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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작가: 꽃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4 10:17:29
“누나!”

조태혁이 나를 향해 웃으며 다가왔고 난 그 표정이 정말 얄미웠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이곳에서 조태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또 무슨 사고 쳤어?”

조태혁이 사고를 안 치면 평소에 여길 올 일도 없을 것이다.

조태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말했다.

“맞아. 무면허 운전.”

그 말에 나는 문득 그가 생일 초대했던 일이 떠올랐다.

아직 미성년자인데 말이다.

“축하해.”

나는 어이가 없어 험한 말이 나갔다.

“고마워!”

그는 여전히 뻔뻔하게 받아쳤다.

나는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무시하고 자료를 찾고 있던 경찰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고 자료가 너무 오래된 건지 경찰은 여전히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못 찾은 듯했다.

“누나, 여기엔 왜 온 거야?”

조태혁이 옆으로 다가오며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볼일 좀 보러.”

나는 대충 둘러댔다.

“무슨 일이야? 잘 안 풀리면 내가 사람 찾아서 도와줄게.”

조태혁이 멋진 남자 흉내를 내고 있었다.

나는 비웃으며 말했다.

“네 일을 해결할 사람을 먼저 찾아보는 게 어때?”

무면허 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은 게 다행이지 만약 그랬다면 여기서 꽤 고생했을 거다.

“난 이미 해결됐어.”

조태혁은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아까 강유형이 여기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역시 그가 도와줬을 것이다.

다음 순간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치는 손길에 고개를 돌리니 조태혁이 가까이 와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우리 매형이 여기 국장이랑 아주 친하거든.”

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였다.

하지만 그가 말한 매형이라는 표현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다.

‘이 녀석이 일부러 나를 짜증 나게 하려고 작정했네.’

“필요 없어!”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괜찮아. 가족끼린데 뭘. 내가 가서 바로 얘기할게.”

조태혁은 고집을 부리며 나설 기세였다.

역시 조나연의 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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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보니, 내가 굳이 거절의 말을 꺼낼 필요도 없었다.진정우는 검은 반팔 티셔츠에 작업복 스타일의 팬츠를 입고, 검은 오토바이 옆에 서 있었다. 그의 강렬하고도 매력적인 모습에 시선이 저절로 끌렸다.이런 모습의 진정우는 처음이었다.하지만 이런 남자를 처음 본 건 아니었다. 예전에 강유형도 이런 모습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 자신감 넘쳤던 때가 있었다.그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지금도 생생하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올라타 그의 허리를 감싸고, 밤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그 짜릿한 순간들이.“아직도 오토바이를 좋아하나 봐?”잠시 넋이 나간 사이, 강유형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의도를 눈치챘지만, 나는 가볍게 미소만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정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진정우는 내가 다가가자마자 천천히 걸음을 맞춰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인물이 그를 막아섰다.진수로!우리 회사의 대표님이자, 진정우와 나의 현재 상사였다.그는 고급 승용차에서 내려 빳빳한 셔츠를 입고 서 있었다. 그의 단단한 배와 진정우의 날렵한 체격은 대비가 극명했다.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마치 진정우가 진수로에게 지시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진수로가 나를 흘끗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진정우는 곧바로 내게 다가왔다.그가 강유형을 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시선은 오로지 나만 향하고 있었고, 걸음도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그의 발걸음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오래 기다렸어?”나는 계단 위, 그는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덕분에 우리 눈높이가 나란히 맞았다.“아니.”진정우의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그의 눈에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고, 그의 말처럼 그의 마음도 정직하고 솔직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가자.”그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그때 진수로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10화

    “지원 씨, 지금 강유형과 같이 계세요? 제 전화 좀 받아달라고 해주실 수 있나요?”조나연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방 안이 워낙 조용하다 보니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했다.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놀라움 섞인 숨소리와 함께 모든 시선이 내 휴대폰과 강유형 사이를 오갔다.나는 주변의 반응에는 신경 쓰지 않고 강유형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조나연 씨, 혹시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당신 남자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왜 저한테 전화하시는 거죠?”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마치 이 큰 공간 안에 나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제... 제 전화를 안 받으까요...”조나연의 목소리는 분명히 기운이 빠져 있었다.“아, 그렇군요.”나는 비웃듯 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제가 받아보라고 하면 정말 받을 것 같으세요?”내 말이 끝나자 조나연은 대답하지 못했고 대신 강유형이 내 휴대폰을 확 낚아채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나는 그를 보고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이렇게 행동하시면 당신 여자 친구가 더 오해하지 않겠어요? 제가 일부러 대표님께서 전화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이죠.”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손목을 잡아 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강유형!”신지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비켜.”강유형은 짧게 말하며 신지태를 밀어냈다.신지태는 내가 다치지 않을까 염려해 따라오려고 했지만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지태야, 저 둘은 아직 풀지 못한 게 있는 것 같아. 네가 끼어들 필요 없어.”그들에게는 내가 여전히 강유형과 잘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걸까.하지만 방금 전의 대화는 나를 더 확고하게 만들었다.방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의 손목을 세게 뿌리치며 말했다.“강유형, 네 문제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 내 손 더럽히지 말고.”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남자 친구가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9화

    강유형의 곁에 있을 때 나는 늘 그에게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 좀 하라고 말했었다. 어울리기 너무 어려운 사람으로 보이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땐 그나마 좀 나았는데 지금의 강유형은 완전히 혼자 겉도는 느낌이었다.“유형이 너랑 헤어진 이후로 쟤 완전히 딴사람이 됐어. 맨날 저런 얼굴로 세상 다 빚진 사람처럼 굴잖아."신지태가 나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나는 가볍게 웃으며 그의 말을 흘리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지태 오빠,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줘.”나는 그가 지금 시합 때문에 정신이 없겠지만 이 부탁은 그만이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었다.“뭔데?”신지태는 먼저 동의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우리 부모님 교통사고의 진짜 원인을 좀 알아봐 줄래?”그러자 그는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준비해 온 사고 감정서와 의문점을 그에게 보여주었다.“지태 오빠, 날 도와 줄 수 있는 건 오빠뿐이야.”“지원아, 그걸 알아낸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는데?”신지태가 되물었다.나는 고개를 숙인 채 발끝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달라질 건 없어. 부모님이 돌아오실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난 진실을 알고 싶어. 그래야 부모님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아.”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알아볼 거야?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아?”“응. 반드시 알아내야겠어.”“알았어.”신지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러자 안도의 숨이 나왔다.“지태 오빠, 비용은 내가 낼게.”신지태도 분명히 다른 사람을 시켜서 조사할 것이고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그래. 근데 결과 나오고 나서 얘기하자.”그도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듯 가볍게 말했다.신지태와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모두 술에 취해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어 있었다.“지태야! 빨리 와. 오늘 네가 주인공이잖아! 그리고 지원아,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보다 지태랑만 붙어 있잖아!”나는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지태 오빠가 나 잘 챙겨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8화

    나는 조나연을 따라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내가 사는 아파트의 단지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층수를 보자 머릿속에 딱 두 글자가 떠올랐다.어이없었다.그녀가 바로 내 위층에 살고 있었다.이게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의도된 걸까?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다행인 건 내 옆집 이웃은 거의 집에 오지 않는 사람이라 마주칠 일이 없다는 거다. 나는 앞으로 조나연과도 절대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다.그녀의 무거운 걸음걸이를 보니 출산이 가까운 듯했다.불과 얼마 전만 해도 그녀는 돈이 없어서 기본적인 물건조차 사기 어려워 보였는데 이런 고급 아파트에 산다니 누가 도왔는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강유형.그는 여전히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자신을 포장하면서 뒤에서는 이런 짓을 하고 있다니.내가 그런 그를 떠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진정우는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를 묻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 보면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며칠 뒤, 지태 오빠가 경기를 마치고 돌아왔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니 함께하자고 했다.“너 경기 보러 못 와서 아쉬웠잖아. 축하 파티엔 꼭 와야지.”나는 고민스러웠다. 그 자리에 강유형과 그의 친구들이 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다음에 따로 축하하면 안 될까?”하지만 신지태는 단호했다.“내일 바로 해외로 나가야 해. 이번 아니면 기회 없어.”내가 망설이자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설마 강유형이랑 마주치는 게 불편해서 그런 거야?”“맞아.”나는 솔직히 인정했다.그러자 신지태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지원아, 그건 네가 아직도 강유형을 완전히 놓지 못했다는 뜻이야. 만약 정말로 다 정리했다면 강유형도 그냥 아는 사람일 뿐이잖아.”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태 오빠조차 이렇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 특히 강유형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7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정말 너무해. 내 말도 안 들어보고 이렇게 구는 거야?”“내가 언제 안 들었어. 네 얘기를 들으려고 전화했는데 네가 안 받았잖아.”그의 말에 나는 머릿속으로 그가 얼마나 초조했을지 그려졌다.내가 없어진 걸 알고 CCTV까지 확인하며 나를 찾아다녔겠지. 그리고 결국 내가 강유형과 함께 있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강유형이 말한 대로 진정우는 나를 찾기 위해 애썼다.나는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전화 못 받은 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땐 내가 중환자실에 있었거든.”“알아.”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래서 화내지 않았어. 그리고 전화가 안 됐던 이유는 집에 가면 얘기해줄게.”그는 멀리 보이는 아파트 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네가 어젯밤 떠난 이후로 지금까지 한숨도 못 잤어. 물도 안 마셨고. 정말 피곤하고 목이 말라.”그의 말에 마음이 조여들었다. 나는 그의 손을 이끌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간 걸 알면서 왜 잠도 안 자고 물도 안 마신 거야? 대체 뭘 했길래 이래?”그는 대답 대신 조용히 나를 따라 걸었다. 그의 상태가 걱정돼 더 이상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데리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짐을 내려놓고 과일을 정리하더니 나를 신발장 쪽으로 밀어붙였다.그의 강렬한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이 멎을 듯해 나는 침을 삼켰다.“물 준비해 놨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질투 났어.”그의 말에 나는 놀라 멈췄다.아까까지만 해도 모든 걸 이해한다는 말투였는데, 이제 와서 질투했다고?“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건...”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내 말을 막았다.그의 품에 안겨 입맞춤을 나누며 그의 목마름이 얼마나 컸는지 느껴졌다. 거칠고 마른 입술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따뜻했다.“네가 한 일을 이해해. 그래도 질투는 멈출 수 없더라.”그가 입맞춤을 멈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6화

    나는 눈을 감았다.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했던 마음이 그제야 가라앉았다.“정우 씨는 어딘데?”“집 앞이야.”그 말에 순간 머릿속에 그가 텅 빈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모습이 그려졌다.내가 이사를 했다는 걸 알 리 없는 그는 당연히 그곳으로 간 것이었다.“핸드폰이 없길래 소영이한테 물어봤더니 네가 집에 돌아갔다고 했어. 리영 씨도 수술 중이라 연락이 안 되고...”진정우가 이유를 설명했다.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새집을 둘러보며 대답했다.“나도 정우 씨가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걱정했는데.”“알아.”그의 짧은 대답에 어쩐지 쓴웃음이 나왔다.그에게 이유를 묻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을 이었다.“만나서 이야기할게. 너 이사 간 거야?”지금 이 새로운 집은 진정우도 모르고 있었다.그전에 그는 셋집을 구했다고 나한테 말하면서 나보고 그곳으로 오라고 했고 나도 그 당시 동의했다.하지만 진정우가 연락이 되지 않자 갈 곳이 없던 나는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응. 네 짐도 다 가져왔어.”바닥에 놓인 그의 짐가방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사실 그의 짐은 별로 없었다. 그가 살던 곳의 많은 것들은 원래 집주인의 것이었다.그는 잠시 말이 없었고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 같아서 나는 바로 말했다.“택시 타고 자호 가든으로 와. 내가 입구에서 기다릴게.”“알았어.”나는 전화를 끊고 주방으로 가서 물을 끓인 뒤 컵 두 개에 식히고 신발을 갈아 신고 밖으로 나갔다.이 단지는 작년에 완공된 새 아파트였고 깔끔하고 환경도 좋았다.나는 단지를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보낸 뒤 약속한 입구로 갔다.마침 입구 근처의 과일가게가 새로 문을 열고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가게에 들어가 몇 가지 과일을 골랐다. 계산하려던 순간 진정우에게서 전화가 왔다.“과일가게 안에 있어. 들어와.”전화를 끊자마자 그가 문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내가 손을 흔들자 그는 빠르게 걸어왔다. 그의 눈길이 내 얼굴에 고정된 것을 느끼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5화

    “그럴 일은 없을 거야.”진소영은 내가 한 말을 들었지만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오빠가 돌아오면 언니랑 빨리 결혼해야 해요. 그래야 아무도 언니를 노릴 수 없잖아요.”철없고 순진한 동생 같은 말에 웃음이 났다. 세상에는 '이혼'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걸 그녀는 모를 것이다.하지만 나는 진소영이 괜한 걱정을 할까 봐 가볍게 대답했다.“그래, 나도 네 오빠가 빨리 나 데려가길 기다리고 있어.”진소영은 눈을 반짝이며 기뻐하더니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진정우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오빠! 언니가 오빠가 데리러 오기만 기다리고 있대요. 얼른 와서 청혼해요!”그녀의 귀여운 행동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메시지를 보낸 뒤 진소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근데 오빠 왜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안 봐요? 혹시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죠?”그 말에 나도 잠시 마음이 철렁했지만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글쎄, 어쩌면 가는 길에 다른 예쁜 여자한테 홀렸을지도 몰라.”“그럴 리 없어요! 오빠는 예전부터 쫓아다니는 여자들한테도 관심 없었어요. 오직 언니만 좋아했거든요.”진소영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우리는 웃으며 가벼운 대화를 이어갔다. 아침을 함께 먹고 나서 나는 간병인에게 진소영을 맡기고 병원에서 나왔다.안리영이 준비해 준 예비 핸드폰과 새 번호를 받아 들고 진정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불안감이 커졌지만 지금 당장 그를 찾으러 갈 수 없었다. 나는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나는 집에서 부모님 사고와 관련된 자료를 꺼내 다시 살펴봤다.보고서에는 사고 원인이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해 차량이 통제력을 잃고 전복된 것이라고 나와 있었다.브레이크 고장이라니?이게 단순한 차량 문제였을까? 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손을 댄 걸까?보고서는 이 의문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왜 당시에는 이런 부분을 의심하지 않았던 걸까? 이 모든 사고 처리를 삼촌이 맡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4화

    진소영은 핸드폰을 손에 들고 진정우에게 전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핸드폰이 드디어 연결된 걸까?처음엔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묵묵히 서서 진소영이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오빠, 지원 언니 전 남자 친구가 언니를 보는 눈빛이 이상해. 분명히 아직도 언니를 좋아하는 것 같아.”“오빠, 혹시 언니랑 싸운 거 아니야? 언니가 아까부터 계속 멍하니 있었어.”“왜 문자도 안 보고 전화도 안 받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한 가지 확실히 말해둘게. 만약 언니랑 헤어지면 나도 오빠랑 안 볼 거야.”“빨리 답장해. 전화 받으라고!”마지막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통화 중이 아닌 음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진정우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 왜 연락이 안 되는지 궁금해졌다.나는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녀가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걸 엿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병실 문을 다시 열고 더 큰 소리로 문을 닫았다.“언니!”진소영이 문소리를 듣고 날 불렀다.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얼른 핸드폰을 숨기며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며 웃었다.“별생각 하지 마.”나는 그녀의 침대 옆에 앉으며 말했다.“아까 병실에 왔던 사람이 내 전 남자 친구였어. 하지만 다 지난 일이야. 지금은 그냥 친구 아니면 형제 같은 관계야.”진소영은 빤히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언니, 그럼 그 사람이랑 어떻게 만나서 연애했는지 그리고 왜 헤어졌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그녀의 순수한 눈빛은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탐구하려는 것 같았다.아마 그녀는 로맨스 소설 속 사랑 이야기만 접해봤기에 현실에서의 사랑 이야기가 더 궁금했을 것이다. 모르는 이야기는 더 알고 싶기 마련이다.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그녀는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게 뻔했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알았어. 너의 궁금증을 풀어줄게.”나는 신발을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가 진소영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강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03화

    “그 나쁜 계집애가 강유형을 믿고 이러는 거야.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줌마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줌마, 우선 조나연이 삼촌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확실히 아는 게 중요해요.”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무슨 말을 했겠어? 당연히 우리 집에 들어오고 싶다는 얘기겠지. 대놓고 우리한테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말했을 거야.”아줌마의 말투에서 조나연이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천만에. 세상에 여자가 다 없어져서 강유형이 평생 혼자 산다 해도 그런 년을 절대 우리 집안으로 들이지 않을 거야!”그녀의 단호한 선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나는 그녀의 분노가 삼촌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더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화를 풀게 두고 있었다.그리고 얼마 후 아줌마는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지원아, 지켜봐. 내가 그년을 제대로 혼쭐낼 거야.”그 말을 듣자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강유형 집에 들어온 지 2년째인가 3년째 되는 해 아줌마와 삼촌은 이혼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그때 아줌마가 누군가를 혼쭐내겠다고 전화로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아줌마는 상대방에게 내 남편을 건드리지 말라며 경고했다.그 일 후, 삼촌과 아줌마는 크게 다퉜고 삼촌은 아줌마를 지독한 여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아줌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오늘의 아줌마도 그때와 비슷했다. 나는 이번에도 아줌마가 무언가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만약 내가 그녀를 말리지 않고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삼촌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다.“제가 조나연을 찾아가서 직접 물어볼게요. 어떤 속셈인지 확인한 후 그다음에 대책을 생각하셔도 늦지 않아요.”나는 차분히 설득했고 아줌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마침내 동의했다.“그래. 네가 가서 물어봐. 하지만 분명히 전해줘. 만약 너희 삼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년은 목숨으로 갚아야 할 거라고.”그 마지막 말은 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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