일 초대했던 일이 떠올랐다.아직 미성년자인데 말이다.“축하해.”나는 어이가 없어 험한 말이 나갔다.“고마워!”그는 여전히 뻔뻔하게 받아쳤다.나는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무시하고 자료를 찾고 있던 경찰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고 자료가 너무 오래된 건지 경찰은 여전히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못 찾은 듯했다.“누나, 여기엔 왜 온 거야?”조태혁이 옆으로 다가오며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볼일 좀 보러.”나는 대충 둘러댔다.“무슨 일이야? 잘 안 풀리면 내가 사람 찾아서 도와줄게.”조태혁이 멋진 남자 흉내를 내고 있었다.나는 비웃으며 말했다.“네 일을 해결할 사람을 먼저 찾아보는 게 어때?”무면허 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은 게 다행이지 만약 그랬다면 여기서 꽤 고생했을 거다.“난 이미 해결됐어.”조태혁은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자 아까 강유형이 여기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역시 그가 도와줬을 것이다.다음 순간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치는 손길에 고개를 돌리니 조태혁이 가까이 와 있었다.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우리 매형이 여기 국장이랑 아주 친하거든.”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였다.하지만 그가 말한 매형이라는 표현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다. ‘이 녀석이 일부러 나를 짜증 나게 하려고 작정했네.’“필요 없어!”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괜찮아. 가족끼린데 뭘. 내가 가서 바로 얘기할게.”조태혁은 고집을 부리며 나설 기세였다.역시 조나연의 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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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294화

    약한 사람만 골라서 괴롭히는 거지.강유형과 조나연이 나한테 이렇게 나오는 건 내가 항상 물러서고 싸우지 않으니까 만만하게 본 거겠지.하지만 그건 내가 지겨워서 상대도 안 했을 뿐이다.그들이 착각하고 있다면 이제라도 알려주려고 했다. 내 날 선 말에 강유형의 얼굴이 굳어졌다.“윤지원.”“손 놔.”나는 또 한 번 단호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고 말했다.“널 탓하려는 게 아니야. 그저 이 얘기를 전하려고 했을 뿐이야.”“지금 나더러 짜증 나라고 일부러 얘기하는 거야?”나는 가시 돋친 말투로 그를 몰아붙였다. “그런 거라면 필요 없어. 듣고 싶지 않아.”강유형은 미간을 찌푸리고 애써 분노는 참고 있는 게 느껴졌다.평소 같았으면 차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그는 몇 초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놀이공원은 예정대로 개장해. 그날 와줬으면 좋겠어.”그 말에 숨이 턱 막힌 듯 멈칫했다.그 놀이공원은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나에게는 개인적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개장 날에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 처음 공원을 건설할 때부터, 개장 날 꼭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지금은...“나도 그곳에 있는 게 신경 쓰인다면 그날 나는 안 나갈게.”그는 내 마음속 갈등을 읽은 듯, 스스로 한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괜찮아.”나는 짧게 대답하고 그의 마음을 찌를 말을 덧붙였다.“너 때문에 가지 않을 일은 없으니까.”강유형의 얼굴이 굳었고 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굳이 이렇게 상처를 주며 말해야 속이 시원해?”나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차 문을 열며 말했다.“나 바빠.”그가 손을 놓기 전 물었다.“그날 올 거야?”“그때 가서 생각해 볼게.”나는 단호하게 말하고 차 문을 세게 닫았다.문이 닫히며 그의 몸이 순간 뒤로 밀려났고 그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 보였다.차를 몰고 주차장을 나서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조수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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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아, 오늘 밤엔 아빠랑 같이 별을 세자.”“지원아, 약 잘 먹고 말 잘 들어야지.”“지원아...”...“아빠, 엄마...”나는 꿈속에서 두 분을 부르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은 누군가에게 붙잡혔고 귀에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원아, 정신 차려. 지원아!”함께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내 얼굴이 따스한 손에 감싸였다.눈앞에 보인 건 다급한 표정의 진정우였다. 그는 내 뺨을 살며시 문지르며 말했다.“지원아, 나야.”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꿈에서 깨어났지만 현실로 돌아오니 마음이 더 아팠다.나는 입술을 꽉 물며 고통을 참아내려 했다. 하지만 진정우가 내 입을 벌리며 말했다.“지원아, 이러지 마. 상처 난다고. 내 말 들어, 알겠지?”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머릿속에는 부모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아!”나도 모르게 다시 비명을 지르며 진정우의 어깨에 매달리듯 안겼다.그의 어깨에 기대어, 나는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아무도 내 마음속 고통을 모를 것이다. 나는 그의 어깨를 마구 때렸고 눈물은 끝없이 흘렀다.‘우리 부모님은 왜 그렇게 끔찍한 사고로 떠나셔야 했을까?’그 억울함과 분노는 끝도 없이 이어졌고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었다.그런 나를 진정우는 단단히 안아주었다. 이성을 잃은 나는 마지막엔 그의 어깨를 있는 힘껏 물어버렸다.그러고는 또다시 의식을 잃고 말았다.그 후,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났을 때, 희미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침대 옆에서 엎드려 있는 진정우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전날의 일이 스쳐 지나가며 눈을 감았다.아직도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기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나는 부모님의 고통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기로 했다.“물 마실래?”엎드려 있던 진정우는 내가 깬 걸 눈치채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더 이상 그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나를 부드럽게 일으켜 세우고 탁자 위에 따뜻하게 데워둔 물을 내게 건넸다.“혼자 마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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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우와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진소영이 마당의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봤다. 바람에 치맛자락이 살짝 날리며 그 장면이 마치 꿈처럼 비현실적이었다.진소영은 책에 몰입해 있었고 우리가 내린 것도 몰랐다. 이때 도성운이 크게 외쳤다.“소영아, 누가 왔는지 봐봐!”“성운 오빠, 엔진 소리가 어찌 크던지 단번에 오빠인 줄 알았어요.”진소영이 웃으며 말했고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도성운은 조금 어색해하며 머리를 긁었다.“나만 온 거 아닌데. 다른 사람도 있어.”진소영은 책을 계속 읽으며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성운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나는 가볍게 그를 막으며 사뿐사뿐 진소영에게 다가갔다.“이 책 저번에 같이 읽었잖아?”지난번에 봤던 오래된 연애 소설 책이었다. 진소영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렸고 나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언니!”나는 환하게 웃었고 진소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내 뒤에 있는 진정우를 보고 급히 책을 던져두고 그에게 달려갔다.“오빠!”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진정우가 진소영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게 되었다.그는 평소에도 진소영을 많이 챙겼다. 나는 그들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진소영이 읽던 책을 집어 들었다. 「링」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책이 많이 갈라지고 색이 바래 있었기에 분명 여러 번 읽은 책일 거다.내용이 궁금해져서 책을 넘기다 진소영이 다가와서 책을 빼앗으려 했다.“안 돼요. 보지 마세요.”그녀는 책을 빼앗으며 말했다.“왜? 이 책에 비밀이라도 있어?”진소영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그럴 리가요. 언니는 오빠랑 연애 중인데 이런 소설을 보면 안 되죠.”그녀의 얼굴이 빨개지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아, 그럼 연애 초보인 너에게 딱 맞는 교과서겠네.”“언니!”진소영은 얼굴을 붉히며 나를 쏘아봤다.나는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책을 그녀에게 돌려줬다. 그때 진정우가 내 손을 잡았다.“들어와 물 좀 마셔.”나는 그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진정우가 물을 꺼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10화

    비행기가 착륙할 때쯤, 이미 해 질 무렵이었다.저녁노을이 빨갛게 물든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떨렸다.“이건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야!” 내가 감탄하며 말했다.“나도 그래.” 그러자 진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이제 별로 감동이 없었다.그런데 차에 앉아 그의 SNS를 보니 조금 전에 본 노을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글귀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네가 옆에 있어서.]한눈에 보면 사진과 글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를 떠올리니 그 의미가 확 와닿았다. [이건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노을이야, 네가 옆에 있어서.]진정우는 이렇게 사랑을 표현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형, 이번에 결혼식 하려고 돌아온 거야?” 차를 운전하던 남자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는 진정우의 친구였다. 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우리를 데리러 왔다.“아니. 이번은 아니야.” 진정우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말은 다음에 한다는 뜻인가?“형수님 미인이시네.” 그 남자가 나를 몇 번이나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그럼.”진정우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어쩐지 부끄러워졌다.“형수님 나는 도성운이라고 해요“ 그 남자가 친근하게 자기를 소개했고 나도 웃으며 말했다. “저는 윤지원이라고 합니다.”“알아요. 알아요.” 도성운은 두어 번 반복하며 말했다. “소영이가 매일 말하더라고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다 알죠. 형수님 이름이 윤지원이란걸.”나는 그제야 부끄러움을 좀 떨쳐내고 있었는데 도성운은 또 다른 말을 덧붙였다.“그래요? 그럼 앞으로 아마 자기 소개할 일 없겠네요.”“그러묭. 이렇게 예쁜 분이 오면 다들 한 번에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어요.” 계속되는 칭찬을 들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게 현명할 것 같았다.그런데 진정우가 내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보니까, 네가 먼저 분위기 잡은 것 같네.”도성운은 진정우를 많이 존경하고 따라 배우고 싶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9화

    그가 진지하게 내게 농담하는 건가?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잖아!그래서 나는 그가 진지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오히려 순수하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가 싶었다.“안 믿으면 한번 해봐?”진정우의 뜨거운 시선에 내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나는 그를 한 번 꼬집으며, 일부러 화난 척했다.“너 계속 듣고 싶어? 안 듣고 싶으면 말 안 할 거야.”“듣을거야!”나는 창밖을 보며, 강진혁이 그때 나에게 했던 말을 진정우에게 전했다.그는 내 마음을 아주 잘 이해한 듯 물었다.“너 걱정되는 거야?”“응, 하지만 나는 강유형이 걱정돼서 그런 게 아니야. 회사가 걱정이야.”내가 그렇게 바로잡자, 진정우는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알아, 너는 이 일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할 거라고 느끼는 거지?”진정우는 정말 나를 너무 잘 안다.“너의 걱정이 틀린 건 아닐 거야. 혹시 강진혁이 돌아오는 것도 이미 다 계산된 일일 수도 있어.”진정우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그럴 수도 있어?”내가 의심하고 있었던 부분을 진정우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니, 조금 충격을 받았다. 강진혁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잘 안다. 그는 늘 나와 강유형을 위해 양보하며, 언제나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으니까.게다가 강진혁은 4년 전에 회사를 떠나고 얼마 전에 돌아왔다. 그렇게 회사를 걱정한다면 굳이 4년 전에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을 거야.”진정우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지원아, 사실 너는 남자들에 대해 잘 몰라.”나는 그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그럼 남자의 입장에서 말해봐.”“강진혁이 너 좋아하지?”진정우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응, 나도 이제야 알았어. 예전엔 몰랐고 이번에 돌아와서야 알게 된 거야.”나는 사실대로 말했다.“그는 너를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강유형이랑 비슷한 시기에 좋아했을 거고 그 감정은 강유형보다 더 강했을 수도 있어.”진정우는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8화

    그걸 물어볼 필요도 없잖아?누구나 속고 사는 걸 좋아하진 않으니까.나는 그를 바라보며 민감하게 물었다.“혹시, 앞으로 나를 속이려고 하거나 이미 나한테 뭔가 숨긴 거 있어?”진정우는 잠시 침묵했다.“...아니.”그 두 마디가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내 입장을 밝혔다.“너무 싫어.”그러자 그의 목젖이 조금 움직였다.“알겠어.”만약 그가 나를 속인다면 내가 어떻게 나올지 명확하게 말하고 싶었다.그때 공항 대기실에 비행기 탑승 안내가 나왔고 해외행 비행기였다.나는 본능적으로 강유형을 떠올렸다. 그가 짐을 끌고 보안 검색대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해외에 무엇을 하러 가는 걸까?사업 얘기라도 하러? 아니면... “우리 이제 보안 검색대 쪽으로 가자.” 진정우가 내 생각을 끊으며 말했다.“어!” 나는 대답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나는 잠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강유형에게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진정우가 알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진정우의 표정에서는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그럴수록 내 마음은 더 불안하고 조금 죄책감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그의 손을 잡았다.“가자.”우리는 보안검색을 무사히 통과하고 비행기도 무사히 탑승했다.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기 전, 내 휴대폰에 한 통의 미처 읽지 못한 메시지가 도착했다.강유형이었다.[안전 비행.]그 문자를 보며, 예전에 그가 출장을 갈 때마다 내가 보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그때마다 나는 항상 그렇게 보내곤 했다.어느 날, 강유형은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너 그런 말 너무 촌스럽잖아. 다음엔 다른 말로 보내봐. 새로 배운 거 있으면 알려줘.”그 이후로 나는 그 말을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안전 비행.]그 문구는 평범하고 진부하지만 내겐 그 무엇보다 중요한 말이었다.부모님이 사고를 당한 이후로, 나는 가까운 사람과 헤어질 때마다 늘 그 말을 떠올린다.다시 볼 수 있을지라는 두려움이 함께 밀려오기 때문이다.하지만 강유형은 내 마음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7화

    “여긴 공항이야, 사람들이 많고 아이들도 있는데.” 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고 있어.”“그런데도...” 내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러자 진정우는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하고 싶어.”그의 단호한 대답을 듣고 나는 본능적으로 그가 강유형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질투하는 거겠지.진정우는 강유형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그런 걸까?그 생각이 들자 나는 결심하고 눈을 감았다. 심장은 요동치며 공항 대기실에서 진정우의 입맞춤을 기대했다.하지만 그의 입술이 다가오는 대신 내 손에 무게감이 느껴졌다.눈을 뜨고 보니 내 손에 작은 가방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이게 뭐야?” 내가 궁금해서 물었다.진정우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내가 열어보라고 손짓했다.내가 의아한 마음으로 가방을 열자 그 안에는 두 장의 카드와 하나의 증명서가 들어 있었다.그 카드와 증명서는 그가 전해주고 싶었던 것들이었다.“이게 무슨 의미야?” 나는 다시 물었다.진정우는 녹색의 책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이건 내가 군 복무를 마친 증명서야. 그리고 이건 내 열정이 담긴 헌혈 증서야. 이 카드들은 내 전 재산이야.”나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전 재산을 보여주는 장면이 떠올랐다.진정우는 내게 재산을 넘기려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신념까지도 함께 전하려고 하는 것이다.특히 빨간 헌혈 증서를 보자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이걸 왜 준비한 거야?” 나는 조금 울컥하며 물었다.“너에게 주는 믿음이야. 이게 사랑 보험보다 더 실용적이야.”진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강유형과 사랑 보험에 가입했던 사실을 안 것 같았다.하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내게 주는 것이 모든 것 같았다.“이 두 개는 내가 가질게. 하지만 카드는 네가 갖고 있어.”나는 그가 준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고 돈에 욕심이 없다. 만약 돈에 눈이 먼 여자라면 나는 강유형과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진정우는 카드를 받지 않고 조금 난처한 듯 말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6화

    “네, 누구세요?”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무심코 강유형을 쳐다보았다.그는 나를 보지 않고 혼자서 멀리 있는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저는 하트시그널 보험사의 A8338번 직원입니다. 4년 전, 윤지원 씨와 강유형 씨가 저희 회사 사랑 보험에 가입하셨고 이제 보험 만기일이 다가와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이 말을 듣고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본능적으로 진정우를 보았다.그는 내 옆에서 자리를 피하고 내가 전화를 받을 때는 멀리 떨어져 앉았다.그는 내게 충분한 개인 공간을 주고 있었다.진정우는 정말 세심하다. 나에게 필요한 안전감도, 여유도 모두 제공해 주고 있었다.“실례지만 두 분 지금 연애 중인가요, 아니면 결혼하셨나요?” 상대방이 조심스레 물었다.그 말에 나는 다시 강유형을 쳐다보았다. 그는 전화를 받고 있었고 표정은 매우 심각해 보였다.“지원 씨?” 상대방이 내 대답을 기다리며 다시 물었다.나는 침을 삼키는 동작을 하며 대답했다. “네, 듣고 있어요. 저희... “‘이미 헤어졌어요’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강유형이 갑자기 나를 바라봤다.그 순간, 나는 피할 틈도 없이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우리는 그렇게 눈을 마주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원 씨?” 상대방이 또 나를 부르며 물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물어봤다. “왜 남자 쪽은 묻지 않나요?”“묻긴 했습니다. 다른 동료가 강유형 씨와 연락 중입니다.” 그의 대답을 들으니 강유형 역시 이 전화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엔 정말 재밌는 일이 많다.나는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왔다.“우리는 헤어졌어요.”“확실한가요?” 상대방의 말투가 불쾌하게 들렸다.나는 강유형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진정우를 쳐다보며 손에 낀 반지를 살펴보았다.“저는 이미 결혼했어요.”상대방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지원 씨. 만약 강유형 씨도 같은 답을 하셨다면, 이 사랑 보험 계약은 보험 규정에 따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5화

    내가 그런 말을 했지만 이건 사적인 일이 아닌가?진정우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걸 알아차린 듯 바로 설명해 줬다. “내가 그 사람한테 말한 거야.”“아, 그렇구나.” 나는 대답하고 계속 죽을 먹었다. 그런데 두어 숟갈 먹고 나서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너 허 대표님하고 그렇게 친해? 내가 대신 휴가를 부탁했더니 대표님이 그냥 허락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나한테 말까지 했잖아?”진정우는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말했다. “그렇게 친한 건 아니야.”“친하지 않다고? 내가 보기엔 마치 네가 그 사람의... 대표님 같아.”진정우가 한마디만 하면 허진호는 절대 거절할 리가 없어 보였다.“비슷한 거지.” 진정우가 의외로 그렇게 대답했다. “허 대표님이 나한테 새 제품을 개발해달라고 부탁하고, 내가 돈을 벌어줘야 하니까내가 말하면 거절할 수 없어.”대단하네!나는 마음속으로 존경을 표하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역시 자신감 넘치게 말한다. 이게 바로 진짜 실력이지.“우리 늦지 않았어?” 나는 밥을 다 먹고 물어봤다.“괜찮아. 늦으면 그냥 항공편 변경하면 돼.” 진정우는 정말 나를 방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돼서 물었다. “왜 그렇게 급하지 않아? 나 좀 재촉해줘도 될 텐데.”“네 마음대로 하게 하고 싶어.” 진정우가 또 닭살이 돋는 멘트를 하자 나는 당황해서 얼른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불만을 털어놨다. “어제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내가 준비했을 텐데.”“어제... 내가 말할 기회가 없었잖아.” 진정우의 말에 나도 순간 뜨끔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진정우는 살짝 웃으며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 마. 천천히 해. 부족한 것 있으면 가서 사면 돼.”“일찍 말했으면 내가 준비 안 했을 텐데.” 내가 그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진정우는 화내지 않고 또 한마디 했다. “근데 나는 네가 물건 정리하는 모습 보는 게 좋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4화

    “왜 안 받아?” 내가 무심코 물었다.“받을 거야.” 진정우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너는 자지 말고 일어나서 씻고 아침 먹어.”나는 깜짝 놀랐다.“아침 벌써 준비했어?”나는 그가 내 옆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정우는 이미 아침을 다 준비하고 내가 일어나지 않자 다시 침대에 돌아와서 나와 함께 공부한 거였다. 역시 뛰어난 사람은 항상 뒤에서 묵묵히 노력하는구나.“응, 내가 계란 죽을 끓였어. 일어나서 좀 먹어.” 진정우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사랑받는 느낌은 정말 좋다.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진다.진정우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고 나는 손을 이불에서 빼내며 내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서 한정판이라고 묘사했다.그리고 다시 SNS를 놀다가 잠시 후에야 일어났다. 그런데 진정우의 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별 신경 쓰지 않고 화장실로 향했다.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가서야 나는 안리영이 준 약이 반 통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 전에 약을 4분의 1만 썼던 것 같은데 그럼 진정우가 사용한 건가? 언제였지?혹시 내가 자고 있을 때?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왜 아직도 안 씻었어?” 진정우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어색하지 않게 하려면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게 제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말이 나와버렸다. “너 기다리느라 그래.”진정우가 잠깐 멈칫하다가,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분명, 내 말이 그에게 어떤 자극을 준 거였다. 나는 더 이상 아침에 뭔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일부러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서둘러 씻고 그에게 말했다. “빨리 죽 끓여 놓고 나오는 대로 밥 차려줘.”“안 늦었어.” “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안 늦었다고 해?” 내가 그를 비꼬며 말했다.“10시 비행기야, 시간 충분해.” 진정우의 말에 나는 동작을 멈추었다. 나는 원래 거울 속에서 그를 보고 있었는데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그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3화

    “알았어.” 진정우는 여전히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이제야 네가 왜 서른이 넘도록 연애를 안 했는지 알겠어. 네가 너무 재미없잖아.”“너도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해?”그는 가볍게 내게 물었다. 연애라는 부분에서 그는 약간 둔한 면이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내 말은 네가 여자 마음을 잘 달래주는 방법을 모른다는 뜻이야.”그는 몇 초 동안 조용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내 생각엔 달래는 건 속인다는 뜻이야.”그의 참신한 대답에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럼 내가 널 달래줘야겠어?”진정우가 다시 물었다. 어떤 여자라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다정함은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정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 나는 과거 강유형이 나를 대했던 방식을 떠올리며 말했다.“아니, 지금처럼 해. 난 너의 방식이 좋아. 너는 정말 특별하니까.”그의 품에 더 깊숙이 기대며 덧붙였다.“내가 프러포즈하면 받아줄 거야?”진정우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워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말했다.“안 하면서 뭘 물어?”그 순간, 진정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불 안에서 내 손을 꺼내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만지며 말했다.“윤지원, 나와 결혼해 줄래?”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네 프러포즈이야?”“아니, 완전한 건 아니지만 맞기도 해.”그의 애매한 대답에 나는 그를 살짝 때리고 싶었다. 솔직히 내가 처음으로 프러포즈를 받을 거라고 상상했던 장면은 이런 게 아니었다. 한때 나는 내 인생 첫 프러포즈는 강유형이 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진정우였다.그 말을 들으니 얼마 전 강유형이 나를 위해 준비한 놀이공원 프러포즈 이벤트가 떠올랐다.나는 가지 않았지만 이후 몇몇 네티즌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렸다. 그들은 그걸 단순히 오픈 이벤트의 리허설로 생각했겠지만 나는 그것이 나를 위한 것임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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